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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관의 생각] 플랫폼이 약사의 적? "약국도 플랫폼"배달원이나 라이더(rider)를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르는 등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는 일상 속에서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플랫폼이 무엇인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로 기차를 타고 역에서 내리는 곳이라고 나와있고, 두번째로는 컴퓨터 정보시스템 등을 만든 뒤 사람들에게 정보를 교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손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 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정도로 이해된다. 플랫폼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거래를 용이하게 하며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여 참여자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혜택과 기회, 가치를 제공하는 만능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제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0개 중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8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플랫폼의 상당한 영향과 성공을 의미한다. 공간과 환경에 따라 플랫폼은 '오프라인 플랫폼'과 '온라인 플랫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오프라인 플랫폼은 고객이 직접 방문해 체험하고 구매하며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소매점과 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은 가상영역에서 작동하여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시장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나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운송, 숙박 플랫폼 등이 온라인 플랫폼의 예가 되겠다. 또 플랫폼은 참여자의 참여방식에 따라 '다면 플랫폼'과 '단면 플랫폼'으로도 구분하는데, 다면 플랫폼은 플랫폼에서 여러 사용자 그룹을 모아 이들 간의 상호작용과 거래를 촉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취하며, 획득한 정보는 각 사용자가 소유하게 된다. 가령 부동산중개소, 에어비앤비, 11번가나 G마켓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단면 플랫폼은 단일 사용자 또는 참가자 그룹을 제공하고 연결하는데 중점을 두어 사용자에게 특정 제품, 서비스 또는 콘텐츠를 제공해 가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직거래 형태를 취하므로 고객 정보는 플랫폼이 소유하게 된다. 이마트, 쿠팡, 마켓컬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단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쿠팡이나 마켓컬리는 장터 기능만 제공하는 다면 플랫폼인 11번가, G마켓과 달리 물류창고를 두고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스트리밍 컨텐츠를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넷플릭스도 온라인 단면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로 막대한 양의 고객 정보를 가지고 구독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약국은 플랫폼일까? 그렇다. 구분하자면 '오프라인 단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인가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핵심요소로 판단해 볼 수 있다. - 사용자 기반: 플랫폼에는 중요하고 참여도가 높은 사용자 기반이 필요 - 가치 제안: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가치 제안을 제공해야 함 - 상호작용 및 거래: 플랫폼은 서로 다른 사용자(참가자) 간의 상호 작용 및 거래를 촉진해야 함 약국은 사용자(환자)가 약, 건강과 관련한 제품 및 상담을 받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사용자가 처방약을 받거나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 사용자는 질병치료나 건강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약을 제공하는 약국을 신뢰하고 전문성에 의존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약국 또한 오프라인 단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틈을 타 약배달 플랫폼이 재빠르게 시장에 들어와 덩치를 키웠다. 전형적인 '온라인 다면 플랫폼'인 약배달 앱은 그간 비대면 진료중개나 약배달을 통해 얻은 고객 정보들을 갖게 된 것이다. 카카오택시(플랫폼)는 처음에는 택시회사, 택시노동자들과 상생한다는 의미로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하여 택시업계의 뜨거운 호응과 가입을 통해 지금까지 이렇게 발전해 왔다. 소비자 또한 이젠 카카오T 앱 없이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택시업계 생태계를 순식간에 바꿔 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카카오택시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고, 택시업계에 많은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택시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카카오택시란 플랫폼에 종속되어 카카오T 앱 없이는 택시도 못 잡을 판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의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궁극적으로 약국이 단면 플랫폼으로서 '정보의 주권'을 필히 가지고 있어야 택시업계처럼 다면 플랫폼에 종속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약국도 이젠 ‘온라인 단면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 정보의 주권을 약국이 가지고, 그 고객 정보를 통해 건강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약사의 적이 아니다. 플랫폼과 약사의 관계는 다양한 요인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배달 플랫폼과 같은 다면 플랫폼은 약국 산업에 혼란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지만, 균형 잡힌 관점을 갖고 플랫폼이 우리 약국에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꼭 인식해야 한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약사, 약국도 변화에 적응하고 기술 발전을 수용하며 스스로가 온라인 단면 플랫폼의 역할을 해 양질의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강력하게 약사라는 존재감(전문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플랫폼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플랫폼을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플랫폼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약국업계 최전선에서 40년이 넘는 다양한 경험과 나름의 공부,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통해 약국 또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필자는 깨닫게 되었고, 이는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 일 뿐만 아니라, 미래 후배 약사들을 위한 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에서 몇 년 전 약국 IT 회사를 꾸려, 단골약국을 내 손안에 담는다는 의미의 '내손안의약국'을 만들게 되었다. 내손안의약국은 약국과 고객을 대면 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 연결하여 상호 작용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단면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약사의 역할 확대와 확장에 기여하고 또 나아가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 내손안의약국을 약국 고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앱이 되길 약사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다.2023-06-19 19:13:39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약배달, 두려움인가 vs 기득권 반대인가앞서 1편과 2편에서는 약사 역할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배달)의 필요성과 소비자 관점에서 비대면 투약의 요구를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비즈니스와 산업적인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의약계와 산업계 등 수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6월 1일 시작됐다. 우선 비대면 진료중개 앱에 의한 약국 자동배정이 금지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점이 많아 연일 의약계와 환자는 혼선을 빚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 수령에서 대면수령 원칙 고수 또한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3개월 간의 시범사업이 종국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전제로 한 과도기로, 시범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나 사용자들의 애로사항, 환자들의 불편사항 등을 취합 분석해 개선 보완하고자 하는 기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을 단편적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범사업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의한 비대면 투약'에 대해 추가되는 약사업무를 반영해 행위료 수가를 30% 가산해 주고 있다. 그 추가되는 약사업무는 비대면 복약지도 뿐만 아니라 '배달을 위한 포장, 발송'에 따른 행위라고 볼 때, 향후 대면 진료 시에도 동일하게 추가되는 약사 업무로써 행위료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꼭 대면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방문약료 등의 행위료 수가 신설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최종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약품 배달이라는 행위는 약사들의 역할 확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도 가능하며, 배송(전달)의 마지막 단계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대한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 즉 더 안전하고 빠르게 원하는 장소에서 전달받고 싶어한다는 상황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나아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큰 시장이 형성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병원은 연간 약 5억 건의 원외 처방전을 약국으로 발행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도 안전한 약배달(전달) 시스템이 제도화 되어 일반의약품까지 배달이 가능해진다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음식배달 등 퀵배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용건수가 연간 10억 건 정도라고 하니,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은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현재 우리 약사회가 '대면 투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거 같아 너무 안타깝다. 약배달은 미국을 비롯한 7개국(G7),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각자의 규제, 제한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낙후된 의료환경의 돌파구로 원격의료시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코로나 위급상황까지 더해져 디지털 헬스, 비대면 진료, 약배달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거물인 알리바바(알리건강)와 징둥닷컴(징둥건강), 핑안그룹(핑안굿닥터)의 의약분야 진출은 (초)고속 약배달 서비스까지 이르러, 기존 지역 로컬약국들은 자생력을 잃고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매약 정도만 하는 정도로 전락했다. 미국은 어떤가? 2018년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하고 온라인약국 사업에 뛰어들자, 거대 약국체인 CVS, Rite-aid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오프라인 약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거라고 다들 예측했지만, 결과는 아마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 접근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오프라인 약국 기반이 없는 아마존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선택했고 환자에게 72시간 내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조제약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지역약국으로 처방전을 받으면 2시간 내로 배송이 되고, 직접 약을 픽업해 배송료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편의성을 선택한 것이라 판단된다. 일본은 편의점으로 약이 나가면서 드럭스토어 매출이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동안 드럭스토어 매출이 6~7% 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제의약품 배달이 허용되면서 다른 필요 물품이나 일반약도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우리 약국가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고 본다. 약배달 불가(不可)에만 함몰돼 반대만 하다가는 우리도 중국처럼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는 동안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은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분명 준비하고 끌고 갈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대면 진료에 따른 비대면 투약은 어떻게 대처 하냐에 따라 중국처럼 동네약국이 위축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역약국이 훨씬 더 살아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OECD 39개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약배달을 하지 않는 국가다. 언제까지 국민건강을 내세워 안된다고만 할 것인가?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지금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 아닌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이젠 그렇게 될 수 없다. 내가 지역약사들이나 약업계 원로와 접할 기회가 있어,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면 의외로 많은 약사님들이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니 약국도 바뀔 것이고, 결국은 비대면 약국서비스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니 작금의 상황이 어쩌면 현재 터를 잡은 선배 약사들의 조직적인 반대는 아닐까, 상황이 바뀜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의 방해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착각이길 바란다.2023-06-12 09:03:11데일리팜 -
[칼럼] 오프라인과 온라인, 약사와 인플루언서& 65279; 요리 학교의 명예 교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첫 남편 바지뉴, 약사인 둘째 남편 테오도루의 이상하면서도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는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의 소설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의 줄거리 입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는 사랑을 해 봐야 아는 거고, 삶이 무엇인지는 살아봐야 아는 거잖아요?" 소설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도나 플로르의 생각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습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랑을 했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쥐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제품의 확대, 상비의약품의 배달 서비스 허용, 화상투약기 / 자판기 형태의 의약품 구매,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시범운영, 약 배달 서비스 등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제약업계의 소식들입니다. 소비자의 편리함 추구를 앞세우며 이러한 제도들이 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매와 복용의 편리함만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이란 나에게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편리성 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의약품(일반의약품) 구매 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전문가인 약사와의 상담을 통한 정보 습득이라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약품 구매 흐름과 유사한 구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정보의 2단계 흐름(Two-step Flow)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라자스펠드(Lazarsfeld)의 책 ‘Personal Influence’에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들은 자신의 신념에 의지하여 주요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원(source)으로부터 의견 주도자들(opinion leaders)을 거쳐 개인에게 전달되는 2단계 흐름을 거친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정보 전달을 핵심으로 보는 2단계 흐름 이론은 수용자를 의견지도력(opinion leadership)을 갖는 정보원(opinion leaders)과 추종자(followers)로 분류하였습니다. 여기서 의견지도력이란 권위 등과 같은 힘이 아닌 무의식적이고 격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력을 말합니다. 소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으로, 정보원(opinion leader)을 통한 상담 필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유형으로는 일반인, 유명인, 전문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는 대다수 일반인과 유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반인 정보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 외에는 별도의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들과 유사성 및 일체감을 느끼게 되어 친근감을 형성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인 정보원이 자신과 같은 연령층일 경우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반인이 정보원으로써 효과적인 분야는 일상용품 등으로 ‘지각된 위험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의약품은 이러한 제품군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반면 전문가 정보원은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개인 또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역량에 관하여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퍼로프(Perloff)는 전문가 정보원의 특징을 ‘권위, 공신력, 사회적 매력’이라고 분류 하였습니다. 안토니 R. 프랫카니스(Anthony R. Patkanis)와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은 불신의 시대에도 전문가처럼 보이면 소비자들은 믿게 된다고 말하며 ‘공신력 효과’에 대해 강조 하였습니다. 스티브 마틴(Steve J. Matrin)은 ‘호감, 위협적임, 불쌍함’ 등을 정보원의 역량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원의 특성은 크게 신뢰도(credibility), 호감도(attractiveness), 지배력(power)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브루스 A. 버거(Bruce A. Berger)는 ‘약국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을 통해 정보원인 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소통 공간,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 시간 배분, 시선교환이나 응시, 접촉, 신체의 움직임, 옷차림이나 상징물과 같은 물건의 선택과 이용,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의료인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의 만족도와 치료결과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밝힌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정보원의 전문 지식과 신뢰, 호감, 지배력, 거기에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열성적인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의 두번째 남편이자 약사인 테오도루의 약국 벽에는 그의 평소 성격과 신념을 잘 드러내는 표어가 적혀있습니다. “모든 것을 위한 자리,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 모든 것은 마땅한 자기의 자리가 있어야 하고, ‘제자리’에 그것들이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하는 테오도루의 생각이 담긴 것 같습니다. "나와 내 가족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 약사가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는 약국만이 약이 있어야 할 제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2023-06-07 10:00:48정석원 이사 -
[박정관의 생각]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약품은?1편에서 약사 역할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배달) 필요성을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소비자와 산업적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거리(혹은 순간)'를 뜻한다) 배송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대면 진료'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배송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배달과정'을 칭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차별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 투약이 중시돼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 투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약사 스스로가 주도하는 약배달(전달)에 약사회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체 전달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대면 투약 만을 고집하면, 고객의 기대와 제공된 서비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데 대면 투약을 지켜낼 방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비대면 진료 앱이나 약 배달 앱이 오늘날 약국시장에서 어떻게 갑작스레 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약사사회에서 대면 투약만을 주장하며 배달은 안된다고 외쳤고, 그 틈새를 비대면 진료·약 배달 앱이 차지해 성장해 왔다. 일본약제사회는 신형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택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환자들에게 공고히 안내하고 있다. 최근 나는 약사 및 다양한 약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와 약국의 미래' 강의를 할 때, 말미에 꼭 묻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어떤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공통적으로 약 70% 이상이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을 가겠다고 한다. 실제 미국과 일본에서 의약품 배달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동네약국 매출이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훨씬 성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사의 투약과정에서 설명을 하거나 상호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부정확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와의 만남도 드문 일이 아니다. 투약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투약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 약국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을 최적화하고 약사는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상해 보라! 약국은 또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병원을 능가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모든 투약과정'이 약사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신뢰성이 보장되고 포괄적인 약국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의 진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고 약사 역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아닐까? 약사가 주도하는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약국이 고객에게 직접 약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응에 저항하고 전통시스템만 집착한다면 펼쳐질 미래에서 반드시 뒤쳐짐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하고,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약국은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다. 일부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회 주도의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비치니 필자에게 '매약노'라는 딱지를 붙여줬다. 시대와 상황은 바뀌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고 현 체계를 고수하자며 선동하는 이야말로 미래 약사 사회의 매약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6-05 14:36:57데일리팜 -
[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 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2023-06-04 20:14:18신광식 보건학박사 -
[박정관의 생각] 공동현관에 방치된 약, 이대로 괜찮나비대면 진료를 통해 조제된 약이 약배달 앱 업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배달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까지 "약은 공공재"라고 외쳤던 약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K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규정에 따라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며 이후 KGSP(우수의약품유통관리기준) 규정에 따라 의약품 유통업체를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유통된다. 이 규정은 창고 및 운송 차량과 같은 전용 물적 자원이 의약품만을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엄격한 감독 하에 유지되도록 한다. 또한 해당 교육을 받은 직원이 배송 프로세스를 담당하여 의약품의 특수성이 유지되는 유통을 보장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이슈화 하고 있는, 조제약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사뭇 우려스럽다. 의약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을 리 없는 약배달 앱 업체가 배달전문업체에 위탁해 약이 배달되다 보니 KGSP 규정을 전혀 받지 않는 상황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약품은 종종 음식을 포함해 관련 없는 제품과 함께 전달돼 약의 특수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래 사진과 같이 약배달 앱 업체로부터 배달되는 조제약이 환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방치돼 고객 연락처와 같은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질환 등 민감정보까지 노출되는 등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약의 배달과 수령과정이 매우 중요한 약의 특성상, 약배달 과정에서 오염, 변질·변패, 파손 등으로 약의 효과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책임 여부에 대한 논란도 생기겠지만, 결국엔 환자의 건강 및 치료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태에 대해 약사사회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약의 전달이 전통적인 '대면 투약'을 넘어서 확장됨에 따라 관련한 위험성을 직시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긴급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면, 약사는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약료 전문가로서 새로운 형태의 약전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약사의 책임 하에 약이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되고, 나아가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관리하여 복약이행도를 높여 주는 것까지 약사의 역할이다. 현재 약사 사회는 대면 투약 고수에만 함몰돼 환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놓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 전문지식이 없는 D사, O사와 같은 약배달 앱 업체가 판을 치는 현실을 만들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일본약제사회처럼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의약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 주관으로 '약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했으면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KGPP(Good Pharmacy Practice)의 구현은 의약품의 보관, 취급 및 전달에 관한 표준 및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의약품만 보관·운반할 수 있는 물리적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선정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의약품을 안전하게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의약품 취급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이수한 직원에게만 의약품 전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를 시행함으로써 의약품이 최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안전한 의약품 전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비대면 약전달에 관한 우려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와 건강유지에 있어 약사의 필수적인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2023-05-29 12:35:14데일리팜 -
[칼럼] Issue finding & Solution, 약사와 동료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 65279;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이력을 가진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인 ‘약제사 부인’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부인은 열린 창가에 앉아서 거리를 내다보았다. 무덥고 지루함에 화가 났다. 울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부인으로부터 몇 걸음 뒤로 떨어진 곳에서는 남편 체르노모르지크가 얼굴을 벽으로 돌린 채 달콤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부인은 무더움과 지루함에 화가 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남편은 부인의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약제사 남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이번 칼럼의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가 보시죠. 잠시 소비자와 관련된 2가지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입니다.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인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usan T. Fisk)와 셸리 테일러(Shelly E. Talor)가 주장한 이론으로 인간이란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합니다.즉 최대한 간단한 방식과 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용어입니다.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는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 하는 일이라고 큐레이션을 정의하였습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인지의 시간을 줄이고 그 대안을 제안 받고자 하는 심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무지로 인한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컫는데 특히 의료서비스에서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와 관련된 특징들을 지역약국의 세일즈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신뢰를 기반으로 ‘약사’라는 전문가가 ‘짧은 시간’동안 ‘개별화’된 상담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만족은 증가하고 세일즈는 발생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소비자는 본인의 인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면서(시간의 효율성), 본인의 취향을 제안 받고자(개별화 된 상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의 설문 조사 결과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약사의 업무시간과 관련된 설문이었습니다. . 무려 70.6%의 소비자들은 약사로부터 자신의 증상에 관한 정보와 그에 맞는 선택을 추천 받길 기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생활습관이나 식이요법과 같은 정보의 안내였습니다.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약사와의 상담을 원하였고, 가능하면 주거지역 인근의 약국에서 상담이 진행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반면, 약사의 업무시간 배분에 관한 조사 결과, 조제(23.5%), 복약지도(17.1%), 처방감사(10.1%) 라는 세 가지 업무가 하루 일과의 50.7%를 차지하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반면, 의약품 및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시간은 2.1%, 질병예방 및 공중보건 증진 활동은 2.9%를 차지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설문 결과 보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약국이 제공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2022년 4월, 약국의 세일즈에 있어서 약사는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지, 콘텐츠 활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탐색하고자 약사 대상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였습니다. 약국의 형태별로 지역약국, 체인약국, 대형약국으로 분류하였고, 다양한 연령대별 약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 FGI의 질문지는 크게 조제, 상담, 정보 및 홍보 제공에 관한 것이었고 추가적으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문제점으로는 총 33가지가 언급되었는데 그 중 조제 11가지, 상담 13가지, 정보 및 홍보에서 9가지 문제점이 도출되었습니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시간, 공간, 약사역량, 상담이라는 4가지 항목이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약사의 시간 부족은 모든 문제점들의 최초 원인임을 확인하였습니다. FGI를 통해 도출된 약사의 세일즈 콘텐츠에 관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약사의 시간 부족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의 약화입니다. 이러한 시간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 조제 업무의 과중함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둘째, 약국의 미흡한 공간 활용입니다. 최근 온라인과의 판매 가격 충돌로 인한 약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되며 약국 공간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셋째, 약사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었습니다. 특히 소비자와의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FGI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동료 약사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약사의 상담 시간 배분을 늘리기 위해 자동화 기기의 도입과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한 조제 인력보강을 제시하였습니다. 환자 정보에 대한 종합적 전산 관리 시스템 또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약국의 상담 및 체험공간에 대한 대안으로 약국 내 별도의 상담공간을 확보할 것과 체험이 가능한 기기 설치를 통해 소비자의 상담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약사의 개별화 된 설득 메시지를 개발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결국 ‘약사의 상담 시간 부족, 공간활용 미흡,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필요’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개별화 된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지역약국의 미래를 걸정짓는 중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유튜브 브랜드 채널 콘텐츠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논문은 영상 재생 시간이 길수록 소비자의 시청 의도는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소비자의 시간 효율성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약제사 부인은 불그스름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잡담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미 부인은 즐거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녀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화가 나있던 약제사 부인은 약국에 찾아온 손님인 군인들을 만나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약제사 부인의 남편은 가장 먼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약국을 찾는 ‘바쁜 소비자’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2023-05-07 22:53:00정석원 이사 -
[기고] 비대면 진료, 두 가지 조건 선결돼야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성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약사사회는 약배달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최근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 진료도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플랫폼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자고 아우성 치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겠다 말하며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좀 더 신중하게 보건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숙고해야 한다. 과연 비대면 진료는 필요한가? 비대면 진료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위 물음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라 약사사회에는 약 전달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면진료=약배달'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듯, 둘을 한 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전혀 무관한 별개 사안이다. 또 약 배달이라는 용어는 ‘약국 외 약의 전달’로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대면진료≠약국 외 약의 전달이라고 정의된다. IT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플랫폼이 일상화, 대중화 돼가고 있고, 소비층은 주로 젊은 세대가 90%이상 점유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존에 정부와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는 도서산간 거주자, 거동 불편자, 독거노인 등등 취약지역과 취약계층, 취약시간 등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병원 갈 시간 없는 직장인, 아기가 아픈데 대면진료가 힘든 경우’ 등으로 필요에 따라 전제 조건을 변경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정부가 필요로 하는 취약지역, 취약계층 이용자가 아니라 IT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 전달’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비대면 진료를 하면 왜 약국외 약 전달을 꼭 함께 해야하는가? 약사회는 위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약사회 스스로가 거기에 매몰되어 대안을 찾지 못하고,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대면 진료는 비대면 진료로만 협의하고 논의가 돼야 한다. 약국 외 약 전달은 논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별도의 개별 사안이므로, 아예 비대면 진료에서는 약국외 약 전달 논의 자체가 빠져야 한다. 약사사회의 새로운 영역이므로 약사회와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논의해야 한다. 약사회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약사회는 이 두 가지를 동일하게 보고, 종속되는 사안인 것처럼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곰곰이 되돌아보며 정리를 해보자. 비대면 진료는 일반 진료의 세분화 중 하나이고 보험적용을 받는다. 책임소재도 명확하다.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약국과 약사의 중재역할 중에 포함돼 있지 않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 약의 전달은 보험 적용이 될까? 정부에 보험적용 시키라 하면 어떻게 될까? 약의 전달 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아니 정부가 책임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해 봐도, 비대면 진료와 약국 외 약의 전달은 전혀 상관관계를 지을 수 없는 개별 정책이다. 약국외 약 전달은 새로 만들어가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별개가 아니라 생각한다. 주요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신중했어야 할 ‘약국외 약의 전달’이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배달업체가 불법으로 저지른 약배달로 인해 음식배달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경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큰 불행이며, 약료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이다. 약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불법을 처벌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너무 가벼이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약국외 약의 전달이 약배달로 전락하고, 중요성, 위험성, 책임성이 묻혀지고 경시되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라는 미명하에 약사회 정책이 단순 약배달 이슈에 매몰되는 불상사까지 초래되고 말았다. 만약 대한약사회가 ‘약국 외 약의 전달’이 새로운 정책으로 시행될 거라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이와 관련해 새로운 영역창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 수가, 비용, 책임 등등 많은 부분에 있어 약사의 수고를 담아낼 정책과 논리 방안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조차 준비되지 않았다면, 비대면 진료 협의 시 약국 외 약의 전달은 논의 자체를 하면 안 된다. 절대적으로 이것은 약사회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제시해야 할 정책이다. 지금은 비대면 진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약사회에 아주 위협적인 시기이기도 하지만, 현안을 주장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비대면 진료 정책을 꼭 시행해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 협의 시 선제, 선결 조건이 있다. 비대면 진료가 시행될 때 약사회가 국민들을 위해 주장해야 할 정책은 무엇일까? 바로 ‘성분명 처방 조제’와 ‘의약품 재분류’ 정책이다. 약사회는 이 두 정책을 비대면 진료 시행에 앞서 선행되도록 강력히 주장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이 정책들이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약사회에는 독이 될 뿐이다. 공익법인인 대한약사회가 국민을 위해 위의 두 정책들을 한마디 언급조차 안 하는 부분은 매우 아쉽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 국민과 소비층에 편리함과 최대한 효과를 주어야 한다. 이는 의약품 구매와 구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많은 국민들에게 편리함이 제공돼야 한다면, 무엇보다 의약품의 구입이 쉽고 편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분명 처방조제와 의약품의 재분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분명 처방조제는 비대면 진료로 인해 발생될 의약품의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최대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강점을 가진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들은 대체조제와 대체 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생겼고, 대체조제의 필요성과 편리성을 인식하고 있다. 또 하나 많은 선진국들은 기존의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여 취약지역, 취약계층, 취약시간에도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의약품 재분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 두 조건은 무엇보다도 비어가는 의료보험 재정의 절감과 안정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소비자와 국민에게 편리,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제도 시행에 앞서 의약품의 구입, 구매에 있어 안전과 책임에 기반한 편리성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분명 처방조제와 의약품 재분류가 이루어지면, 약사와 약국은 소비자를 위해 복약지도를 비롯한 중재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혜택은 국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비대면 진료는 성분명 처방 조제의 시행과 의약품 재분류가 이뤄진 후에 추진돼야 하며, 선결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에서 약국 외 약의 전달은 논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공익법인 대한약사회는 국민들을 위해 이제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위 두 정책을 배제하고 정부가 비대면 진료 강행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우리의 주장을 어떻게 관철 시킬 것인가? 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의약품의 사용과 전달은 반드시 책임과 안전성 있게 전문가인 약사의 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2023-04-22 17:31:38장동석 약준모 의장 -
[특별기고] 혈우병 8인자 제제, 급여 확대돼야새로운 혈우병치료제의 도입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급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유지요법을 넘어 개인맞춤 시대에 진입한 혈우병 관리를 위해 현실적인 급여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새로운 치료제 중 하나인 피하주사제의 급여 도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전문가적 입장에서는 '다양한 치료제의 급여 승인만으로 모든 혈우병 환자의 치료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혈우병 치료는 혈중 응고인자 수준을 목표치 이상으로 유지,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일상적 예방요법(prophylaxis; 이하 예방요법)과 출혈 시 지혈을 위해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이 있다. 예방요법은 혈우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관절병증과 자연출혈을 예방할 수 있어 세계혈우연맹(World Hemophilia Foundation, WFH)에서 권고하는 표준치료법이다. 2012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요법의 목적을 응고인자 활성도 1%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출혈 및 관절 손상 예방을 통해 정상적인 근골격계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로 정의하고 출혈 위험도가 높은 신체활동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요법의 목적을 혈우병 환자가 비환자군과 비슷한 수준의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수행하며 건강하고 활발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치료로 정의하고 목표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혈우병 환자 개개인의 출혈 양상, 신체활동의 정도나 시간,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 수준, 약물동력(pharmacokinetics, PK)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PK 측정 결과와 환자의 생활 패턴 등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하주사는 허가사항 상 예방요법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약제로, 출혈이 발생하거나 침습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정맥주사제의 추가 투여가 반드시 치료에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과거 항체가 있었던 혈우병 A 환자들이 피하주사 투여 시 8인자 항체가 재생성 될 우려가 최근 외국에서 제기되었는데, 이런 환자군은 정맥주사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므로 출혈 또는 수술 전후 관리가 필요하면 피하주사제보다도 고가 약제인 우회인자 약제 투여가 필요하게 된다. 아울러 예방요법 치료 효과로 평가하더라도 피하주사제는 8인자 활성도 15-20% 정도 수준의 체내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정맥주사제와 같이 투여 직후 높은 혈중 8인자 활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23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수준의 신체활동을 동반한 혈우병 A 환자에서 정맥주사제로 개인별 PK 기반 맞춤형 예방요법 시 피하주사 예방요법 대비 출혈 위험도가 낮을 뿐 아니라 비용효과적으로 유리함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대다수의 국가에서 허가사항을 기반으로 한 개인별맞춤형 치료(PK-based)가 표준치료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도 보험급여의 한계로 인하여 혈우병 환자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혈우병에서 예방요법이 표준 치료법이지만 출혈 억제와 수술 전후 관리 또한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맥주사제의 용량 제한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기전이 전혀 다른 피하주사제의 급여 인정만으로 치료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환자 치료 수요를 만족하기 위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두 약제군 모두 동등하게 허가사항에 준하는 용법용량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있을 때 치료 환경과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 사각지대를 없애고 건강보험 확대를 지원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보여주기 식의 신약 급여 승인을 넘어서서, 모든 혈우병 약제군의 정상적인 예방요법 급여 인정으로 현재 급여 지원 수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혈우병 치료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날을 기대해본다.2023-04-20 06:00:00데일리팜 -
[칼럼] 서비스와 세일즈콘텐츠, 약사와 소비자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기자] & 65279;사라 페너의 소설 '넬라의 비밀약방'(원제: The Lost Apothecary」에서 약국장 넬라는 ‘남편을 죽이길 원하는’ 여자를 위한 약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완벽하게 갈고 닦은 나의 본능이 그녀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처방은 바로 마전자(근육경련을 일으키는 독성의 나무) 씨앗을 주입한 달걀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느 일요일 아침, 홍대앞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 앞에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근처 애그 드랍 앞에는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다양한 피부색의 여행객들이 좁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낡은 건물에 주차장도 없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이비인후과에는 대기 환자들이 아래층 복도까지 줄 서 있습니다. ‘임대 문의’가 붙은 공실 상가가 많은 요즘 제 눈길을 끌었던 인상깊은 매장들의 모습입니다. 나이키, 애그 드랍, 이비인후과 매장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명확히 파악하고 제공했습니다. 나이키는 한정판 제품을 원하는 나이키 팬들의 구매 니즈를, 에그 드랍은 홍대근처를 방문한 여행객들의 아침식사 후 필수 인증샷이라는 니즈를, 그리고 4층 이비인후과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환자들의 휴일 치료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줬습니다. 이러한 소비자 만족은 판매(Sales)와 수익(Profit)으로 이어집니다. 이 내용을 약국에 한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약국(약사)의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이들은 반건강인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건강인이란 일본의 ‘건강과 영양식품협회’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분류한 유형 중 하나로서, 건강상태는 보통이나 관리는 부족한 편이고, 만성적이진 않지만 때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즉, 현재의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관리하지 않으면 장래에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인 것입니다. 둘째, 이들은 의약품에 관해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al asymmetr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소위 ‘소비자 무지’로 인한 소비와 가격에서의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행위의 두 당사자 중 한쪽은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상대방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무지’가 두드러짐을 알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특징을 종합한다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명확한 목적성(니즈)은 있지만 해결방법을 모르는 소비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약국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맞추어 세일즈와 수익이 발생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세일즈콘텐츠’ 즉, 지역약국에서 ‘실질적인 세일즈’를 일으키는 ‘구체화된 콘텐츠들의 조합’이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 친절하고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어도 세일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약국의 약료 서비스는 ‘세일즈콘텐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일즈콘텐츠는 단순히 ‘좋은 서비스’를 넘어서는 ‘매출’을 일으키는 그 약국만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콘텐츠의 조합’입니다. 성공적인 지역약국의 세일즈콘텐츠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웨덴의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독특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세일즈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약국의 실내 디자인을 신체 내부기관으로 형상화하였고, 알록달록하고 비비드(vivid)한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션이 징그럽게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이는 약국에 들어온 소비자들의 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였고 또한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또한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약국내 공간을 상품 구매의 공간과 약사와의 상담 공간으로 나누어 보이게 하여 소비자의 편의를 제공하였습니다.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고객의 방문과 세일즈를 유도한 사례입니다. “나는 여자들만 도와주었다. 여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이자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말하고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넬라는 다짐했다.” 소비자의 비밀스러운 니즈를 알아채고 그에 맞는 해결책(치명적인 독)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 소비자의 상황에 맞는 상담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 소비자가 편안한 시간에 항상 문을 열어주는 넬라 약방! 지역약국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회복, 유지하기 위한 ‘약’을 원하지만, 넬라 약방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이 반드시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사용할 ‘독’을 원한다는 면에서 상반된 니즈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약국의 소비자도, 넬라 약방의 소비자도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주는 약국을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같습니다. 비록 판타지 소설 속의 약국이지만, 넬라 약방의 소비자들은 반.드.시. 구매를 하고 돌아갑니다. 넬라의 약방에는 ‘특별한 세일즈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약국에는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있습니까? 아니면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2023-04-04 14:31:48정석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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