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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이 일 못해요"…제약 실무 현장 AX 혁신 가속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의 업무 풍경이 생성형 AI 도입과 함께 급격히 바뀌고 있다. 과거 수일이 걸리던 학술 분석과 기획 업무는 이제 '1시간 이내'로 단축됐고, 현장 영업은 '감'이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 AI가 바꾼 제약 영업·마케팅의 하루 오전 9시 | 본사 마케팅팀: 콘텐츠 기획의 속도와 완성도 A제약에서 새로 출시한 고혈압 신제품 ‘DP맥스’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 과장은 출근하자마자 지난주 검색해둔 ‘DP맥스’ 임상3상 논문들을 사내 AI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3분 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요약하고, 경쟁 제품과의 차별점을 자동 정리해 화면에 띄운다. 이어 ‘신제품 네이밍’과 ‘경쟁품 비교표’ 챗봇 등을 차례로 실행해 학술적 근거를 갖춘 콘텐츠 초안을 순식간에 작성하고, ‘마케팅 전용 AI툴’로 카드뉴스 썸네일과 제품 로고까지 직접 제작한다. 김 과장은 기획부터 시각화까지 모든 작업을 오전에 끝내고 즉시 영업팀 배포 단계에 돌입한다. 자료 제작에만 2주를 매달렸던 과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을 일일이 찾고 수동으로 번역하느라 수일이 걸렸고, 디자인 외주와 카피 수정 과정에서 1주일 이상 소요됐다. 오후 2시 | 영업 현장: 감이 아닌 데이터로 찾는 진료실 A제약 영업부서 박 대리는 현장 도착 전 휴대전화로 'MR 전용 챗봇'을 켠다. AI가 병·의원별 방문 우선순위와 최적화된 전략을 제시해준다. 박 대리를 이 데이터를 이정표 삼아 동선을 짠다. 진료실 문을 열기 직전, 태블릿으로 ‘DP맥스’의 최신 학술 정보와 복잡한 보험심사 기준을 원클릭으로 검토한다. 원장이 "이 약은 대조군 대비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물었고, 박 대리는 즉각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명한다. 과거에는 주관적인 감에 의존해 병원을 돌았고, 원장을 만나도 갑작스러운 학술적 질문에 당황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한 데이터를 즉각 제시함으로써 학술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오후 5시 | 피드백 순환: 본사와 현장의 실시간 전략 동기화 박 대리가 수집한 의료진의 실시간 반응과 데이터는 즉시 전사 시스템을 타고 본사 마케팅팀으로 전달된다. 김 과장은 취합된 피드백 리포트를 보며 마케팅 회의를 준비한다. 회의에선 'AI 프로모션 효과 예측 모델'을 구동해, 다음주 마케팅 메시지가 현장 수요에 맞게 즉각 조정된다. 과거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시간차를 두고 전달돼 전략 수정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마케팅 전략이 현장의 수요와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성과를 도출하는 체계가 정착됐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제 실무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종합해 재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제약바이오업계 마케팅‧영업 실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기술들이지만, 아직 완성도 측면에서 인간의 세심한 교정이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과도기라는 평가 우세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시도들이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며 실무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AI 전환’…수일 걸리던 마케팅 자료 1시간 만에 뚝딱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특정 부서의 변화를 넘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무 현장에서 전방위적으로 구현되며 'AX(AI 전환)'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마케팅·영업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반 영업이 대세로 떠올랐다. 대웅제약은 생성형 AI를 영업·마케팅에 전면 투입해 자료 준비 시간을 1시간 미만으로 단축했으며, 자체 챗봇 3종을 활용해 전략 실행형 영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동아제약은 보안이 강화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동지니AI'를 도입해 시장 분석 효율을 높였고, 유유제약은 5종의 유료 AI를 비교·분석해 실무 최적화 AI툴을 제공하고 있다.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은 MR 전용 챗봇을 통해 복잡한 보험심사 기준과 학술 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해 영업현장과 거래처 간 디지털 접점을 강화했다. 데일리팜이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케팅‧영업 담당자들은 높은 AI 활용도를 보였다. 설문에 응한 마케팅‧학술 담당 25명 중 20명(80%)은 ‘학술‧정보 요약’과 ‘아이디어 구상’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25명 중 18(72%)명이 ‘문서 작성‧검토’에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영업 담당 39명의 경우 ‘검색’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23명(5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술‧정보 요약’과 ‘문서 작성‧검토’, ‘데이터 분석’이 각각 22명(56%)씩으로 나타났다. 내근‧사무직 영역에서도 파격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독은 국내 기업 최초로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전사 도입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셀트리온은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에 AI 챗봇을 적용해 서류 검색과 문서 비교 업무 시간을 80~90%까지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LG화학‧SK바이오팜 등은 전사 챗봇을 통해 단순 반복 업무를 축소하고, 부서별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데일리팜 설문에선 경영지원‧대외협력 등 내근직 82명 중 ‘문서 작성‧검토’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69명(84%)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검색’과 ‘아이디어 구상’, ‘데이터 분석’, ‘번역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2% 부족한 기술적 완성도…영업현장선 “데이터와 현장 괴리 고민”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AI의 수준은 아직 '보조 도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AI 활용은 문서 초안 작성과 검토, 전문 학술 정보의 요약, 외국어 번역 등 주로 반복적인 기초 업무를 대체하는 데 집중돼 있다. 창의적인 마케팅 아이디어 구상이나 차별화된 전략 기획 단계에서는 여전히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빈틈이 많아, 실무자의 깊은 고민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수다. 한 다국적제약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검색이나 외국자료 검색과 데이터 요약, 초안 작성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불필요한 잡무가 줄면서 업무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최근엔 회사에서도 교육과 유료계정 사용 등을 적극 지원하는 등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다만 AI 결과물 완성도 면에선 아직 안심하고 일을 맡길만한 정도는 아니다. 꼭 하나둘씩 정보 오류가 있어 검토가 필수”라고 말했다. 영업 현장에서는 데이터와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의 괴리를 호소한다. AI가 도출한 방문 우선순위는 정량적 지표에 기반하지만, 병원 내 미묘한 인간관계나 원장 개인의 진료 환경, 돌발 상황까지는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정보가 디지털로 빠르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영업사원 개개인의 숙련된 노하우가 시스템 매뉴얼 뒤로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AI 툴을 익히고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디지털 행정 업무' 자체가 또 다른 업무 피로로 다가오는 것도 과제다. 한 국내제약사 영업사원은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AI 툴은 현장과 미묘한 괴리가 있다”며 “영업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역설적으로 실무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X 가속페달 밟는 글로벌 빅파마…자체 AI엔진 개발‧규제검토 자동화 이러한 시행착오를 뛰어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행보는 한층 정교하다. 사노피는 전사 AI 플랫폼 'plai'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80% 사전 예측하고, 생산 일정과 물류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또한 글로벌 임직원 2만명 이상이 'plai' 앱을 통해 360도 비즈니스 현황을 파악한다. 자체 AI 엔진인 'Turing'을 활용해 의사의 처방 패턴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영업사원에게 최적화된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나아가 사노피는 생성형 AI 어시스턴트인 'Concierge'를 통해 복잡한 비전문가 대상 임상/상업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 데이터 기반의 업무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화이자는 '퍼블리시스 마르셀(Publicis Marcel)'을 최적화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찰리(Charlie)'를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AI를 통해 마케팅 콘텐츠 제작 속도를 기존 대비 최대 3~5배까지 향상시켰다. 특히 콘텐츠의 규제 검토 과정에서 위험도를 신호등(빨강‧노랑‧초록) 방식으로 자동 분류한다. 이를 통해 의학부 리뷰팀이 리스크가 높은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필터링함으로써, 마케팅 캠페인 준비 기간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모더나는 마케팅 콘텐츠 심의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터치 프리(Touch-free)' 자동화 프로세스를 도입해 승인 속도를 극대화했다. 비바시스템즈는 생성형 AI를 결합한 'Veeva AI'를 통해 의료진의 디지털 활동 이력을 분석하고, 잠재 처방 가능성이 큰 의료진을 '핫 리스트'로 자동 분류해 영업사원의 전략적 판단을 지원한다.2026-06-04 06:00:58김진구 기자 -
약국으로 들어온 AI…재고관리·처방해석·복약지도 '일당백'[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피임약 복용을 놓쳤는데 지금이라도 복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음 복용 시간에 맞춰 복용해도 될까요?' 환자(소비자)들이 포털사이트에 약 복용이나 건강 관련 질문을 남기면 의·약사, 간호사 등이 익일, 또는 몇 시간 뒤 답변을 달던 시대는 지났다. AI를 통해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보니 포털사이트 내 '전문가 답변' 기능은 위축된 지 오래다. 약국가에 따르면 오히려 "요리하다 기름이 튀었는데 미보연고와 아즈렌연고를 함께 바르라던데, (제품이) 있나요?" 같이 본인의 증상과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 들고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AI로 무장한 환자들이 본인이 학습한 지식에 대해 전문가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 식의 소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서만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약국으로도 AI가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 AI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개인별 활용 범위와 영역은 천차만별이지만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를 통해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는 정도는 세대불문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일선 약국에서는 어떻게 AI를 사용하고 있는지, 해외 약국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약국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업체들의 서비스는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본다. 자동 주문, 반품 알림…약국 업무를 스마트하게 약사 개발자의 AI 활용은 자동 주문, 반품 알림, 복약 안내 등 약국 업무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다. 강재현 약사(열린온누리약국)는 단순 노동에 할애되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 케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자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열린온누리약국에서는 환자가 키오스크에 처방 QR을 찍는 즉시 처방 정보가 메인 PC와 조제실 PC로 전달되고, 총 조제 포수와 총량 등이 자동 계산된다. 용량·횟수·일수에 따른 시럽량 역시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시럽은 계량된 양만큼 토출기에 자동 토출된다. 투약단계에서는 약품 간 상호작용과 복용이력을 분석한 복약지도 내용이 생성되는데 '교체된 약이 무엇인지', '특별히 강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도 한눈에 알 수 있게 보여진다. 약사의 복약지도를 가정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해독한 복약지도문을 발송할 수도 있다. 재고 관리도 용이하다. 설정 수량 이하로 재고가 떨어지면 알림이 뜨고, 약국에 늘 구비돼 있는 약이 아니라면 환자 방문 예정일 5일전, 10일 전 약을 주문하라는 안내가 뜬다. 더 이상 처방이 나오지 않는 약이나, 환자가 방문하지 않아 약이 분출되지 않은 경우에도 반품 알림이 뜬다. 자체 개발한 의약품 도매 통합검색을 통해 다양한 도매상의 가격정렬과 재고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일일이 검색하고 비교해 보는 데 들이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소모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적정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품절약을 주기적으로 조회해 도매에 재고가 확보되면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 것 또한 AI로 업무가 간소화된 부분 중 하나다. 그간의 방문 데이터를 통해 가장 붐비는 요일과 시간대, 일별 예상 방문 환자 수도 예측할 수 있다. 강재현 약사는 "재고관리, 주문, 조제 등 단순업무에 할애되는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약국장이 아닌 근무약사가 근무를 해도 동일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응대가 이뤄지다 보니 환자들 역시 일관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메인 지식을 결합한 약학챗봇과 '초보자용 AI 실무서'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약국에서의 AI 활용은 무궁무진하다"며 "누구나 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AI 실무서가 약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화 내역 AI로 자동 저장, 전화 걸려오면 조제·투약 내역 표출 약사 개발자 김영빈 약사(청춘약국) 역시 약국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환자와의 대화가 텍스트로 전환돼 상담 차트에 요약·저장되고, 조제실에서는 목소리로 약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가령 '다이아벡스 어디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다이아벡스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전화 응대 역시 용이하다. 환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과거 조제·투약 내역이 표출돼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대가 가능하며, 환자들을 그룹핑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스타틴 계열을 복용하고 있는 70대 이상 환자들을 별도 추출해 함께 복용하면 좋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처방 환자에 따른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건강·생활습관 등 정보를 보여준다. 자동 주문·발주와 ATC내 장착된 카메라로 약이 제대로 조제됐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빈 약사는 "약국은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약국은 많지 않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얻으면 환자 개별 맞춤형 메시지 전송이나 관리 등이 용이해진다"며 "최근에는 개별약사나 약국체인들의 준비 역시 분주해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내 약국에 맞는 앱 개발' 바이브코딩으로 뚝딱 9년째 산부인과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송은주 약사(아이맘약국)는 바이브코딩을 통해 약국에서 필요한 앱들을 자체 구현하고 있다. 이화여대 임상바이오헬스대학원 임상약학 석사 과정 중 바이브코딩을 접하고 난 뒤 임산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상담과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계산기, 직원근무 관리 앱 등을 만들었다. 바이브코딩은 자연어로 AI에게 말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 주는 개발방식으로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구상하는 앱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앱은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한 건기식 추천 앱이었다. 고령 임신이 늘어나고, 오랫동안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산모들을 상담하는 데 있어 표준 가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신 주차별로 필요한 영양소와 기저질환, 복용 약·건기식이 각기 다르고, 약국 내 상주하는 약사들 간 상담 방식도 차이가 있다 보니 기초 설문을 통해 1차적으로 가이드를 받고난 뒤 약사와의 세부적인 상담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제품간 상호작용, 상한량 등까지도 확인이 가능하고, 제품별 소비기한 등도 생성된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건기식 소분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아직까지 많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자가 설문을 해보곤 하신다"고 말했다. 한 달 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난 뒤 만든 직원 관리앱과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계산앱은 1시간만에 구현이 가능했다. 수기로 작성하던 직원 근무 스케줄, 연차 관리, 급여 명세서 등을 앱을 통해 관리·공유할 수 있게 됐고, 엑셀로 계산하던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역시 바코드를 찍으면 포스기에 금액이 뜨도록 업무를 간소화했다. 비타민B군 종합영양제 역시 각 제약사와 약학정보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제품별 특장점을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매달 15만원의 구독료를 부담하다 보니 '약국에서 더 필요한 기능으로 어떤 게 있나' 살피게 된다"며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도 '접근이 어렵다'는 식의 소통 부재가 발생하는 부분은 있지만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약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의 카드뉴스나 건기식 추천 분야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알약 계수, 약력 분석, 건기식 추천, 복약 이행도 점검…업체들 AI 기능 탑재 약국 관련 업체들도 서비스에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다. 업무 자동화 AI, 경영 AI, 환자케어 AI 등 적용 영역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 약국 내 AI 1세대는 알약 카운팅앱 필아이다. 비전 AI 기술로 알약을 인식하고 계수하는 필아이는 조제·반품 등 업무를 효율화했다. 바로팜은 촬영 한 번으로 약품 식별이 가능한 AI 바로렌즈를 베타 서비스하고 있으며, 수기로 작성한 주문장을 앱과 연동시켜 최저가 등을 찾아주는 바로아이주문 역시 준비 중이다. 메디노드는 알약 식별과 분류에 특화된 필봇으로 알약의 형태·색상·각인 정보를 분석해 99.99%의 정확도로 분류하는 서비스를 병의원에 제공 중이다. 휴베이스 휴어시스트 역시 'AI 약국경영비서' 답게 AI 자동주문 추천과 고객·매출을 분석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복약'과 '약력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기능들도 있다. 크레소티는 약사의 단골 관리와 환자 응대를 보조하는 AI기반 CRM 솔루션 '팜페이앱'(환자 B2C)과 '팜인사이트'(약사 B2C)를 7월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처방전과 POS 데이터를 토대로 건기식을 추천해 주는 것은 물론, 환자가 올바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AI가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준다. 필요시 약사가 직접 상담함으로써 약국 밖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헬스포트는 AI 약력관리와 처방·복약분석이 가능한 '굿팜 AI차트'를 런칭했다. AI를 통해 환자의 과거 처방을 자동으로 불러와 질환군별로 구조화해 정리해 줌으로써 중복약물·성분을 자동 탐지하고 용량·횟수 변경 같은 핵심 변경 이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뿐만 아니라 복약지도에서 반드시 전달해야 할 내용을 3~5개 핵심 문장으로 자동으로 정리해 줘 익숙하지 않은 처방과목이나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응대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올댓페이도 AI를 접목한 포스 시스템 'AI Pharm'을 출시해 고객에게 질병코드를 바탕으로 함께 먹으면 좋은 영양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생활건강 팁 등을 추천한다. 약문약답이 선보인 다제약물 분석 서비스 'PhAI(파이)'는 다제약물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10가지 이상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고령 환자들의 다제약물 검토 기능은 2시간 이상 소요되던 업무를 5분 이내로 단축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자가설문과 건강검진, 복약내역을 토대로 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알고리즘도 AI가 접목돼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침습 방식으로 건강, 영양 균형 정보, 스트레스 분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르나 AI 헬스뷰어도 약국을 대상으로 영업에 돌입했다. 나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AI 검사를 통해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더이로운은 손톱스캔과 건강설문을 토대로 약사가 소분형 건기식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으며, 불면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AI 융합 수면 치료 모델을 선보인 웰트 역시 약국용에 대한 개발·배포를 준비중이다. '약사 역량 증강' 해외 AI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약사의 역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솔루션들이 출시·서비스되고 있다. 미국의 'Stanford MEDIC', 'Ambient AI Scribe', 미국과 이스라엘의 'FeelBetter', 캐나다의 'MedSafer' 등이 대표적이다. Stanford MEDIC은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환자 친화적 복약지도문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AI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약사가 검증하고 최종 확정하는 '인간-AI 협업 모델'을 취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Ambient AI Scribe는 의·약사와 환자가 나누는 상담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요약해주는 서비스로, 모니터나 서류를 보며 타이핑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온전히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FeelBetter는 만성질환이나 여러 개의 약을 동시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 환자들을 모니터링하고 복잡한 약물 상호작용 위험도를 평가하는 AI다. MedSafer는 노인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부적절 의약품을 AI가 스크리닝해 처방 정리 후보를 약사에게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약문약답 조정래 대표는 "해외에서도 AI가 설명을 돕거나, 먼저 봐야 할 위험을 좁혀주고 가이드해주는 역할로서 활용되고 있다"며 "AI는 역량을 증강하는 의사결정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2026-06-02 12:03:45강혜경 기자 -
적극 지원과 보안 차단…제약바이오, AI 도입 온도차[데일리팜=천승현·김진구 기자] 인공지능(AI)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실무 깊숙이 스며든 가운데, 업계 종사자가 체감하는 사내 AI 지원 인프라는 기업 유형별‧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은 유료 계정 지원 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내 중소제약사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비율이 높았다. AI 활용으로 체감하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는 ’업무시간 단축‘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아이디어 구상‘, ’개인역량 강화‘ 등의 순이었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및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AI의 업무 기여도는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38%(83명)가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필수로 활용’한다는 응답도 21%(45명)에 달했다. 응답자 5명 중 3명(59%)은 이미 AI를 핵심 업무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응답은 35%(76명)를 차지했다. 업무 활용도가 극히 낮은 ‘단순 참고’(6%, 14명)나 ‘관심 없음’(0.5%, 1명) 등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의 높은 활용도에 비해 기업 차원의 지원은 다소 아쉬운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가 AI 활용을 전사적으로 공식 권장하고, 유료 계정이나 AI 에이전트를 ‘적극 지원’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4%(75명)에 불과했다. 이어 ▲AI 활용을 ‘공식 권장’하나 유료 계정 지원은 부족함 32%(70명) ▲공식 정책은 없으나 부서장 재량으로 ‘단순 허용’ 17%(38명) ▲공식 정책 없이 개인의 영역으로 방치한 ‘무관심’ 10%(22명) 등의 순이었다. 보안 등을 이유로 AI의 업무 활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경우는 6%(14명)였다. 기업 규모와 유형별 지원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은 응답자 28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54%)이 ‘유료 계정을 포함해 적극 지원’ 중이라고 답해 가장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식 권장’ 응답도 11명(39%)에 달했다. 반면 ‘단순 허용’ 응답은 한 건도 없었으며, ‘무관심’이나 ‘보안상 금지’ 응답은 각 1명씩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 지원 응답률은 30%대 초중반으로 비슷했다. 바이오벤처와 기타 유관기업이 35%(31명 중 11명), 연매출 5000억원 이상 국내 대형제약사 33%(91명 중 30명), 매출 5000억원 미만 국내 중소제약사 28%(69명 중 19명)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소제약사와 바이오벤처‧기타 유관기업의 경우 ‘무관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소제약사의 20%(14명)와 바이오벤처의 13%(4명)가 회사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과 국내 대형제약사의 무관심 응답이 3~4% 수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보안 이슈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도 확연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회사 차원에서 AI 활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전체 응답 14명 중 11명이 국내 대형제약사 소속이었다. 이는 정보 유출을 경계하는 대기업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형제약사 일부는 챗GPT나 제미나이 등 공용 AI 툴을 차단하는 대신, 사내 데이터 유출 방지 장치가 마련된 전용 시스템이나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독자 개발하는 추세다. 임직원들이 체감하는 AI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는 ‘업무시간 단축’이 191명(87%)으로 가장 많았다(복수응답). 또한 ‘아이디어 구상과 창의적 콘텐츠 생산에 도움’(112명), ‘언어‧기술장벽 해소와 직무별 학습을 통한 개인역량 강화’(111명)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객관적 근거 확보를 통한 ‘의사결정 지원’(82명) ▲데이터 수치 검증과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 확인 등 ‘실무 정확도 향상’(79명) ▲시장 트렌드 분석을 통한 ‘잠재적 수요와 리스크 파악’(24명) ▲챗봇 등을 활용한 ‘실시간 고객 응대’(12명) 등이었다. 전반적으로는 단순반복 작업이나 자료 초안 작성‧요약 등 낮은 난도의 업무에 AI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시장 전망이나 최종 의사결정 등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단순 툴 중심의 AI 활용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는 단순 비서 역할을 넘어 고도화된 '사내 AI 플랫폼'과 스스로 판단하는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실무에 깊숙이 이식하느냐가 기업과 현업 실무자의 생산성 격차를 가르는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026-06-01 12:00:59천승현 기자 -
제약직원 59% "AI 매일 활용"…마케팅·학술 특급 도우미[데일리팜=천승현·김진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인공지능(AI)이 업무 깊숙이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임직원 5명 중 3명은 업무에 매일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제약산업 종사자들은 업무에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는 흐름에 압도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마케팅‧학술 분야와 연구개발(R&D) 영역에서 AI가 업무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면 업무 의존도가 높은 영업과 규제 변화가 빈번한 허가‧약가 업무에서는 상대적으로 AI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업계 임직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업무에 AI를 매일 활용한다고 답했다. 주 3~4회 사용한다는 답변은 22%를 차지했다. 제약업계 임직원 5명 중 4명 이상은 주 3~4회 이상 AI를 업무에 활용할 정도로 AI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별로는 차장급 이하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AI 활용도가 높았다. 사원‧대리급은 응답자 49명의 63%에 달하는 31명이 AI를 매일 업무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과장‧차장급 응답자 64명 중에서는 70%를 차지하는 45명이 AI를 매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임원급 응답자 48명 중 AI를 매일 활용하는 비중은 23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부장‧팀장급 응답자 58명 중에서는 절반이 조금 넘는 30명이 매일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실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각종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AI를 실무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7명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임원급이 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약사 임직원들이 AI를 주로 활용하는 영역으로는 '문서 작성 및 검토'가 152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술‧정보 요약(134명), 아이디어 구상 및 기획(119명), 데이터 분석(118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상당수 업체들이 AI를 활용해 마케팅 문서나 학술 데이터를 검색하면서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이나 신사업과 같은 창의적인 업무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해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기초 업무를 수행하는 움직임도 크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인 근거가 필수인 제약산업 특성상 최신 임상 논문이나 글로벌 연구개발 트렌드, 임상 통계 활용 등의 영역에서 AI 활용은 필수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처방 데이터, 경쟁 제품의 동향, 약가 인하 등 정책 변화 시나리오를 AI 시뮬레이션 모델에 적용해 매출 전망과 마케팅 예산 배분에 활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AI가 업무 효율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에 마케팅‧학술이 44%로 가장 높았다. 연구개발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란 응답자도 28%에 달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등에 AI가 높은 비용 대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마케팅‧학술 부문 종사자 25명 중 마케팅‧학술 업무에 AI가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은 19명(76%)에 달했다. 마케팅‧학술 부문 종사자 25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명으로 68%에 달했다. AI 매일 사용 비중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연구개발 종사자 35명 중 연구개발 업무가 AI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답변은 20명으로 57%로 마케팅·학술 종사자보다 다소 낮았다. AI가 마케팅‧학술 업무에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 가치가 매우 크지만 고도의 창의력과 정밀도가 필요한 연구개발 영역에서는 AI 활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I가 업무 효율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에 대해 영업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명으로 1%에 그쳤다.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 특성상 AI 활용보다는 전통적인 대면 업무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설문에 응답한 영업 업무 담당자 39명 중 AI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업무로 영업으로 지목하는 답변은 1명도 없었다. 영업 업무 응답자 39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답변은 12명으로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인허가와 급여등재 업무에 AI 업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도 12명으로 5%에 그쳤다. 국내 규제기관의 수시로 바뀌는 정책 특성상 AI가 규정 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은 실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 제품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시행됐다. 오는 8월 또 다시 약가제도 변경이 예고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인다.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 사용 등 최고가 요건을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 약가인하 폭은 더욱 커진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계단식 약가제도 적용 제네릭도 동일제제 21번째에서 14번째로 단축된다. 허가와 급여등재 업무 종사자 18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사람은 8명으로 44%에 그쳤다. 제약사 임직원들의 AI 활용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무에 AI활용이 확대되는 흐름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89%를 차지했다. '매우 긍정적'과 '긍정적'이 각각 45%, 44%로 나타났다. AI를 업무에 매일 활용한다는 응답자 129명 중 95%에 달하는 123명이 AI 활용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AI 활용을 많이 할수록 업무에 필요성을 더욱 체감한다는 의미다. AI 활용 확대 흐름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1명으로 응답자의 1%에도 못 미쳤다.2026-06-01 06:00:59천승현 기자 -
거수기 국내 제약 이사회, 글로벌 시총 1위 릴리에 힌트 있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 이사회는 외형상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거수기식 운영과 낮은 보수 등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평가다. 전 세계 제약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일라이릴리 사례를 보면 국내 제약사 이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보완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릴리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통해 연구개발(R&D)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임 독립이사와 독립이사 회의를 통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장치를 뒀다. 비상근 이사 보수의 상당 부분을 주식과 연동해 장기 주주가치에 대한 책임성을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벨상 과학자·글로벌 CEO 포진…릴리 이사회 91.7% 독립이사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제약사 릴리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비드 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유일한 사내 경영진 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나머지 11명은 회사 임직원이 아닌 독립이사(사외이사)로 사외이사 비중은 91.7%에 달한다. 릴리는 이사회 독립성 기준으로 독립이사가 75% 이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사진 면면을 보면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릴리 이사회에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와 재무 전문가, 보건경제 전문가, 노벨상 수상 과학자, 바이오텍 창업 경험을 가진 R&D 전문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 사외이사의 경우 교수, 전직 관료, 회계·법률 전문가 비중이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세부적으로 경영·전략 전문가 비중이 41.7%(5명)으로 가장 많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회장 겸 CEO를 비롯해 랠프 알바레즈 전 맥도날드 사장 겸 COO, J. 에릭 피어월드 IFF CEO, 후안 루치아노 ADM 회장 겸 CEO, 존 묄러 P&G 이사회 의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료·R&D 전문가 비중은 25.0%(3명)이다. 캐럴린 버토지 스탠퍼드대 교수와 윌리엄 케일린 하버드의대 교수, 항암제 개발 바이오텍 테사로 공동창업자인 메리 린 헤들리가 포함됐다. 캐럴린 버토지 이사는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 교수로 202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클릭화학과 생체직교화학 분야 권위자로 암과 염증, 감염질환 관련 진단·치료 연구 경험을 갖췄다. 윌리엄 케일린 주니어 이사는 미국 하버드의대·다나파버 암연구소 교수로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다. 암세포가 산소 변화에 적응하는 기전을 규명한 연구자로 종양학 분야 전문성을 보유했다. 메리 린 헤들리 이사는 항암제 개발 바이오텍 테사로 공동창업자 출신이다. 테사로는 2019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인수됐다. 헤들리 이사는 테사로 외에도 아브락시스 바이오사이언스, 에자이 북미법인 등에서 R&D, 운영, 의학, 사업개발 경험을 쌓았다. 재무·회계·투자 전문가는 3명(25.0%)으로 자메레 잭슨 오토존 CFO, 킴벌리 존슨 전 T.로우프라이스 COO, 가브리엘 설즈버거 센터브리지파트너스 선임 매니징디렉터가 포함된다. 관료·정책 전문가는 1명(8.3%)으로 미국 대통령실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보건경제학자 캐서린 베이커 시카고대 부총장이 합류했다. 직업·전문성 기준으로 분류하면 글로벌 기업 CEO·COO·CFO 등 기업 경영 경험을 가진 인사가 가장 큰 축을 이룬다. 후안 루치아노 ADM 회장 겸 CEO, 존 묄러 P&G 이사회 의장, 랠프 알바레즈 전 맥도날드 사장 겸 COO, J. 에릭 피어월드 IFF CEO, 자메레 잭슨 오토존 CFO 등이 대표적이다. 재무·투자 영역에서는 잭슨 CFO와 가브리엘 설즈버거 센터브리지파트너스 선임 매니징디렉터, 킴벌리 존슨 전 T.로우프라이스 COO 등이 포진했다. 과학·의학 분야에서는 캐럴린 버토지 스탠퍼드대 교수, 윌리엄 케일린 하버드의대 교수, 메리 린 헤들리 브로드연구소 선임 과학 펠로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릴리 이사진 12인을 출신 직업별 분류하면 기업인 출신이 9명(75.0%)으로 가장 많다. 교수·학계 출신은 3명(25.0%)으로 그 뒤를 잇는다. 국내 제약사 이사회에서 전관예우로 인기가 높은 고위 관료 등 공무원 출신과 기타 인사는 단 한 명도 이사회에 포함되지 않았다. 릴리는 이사회를 규제 당국의 방패막이나 대관 로비용 창구로 활용하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과 과학적 검증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전문가로 채웠다는 얘기다. 릴리 이사회는 성별 다양성도 일정 수준 확보했다. 이사진 12명 가운데 여성 이사는 캐서린 베이커, 캐럴린 버토지, 메리 린 헤들리, 킴벌리 존슨, 가브리엘 설즈버거 등 5명으로 41.7%를 차지한다. 국내 주요 제약사 사외이사 94명 중 여성 비중이 17.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뿐만 아니라 릴리 여성 이사는 R&D와 글로벌 리스크 관리 등 핵심 전문 영역에 고루 분포해 있다. 릴리는 위원회 구조도 국내 제약사와 차별화된다. 릴리는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인재·보상위원회 ▲이사·기업지배구조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 ▲윤리·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 5개 상설위원회를 두고 있다. 모든 상설위원회는 독립이사로만 구성되며 각 위원회도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국내 제약사 이사회 내 위원회가 주로 자산 규제에 맞춘 감사위원회 중심으로 구성된 것과 다른 모습이다.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30곳 중 감사위원회를 둔 곳은 23곳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0곳, 내부거래위원회는 3곳에 그쳤다. 종근당, 대웅제약, 일동제약, 안국약품 등 4곳은 별도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혀 두지 않았다. 릴리의 과학기술위원회는 제약업 특성을 반영한 대표적 기구다. 과학기술위원회는 연구개발 전략, 파이프라인, 신기술, 인공지능(AI), 주요 인수합병(M&A)과 사업개발 거래의 과학적 측면을 검토한다. 신약개발 실패와 기술거래 리스크가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약업에서 이사회가 과학적 판단까지 점검하는 구조다. 국내 제약사에서 R&D 관련 의사결정이 대부분 경영진과 R&D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고 이사회는 대규모 투자 승인이나 계약 체결 단계에서 사후적으로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의약품 허가 지연이나 임상 실패가 터진 뒤에야 이사회 책임이 거론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릴리 사례는 신약개발 기업의 핵심 자산인 R&D 파이프라인 감시가 단순 자문을 넘어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의 정기적이고 선제적인 통제 영역이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윤리·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주목할 지점이다. 제약산업은 리베이트, 품질 관리, 약가·보험 규제 등 준법 리스크가 큰 업종이다. 릴리 윤리·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캐서린 베이커 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캐럴린 버토지, 메리 린 헤들리, 킴벌리 존슨 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2025년 회의 수는 4회다. 이 위원회는 법률·규제 동향, 컴플라이언스, 품질 이슈가 회사 운영과 재무성과, 평판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외 감사위원회는 재무보고와 내부통제, 외부감사인 감독뿐 아니라 사이버보안과 데이터보호 리스크까지 감독한다. 인재·보상위원회는 CEO와 주요 경영진 보상, 승계계획, 인적자본 관리, 클로백 정책을 맡는다. 이사·기업지배구조위원회는 이사회 구성, 후보 추천, 독립성, 이사회 평가, 주주관여를 담당한다. 릴리 이사회는 단순 감사 기능을 넘어 전략·보상·승계·R&D·윤리 리스크를 위원회별로 나눠 감시하는 구조인 셈이다. CEO 의장 겸직에도 견제 장치…선임 독립이사·별도 평가 세션 운영 릴리 이사회 특징은 단순히 외부 인사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독립이사의 역할과 권한을 철저히 제도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릴리는 데이비드 릭스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 중이다. 신약개발 주기가 긴 제약 산업의 특성상 신속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CEO 의장 겸직 구조를 택했다. 릴리는 이 같은 구조가 회사와 주주 이익에 맞는 최적의 리더십 체계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주며 장기 전략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책임성과 의사결정 일관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릴리는 '선임 독립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제도와 사외이사만의 독립 회의를 통해 CEO 의장 겸직 구조를 보완하는 장치를 뒀다. 사외이사들은 매년 자신들을 대표할 선임 독립이사를 선출하는데 현재 선임 독립이사는 후안 루치아노 ADM 회장 겸 CEO다. 선임 독립이사는 이사회 의제 및 스케줄 승인권, 이사회 소집권을 가지며 CEO의 연례 성과 평가를 총괄 감독하는 강력한 견제권을 행사한다. 특히 선임 독립이사는 정기 이사회마다 열리는 독립이사 회의인 '별도 평가 세션'(Executive Session)을 주재한다. 이 세션은 이사회 미팅 중 CEO를 포함한 회사 내부 경영진과 사내 임원 없이 오직 독립이사들만 참여해 진행하는 비공개 자유 토론 자리다. 이 자리에서 독립이사들은 경영진 눈치를 보지 않고 약가 소송 리스크, 주가 하락 요인, CEO 보수의 적정성 등을 논의한다. 여기서 도출된 비판적 결론과 제언은 선임 독립이사를 통해 CEO에게 전달된다. 릴리는 이 세션을 매 정기 이사회마다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정관에 명시해 놨다. 이 구조는 국내 제약사에도 참고할 만하다.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오너 또는 대표이사 중심 이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더라도 회의 운영과 안건 상정, 정보 제공을 경영진이 주도하면 독립적 판단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에서는 경영진의 시각이 이사회 논의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릴리의 선임 독립이사와 독립이사 회의는 경영진이 주도하는 이사회 운영을 견제하고 독립이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릴리 이사회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시한다. 2026년 정기주총 안건은 총 7개였다. 이사회는 이사 4명 선임, 임원 보수 자문 승인, 외부감사인 선임, 분류이사회 구조 폐지, 초다수결 조항 폐지에는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소송 리스크 방지를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 의장을 강제 의무화하라는 주주 제안(Item 6)과 연례 로비 보고서를 발간하라는 주주 제안(Item 7)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AGAINST)' 권고를 냈다. 이사회는 분류이사회 구조 폐지와 초다수결 조항 폐지에 대해서는 주주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찬성 입장을 냈다. 분류이사회는 이사를 3개 그룹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선임하는 구조로 모든 이사가 매년 주주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초다수결 조항 역시 주요 정관 변경에 높은 찬성 요건을 요구해 지배구조 개선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지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와 달리 독립 사외이사 의장 의무화 제안에는 이미 선임 독립이사와 독립이사 회의, 독립위원회 체계를 통해 CEO 의장 겸직을 견제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연례 로비 보고서 발간 제안에 대해서도 기존 공시와 이사회 감독 체계로 정치활동·로비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 권고를 냈다. 국내 기업도 이사회가 주총 안건을 상정하고 찬성을 권고하지만 주주제안에 대한 이사회 반대 논리나 지배구조 개선 안건에 대한 상세 설명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릴리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사회가 어느 편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가 주주 앞에 공식 입장과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주총을 형식적 승인 절차가 아닌 주주와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하려면 안건별 권고와 설명 책임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외이사 기본 보수 4억대…67%는 주식 연동해 책임 강화 릴리 이사회가 이처럼 주주의 시각에서 경영진과 대립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근본적 배경은 보상 체계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릴리는 국내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비상근 이사에게 2025년 기준 기본 이사회 활동 보수로 연 33만달러(약 4억9700만원)를 지급한다. 이는 현금 보수 11만달러와 22만달러 상당의 주식 연동 보상으로 구성된다. 선임 독립이사, 위원장, 위원회 위원 역할을 맡으면 추가 보수가 붙는다. 국내 주요 제약사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1억1200만원)와 비교해도 4배 이상 높은 수준 대우다. 릴리의 보상 제도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릴리는 기본 이사회 활동 보수의 66.7%를 릴리 주식 가치와 연동되는 지연형 주식 보상(DSU·Deferred Stock Units)으로 지급한다. 현금이 아니라 회사의 장기 주가 성과와 묶인 보상이다. 이 주식은 임기 중에는 절대 팔 수 없으며 이사직에서 완전히 퇴임한 후 두 번째 해 1월이 돼야 실제 주식으로 전환, 현금화할 수 있다. 여기에 비상근 이사는 연간 기본 보수의 5배에 해당하는 릴리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신규 이사는 5년 안에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사외이사의 판단을 단기 회의 참석 보수가 아니라 장기 주주가치와 연결하기 위한 도구다. 이사가 재임 중 받은 주식 보상을 퇴임 후에야 실질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면 재직 기간의 안건 처리뿐 아니라 자신이 떠난 뒤 회사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안건이 지금 경영진에 유리한가'보다 '이 회사의 장기 주주가치를 높이는가'라는 기준으로 표결하도록 유도하는 금융 거버넌스 장치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외이사 보상 체계를 장기 주주가치와 연동하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단순히 보수를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높아진 책임에 걸맞은 권한과 대우를 보장하되 그 보상이 회사의 장기 성과와 연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와 주주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사외이사가 경영진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수·정보 접근권·책임 구조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2026-05-20 06:00:59차지현 기자 -
제약 이사회 360건에 부결 1건 뿐…1회 참석당 370만원[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지난해 주요 제약사 30곳이 총 360건의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부결 안건은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사례도 극히 일부 기업에 그쳤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한층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에게 합당한 권한과 보수를 보장하되, 그에 걸맞은 감시 책임을 묻는 실질적인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결 안건 휴젤 1건뿐…사외이사 반대도 드물어 데일리팜이 지난해 결산월 기준 매출 상위 상장 제약사 30곳의 이사회 구성과 의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 평균 12회의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30개사가 2025년 한 해 동안 개최한 이사회는 총 360건이었다. 기업별로는 일양약품이 29회로 가장 많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일양약품은 조사 대상 30개사 중 유일하게 연간 20회를 훌쩍 넘는 이사회를 소집했다. 일양약품 이사회에서는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운영자금 차입 등 재무 관련 안건이 반복적으로 다뤄졌다. 제51~54기 수정재무제표 승인,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집행정지 진행, 임원보수위원회·윤리경영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와 위원 선임 등 회계 이슈와 지배구조 정비 관련 안건도 눈에 띈다. 두 번째로 이사회를 많이 연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총 22회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 기업가치제고계획, 무상증자,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 관련 안건이 반복적으로 논의됐다. 미국 생산시설 인수 본계약 체결 보고와 미국법인 자본 증자, 신규차입 승인 등 글로벌 사업 확장과 자금 운용 관련 안건도 이사회에 올라왔다. 30개사 평균 이사회 개최 횟수를 웃돈 곳은 11곳이었다. 일양약품과 셀트리온에 이어 삼진제약(19회), 에스티팜(18회), 한국유나이티드제약(17회) 순으로 개최 빈도가 높았다. 반면 동화약품은 지난해 이사회를 5회 여는 데 그쳐 조사 대상 중 가장 적었다. 녹십자·한미약품·HK이노엔은 각각 6회, 대웅제약·셀트리온제약은 각각 7회로 상대적으로 이사회 개최 횟수가 적었다. 이사회 개최 횟수만 놓고 보면 상당수 기업이 정기·수시 이사회를 통해 경영 현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최 빈도와 별개로 의결 결과는 대부분 원안 가결에 집중됐다. 조사 대상 30곳 중 부결 안건이 확인된 기업은 휴젤 1곳뿐이었다. 나머지 29곳에서는 이사회 안건이 부결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휴젤은 2025년 3월 14일 이사회에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을 상정했지만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의결 과정에서 허서홍·경한수·이태형·조기철 사내이사와 패트릭 홀트·지승민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사외이사의 반대가 실제 부결로 이어진 유일한 사례다. 사외이사의 개별 의견이 드러난 사례도 많지 않았다. 에스티팜은 2025년 2월 19일 '임원 주식매수선택권 취소의 건'에서 김동표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안건은 가결됐다. 셀트리온은 2025년 5월 26일 '준비금의 자본금 전입(무상증자) 승인의 건'에서 서진석·기우성·김형기 사내이사가 기권했지만 사외이사는 전원 찬성했다. 해당 안건은 별도 반대 없이 최종 가결됐다. 유한양행은 재논의 안건이 3건 확인됐다. 2025년 2월 12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와 '자기주식 관련' 안건, 같은 해 7월 30일 '타법인 투자' 안건이 재논의로 분류됐다. 특정 이사의 반대나 기권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자사주와 투자 안건처럼 주주가치와 자본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서 추가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 대부분이 이사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의미다. 특히 자사주, 무상증자, 차입, 투자, 주식매수선택권 등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안건도 대부분 이사회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제약사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식물 이사회'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사회가 경영진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점검하기보다 사후 승인하는 절차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 설치 26곳…사외이사후보추천위는 10곳 그쳐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현황도 기업별로 차이가 컸다. 위원회는 이사회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전문 영역별로 감시 기능을 나누는 장치다. 위원회가 많다고 곧바로 이사회가 잘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사·보수·내부거래·ESG·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핵심 기능을 별도로 다루는 구조는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사 대상 30개사 가운데 이사회 내 위원회를 1개 이상 둔 곳은 26곳(86.7%)이었다. 전체 위원회 수는 66개로 기업당 평균 2.2개 수준이었다. 반면 종근당, 대웅제약, 일동제약, 안국약품 등 4곳은 별도 이사회 내 위원회를 두지 않았다. 위원회 유형별로는 감사위원회가 가장 많았다. 30개사 중 23곳(76.7%)이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이어 ESG 또는 지속가능경영 관련 위원회를 둔 곳은 12곳(40.0%), 보상·성과보수·평가보상·임원보수 관련 위원회를 둔 곳은 10곳(33.3%)이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3곳에 그쳤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30개사 중 10곳(33.3%)이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를 발굴·검증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기구로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누가 사외이사 후보를 고르느냐에 따라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위원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제약사 대부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자산 2조원 미만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가 별도 위원회 없이 운영될 경우 치열한 검증을 거쳐 기업에 필요한 후보를 발굴하기보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선호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별로 보면 위원회를 가장 많이 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경영위원회는 7차례 열려 11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7건이 신규 수주 계약 승인 안건이었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주요 경영·재무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수주 계약이 핵심 의사결정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내 ESG위원회는 5회 개최됐다. ESG위원회는 ESG 공시·평가 대응, 기후변화와 자연자본 리스크, 윤리경영, 신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준법·부패방지 활동, 안전환경 중장기 전략 등을 논의했다. 보상위원회는 4회 열려 대표이사와 임원 성과인센티브, 장기성과보상(LTI) 운영 기준, 사내이사 연봉, 이사 보수한도 등을 심의했다. 반면 내부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별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HK이노엔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개 위원회를 두며 뒤를 이었다. HK이노엔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셀트리온과 동아에스티, 일양약품은 각각 4개 위원회를 운영했다. 셀트리온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성과보수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었고, 동아에스티는 감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상법 개정에 책임 확대…권한·보수·감시 체계 손봐야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감시 역할에 걸맞은 합당한 보수를 받고 있을까. 조사 대상 30개사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4404만원이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평균 12회 이사회를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 이사회 1회 참석당 약 370만원을 받는 셈이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외이사 1인당 평균 1억1200만원을 지급해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1억원을 넘겼다. 이어 SK바이오팜 8600만원, 셀트리온 8400만원, 유한양행·동아에스티 각 6600만원, 녹십자 6000만원, 한미약품·광동제약 각 5600만원 순이었다. 종근당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당수 제약사의 사외이사 보수는 2000만~4000만원대에 머물렀다. 30개사 중 사외이사 1인당 보수가 8000만원 이상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등 3곳뿐이었다. 4000만~6000만원대는 8곳, 2000만~4000만원대는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일양약품 1700만원, 제일약품 1033만원, 파마리서치 300만원 등 2000만원 미만 기업도 3곳 있었다. 제약사 사외이사 보수는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조사 대상 30개사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조차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도 1억5200만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높았다. 제약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고 시가총액 규모가 급팽창했지만 이사회의 처우는 여전히 중견기업 수준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 글로벌 기술수출·도입 계약, 임상 실패, 허가 지연, 약가 규제, 품질 이슈 등 고난도 의사결정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보수 수준이 책임 범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법적 책임은 늘어나는데 보수 체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결정을 단순히 회사 이익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익까지 침해하지 않도록 고도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만약 합병이나 분할, 대규모 유상증자 등 자본 거래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경우 사외이사 개인이 주주들로부터 직접적인 손해배상 소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사외이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는 대폭 커졌으나 보수나 지원 인프라는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책임과 처우 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커지는 만큼 사외이사 제도도 실질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에게 충분한 정보 접근권과 전문 지원, 합리적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주요 안건에 대한 독립적 검토와 반대·수정 의견 제시 등 감시 책임도 강화해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묻는 선진적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2026-05-19 06:00:59차지현 기자 -
제약사 사외이사 재무 전문가·교수 '최다'…여성 17%[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 사외이사 구성에서 재무·회계 전문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투명성과 자본시장 대응 등 재무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제약사가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약개발과 인허가, 약가 규제 대응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의료·연구개발(R&D)과 관료·정책 분야 인사도 고르게 포진했다. 다만 대부분 제약사 이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성별 다양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1위는 '재무·회계'…출신 직업은 '교수'가 34% 최다 데일리팜은 지난해 결산월 기준 매출 상위 상장 제약사 30곳의 사외이사 94명을 조사했다. 이들 사외이사 94인을 ▲재무·회계 ▲의료·R&D ▲관료·정책 ▲경영·전략 ▲법률 등 5개 전문 분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재무·회계 전문가가 24명으로 전체의 25.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의료·R&D와 관료·정책 전문가는 각각 19명으로 20.2%씩을 기록했다. 경영·전략 전문가는 18명(19.1%), 법률 전문가는 14명(14.9%)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전문 분야는 각 제약사가 이사회에 기대하는 역할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회사가 어느 영역의 리스크와 의사결정을 중시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재무·회계 전문가 비중이 높다면 내부통제와 실적 관리, 자본시장 대응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를 이사회에 둔 제약사는 30곳 중 22곳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제약사 가운데 73.3%가 이사회에 재무·회계 전문가를 최소 1명 이상 배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HK이노엔, 보령,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휴온스, 대원제약,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파마리서치, 한독, 동화약품, 휴젤, 에스티팜, 삼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일양약품이 재무·회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뒀다. 셀트리온과 일양약품은 재무·회계 전문가를 각각 2명씩 배치해 회계·재무 감시 기능을 상대적으로 강화한 사례다. 매출 상위 제약사 상당수가 회계 투명성, 내부통제, 자금조달, 투자 의사결정, 자본시장 대응 등 재무 리스크 관리 기능을 이사회 차원에서 중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R&D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둔 곳도 16곳(53.3%)에 달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휴온스, 제일약품, 일동제약, 한독, 에스티팜, 삼진제약, 부광약품 등이 의대·약대 교수나 임상·연구개발 전문가를 이사회에 배치했다. 신약개발과 임상 전략, 파이프라인 평가, 허가 가능성 판단 등이 중요한 제약업 특성이 이사회 구성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관료·정책 전문가를 둔 곳은 15곳(50.0%)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HK이노엔,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대원제약,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한독, 동화약품, 안국약품, 유나이티드제약, 부광약품 등이 정부·공공기관이나 정책 분야 경력을 갖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부의 약가 정책, 인허가 규제, 세무조사 등 규제·정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는 분석이다. 특정 전문 분야에 사외이사를 집중 배치한 기업도 있었다. 종근당은 사외이사 2명 전원을 의료·R&D 전문가로 채웠다. 삼진제약도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의료·R&D 전문가로 분류됐다. 대웅제약은 사외이사 4명 중 조영민·권순용 사외이사 등 2명이 의대 교수 출신으로 임상·의료 전문성을 중심으로 이사진을 배치했다. 부광약품은 사외이사 3명 중 정길영·전형수 사외이사 등 2명을 관료·정책 분야 인사로 구성했다. 업종 특성과 사업 구조에 맞춰 여러 분야 전문가를 함께 배치한 기업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정책, 법률 전문가를 배치했다. 이창우 사외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한국회계학회 회장,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한 회계 전문가다. 서승환 사외이사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연세대 총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정책·관료 분야 인사로 분류된다. 이호승 사외이사는 기재부 1차관과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낸 경제정책 전문가, 김정연 사외이사는 김앤장 변호사와 외교통상부 2등서기관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서 회계 투명성, 정책 대응, 법률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구성으로 해석 가능하다. 셀트리온은 의료, 회계, 외교·정책, 법률 전문가를 함께 두고 있다. 병리학 전문가인 고영혜 사외이사는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로 고대구로병원과 한양대병원 병리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제주한라병원 병리과 과장을 맡고 있다. 최원경·윤태화 사외이사는 각각 회계법인과 대학에서 회계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최종문 사외이사는 외교부 제2차관과 주프랑스 대사를 지낸 외교·정책 전문가, 이중재 사외이사는 김앤장과 법무법인 정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글로벌 사업, 회계·법률 감시 기능을 함께 보강한 형태다. 유한양행은 의과학, 법률, 회계 전문가가 결합된 구조다. 신의철 사외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이자 연세의대 겸임교수로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을 지낸 면역·바이러스 연구 전문가다. 오인서 사외이사는 수원고검·대구고검 검사장을 거쳐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신영재 사외이사는 신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를 지낸 법률 전문가다. 김준철 사외이사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파트너 이사회 의장과 감사위원회포럼 창립대표를 거친 회계 전문가다. 신약개발과 준법·회계 감시를 함께 고려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정보기술(IT)·금융·의료 전문가를 함께 선임한 점이 눈에 띈다. 최인혁 사외이사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지낸 디지털·플랫폼 전문가이고, 최대현 사외이사는 산업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다. 조영민 사외이사는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임상 의학 전문가이, 권순용 사외이사는 가톨릭대 정형외과 주임교수와 은평성모병원 초대 병원장을 지낸 정형외과 전문가다. 신약개발과 디지털·투자 역량을 동시에 보강하려는 기조로 읽힌다. 출신 직업별로는 교수 등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사외이사 94명 가운데 32명이 교수 출신으로 전체의 34.0%에 해당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주로 의대·약대·경영대·법학전문대학원 소속 인사로 구성됐다. 의대·약대 교수 출신은 신약개발과 임상, 허가 전략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고 경영대 교수 출신은 회계·재무·전략·조직 운영 측면의 감시 기능을 맡을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은 준법경영과 지배구조, 규제 대응 역량을 보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잦았다. 기업인 출신은 30명으로 전체의 31.9%를 차지했다.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넘어 글로벌 사업개발, 투자, 디지털 전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면서 실제 기업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기환 녹십자 사외이사는 동화약품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이사를 지냈고 패트릭 홀트 휴젤 사외이사는 앨러간 부사장과 아마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이어 공무원 출신 21명(22.3%), 기타 11명(11.7%)이었다. 공무원 출신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감사원, 검찰, 외교부 등 제약사 경영과 맞닿은 규제·정책 경험을 갖춘 인사가 많았다. 신약 품목허가나 약가, 보험, 세무, 공정거래, 준법 리스크 대응이 중요한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손여원 HK이노엔 사외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지낸 식약처 출신이고 이의경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했다. 이동희 대원제약 사외이사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지냈다. 정진엽 한독 사외이사는 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이며 전형수 부광약품 사외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세무 분야 인사다. 사외이사 10명 중 8명은 남성…여성 이사는 법률·회계 전문가 편중 제약사 이사회는 외형상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지만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조사 대상 사외이사 94명 중 여성은 16명으로 17.0%에 그쳤다. 나머지 83.0%에 해당하는 78명이 남성 사외이사였다.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됐다. 이후 주요 상장사에서 여성 이사 선임은 늘었지만 상당수 기업이 여성 이사 1명을 두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사회 다양성이 강조되는 흐름에도 제약사 사외이사 구성은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일찍이 성별 다양성 요건을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면서 2021년 이사회 개편을 통해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려 사외이사 과반 요건을 충족했다. 이 과정에서 신영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제약 업계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체제를 도입했다. 2022년 8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 성별 구성 제한 규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발탁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중이 75.0%에 달했다. 김민지 사외이사는 미네랄리스 테라퓨틱스 최고사업책임자(CBO)와 크로스보더 파트너스 대표를 지낸 글로벌 바이오 사업개발 전문가다. 서지희 사외이사는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쳐 이화여대 경영학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회계 전문가다. 조경선 사외이사는 신한은행 디지털개인그룹 부행장과 신한DS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 디지털·금융 경영 경험을 보유했다. HK이노엔과 휴젤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각각 50.0%였다. HK이노엔은 사외이사 4명 중 김은희, 손여원 사외이사 등 2명이 여성이다. 휴젤은 사외이사 2명 중 나정인 사외이사가 여성이다. 셀트리온은 사외이사 5명 중 여성 2명으로 40.0%를 기록했다. 광동제약, JW중외제약, 휴온스, 유나이티드는 각각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으로 33.3%를 나타냈다.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 사례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김정연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HK이노엔은 삼정회계법인 출신 김은희 회계법인 창천 상무를 신규 사외이사로 들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한 이의경 성균관대 교수를, 휴온스는 1985년생 회계학자인 이은정 한양대 조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존에 직을 이어가는 여성 사외이사로는 고영혜·최원경 셀트리온 사외이사, 신영재 유한양행 사외이사, 이진희 녹십자 사외이사 등이 있었다. 신영재 사외이사는 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신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률 전문가다. 이진희 사외이사는 서울대 약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을 더 넓히는 것도 과제로 거론된다. 여성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는 상대적으로 법률, 재무·회계, 규제 분야에 많이 분포한 반면, 의료·R&D와 경영·전략 분야에서는 비중이 제한적이었다. 남성 사외이사가 의료·R&D, 경영·전략, 관료·정책, 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포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약개발 기업의 핵심 리스크가 임상, 허가, 품질, R&D 의사결정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약학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여성 인재의 이사회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비중 1위 셀트리온제약…'60년대생' 이사회 장악 이사회 규모 면에서는 기업별 편차가 뚜렷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이사회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미약품으로 총 10명의 이사진을 뒀다. 셀트리온과 파마리서치가 각각 이사회 9명으로 뒤를 이었고 HK이노엔, 휴온스,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한독, 동화약품, 유나이티드는 각각 8명 규모 이사회를 운영했다. 부광약품은 5명, 안국약품은 4명, 동국제약은 3명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이사회 구조를 보였다. 이사회 총원 대비 사외이사 비중을 보면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운 곳은 30곳 중 15곳이었다. 반면 종근당·보령·일동제약·휴젤·안국약품·동국제약 등 6곳은 법정 최소 수준의 사외이사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상법상 일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면서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매출 상위 제약사조차 상당수는 자산 2조원 미만에 머물러 있어 최소 요건만 충족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외이사 비중은 셀트리온제약이 62.5%로 가장 높았다.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8명 중 사외이사가 5명이었다. 부광약품은 이사회 5명 중 3명이 사외이사로 60.0%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7.1%, 셀트리온은 55.6%로 뒤를 이었다. 이들 사외이사 94인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집계됐다. 세대별로는 1960년대생이 전체의 48.9%(46명)를 차지하며 이사회 주류를 형성했고 1970년대생이 25.5%(24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1950년대생 19.1%(18명), 1980년대생 4.3%(4명), 1940년대생 2.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최연소 사외이사는 1985년생 이은정 휴온스 사외이사다. 이어 1983년생 한승범 에스티팜 사외이사, 1982년생 김은희 HK이노엔 사외이사, 1980년생 김정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등이 1980년대생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고령 사외이사는 1943년생 권박 동국제약 사외이사였고 1948년생 원봉희 셀트리온제약 사외이사, 1953년생 정길영 부광약품 사외이사가 뒤를 이었다. 1954년생인 이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와 안보숙 JW중외제약 사외이사도 고령군에 포함됐다.2026-05-18 06:00:59차지현 기자 -
위기 자초한 영업 외주화…제약사 옥죄는 '자충수'됐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고강도 제네릭 약가 인하에 이어 CSO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제약업계 영업 지형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폭적인 약가 인하로 수익성 보전에 비상이 걸린 제약사들이 향후 강화될 규제에 대비해 영업 현장의 통제권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이 마케팅 역량과 준법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CSO’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약가인하와 규제 강화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제약업계에선 제약사들이 변칙적인 생존 전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현행 약가 정책의 구조적 결함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반기 CSO 규제 강화 움직임…“50% 이상 고율 수수료 타깃 가능성”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올 하반기 CSO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카드를 마련 중이며 복지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안다”며 “상반기에 약가제도 개편 밑그림을 완성한 뒤, 하반기엔 CSO를 중심으로 한 제약 영업 현장에 현미경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를 지렛대로 삼아 제약사와 CSO의 영업 행태를 집중 감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수수료율 상한제’ 혹은 ‘처방실적 연동형 수수료 계약 금지’ 등 고강도 대책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CSO에 지급되는 고율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냉담하다. ‘50%를 상회하는 고율 수수료 체계가 과연 정당한 마케팅의 대가인가’라는 의구심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제네릭 약가인하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CSO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CSO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비가격 영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해결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법당국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리베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네릭 판촉 수수료가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리베이트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과도한 수수료율 설정 행위 자체가 제약사가 CSO의 리베이트 제공을 묵인하거나 공모했다는 ‘공동정범’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다한 수수료율은 그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며 “다만 비용 지출 증빙이 부실하거나 업계의 평균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 수수료는 사법기관에서 리베이트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피해 선택한 ‘영업 외주화’…20여년 만에 돌아온 부메랑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제약사가 스스로 선택한 ‘영업 외주화’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CSO는 2000년대 중후반 태동해 2010년대 들어 급격히 팽창했다. 업계에선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와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잇단 시행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의 해법을 외주화에서 찾은 것으로 분석한다. 자체 영업조직을 해체하고 그 자리를 CSO로 대체함으로써 법적 책임의 고리를 끊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초창기 중소제약사 위주였던 CSO 모델은 빠르게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최근엔 매출 5000억원 이상 대형제약사들까지 가세하며 전국적으로 50~60개 업체가 CSO 모델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조직을 외주화하는 사례가 보편화하면서, 지난 20여년간 CSO는 제약영업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편법 영업이 양산됐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됐다. 사라진 대응 역량…제약사-CSO 주도권 역전 기류 문제는 이러한 영업 외주화가 제약사의 정책 대응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이다. 자체 영업조직을 보유한 제약사는 약가인하라는 변수에 인센티브 구조조정이나 마케팅 방향을 선회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반면 영업을 100% CSO에 의존하는 제약사는 활용 가능한 카드가 사실상 ‘수수료율 조정’뿐이다.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수수료율 결정권이 CSO 측으로 기울며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현장 장악력 약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과 단절된 제약사는 병의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CSO가 전달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약가인하로 혼란이 극심한 틈을 타, CSO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제약사는 안갯속에서 영업 정책을 결정하게 되고, 이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수료율 감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와 CSO 간의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흔들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처방처를 선점한 CSO의 영향력이 커지며 오히려 제약사를 선택해 계약하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CSO에 ‘고율 수수료’라는 출혈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등 영업 주도권의 무게추가 CSO 측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 주권을 상실한 제약사들이 눈앞의 실리를 위해 CSO의 무리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주도권 전이 현상이 심화할수록 시장 질서 전반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정부가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현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게 된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60%를 상회하는 수수료율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품목만은 지켜달라'는 제약사의 절박함과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CSO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택했던 CSO 전환이 오히려 이들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올 하반기에 시작되는 약가인하 로드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라며 “현장의 혼란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기업형 CSO' 중심 영업 현장 옥석가리기 가속화 전망 제네릭 약가 인하와 CSO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가 맞물리면서, 제약 영업 현장은 전례 없는 구조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CSO 시장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과 확실한 영업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형 CSO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은 단순 영업 대행을 넘어, 기업 단위의 조직력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규제가 강화될수록 국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1~5인 규모의 점조직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강화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나 세무 당국의 추적을 감당할 행정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와 영업 효율을 위해 검증된 기업형 플랫폼 위주로 파트너십을 정리할 경우, 현장에서 소형 CSO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빠르게 좁아질 전망이다. 제약사들의 영업 내재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주 영업의 법적·윤리적 리스크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다시 자체 영업 역량을 강화해 리스크를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다. 실제 한 대형제약사 A사는 최근 자체 영업조직의 확대를 결정했다. 기존에 병‧의원에 대한 영업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약국 영업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지능화되는 변칙 영업…규제 강화될수록 불법 리베이트 음성화 우려↑ 규제를 피해 편법 영업이 더욱 음성적으로 진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현장에선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병원 개원 자금 지원 등 지능화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올해 3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병원 개원 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의사에게 제공한 CSO 운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개원 자금을 지원하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계좌이체와 현금·수표 지급 방식으로 약 1억2000만원을 병원 의사 측에 제공했다. 지난해엔 CSO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종합병원 이사장 가족을 주주와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이들에게 배당금과 급여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서울서부지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한 CSO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상품권 깡이나 식당 선결제, 법인카드 대여 방식에서 벗어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이나 연구자주도 임상 지원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약가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자칫 현장의 변칙·편법 영업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용 절감에 매몰되어 영업 통제권을 포기한 제약사가 CSO의 일탈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실적 유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장의 기형적인 영업 행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고강도 약가인하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R&D 활성화를 명분으로 수익성을 한계까지 압박하다보니, 제약사들은 혁신이 아닌 당장의 생존을 위한 변칙‧편법 영업의 유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현장의 수법을 규제하는 데 앞서, 제약사를 법적 경계선으로 내모는 약가제도의 구조적 결함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2026-05-09 06:00:59김진구 기자 -
"팔수록 손해라도 일단 잡자"…제약업계 변칙 영업 확산[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네릭 약가인하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영업 현장의 혼란이 극심한 가운데, 일각에선 변칙적인 영업 행태까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제약사가 CSO(의약품 영업대행사)에 처방액 전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대백(100:100)’ 프로모션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또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 충족을 위해 R&D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CSO 수수료를 우선 낮게 지급한 뒤, 추후 보전하는 방식의 계약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개편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주요 명분으로 ‘기업의 R&D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선 기형적인 영업 모델이나 R&D 비율의 편법 조정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밑지는 장사 ‘백대백’ 부활…점유율 유지 위한 출혈 감수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소제약사 A사는 지난달 23일 100:100 프로모션 진행을 CSO에 고지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치매치료제와 고혈압복합제 등 20개 품목에 대해 신규 처방액만큼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프로모션 기간은 4~6월로, 이 기간 신규로 처방이 나오면 이후 3개월간 100%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회사가 100:100 프로모션을 시작한 것은 작년 1월로 추정된다. 당시 기관지염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 각 1품목이 대상이었다. 이어 3‧4‧5월에도 2~6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100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작년 12월 이 회사의 프로모션 품목수가 2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을 공개(2025년 11월 말)한 이후 시점이다.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개 이상 품목에 대한 100:100 프로모션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신 공지에선 ‘프로모션 종료 후 6개월간 매출 유지’ 조건이 추가로 붙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출이 평균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환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약가인하가 올 하반기 시행되는 가운데, 인하된 약가 체계에서도 자사 제품의 처방을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른바 ‘백대백’ 프로모션은 최근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연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인 B업체 역시 고지혈증 치료제 등 경쟁이 치열한 품목을 중심으로 '신규 거래처 확보 시 100% 수수료' 정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700억원 규모 C업체도 연초 자사 신제품 대상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이들 외에도 2~3곳의 중견‧중소제약사가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대백은 제약사가 처방 실적만큼의 영업대행 수수료를 CSO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SO가 확보한 처방액이 1만원이라면 제약사가 수수료로 1만원(100%)을 그대로 지급한다. 제약사 입장에선 제조원가와 인건비‧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단기적인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과 처방처 확보를 위해 종종 동원됐다. 일각에선 ‘불법 리베이트’ 제공의 우회 경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기형적 영업 부추기나 이러한 기형적인 영업 방식은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의무 작성을 비롯한 정부의 유통 투명화 정책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일선 영업현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급격한 약가인하 공포가 업계에 번지면서, 사라졌던 이 기형적 모델이 영업 현장에 다시 소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 초중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영업 방식으로는 처방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백대백 부활로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백대백 프로모션을 통해 약가가 실제 인하되는 7월(예상) 전까지 '가장 비싼 가격'으로 재고를 밀어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수수료를 미끼로 처방처를 묶어둬, 약가인하 이후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가 오히려 편법 영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인센티브나 기타 비용 등을 더하면 100:100이 아니라, 100:120 계약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에도 신제품 발매 시 100:100 프로모션이 종종 동원됐지만, 작년 말 제네릭 약가인하 예고 이후론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네릭 의존도가 높아 손실이 크게 예상되는 중견‧중소제약사의 경우 백대백 프로모션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CSO 대표는 “고율 수수료가 당장은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내몰리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제약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서,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 영업 조직과 CSO가 공멸하거나 시장 질서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CSO 수수료 ‘선인하-후보전’ 모델…편법 R&D 비율 맞추기 사례도 이와 함께 수수료를 먼저 낮추는 대신 R&D 비율 요건을 충족해 약가 인하를 피할 경우 그 효과를 사후에 나누는 구조의 계약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CSO 업체인 D사는 일선 제약사에 ‘수수료 선인하’ 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가 R&D 비율을 맞춰 약가 인하를 피하면 그에 따른 효과를 나중에 보전받는 조건이다. 혁신형 혹은 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편법 계약으로 평가된다. 개정 약가제도에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약가인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인하하면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에 약가가산을 적용한다. 신규등재 품목의 경우 혁신형은 60%를, 준혁신형은 50%의 약가를 받는다. 기등재 의약품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가산을 받는다. 정부는 동시에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기준을 높였다. 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R&D 비중을 현행 5%에서 7% 이상으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7%에서 9%로 높여야 한다. 준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3%에서 5%로 각각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등재든 기등재든 45%의 산정률을 즉시 적용받는다. 한 마디로 약가가산 혜택을 위한 혁신형 제약사 인증의 실효성은 커졌으나, 강화된 기준 탓에 진입 문턱은 도리어 높아진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인하된 약가산정률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R&D 비중을 반드시 기준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CSO 수수료율의 선인하-후보전 방식의 기형적 계약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는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R&D 비율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유인으로 작용한다. CSO 수수료로 지출하는 비용을 낮추면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R&D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회계장부상 R&D 관련 비용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와 입을 맞추고 나중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학술 마케팅 용역비’나 ‘임상 데이터 수집비’ 명목으로 송금할 수 있다”며 “원래 판관비로 잡혀야 할 수수료가 R&D 비용으로 둔갑한다. 혁신형 제약사 요건을 인위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고도의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CSO 입장에서도 선인하-후보전 모델이 실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제약사가 혁신형 인증을 획득‧유지해 약가를 사수하면 CSO에게도 이득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약사와 CSO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러한 기형적 공생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R&D 활성화는 사라지고 편법영업 남은 현장…“무리한 약가인하 부작용”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형적 영업 행태의 배경에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 정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내세운 ‘R&D 선순환’이라는 명분이 도리어 현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약가 개편을 앞두고 제약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R&D 투자 강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제네릭 약가는 깎이는데, 약가를 방어하려면 거꾸로 투자를 늘려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100:100 프로모션이나 선인하-후보전 같은 편법 모델은 거부하기 힘든 생존 카드가 된다. 결국 ‘제네릭 약가를 깎아 신약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적이 현장에서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의 명분으로 ‘R&D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실제 약가가 인하되기도 전에 기형적인 영업 모델만 양산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업계에선 약가 압박이 거세질수록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가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을 혁신보다는 변칙적인 영업과 회계처리에 몰두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네릭 수익을 깎아 신약 개발로 유도하겠다는 단순한 도식 자체가 현장에선 정책적 실패로 증명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본격 악화하면, 장부상 수치를 맞추기 위한 변칙 영업은 더욱 지능화되고 보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2026-05-08 06:00:59김진구 기자 -
수수료 퍼주고 깎고…약가인하 공포에 CSO 영업 '격랑'[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 하반기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적용을 앞두고 제약 영업 현장과 CSO(의약품 영업대행사) 업계가 유례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제약사들은 판관비 절감을 위한 ‘수수료율 인하’와 점유율 방어를 위한 ‘수수료율 파격 인상’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약가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일부 중견‧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수료율이 최대 80%까지 상승하는 등 CSO 선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급 불균형과 수수료 체계의 혼란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익 보전 vs 점유율 사수…수수료율 인하·인상 ‘공존’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견제약사 A사는 최근 자사 항생제‧소화제 등 6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2%p 인하한다고 CSO 측에 통지했다. 대형제약사의 비상장 자회사인 B사도 일부 품목의 수수료율을 3~5%p 낮추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중견제약사의 비상장 관계사인 C사 역시 원자재 가격과 고정비 상승을 이유로 최근 일부 품목의 수수료율을 3%p씩 낮췄다. 이러한 움직임은 약가 인하로 인한 마진율 하락에 사전 대비하려는 제약사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수수료율 인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비상장 제약사 D사는 위염약과 발기부전약 등 8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5~15%p 인상했다. 기존 40~50%였던 수수료율이 45%~65%로 높아졌다. 프로모션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연매출 5000억원 이상 중견제약사 E사는 이달부터 자사 6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47%에서 52%로 5%p 인상했다. 연매출 1000억원대 비상장 중소제약사 F사도 이달 2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30%에서 55%로 25%p 상향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영업대행 수수료율은 제약사와 CSO 간 계약의 핵심이다. 통상 CSO의 영업대행 수수료는 30~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반 품목은 30~40%, 경쟁이 치열하거나 신규 론칭한 품목은 40~50%에서 결정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수수료율 인상으로 65% 이상 사례도 흔하게 확인된다. 전반적인 수수료율 상승으로 인해, 신제품에 대한 수수료율은 더욱 높아졌다. 연매출 2000억원 내외 중소제약사 G사는 5월 발매한 불면증 치료제의 수수료율을 최초 60%에서 80%로 20%p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 하반기로 예고된 약가인하가 가까워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약가제도 개편이 예고된 초기에는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압력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선 점유율 방어를 위한 수수료율 인상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제약사의 수수료율 변경이 최근 더욱 빈번해졌다. 바뀐 수수료율을 업데이트하기 벅찰 정도”라며 “약가제도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난 작년 말부터 수수료율 '인하' 공지가 이어지더니, 최근 한두 달 사이엔 '인상' 공지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편이 쏜 화살…생존 위한 수수료율 '선택과 집중' 이번 혼란의 기폭제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R&D 투자 유도를 명분으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인하한다. 동시에 제네릭 최고가 기준요건(자체 생동,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충족 여부에 따른 약가인하 폭이 15%에서 20%로 더욱 확대된다. 다품목 등재 관리 목적에 따라 계단식 인하 기준도 강화된다. 제약사들은 대대적인 변화 앞에서 두 가지 방향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인다. 하나는 주력 품목에 대한 과감한 수수료율 인상이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약가인하 이후의 생존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비급여 의약품 일부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약가인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다른 하나는 비주력 품목의 과감한 정리다. 수익성이 낮으면서 약가인하 타격이 직접적인 비주력 품목은 수수료를 깎아 고정비를 축소한다. 마진이 낮은 영업은 사실상 포기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력 품목에 대한 수수료율은 높이고, 비주력 품목은 낮추는 ‘수수료율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내 CSO 시장은 탄생부터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시장의 70~80%가 1인 또는 3~5인 규모의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이들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에 특화된 인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는다. 별도의 고정 급여 없이 처방 실적에 따른 수수료로 생존하는 구조다 보니, 이들에게 ‘충성도’란 제약사가 아닌 ‘가장 높은 수수료’를 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은 CSO 업계에 연쇄적인 수익 저하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기존에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했던 CSO 시장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라는 외부 충격을 만나며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약사-CSO 영업 주도권 역전…‘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이 과정에서 제약 영업의 주도권 이동도 감지된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영업권을 배분하며 CSO를 관리하는 위치였다면, 거꾸로 CSO가 제약사의 품목과 수수료율을 저울질하며 '거래처'를 선택하는 상황이 점차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영업력이 검증된, 이른바 'A급 CSO'들은 단일 제약사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거나, 향후 약가인하 리스크가 낮은 품목을 골라 계약을 맺는다. 실력 있는 CSO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CSO 입장에서 수익성 하락이 유력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제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은 이미 실력 있는 CSO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한 영세 제약사들은 영업력 축소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CSO 업계를 포함한 국내 제약영업 지형도의 강제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수의 품목을 확보한 대형 CSO들은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더욱 키우며 시장을 독점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영업력이 검증되지 않은 CSO들은 약가인하를 계기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혼란은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CSO 시장이 약가 인하라는 파도를 만나 전면 재편되는 과정"이라며 "올 하반기 이후 중장기적으로 살아남은 소수의 대형 CSO와 제약사의 갑을 관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2026-05-07 06:00:59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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