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6 21:10:02 기준
  • #GE
  • 글로벌
  • 진단
  • 인력
  • 처분
  • 제약
  • #복지
  • CT
  • #염
  • 급여
네이처위드

표적항암제 연구성과 봇물..."폐암 정복, 멀지 않았죠"

  • 인터뷰 |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50대 여성 최 모씨는 작년 말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실의에 빠졌다. 진단 당시 뇌, 안구, 뼈 등 여러 장기에 전이가 일어난 상태여서 수술은 커녕 임상연구 참여조차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EGFR 표적항암제 투여가 가능한 유형이라는 것. 시판되고 있는 EGFR 표적항암제 중 뇌전이 투과율이 가장 높다는 '타그리소'로 1차치료를 시작하자 기적처럼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암크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한달에 7개월째 고가의 항암치료를 지속하느라 직장을 그만두지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1차치료 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타그리소'의 약값은 한달에 600만원이 넘는다. 그마저도 한번에 지불하기는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3번씩 연세암병원을 찾아 며칠분씩 약을 타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폐암 환자들 중에선 약값 부담 때문에 힘들게 치료받는 분들이 많다. 다양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어도 모집기준에 맞지 않으면 참여가 불가능하다"라며 "많이 좋아졌지만 진료현장에서 체감하는 미충족수요는 여전히 높다"라고 말했다.

인류가 지난 항암제와 방사선치료 등의 무기를 앞세암과 전쟁을 벌여온지 70년이 되어간다. 폐암은 여러 암 중에서도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표적항암제는 이처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폐암 정복의 목표에 성큼 다가가게 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40%에서 발견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는 EGFR 티로신키나아제(TKI)가 등장하면서 생존율이 대폭 개선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등 기존 1세대 약물 투여 후 T790M 내성 변이가 생긴 환자의 2차치료, 치료경험이 없는 EGFR 양성 환자의 1차치료, 수술 후 보조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폐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는 중이다. 1세대 약물을 먼저 투여하다 내성이 생겼을 때 3세대 약물을 투여하는 순차치료(Sequencing Therapy) 전략을 적용하거나 최 모씨처럼 뇌전이가 일어난 환자에게 3세대 약물을 쓰면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연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타그리소'와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개발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현실적 제약이 높은 탓이다.

임 교수는 "타그리소가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치료로 자리잡은지 5년 정도 지났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라며 "진료현장에선 타그리소를 대체할 만한 신약에 대한 갈증이 높다"라고 말했다. '타그리소'가 좋은 약인 건 분명하지만, 비용효과 측면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춘 약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3세대 약물인 '타그리소'조차 내성 발생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표적항암제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병용요법도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EGFR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 3세대 EGFR-TKI 연구 성과가 쏟아지고 있는 건 임상의 입장에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가 발간하는 흉부종양학저널(Journal of Thoracic Oncology) 최신호에 실린 리뷰논문을 보면 알모네티닙과 알플루티닙, 레지베티닙, 아비버티닙, 레이저티닙 등 3세대 EGFR-TKI의 활발한 3상임상 진행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가 올해 초 상업화 성과를 내면서 임 교수도 저자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국산 신약 '렉라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임 교수는 "렉라자가 초기 임상에서 타그리소에 뒤지지 않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데다 뇌전이 환자에서 뛰어난 반응률을 나타낸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얀센 역시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렉라자' 병용요법의 1차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MARIPOSA 3상임상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개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임 교수는 "표적항암제의 내성극복은 어려운 숙제다. 재정적 문제로 적절한 약물을 투여받지 못하거나 힘들게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을 만날때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국산 신약 '렉라자'를 필두로 3세대 EGFR-TKI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병용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폐암 정복이 머지 않았다고 믿는다.

임 교수는 "폐암은 사망률 1위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지만 다양한 폐암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기에 환자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라며 "비용효과와 효능을 모두 갖춘 차세대 치료제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신약연구에 매진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