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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신약 개수 세는 시대는 지났다현대인들에게 ‘신약’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제공하는 두 글자다.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 등장으로 완치의 꿈을 기대할 수 있다. 제약기업 종사자나 투자자들에게는 소위 ‘대박’의 기회를 주는 ‘만능키’로 칭송받는다. 최근 바이오신약 ‘인보사케이’가 연일 화제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라는 화려한 간판을 달고 세상에 등장한지 2년 만에 ‘성분 변경’, ‘허위 자료 제출과 은폐’ 등의 오명을 쓰고 사라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보사는 국내개발 신약 중 처음으로 강제로 퇴장당하는 불명예 기록마저 안게 됐다. 이른바 ‘인보사 스캔들’을 두고 바이오기업의 도덕성 또는 보건당국의 허술한 허가체계를 꼬집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가 그동안 신약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환상을 불어넣은건 아닌지 되짚어보고 싶다. 국내제약사는 1993년 ‘선플라’를 시작으로 26년 동안 28개 신약을 배출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실제로 ‘신약’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설렘을 줬다고 평가받는 제품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들에게 그만큼 파격적인 치료효과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약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 발명한 약’이다. 국내기업이 내놓은 신약은 말 그대로 ‘새로운 약’일뿐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희망을 주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국내제약사가 신약 허가를 받을 때마다 ‘국산신약 OO호’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마치 어떤 특권을 깆는 ‘로열패밀리’의 새로운 가입처럼 보였다. 신약 허가는 해당제약사의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허가를 내주는 보건당국도 신약 개수를 카운트하며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환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보건당국이 신약 허가 성과를 제약사와 공유하면서 같이 축포를 터뜨린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14년부터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마중물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유전자치료제도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상담을 받아 개발 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번 신약은 식약처 ‘팜나비 사업’ 지원 대상으로써, 임상시험 설계& 8231;수행부터 허가에 이르기까지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하였다.” 각각 식약처가 인보사와 올리타의 허가소식을 알리며 배포한 보도자료에 언급한 문장이다. 올리타는 인보사와는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시장성 등을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식약처는 항생제신약 시벡스트로 허가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허가한 신약은 기존 항생제 내성균(MRSA) 피부감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벡스트로는 약가 등을 이유로 허가받은지 4년이 지나도록 출시되지 못했다. 인보사는 국내기업이 개발한 세포치료제 중 유일하게 신약으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약사법에서 신약은 ‘화학구조나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으로 정의된다. 세포치료제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신약으로 지정받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줄기세포치료제다. 국내기업은 총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받았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이지만 신약 타이틀은 주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물질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사람의 몸 속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한 이후 다시 치료 부위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미 인체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했기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제가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인보사의 경우 ‘TGF-β1 유전자가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이 유전자를 세포에 인위적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본질 조성이 새로운 약물’이라는 이유로 신약 지위를 부여했다는 게 허가 당시 식약처 측 설명이다. 신약 간판을 달만큼 충분히 매력있는 약물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인보사는 신약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유전자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질병에 새로운 해결책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인보사는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인보사의 허가는 그동안 우리 보건당국이 신약을 허가해주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건당국은 허가 요건을 갖춘 신약을 승인해주되,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허가받은 대다수 국내개발 신약은 허가 요건은 충족했지만 파격적인 가치를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 팔리지 못했다. 인보사는 퇴출됐다. 딱히 누가 나쁘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보건당국도 국내기업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과 보건당국이 과연 신약의 본질적인 가치와 역할을 애써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제는 신약이라는 단어가 갖는 상징성보다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신약 개수를 세기보다는 신약 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높일 때도 됐다. 냉정해질 때다. 시행착오는 이만하면 많이 했다.2019-05-30 06:15:43천승현 -
[데스크 시선] 인보사와 발사르탄, 식약처는 공평했나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성분 변경 논란이 불거진지 2개월 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종착지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논란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3월말 인보사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판매중지를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인보사케이의 허가사항에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와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로 구성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달랐지만 임상단계부터 판매 중인 제품까지 모두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인보사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에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란 의혹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코오롱티슈진 측은 “위탁생산업체가 자체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에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 위탁 검사를 해 2액이 사람단일세포주(293 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어 생산한 사실이 있음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비난의 화살이 식약처 쪽으로도 향하는 분위기다.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허가를 내주면서 성분 변경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다. 인보사 허가를 논의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두 차례 열었는데 2달만에 정반대의 결과를 이끌어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4월4일, 6월14일 두 차례 중앙약심을 열어 인보사의 허가 여부를 논의했다. 첫 약심에서는 ‘인보사케이가 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효능·효과의 적절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달 뒤 열린 약심에서는 “인보사의 허가가 타당하다”고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와 관련해 모두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졌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허가받은 제품의 성분이 바뀌었는데도 식약처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규정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해 발생한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과 비교하면 인보사에 대한 대처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부터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함유 원료를 사용한 발사르탄제제 175개를 판매중지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의 규격기준에 없는 물질이다.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지된 셈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제조번호별로 문제 제품만 자진 회수가 진행됐지만 국내에서는 제품 전체에 대해 판매중지와 회수 폐기가 이뤄지면서 제약사들의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제약사들은 항변했다.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식약처는 제약사들의 자발적인 회수를 독려했지만 현장에서는 식약처가 제약사들에 강제 회수 명령을 내리지 않고 회수를 독촉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식약처가 불순물 고혈압약 파동을 제약사에 떠 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 발사르탄 의약품의 유해성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약사들의 속앓이는 더욱 커졌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인보사의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의 자발적인 판매중지 이후 식약처의 후속조치는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식약처가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회수조치를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는다. 물론 식약처의 후속조치 과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아직 인보사의 허가취소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 정밀조사 이후 후속조치를 내리는 것이 절차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 역시 규정 위반이 없었는데도 사실상 시장 퇴출과 가까운 조치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정부가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해서는 관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에 성공하면 정부도 그 공을 공유하려는 의도가 종종 엿보인다. 2017년 7월 12일 식약처는 인보사의 허가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허가심사 시스템의 자찬을 늘어놨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식약처는 지난 2014년부터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중물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유전자치료제도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상담을 받아 개발 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됐다. 식약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보사 빠른 허가가 가능했다는 뉘앙스다. 식약처가 국내 개발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연 규제당국 입장에서 신약개발 지원보다 더 중요한 ‘국민 안전’ 영역에서 책임을 소홀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인보사 판매중지 사실을 알린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 향후 행정처분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식약처 한 관계자는 “성분 이름만 바뀌었을 뿐 큰 유해성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아마 성분 변경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마치 정밀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이번 인보사 사태가 향후 어떻게 결론날지는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공무원들의 인식은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커 보인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어떤 사건을 대할 때에도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2019-05-27 06:15:58천승현 -
[데스크 시선] 조제·판매, 그 이상의 서비스를 찾아서"중요한건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인공지능이 암환자를 진단하고, 로봇조제기가 조제실수 없이 약을 조제하는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산업혁명 4.0 시대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재승 KIST 바이오-뇌과학 교수는 20일 열린 경기약사학술대회 특강에서 "중요한 건 직업(jobs)이 아닌 작업(skills)"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설명에서 정 교수는 기자를 예로 들었다.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이 도입돼 상용화가 이미 됐지만 기자가 사라질 직업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SNS 보고 그냥 기사쓰는 기자, 외신 번역해서 기사쓰는 기자는 사라지지만 직접 취재를 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자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 교수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란 발표에 대해 믿을만 하지 않다며 미래 예측은 쉽지 않다고 했다. 즉 미래에는 변화를 잘 흡수하고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춘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약사도 약국도 마찬가지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약사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내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조제만 정확히 하는 것은 기계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 기계의 조제실수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어찌보면 약사가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약국의 미래에 대해 "지금 빨리 바뀌지 않으면 큰 일 나지는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약국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자. 약을 사고 파는 곳 그 이상의 서비스가 이뤄질 수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약국 밖으로 나가 환자들을 만나는 방문약료, 지역 보건의료팀과 협업해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보는 커뮤니티케어, 세이프약국의 약력관리, 약국의 자살예방사업 참여, 병원약사들의 전문약사 법제화 노력 등이 정 교수가 말한 그 이상의 서비스 아닐까? '작은 물줄기가 거대한 강이 되리라!' 이미 약사사회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시작됐다.2019-05-20 00:29:27강신국 -
[데스크시선] 이 시대 제약홍보에 대한 단상장군을 일컫는 칭호에는 용맹무쌍한 맹장(猛將), 전술과 지략에 능통한 지장(智將)과 덕장(德將) 그리고 하늘이 내린 백전백승의 복장(福將)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손자병법 군형편에서 말하는 최고의 지휘관은 '무지명(無智名) 무용공(無勇功)'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아무도 모르게 승리를 이끌어 이름을 널리 떨치지 않는 경지를 말함이다. 다시 말해 전쟁과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법인데, 무지명 무용공의 장군은 치열한 전투와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조용히 사태를 마무리한다. 웬만한 원력과 내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제약바이오산업계에는 대략 200여명의 인하우스 홍보인이 활동하고 있다. 모두들 나름의 경력과 노하우 그리고 철학과 이념으로 자신이 속한 기업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홍보팀은 기자 등 대외협력 활동에 많은 공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역할론 측면에서 보면 병법서에서 말하는 무지명 무용공과 닮은 면이 많다. 진실과 사실보도를 차단하거나 가리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탐사보도 기사가 발행되기 전에 취재기자와 충분한 사전교감과 이해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리스크관리에 정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지명 무용공을 현대적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CPR과 MPR로 대별되는데, 전자는 기업 위기관리와 오너리스크 관리로 후자는 제품 브랜딩과 간접적 마케팅 지원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언론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폭로기사는 사전에 차단하는 게 원칙이다. 사안의 파급력에 따라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제품 매출과 기업 이미지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성 보도자료가 100개 매체에 반영되는 것보다 1번의 리스크 관리 성공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보업무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감정노동 분야 중 하나다. 그만큼 중압감과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그렇지만 업무 특성상 영업·마케팅·연구개발과 달리 매출과 연결된 성과지표(KPI)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홍보 업무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비전문가가 봤을 때 '돈만 쓰는 팀' '놀고 먹는 팀'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형의 업무인 커뮤니케이션을 즉각적인 실물경제로 환산할 수 있는 영업을 포함한 기타 부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지만 오너를 비롯한 협력부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이 따른다. 제약바이오기업에 몸담고 있는 많은 홍보인들의 사기와 능률을 저하시키는 경우 중 하나는 바로 인정받지 못할 때다. "홍보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데?" "기자들 만나서 돈만 쓰지 왜 안티기사가 나오는데?" "이슈도 없는데 왜 자꾸 기자들 만나고 다니는데?" 등등의 말을 들을 때면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500억대 제약기업의 한 오너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경우도 있다. "홍보팀 있어도 기사로 얻어맞고, 없어도 얻어맞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홍보팀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언뜻 보면 일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홍보의 특수성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해석이다. 홍보실의 업무는 크게 대외홍보와 사내홍보로 나눌 수 있다. 대외는 기자관리와 보도자료 작성·배포, 사회공헌활동, CF 제작 등을 들 수 있다. 사내홍보는 최고경영자와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사보제작과 웹진 관리 등이 있다. 이는 기업과 제품의 브랜딩 이미지와 직결돼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미지 메이킹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 구매 욕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브랜딩 전략의 실패는 곧 불매운동으로 확산돼 도산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홍보팀이 없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역할론 못지않게 자질론 즉 홍보인이 갖춰야할 덕목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점은 소통능력을 들 수 있다. 사안과 제품, 기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고도의 숙련된 언변도 요구된다. 사태에 직면해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창출하는 심리게임에도 능통해야 올곧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정갈한 복장과 글쓰기 능력은 기본 중에 기본으로 평가된다. 큰 입을 가지기 보다는 큰 귀를 가져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의 확산 경계와 비밀유지의 원칙을 초계와 같이 지켜야 함을 뜻한다.2019-05-10 12:19:10노병철 -
[데스크시선] 이번에는 달라질(?) 수가협상바야흐로 봄이다. 올해도 계절처럼 어김없이 수가협상이 돌아왔다. 새 정부 출범 후 건강보험의 혁신적인 보장성강화 정책과 함께 행위료에 대한 적정보상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경향과 흐름에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약단체들은 또 다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수가협상과 합의, 계약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김 없이 희망과 기대, 좌절과 원망, 반박과 재반박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 이번 협상에서도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한 공단과 적정 보상을 외치는 의약단체들 사이에서 똑같은 장면이 필연적으로 연출되리라 전망된다. 아젠다는 잠시 접고 수가협상의 뒷얘기를 해보려 한다. 수가협상을 10년에 걸쳐 지켜본 기자의 경우, 최근 몇년 새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공급자 뿐만 아니라 가입자조차 '깜깜이 협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인 한 시민사회단체가 회의 내용을 비판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차기 위원회 명단에서 배제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절이다. 건보공단은 협상단 일정조차 마치 일급비밀인양 숨기기에 급급했고, 의약단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호도하면서 의약사 회원들의 환심을 구하기 바빴다. 수가자율계약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된 원칙이나 매뉴얼도 없이 어설픈 관성에 따라 '수' 싸움에만 힘을 쏟았다. 보험자는 최후 보루인 추가재정소요분(벤딩, bending) 정보를 사수하며 상대의 패를 살폈고, 처방권을 쥔 공급자, 그 사이에 전략을 짜는 공급자들 간 눈칫밥만 늘었다. 단체 협상에서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소위 말하는 '제로섬 게임'이 심화한 데 따른 폐해다. 협상이 끝나고 나면 어떤가. 보험자는 노련한 협상 경험자의 노하우 전수, 교육 기회나 여유를 주지 않고 원칙만 내세워 인사이동 하기 바빴고, 공급자들은 성과를 한껏 부풀려 암은 감추고 명만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보험자와 공급자의 어처구니 없는 협상 후일담, 또는 무용담을 듣고 절로 혀를 찼던 기억이 선명하다. 현재 건보공단이 제도발전협의체를 꾸리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공급자 측에서도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협상 지연 전략을 청산한 것만 보더라도 수가협상은 한층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공단은 날을 세워 이어가는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달 중 열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벤딩 조기 공개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급자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렴한 결과다. 사실상 공단의 유일한 패라고 볼 수 있는 벤딩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철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협상에서 논의되는 소위 의미 없는 '밀고 당기기'보다 그 밖의 다른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가 결정 이상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2년에 걸친 유형별 수가협상을 통해 우리는 보험자와 공급자 간 소모적인 수싸움과 의미 없는 논박을 무수히 지켜봤다. 그 사이 나라는 보건복지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고 근거 중심의 제도를 확립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협상 결과를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그 과정만큼은 시대의 수준에 맞게 성숙하고 합리적인,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질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진짜 협상'을 기대해 본다. NEWSAD2019-05-07 19:22:50김정주 -
[데스크시선] 김승호 회장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창립 62돌을 맞은 보령제약이 지난달 충남 예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예산 신공장은 2017년 3월 착공해 2년 여만에 완공됐다. 14만5097㎡ 부지에 2100억원을 투자해 건립됐으며, 향후 보령제약 생산개발 클러스터 전진기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예산 스마트공장의 탄생은 글로벌 NO.1 기업을 염원하는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꿈과 희망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올해 미수(米壽, 88세)를 바라보는 김 회장의 열정과 노력은 제약바이오업계 선후배들에게 많은 귀감과 영감을 주고 있다. 외형 5000억원 보령제약의 전신은 종로5가 보령약국에서 시작됐다. 3남 1녀 중 차남인 김 회장이 제약업에 눈을 뜬 계기는 친형이 운영하는 대창약방에서 소일 거들었던 인연에서 시작됐다. 1957년 군생활을 마친 김 회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꿈을 펼칠 공간을 찾아다녔고, 돈암동 신혼집을 처분해 300환을 마련해 당시 3평 규모의 보령약국을 창업했다. 보령은 김 회장의 고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령(保寧):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령약국과 보령약품으로 이어진 성공가도는 또다른 혁신을 예고했다.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창립이념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효과 좋은 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스스로 약을 만들자'는 제약의 꿈으로 발전했다. 자본금 50만원으로 창립된 보령약품주식회사는 1963년 11월 동영제약을 인수함으로써 제약기업으로의 기틀을 닦았다. 지금의 보령제약을 있게 한 일등공신 품목은 용각산이다. 김 회장은 한약재를 신뢰하는 국내 분위기와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약제제를 이용한 선진 제약기술 도입 방안을 모색했고, 그때 눈에 들어 온 약이 바로 용각산이다. 이 제품은 일본 류카쿠산사가 개발한 150년 전통을 가진 약으로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와 널리 알려졌다. 용각산을 라이선스 인 하기 위해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카쿠산사가 변변한 생산 공장 하나 없는 보령제약에 기술을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끈질긴 의지로 1년여 동안 설득한 끝에 마침내 1966년 12월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1967년 성수동 공장을 완공하면서 용각산 제조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 출시한 용각산은 총 5만갑. 1967년 6월 26일, 보령제약그룹 60년 역사의 발판이 된 용각산은 난산 끝에 국민 일반의약품으로 자리메김하게 됐다. 용각산이 보령의 초석을 다졌다면 겔포스는 골격을 완성시킨 제품으로 평가된다. 1975년 출시된 겔포스는 액체 위장약이라는 생소한 제품으로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국민 위장약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겔포스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암포젤이라는 병에 든 제산제가 있었는데 이 제품은 병뚜껑을 여닫다 보니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았고, 부피도 커서 휴대하기에 불편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서 겔포스는 포로 출시됐다. 일회용 정량을 포장해서 휴대가 간편했고, 제때 복용하기도 수월했다. 겔포스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는 대만으로 1980년 첫 수출 이후 대만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대만에 이어 진출한 곳은 10억 인구의 거대 시장 중국이다. 1992년 국내 완제의약품 중 최초로 포스겔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론칭됐다. 2004년 100억원의 현지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현재 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2의 창업을 이끌고 있는 국산 신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도 보령제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1992년 개발을 시작해 18년 간 연구 끝에 2010년 탄생한 카나브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신약 중 최고 누적 매출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2011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과의 첫 라이센스 아웃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중국, 2015년 동남아 13개국 등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독일 AET사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에는 아프리카 10개국을 포함해 글로벌 51개 국가에 카나브를 론칭했다. 지금까지 총수출 규모는 4200억원에 이른다. 카나브는 이 기세를 몰아 선진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창업 이후 보령제약은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 1977년 여름 집중호우로 안양천이 범람해 흙탕물이 보령제약 공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공장은 올스톱됐다. 겔포스 라인을 비롯해 고가의 최신 설비, 완제/원료의약품 모두가 흙탕물에 잠겼다. 천상 업을 포기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회사를 구한 것은 직원들이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든 직원들은 수해복구에 땀방울을 흘렸고, 기적을 만들어 냈다. 피해조사단은 복구기간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3개월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시켰다. 그때 김 회장은 결심했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여생을 헌신하겠노라고. 그리고 결코 혼자 빨리 가지 않고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멀리 가기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김 회장의 신념과 의지는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세계 최초 천연 인슐린 양산 기술 개발, 국내 최초 원료 개발 독소루비신, 국내 최초 먹는 장티푸스 백신 지로티브 출시, 국내 최초 2세대 유전자 재조합B형 간염 백신 헵티스-비 발매, 복막투석 의약품 페리플러스 국산화 성공 등이 그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설립정신이 있다. 그 철학/사상은 직원이 아닌 창업자의 이념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김승호 회장에게 물었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의 근간은 무엇이냐고. "자전거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그것이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의 비밀입니다." 미수의 나이에 접어든 관록의 사업가 김 회장. 하지만 62년 전 홍안의 청년 실업가 김승호의 도전과 꿈을 향한 자전거는 오늘도 달린다.2019-05-03 06:11:13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정부, '제네릭 대책' 발표만 하면 끝인가정부 제네릭 약가 개편방안이 발표된지 한달 지났다. 당초 개편안 발표 직후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 파악에 분주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약가인하 모면을 위한 생동성시험을 검토하면서 혼선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네릭 약가 개편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는 관련 규정 개정 이후 3년 뒤에 시행된다. 제약사들은 위탁 제네릭에 대해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을 중심으로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한 생동성시험을 준비 중인데, 수탁 기관과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한다. 제약사들은 생동성시험을 수행할 수탁기관과 의료기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만 고수한다. 복지부 측은 제도 개편안 발표 때부터 최근 데일리팜이 개최한 미래포럼에서도 “임상시험 기관 중 일부도 생동성시험 시행에 가담하면 생동시험 수행기관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동기관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제약사들의 눈높이와 온도 차가 느껴진다. 정부 시각대로 제약사의 생동성시험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시도 건수와 소화가능한 임상기관 파악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동성시험 승인현황을 보면 피험자의 채혈이 진행되는 의료기관은 특정 기관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생동성시험계획은 총 178건이다. 이중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116건을 담당했다. 베스티안 병원은 49건이다. 2개 의료기관에서 전체 생동성시험 90%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반대로 최근 생동성시험을 경험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약사들은 회사 수익과 직결된만큼 과거 생동성시험을 많이 수행한 기관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생동성시험에 뛰어들더라도 제약사가 신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몇 년간 생동성시험을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제약사들의 수요가 폭증했다고 생동성시험에 가담할지도 미지수다. 대형병원의 경우 이미 임상시험에 집중하고 있어 생동성시험을 새롭게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경우 최근 생동성시험 소화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시험실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제약사들의 생동시험일정 선점을 방지하고 실제 시험이 필요한 제약사 및 관련 CRO들이 시험 진행을 못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생동시험 예약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진행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약사들이 단지 “임상기관이 충분하다”라는 수치만 제시하는 정부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사실 정부 승인을 받고 잘 팔고 있는 제품을 약가를 이유로 생동성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판매 중인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했는데 동등 판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까 걱정하는 눈치다. 제약사들은 허가받은지 오래된 제네릭의 경우 제조환경 변화 등의 요인으로 동등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오리지널 의약품도 제조시기나 공장 환경에 따라 약물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결과가 나오게 되면 판매 중인 제품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고민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한 제품을 팔아왔다는 눈초리를 받게 된다. 해당 제품을 승인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정부 정책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와서 재고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들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비단 복지부에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류에 집계되는 수치와 현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서류만 보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을 흔히 탁상행정 또는 책상머리행정이라고 부른다.2019-04-29 06:15:51천승현 -
[데스크시선] 고삐 풀린 기술특례 상장제도바야흐로 바이오제약 전성시대다. 증권가에서는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의 깊은 근간을 이뤄왔던 전통 케미칼 의약품이 퇴물로 취급 받는 일도 왕왕 발생할 정도다. 반면 단발성 호재에 힘입은 몇몇 바이오제약주는 실적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직상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전과 임상은 모두 배제된 체, 묻지마 투자 경향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다. 관련주식의 롤러코스터 장세와 임기응변식 주가 대응 방식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일부 기관투자자와 큰손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을까. 근본 원인은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말함인데, 이 제도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면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보증기금/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 등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 평가를 신청해 모두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이 중 적어도 한 곳에서는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체 또는 IT기업 등이 대상이다.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 조건은 법인설립 3년 이상 유지/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이지만 기술특례 상장은 설립기간 제한없이, 자기자본 10억원만 있으면 된다. 당기순이익 20억원, 자기자본이익률 10%, 매출 100억원 및 시가총액 300억원, 매출 50억원 및 매출증가율 20%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의 수익성 기준도 적용받지 않는 특혜가 있다. 다시 말해 기술력 또는 개발 물질의 가치 평가만 인정받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상장이라는 별을 딸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은 51개 정도로 파악된다. '상장=돈벼락'이라는 등식과 함께 이른바 돈 냄새를 맡은 일부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제약 사냥도 횡횡하다. 투자한 기업이 상장할 경우, 투자자는 원금의 수십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제약 투자 규모는 840억원에서 지난해 7016억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바이오벤처 창업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도별 바이오벤처 창업 수를 살펴보면, 2000년-291개, 2005년-140개, 2010년-479개, 2017년-306개로 현재 약 1830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지난 10년 새 0.4%에서 1.7%로 소폭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실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히 제한적인 사례지만 이처럼 손쉬운 코스닥 상장은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헤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주식가치에 따른 부정적 반대급부 행위도 도마에 오른다. A사는 창업이래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해외 출장 시, 비지니스석 이용은 물론 최고급 외제 승용차와 팬트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B사 임원은 수백억대 거액의 차익 실현 후 회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몇몇 기업은 아예 임상을 조작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엔브렐/레미케이트/허셉틴 등 통상적 개념인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케미칼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라는 가짜 탈을 쓰고 있는 곳도 있다. 누군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를 묻는다면 자신있게 'We Can Do It!'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바이오텍의 메카로 불리는 판교바이오밸리에서 불철주야 R&D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의 숭고한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리고 많은 바이오제약사들의 국위선양에 머리숙여 감사를 전한다. 다만 건실한 기업의 탄생과 올곧은 투자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검증되지 않은 물질과 누구나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일반적 의약품을 미래 신성장 동력이라는 미명 아래 지금처럼 증권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바이오 버블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정한 신약 후보 물질은 시장이 먼저 알아본다. 이는 빅파마들의 바이오텍 인수합병 사례와 다양한 라이선스 계약 선례가 방증하고 있다. 제약강국의 첩경은 느슨한 기업 상장 특례가 아닌 현실성 있는 지원 제도와 정책에 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기금 조성이 급선무다.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등이 그 좋은 예지만 지금의 예산보다 2~3배 이상 증액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상장 후 연구개발 투자금 확보라는 지금의 잘못된 인식을 서서히 계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실적 없는 기 상장 바이오제약에 대한 옥석가리기 즉 과감한 퇴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물질 개발은 명목이고, 오직 돈방석만 바라고 상장을 준비하는 가짜 바이오제약에 대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이제 과감히 철폐할 때다.2019-04-19 06:25:16노병철 -
[데스크 시선] 아산병원 문전약국 조사와 공권력하루 외래환자 1만 2000명의 서울아산병원.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만 20여곳이나 될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약국 밀집지역이다. 상황이 이러니 아산병원 문전약국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승합차를 이용한 약국간 호객행위 경쟁은 일간지 단골 보도내용이 됐고 면대약국 수사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마약류 처방조제와 관련해 경찰과 보건소가 아산병원 문전약국 14곳을 기습 조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약국 14곳을 조사한 만큼 특정약국에 대한 인지조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위법여부를 떠나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됐다는 약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영장도 없이 무려 조사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다. 약국들의 위법여부를 따져봐야 겠지만 조사과정에서 있었던 강압수사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은 송파지역 국회의원에게 해당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구청이나 보건소에 항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수사인지 아니면 불법사례를 인지하고 확인을 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약사단체에서는 마약류 처방조제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푸로포폴 투약사건,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경찰도 약국의 마약류 사건에 더 큰심을 가지면서 과잉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예상도 이래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약국직원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라 실제 약국들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전체 약국으로 조사를 확대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실제 약사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는 언급도 곱씰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보건소 조사는 문제가 많았다. 갑자기 들어닥쳐 1시간 동안 약국장과 직원을 압박하고, 환자들을 어리둥절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보건소가 이렇게 무리하게 조사를 해야할 사안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사건개요 등을 공개하고 왜 긴급조사를 진행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논쟁도 없을 것이다.2019-04-14 21:17:43강신국 -
[데스크시선] 약가협상 면제에 대한 재사(再思)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대면 심의에서 약가협상 생략으로 급여목록 등재에 오를 예정이었던 약제 3개가 '조건부 급여' 판정이 나왔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협상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 중 막판 고시개정 확정 발표를 앞두고 등재 일정이 건정심에 의해 일시적으로 틀어진 첫 사례여서 관련 업계의 당혹감은 더했다. 이번 판정은 약가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이 트랙은 제약기업이 해당 약제 가격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낮춘 수준을 수용하면, 정부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업체는 빠른 시장진입을, 보험자는 추가 소요재정 절감을, 정부와 환자는 빠른 접근성을 꾀할 수 있는 '윈-윈' 기전이다. 우리나라는 재정 보호를 위해 가격 위주의 급여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약제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신약은 급여 등재를 위해 보험자와 가격 협상을 거쳐야만 한다. 이후 가격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주목하는 주요 등재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협상 면제의 핵심은 보험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즉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가 기준이 된다. 이 트랙이 보편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등재되는 부분에 관심도는 다른 트랙에 비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신약임에도 대체약제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등재되기 때문에 건정심에서도 서면 심의로 갈음해왔다. 가격을 낮추고 도전하니 단 한 번도 급여 문턱에서 가로막힌 적 없었고, 3자 모두 등재와 그 이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극과 극인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협력으로 빛을 발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건정심 대면 심의에서 요구한 것은 간명하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하려면 환자안전과 관련한 부속합의서와 예상사용량 협상 결과까지 모두 심의 전 완료해야 한다는 거다. 가격 위주의 정책으로 무게가 쏠려 있던 기존 협상 면제 패턴이 이제는 환자 안전 즉, 안정적인 공급 등에도 안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환자들은 접근성에 일부 제약을 받더라도 국가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약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정부와 건정심 모두 미숙했다는 점이다. 심의 테이블에 올랐던 3개 약제(아고틴·파슬로덱스·알룬브릭)에 닥친 급여 일정 불확실성(혹은 가능성)이 사전 예고되지 않아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와 보험자가 제도 사장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후발 약제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간 예측가능성으로 3자가 만족했던 협상 면제 트랙의 큰 장점이 일정 부분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건정심 결정으로 비롯된 3개 약제 급여 스케줄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협상 면제 트랙이 갖는 고유의 특장점인 등재 예측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담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면제'가 갖는 이점, 즉 3자 모두 만족할만 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는 업계의 말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고 말기엔 이 기전이 갖는 업계 유인책과 실효성이 크기 때문이다.2019-04-08 06:14:52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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