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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통계의 미학 역행한 라니티딘 사태질병퇴치 최후의 보루인 신약 개발은 통계에서 시작해 통계로 끝난다. 바꾸어 말하면 임상 프로토톨에 설계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면 신약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A제약사가 폐암 신약 개발에 있어 1000명의 임상참여자 중 중대한 부작용 발현치를 5% 안에서 설계 후 이를 달성했다면 임상 성공으로 평가한다. 대체약물을 배제하고, 해당 약물을 복용함에 따른 유의성이 부작용 위험도를 월등히 상회할 경우 치료제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개발사와 허가당국과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약속이자 시스템이다. 9월 중순경 GSK 항궤양제 잔탁에서 잠정적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NDMA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물론 제약바이오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 FDA의 간이실험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폭탄은 한국과 스위스를 비롯한 극히 제한적 일부 국가에서 터졌다. FDA는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제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지금까지도 신중한 입장으로 확실한 결과 도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위기적 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마인드와 행동요령이다. 이번 사태에서 FDA는 경거망동·부화뇌동 격인 즉각조치는 유보하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위해성 유무를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환자에게 라니티딘 복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용 중단을 원하는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복용의 이점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보다 중요하다는 판단과 앞서 살폈던 개발사의 임상 프로토콜 설계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FDA 의지의 반증이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어땠을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단법석 그 자체였다. FDA 발표 후 보름여 만에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133개사 269품목에 대해 사실상 시장퇴출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이들 치료제는 지난 26일 0시를 기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됐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국민보건 안전과 신뢰회복' 이라는 절대불가침 영역에서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헌법의 영역과 잣대를 들이댄다면 모든 것이 정당할까. 이번 식약처의 조치로 40여년 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로 환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잔탁을 비롯한 티딘계 약물은 졸지에 똥물을 뒤집어썼다. 수십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온 금자탑이 무너진 것은 말한 것도 없고, '티딘계 약물=먹으면 큰일 나는 약'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과 주홍글씨를 남겼다. 당장 판매가 중지됨에 따라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 손실도 고스란히 제약사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말았다. 티틴계 약물이 그동안 이룩한 외형적 가치는 단순히 '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제약사 각 부문에서 일하는 연구자들과 영업사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결과물이다. 이 같은 기업의 실적 손실은 인력감축과 연구개발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악재로 작용될 문제도 안고 있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자세를 확립하지 못한 식약처의 각 부처 대응방식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민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수장은 모름지기 바람처럼 빠른 결단력과 숲처럼 고요한 집중력, 불처럼 맹렬한 돌파력, 산처럼 무거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여야 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장의 장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도에 있는 왕명도 거스를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대표적 선례가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산포해전이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부처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에 있어 식약처는 국민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위임받은 사령관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한 모든 통제권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소신껏 밀어붙였어야 했다. 국회의원이 부른다고 쪼르륵 달려가서 이러쿵저러쿵 보고할 때가 아니다. 과감하게 서면보고로 마무리 지을 담대한 업무 추진력이 필요했다. 국회 보고할 시간에 NDMA 부작용 연구결과 수집과 전문가회의, 직능단체 커뮤니케이션 등의 체킹을 한번이라도 더해야 함이 옳다. 국회 역시 초동대응 미흡, 안전불감증, 재난의 반복이라는 해묵은 꺼리로 이번 사태를 바라봐선 안된다. 일부 국회의원의 전문지식이 배제된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왈가왈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까지 NDMA의 정확한 생성 원인과 인체 위해성은 밝혀진 바 없고, 기준치와 가이드라인의 과학적 미확립 그리고 '잠정' 발암유발 물질로 간주돼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부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지만 티틴계 약물 복용자의 이렇다할 중대한 사이드이팩트 발생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곧 FDA의 입장처럼 아직까지 라니티딘은 여전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아직까지 기사회생의 여지는 있다. 바로 조만간 발표될 FDA의 라니티딘제제에 대한 최종 결론이 긍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몇 미국계 임상기관에 따르면 현재 FDA는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확인 작업과 결과 도출에 있어 NDMA 성분 자체에 대한 위해성과 함께 약물에 포함된 극미량이 암 유발과 사망 등 중대한 부작용례 유무 그리고 40년 간 축적된 안전성 데이터 등을 비교형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지만 FDA의 라니티딘 판매지속이라는 역전결과 시, 이를 집행한 식약처와 이를 추궁한 국회도 '역할론적 관점에서의 잠정 제조·판매 중지'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2019-09-27 12:3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불순물 의약품' 정부 학습능력 기대한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한주 제약업계는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을 촉발시킨 불순물이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추가로 파장이 악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잔탁에 함유된 NDMA가 극미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도 잔탁과 잔탁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원료의약품 검사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수입 또는 국내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혹시라도 불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생산·판매 중인 라니티딘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 20일 식약처가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사용현황 전수조사에 나서자 제약업계에선 불안감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제조소 4곳을 지목하고 제약사들에 해당 원료의약품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생산·수입량이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의 사용내역을 파악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지만, 제약사들은 일부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제약사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라니티딘의 유해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악몽 때문이다. 발사르탄 파동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7월6일 유럽 22개국에서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을 회수한다고 발표되자 식약처는 이튿날 해당 원료가 등록된 219개 품목의 판매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7월9일까지 추가조사를 거쳐 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을 구제했다. 이후 추가로 NDMA 검출 원료를 사용한 60개 품목을 확인하면서 판매금지 제품은 총 175개로 늘었다. 판매금지 발사르탄 의약품은 모두 회수가 이뤄졌다. 제약사들은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제약업계가 라니티딘의 후속조치를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라니티딘에서도 NDMA는 규격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이다. 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진 뒤 한 달 가량 지난 후에야 NDMA의 기준치가 설정됐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NDMA 검출 발사르탄제제의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제약사들의 허탈감이 커졌다. 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을 때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도 관건이다. 불순물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공인 시험법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지난해 제시한 발사르탄의 시험법을 통해 라니티딘의 NDMA 검출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표준화된 시험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체 시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처지다. 아직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NDMA 시험법을 제약사들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NDMA 발사르탄제제를 유통한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도 임박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발생 이후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주면서 투입된 21억1109만원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의도다. 이 조치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행정이다. 물론 매뉴얼에 없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때 정부 입장에서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정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라니티딘제제의 유통을 중단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회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차원의 단호한 결론을 기대하기엔 어정쩡한 상황이긴 하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부는 발사르탄 파동의 대책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조치로 혼란을 부추겼다”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의 발사르탄 후속조치는 투명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해당 의약품의 자진 회수를 독려하면서도 사실상 강제 회수를 종용했다고 한다. 발사르탄 파동은 한번만 겪어야할 교훈이 돼야 한다. 정부의 학습능력을 굳건히 믿어본다.2019-09-23 06:10:15천승현 -
[데스크 시선] 조국 장관 블랙홀과 약사회 6대법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7일부터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막된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 4.15 총선모드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야당은 조국 법부무장관 해임건의안와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특검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원대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과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장관 국정조사와 법안 심의를 연계할 경우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약사회도 혼돈의 여의도를 바라보며 중점 처리법안 심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13 전국 주요 임원정책대회에서 여야대표가 약속했던 약사회 건의 6대법안 추진 약속의 기세를 몰고 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대 법안은 ▲불법·편법 약국개설 근절 ▲면허허신고제 도입 ▲전문약사 자격인정 법제화 ▲약학교육 평가·인증 도입 ▲약국& 8231;한약국 명칭 및 업무범위 명확화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차단 등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아닌 모법을 개정하기가 이래서 힘들다"면서 "법무부장관 이슈가 블랙홀처럼 버티고 있어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일단 약사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릴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일괄 처리되는 방식을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이 전체의 약 30%라는 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에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에 무더기 법안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 이때 약사회 중점 법안이 포함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특히 지부, 분회, 반회로 구성되는 약사회의 조직력도 총선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원 모두 약사회 요구법안을 무시하기 힘들다. 약사회가 약사회원 1인 1국회의원 후원 동참 등을 독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약사사회에서도 국회의원 잘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생을 외면하고 '내로남불'식의 정쟁 구도로 몰고가는 모습에 지칠 대로 지쳤다.2019-09-15 22:17:49강신국 -
[데스크시선] 부작용 보고로 본 약사의 역할[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최근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지난 2분기 의약품 안전성정보 보고동향을 발표했다. 이 기간동안 수집된 전체 6만건 규모의 의약품 부작용보고 중 전체 15%에 달하는 9673건이 (한)약사에 의해 이뤄졌다. 간호사가 전체 49.7%라고 하지만 간호 직능이 원내 환자 케어 담당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가 전체 보고자 21.5% 수준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이 같은 약사의 의약품보고량은 유의미하다. 보고 주체 중 거의 대부분이 병원이나 제조업체, 지역 의료기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의약품안전센터(병원) 원내가 3만3499건(51.6%), 제조(수입업체)에서 1만3416건(22.4%), 지역 병의원 5174건(8.6%), 약국 7067건(11.8%) 등 순이었다. 약국은 원내 중증환자를 제외하고 외래 환자 대부분이 복용하는 다품종 다량의 약제에 대한 조제와 복약지도, 투약 이후의 피드백을 점검할 수 있는 교두보다. 약국 부작용보고는 병원의 임상, 연구 개발 등과 현저히 다른 색깔로, 질환 경중에 상관없이 시판하는 의약품의 대다수 영역에서 관찰된다. 조제 전문기관으로, 의약품 소매점으로, 복약지도 전문기관으로 약국을 한정해 활용하기엔, 환자와 소비자의 니즈가 한 층 더 성장하고 그 폭은 넓고 깊어졌다. 정부가 환자 투약 사후관리 영역에서 의약품 부작용 수집과 보고, 더 나아가 관리기관으로서 약국의 영역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의약품 투약에 있어서 편의성과 긴급성을 위해 안전상비의약품이 만들어졌다면, 얕아진 허들만큼 관리영역에 있어 약사직능과 약국의 쓰임새도 더욱 고도화돼야 한다. 보건의료인도 일종의 국가 자원이라는 점에서 지역의약품안전센터도 약국을 지역거점화로 더 확장하고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약국의 강점인 전산 네트워크 등 제반도 충분한 현재, 약국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약국, 약사단체, 더 나아가 정부가 인식해야할 시점이 됐다.2019-09-09 06:12:31김정주 -
[데스크시선] 불확실성의 제약환경과 황금열쇠[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증권시장 격언 중 '시장에 항거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장이 무너지거나 폭등하는 상황에서 편협한 자기 판단과 예견/재단을 삼가라는 뜻이다. 한자성어로 표현하면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과도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금언은 헬스케어산업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지난 30년간 한국제약산업은 8배의 양적 성장을 이뤘다. 1988년 연간생산 기준 2.3조에서 2017년 17.3조원을 기록했다. 산업적 성장의 이면에서는 개별 제약사들의 팽창과 도태라는 희비가 양존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실증적 사례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제약산업의 180도 판도변화다. 그야말로 당시 전문의약품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명확한 시그널이 지속됐지만 D사와 Y사 등 일부 제약사들은 변화와 변신에 둔감했고, 매출과 기업 브랜드 등을 막론하고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읽었던 H사 M사 등은 일약 수직상승해 30위권 상위제약사에 이름을 올렸고, 여전히 건재함을 자랑한다.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품목 수는 평균 11% 증가하고 있고, 일반의약품은 -1.97%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문약:일반약 생산 비중은 83.4: 16.6이며, 유통 비중은 90:10로 나타났다. 1987년 이후 내국인의 특허 출원 수와 신약의 발매 그리고 R&D 투자비의 증가를 볼 때 물질특허제도 강화는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8년 물질특허제도 강화 이후 국내 제약업계의 특허 출원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경에는 8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내국인의 특허 출원건수는 연평균 27.7% 증가했다. 이는 1999년 국산 1호 신약인 SK케미칼 항암제 선플라주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고, 2018년 현재 30개의 국산신약과 100품목의 개량신약 개발의 주춧돌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도 제약기업의 성장 가능성 바로미터를 특허팀의 존재 유무와 역량에 둘만큼 중요한 업무와 비전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제약산업의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59%다. 이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보면 1988~1997년: 13.7%, 1998~2007년: 5.45%, 2008~2017년: 4.25%로 집계된다. 저성장 시점의 이벤트로는 1998년 IMF: -4.1%, 2000년 의약분업: -5.9%, 2012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일괄약가인하): -2.5% 등으로 대별된다. 여기서 생산량에 주목해보면, 1994년 GMP 의무화 제도 도입 전에 비해 후는 2.3배 증가하고, GMP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7.41배 증가한 점도 특이점이다. 지난 30년간 규제와 제도변화에 따른 한국제약산업의 성장과 퇴보 요인을 분석한 결과 선제적 대응 또는 진취적 적응에 앞장선 곳이 혁신 제약사로서의 면모를 다하고 있다는 점은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제약산업의 성장, 시장의 진입과 퇴출, R&D 및 혁신의 방향성, 규제에 대한 영향 등을 알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역사적 흐름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향후 30년 후의 경쟁적 이점의 필수조건은 새로운 컴파운드(NCEs), 연구개발 역량(R&D capability), FDA 승인 획득 능력(ability to obtain FDA approval) 등으로 대별된다. 역사적 거울로 반추할 때, 어쩌면 이는 새 시대 그리고 불확실성이 난무한 지금의 정책에 맞설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2019-09-02 06:13:02노병철 -
[데스크 시선] 누구를 위한 신약개발인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부쩍 커지는 분위기다. 주로 신약개발 경험이 없는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뉴스 하나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거나 추락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도 주가가 휘청거리는 경우도 많고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분명 며칠 전 악재로 주가가 폭락한 기업이 어느 날 아무 이유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도 종종 목격된다. 마치 거대한 도박판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바이오기업의 주가 급등락은 다른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정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출렁일 때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주주들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게재된 경우가 많다. 주로 ‘주주님께 알려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통해 주주들에 각종 이슈에 대해 해명하는 방식이다. 신약개발 경과 소개와 함께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 차질이 빚어졌거나, 예상치 못한 실패가 닥쳤을 때에도 기업들은 가장 먼저 주주들에게 사과의 뜻을 내비친다. 물론 기업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상세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일부 바이오기업은 사업 활동의 목표가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지 불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대다수 바이오기업이 매진하고 있는 신약개발은 환자에게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신약개발의 성공 여부보다는 주가 흐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때로는 애초부터 신약개발이 아닌 주식을 활용한 돈벌이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들 때가 있다.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약이라는 그럴 듯한 아이템으로 포장해 주식 시장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도 많다. 연구자가 아닌 투자자가 바이오기업의 요직을 맡으면서 오직 주가부양만을 위해 정교한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신마저 들기도 한다. 이미 많은 바이오기업 임직원들이 주가 급등 이후 회사를 그만두면서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많은 바이오기업은 주식시장 상장을 신약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인식한다. 상장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상장 이후에는 증자와 사채발행 형식으로 자금 조달이 더욱 수월해진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주주들로부터 유치하는 바이오기업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바이오기업 입장에선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주가에 긍정적인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다른 제조업의 부진을 만회해줄 수 있는 새로운 희망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쏟아지는 악재로 기대감이 점차 불신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신약개발은 과학의 영역이다.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임상자료를 통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임상시험 성공과 보건당국의 허가절차를 거쳐 시장에서 팔리는 매출로 상업적 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단 한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신약 성과를 도출한 적이 없다. 험난한 과정을 뚫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또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업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기업들마다 발표하는 긍정적인 비전이 실현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신약개발은 주가가 아닌 환자의 치료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기업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신성한 신약개발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욕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 중인 신약이 가치가 있다면 일확천금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바이오기업들은 주가 상승률보다는 과학적인 수치로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메시지는 '선동'일 뿐이다.2019-08-26 06:15:54천승현 -
[데스크 시선] 리도카인과 한의사, 그리고 한약사[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정부와 직능간 갈등에 개입하기 싫어하는 국회의 속성 등으로 인해 의사와 한의사, 약사와 한약사간 면허범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의사단체는 리도카인(전문약)을 공급한 제약사가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자, 앞으로 전문약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에 의사단체가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는 7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는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다며 한의사단체를 맹비난하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한약제제 분류 기준이 없다보니 한약사들이 일반약국에서 취급하는 모든 일반약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는 언뜻보면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약사법 조항을 하나하나 찾아나가 보면 결국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한약사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약국은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다는 약사법 조항에 걸려들게 된다. 바로 범죄와 형벌은 법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니 보건소도 단속을 하기가 힘들다. 경기지역 A보건소 관계자는 "한약사 개설 약국의 전문약 조제, 청구는 지도 단속이 가능한데 일반약 판매는 정말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빈도 일반약인 백초시럽 성분을 보면 한약제제 성분인데, 분류는 일반약으로 돼 있다"며 "이런 약이 너무나 많다. 한약사 개설약국에 민원이 들어왔으니 주의해달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혼란이 계속되다보니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도 약국과 한약국 분리법안 심의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법안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직능간 갈등이 큰 법안이라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순례 의원 발의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복지부는 "현행 약사법상 약사, 한약사 모두 약국개설자가 될 수 있지만 약국 또는 한약국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이미 약사와 한약사는 자격을 표시하는 명찰 패용, 약국 내 면허증 게시 의무가 규정돼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서울 성북구보건소도 역시 수용곤란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소는 "약사법은 개설주체에 따른 약국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 않은 점, 약사가 한약사를,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할 경우 해당 약국에서 양약, 한약제제, 한약을 조제 판매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으로 인해 법 집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한약제제 분류든, 통한약사든, 의료일원화든 어렵지만 이같은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방치하다보면 한약사는 더 늘어나고, 한의사들의 전문약 취급이 범람할 가능성이 있다. 더 늦기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같은 혼란은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2019-08-18 22:44:49강신국 -
[데스크시선] 분업시대 '현장형 약국' 연구 기대약국과 병원약국의 약제 업무 선진화에 대한 정부 주도 연구사업이 곧 시작된다. 그간 의약분업 이후 약국 환경과 업무는 여러모로 변화를 거듭했지만, 정부가 주도해 현장을 점검해 소비자가 바라는 약국 지침을 표준화하는 데까지는 다가가지 못했다. 인테리어나 동선 효율화, 전산관리 등 20년 가까지 변모한 것은 시대에 따라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약국 혹은 병원들의 개별적인 노력과 시도에 그쳤을 뿐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바라는 약국 환경과 투명화가 기관에 따라 별 게 아닐 수도, 고비용을 필요로 하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약국의 약제업무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는 비단 약국가 조제실 투명화 요구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무균주사제 조제·투여 안전성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돼 온 부분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연구는 전국 약국의 약제업무 환경을 고르게 조성할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준다. 약국 혹은 의료기관 개별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온 의약품 품질관리부터 보관, 취급, 조제실 투명화까지 기관별 편차를 줄이는 것은 '의약품은 공공재'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업이 20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약국의 유형이 비단 문전(클리닉 인근), 동네약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 유형별로 업무가 개별적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에서 최선의 약국 약제업무 사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자칫 탁상에서 설계된 무리한 지침이 현장 수용성과 피로도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한국형 의약분업에 최적화된 약제업무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지침으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19-08-12 06:14:59김정주 -
[데스크시선] AI신약개발 첫걸음과 위대한 도약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사고를 초월하거나 또는 자아를 인식하는 특이점의 시작은 2035년에서 3000년까지로 다양한 예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특이점의 현실화는 시간의 문제일뿐 필연적이라데 이견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세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애니악이 발명된 이후 지금의 슈퍼컴퓨터의 탄생까지 눈부신 발전을 생각하면 특이점의 시대는 멀지 않았으리란 판단이다. A.I 응용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군사, 교통(물류·수송), 금융 등 다양하지만 최근 10년 새 후보물질 발굴·임상 부작용 추적과 관련한 신약개발 분야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당위성은 ▲질병의 치료와 예측 가능성 ▲판독의 정확성 ▲데이터 분석과 조합시간의 획기적 절감 ▲비용효과성 등을 들 수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1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연간 200~300건에 불과한 반면 인공지능은 100만건 상당의 논문과 문헌을 검토할 수 있고, 400만명 정도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때문에 새로운 연구가설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고, 분석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소수의 연구원만으로도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고 개발할 수 있어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진단 성과는 42% 향상, 의료비는 59%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A.I임상의사지원체계는 임상 데이터, 문헌, 논문 등의 정보를 분석해 의사의 진료·처방행위는 물론 간호 전반의 활동에 대한 의료지침과 근거기반 의료행위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강대국들은 인공지능 패권주의를 주창, 국가적 로드맵 설정 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A.I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미국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미국은 100여개의 AI 스타트업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 이들은 신약설계부터 약물정보의 종합과 합성에 이르는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사례들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 스타트업에 약 2조3000억원의 펀드 투자가 이루어졌다.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에서 있어 3개의 물질이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리커션 파마튜티칼즈는 뇌해면성 혈관기형 치료물질 임상1상에 진입, 버그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베네볼런트AI는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2b상을 진행 중에 있다. 미국 기업들이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임상적 결과를 낼 수 있는 원인은 FDA의 전폭적인 지원에 있다. FDA는 희귀의약품 패스트 트랙제도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빅파마와 IT기업·IB를 비롯한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인공지능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협력체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인공지능이 고품질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특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는 이처럼 발 빠르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는 물론 민간·학계·산업계 차원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초,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 간 점이다. 여기에 더해 카이스트·고려대·성균관대 등 3개 대학이 올해 하반기부터 인공지능관련 대학원 과정을 신설하고 인재 양성에 들어갔다. 향후 3년 후면 150여명 가량의 석박사급 인공지능 전문가가 매년 고정 배출될 전망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일동제약, SK바이오팜 등 7개사도 전담팀을 꾸리고 스텝을 밟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구축 ▲개방형 네트워크 확보 ▲인재 육성이 필수조건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5년 정도 A.I 기술이 뒤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적극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과 특유의 벤치마킹 능력을 활용한다면 간격을 충분히 좁힐 수 있다. 현재 딥 러닝 기술은 표준이 정립되기 전이고, 데이터에 따라 성공여부가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 신약개발 분야에 역량을 결집하고 산학연이 머리를 맞댄다면 '한국형 인공지능 표준 플랫폼 기술'을 구축해 낼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2019-08-05 06:20:00노병철 -
[데스크시선] 점안제 약가소송 패소와 시대유감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6일 점안제 약가인하 1심 본안소송에서 피고 측인 복지부의 손을 들어 줬다. 이날 원고 측인 21개 점안제 생산·판매 제약사들은 긴급회의를 통해 사건의 고등법원 행을 예고했다. 이번 약가소송은 2018년 9월 1일 복지부가 고용량·저용량으로 구분된 기존 1회용 HA 점안제 약가를 용량에 상관없이 일괄 198원으로 보험약가를 묶겠다고 고시하면서 촉발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이후 9월 21일 1회용 점안제 약가인하 행정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바 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두 달 뒤 열린 항고심에서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내렸고, 지금의 본안소송에 이르렀다. 21개 제약사들은 1심 패소 판결에 굴하지 않고 조만간 중지를 모은 후 서울고등법원에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2심 고법 항고 등 투 트랙으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점안제 약가인하 소송에 참여 중인 제약사들이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끝까지 항고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단 원고 패소 판결이 난 상황이지만 약가는 내달 26일까지 현행대로 유지된다.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용량에 상관없이 일괄 198원으로 인하된다. 그동안 고용량 점안제(0.8~0.9ml)의 보험약가는 371~440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고, 저용량(0.3~0.4ml)은 223원 상당이었다. 대상 품목 수는 290여개로 파악되며, 약가인하 여파에 따른 업계 추정 손실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재판부에 전달한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고 점안제 약가인하를 단행해 절차상 하자가 없고 ▲제약업계 간담회와 충분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함은 물론 ▲일부 점안제 제약사의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과장됐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등의 약가인하 정당성에 판결의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승소를 결정짓는 가늠자인 약가인하에 따른 신청인의 구체적이고 형량적인 명확한 근거 자료에 대한 희석도 패소의 원인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업계는 ▲행정법상 신뢰보호 원칙 위배 ▲상한금액이 많게는 50% 이상 인하됨에 따른 중대한 매출 손실 ▲의약품 실구매가 변동으로 제약사-유통업체-수출입업자-병원-약국-건보공단-환자 등 의약품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혼란 야기 등을 항변 논리로 들어 왔다. 여기에 더해 업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 행정법원이 주요 판단 기준인 '행정기관이 시행한 행정작용에 대한 신뢰를 유지·보호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상 명문 규정을 제대로 인용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돼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의 약가인하 처분 발령의 조속성에 따른 일방적 피해 발생과 사회적 혼란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하지만 2심 고등법원에서는 일말의 희망이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의견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원고인 21개 제약사는 향후 고법과 대법에서 쟁점을 따질 계획이지만 피고인 복지부는 고법에서 패소할 경우 대법원행에 상당한 부담과 압박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의 사례로 볼 때, 정부 소송의 경우 대법원 판례를 의식해 고법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대법원에서 복지부가 패소할 경우 향후 추진될 정책과 제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소지가 큰 이유에서다. 현재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21개 제약사는 DHP제약, 태준제약, 한림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삼천당제약, 씨엠지, 신신제약, 국제약품, 대우제약, 바이넥스, 이니스트바이오, 셀트리온제약, 일동제약 등이다. 소송 불참 제약사는 유니메드제약, 동성제약, 대한약품, 비씨월드제약 등 6개 업체 내외로 파악된다. 불참 이유는 '독자적 마케팅 전략 구축'과 '허가권 취득 후 위탁판매에 따른 소송 시 실익 없음' 등으로 압축된다. 이번 소송은 '무조건 깎고 보자'는 식의 정부의 일방적 약가인하 정책에 제동과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개별 제약사들 역시 승소와 패소를 떠나 올곧은 약가제도 방향성 정립이라는 대전제 달성을 위해 힘을 한곳으로 모을 때다.2019-08-02 12:17:34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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