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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OECD 국가 절반이라는 한국약값, 정말 문제일까?

  • 안경진
  • 2017-05-19 06:15:00
  • 2014년 OECD 약가비교 연구…복지부·KRPIA 입장차 '확연'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가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는 데 치중하다보니 혁신신약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혁신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와 국내 제약산업계에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항암제 등 신약의 급여등재기간이 평균 600여 일로, 300일대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도 매번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데일리팜이 만난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의 의견은 달랐다. 다른 나라와 국내 사례를 일대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고, 비교대상이 된 OECD 국가들의 약가 역시 실거래가가 아닌 표시가격이기에 정당하지 못하다는 답변이었다.

동일한 데이터에 대한 해석이 이토록 달라지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그간 교과서처럼 인용돼 왔던 "OECD 평균보다 약가가 낮다"는 주장을 한번쯤 의심해볼 여지는 없는건지, 양측의 입장을 들여다봤다. ◆국내사 개발의욕 꺾는 신약가격?=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2014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KRPIA)가 발표했던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약가수준 비교' 연구 논문이 자리하고 있다.

성균관약대 이의경 교수가 KRPIA 용역을 받아 진행한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신약 가격이 OECD 회원국 평균가격의 45%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의약품 선별등재제도 시행의 영향으로 적게는 7%p, 많게는 10%p까지 우리나라의 약가 수준이 낮아졌다는 지적. 선별등재제도 시행 전후를 비교할 때 환율을 고려하면 54.1%→46.0%,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는 73.7%→61.7%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 제약산업발전과 환자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방안(2016, KRPIA)
논문의 저자인 이의경 교수는 "약제비 적정화를 위한 정부의 제반 노력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낮은 약가로 인한 접근성 제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로 인한 이익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신약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국내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됨은 물론 신약의 적정 가치에 대한 정부와 제약업계간 시각차이로 인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의욕이 저하되고, 국내 개발신약이 해외에 진출되는 과정에서 저평가될 우려도 존재한다는 결론이다.

이의경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험재정절감과 보장성 강화를 추구하는 정부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제약기업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밖에 없겠지만, 건강보험 지속성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및 이해당사자 간의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의욕 고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연한 고려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2년 뒤 KRPIA가 정책제안 목적으로 발간했던 '제약산업발전과 환자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방안' 역시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년 전 용역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목표가 달성되려면 우수의약품에 대한 프리미엄이 보장되고, 위험분담제(RSA)와 경제성평가특례제도를 혼합한 새로운 형식의 약가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계점 많은 KRPIA 연구의 통계적 오류는?= 그런데 KRPIA를 필두로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제도 개선 필요성의 핵심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이 논문이 통계상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면 어떨까.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해당 연구에 관해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답변을 내놨다.

첫 번째 반론은 한국의 급여기간에 대한 부분. 곽 과장은 "정당한 비교가 이뤄지려면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데, 외국에서 약의 허가 및 급여단계가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외 상황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신청 시점부터 급여등재된 기간을 전부 포함한 기간이기에 근거로 사용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가령 600일 안에는 제약사가 시판허가를 받은 뒤 급여신청을 하지 않았던 기간까지 포함돼 있어, 의도적으로 급여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곽명섭 보험약제과장
곽 과장은 "회사가 일부러 급여신청하지 않았다면 정부나 급여 관계자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그런 기간까지 포함해서 600일이나 소요된다고 주장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OECD 약가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단일보험(single payer)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국가들에선 이중가격제가 일반적이다. 약을 공급하는 주체인 제약사만이 표시가격 외에 실제 거래되는 가격을 알수 있다는 것.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정부기간도 신약가격을 오픈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주장은 과거 데일리팜 취재에 응했던 약가정책 전문가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A 교수는 "국내 신약 가격이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보다 낮은 것은 맞지만 못 들여올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KRPIA 연구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비교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 때문에 학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물론 논문의 저자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의경 교수는 2014년 논문에서 "실질적인 가격 수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업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일괄적으로 10~30%의 인하폭을 적용함으로 인해 오차가 존재할 수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개별 유통과정에서의 약가차가 아닌 보험자와 제약회사간 공시약가 계약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이중 약가 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을 연구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민감도 분석을 수행했다"는 제한점을 명시했다.

그런데 2016년 발표된 후속자료에선 이러한 제한점마저 빠진 상태다. 물가수준이나 약가구조 등을 고려한다면 보험청구액 500대 성분에 대한 A7 국가에 비해 오히려 신약 가격이 11% 높다는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2007년 배은영 등).

◆KRPIA, "한계 인정…일부 국가에 국한되는 문제"= KRPIA는 해당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이중가격제를 운용하는 나라는 OECD 일부 국가로 제한된다"며 "전반적인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약가를 비교하는 방법론과 평가에 필요한 변수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타당성과 합리성이 있다면, 전체 연구 결과를 왜곡하거나 부인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인 셈이다. 외국의 위험분담제 대상약제를 제외하거나 이중가격 부분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보정, 산출했다는 점도 어필했다.

보험등재소요 기간을 산출하는 기준이 달라진 데 대해서는 "단일보험체제의 현행 약가제도 아래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우리나라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제약사들은 많은 고충을 겪는 중이다. 위험분담제 대상 선정도 지나치게 까다로워 제도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험등재기간이 길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직된 약가제도의 영향이 크다는 것.

KRPIA는 "OECD 국가별 표시가의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약가제도가 보다 유연해지길 바란다"며, 정부와 제약업계간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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