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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첩약급여 시범사업, 약국은 '절름발이'[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가 갖가지 논란을 뒤로하고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시범사업 개시를 목표로 이미 이달 초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공모했다. 참여 자격이 있는 대상 기관는 크게 한의원과 약국이 속한다. 여기서 한의원은 진찰과 처방을 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조제·탕전만 하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 외에 복지부장관이 공고한 일반한약조제 인증 원외탕전실을 설치한 의료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약국과 한약국을 포함시킨 것은 넌센스다.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 입장에선 빼도, 포함해도 이번 시범사업은 그다지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부문이 약국과 한약국일 것이란 의미다. 한방 의약분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첩약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한의원 밖인 약국과 한약국에서 조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다 한의계 자체가 일반 의료와 비교해 급여화 맥락에서 경영악화 개선에 대한 갈증이 매우 크다는 점도 전제해야 한다. 쉽게 말해 조제까지 한의원이 모두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단 거다. 정부가 약국과 한약국에 대한 제대로 된 근본적인 방책을 설계하지 않고 포함시킨 건 결국 대외적인 비난을 피할 '구색맞추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구색맞추기용'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보여진다. 환자 우선주의를 고려해 환자의 조제 기관 선택권을 상세히 안내하는 절차적 장치를 의무화 하거나 강화시킨 것도 아니고, 조제와 탕전 기관에 따라 수가를 달리해 여러 대상기관에서 고르게 효과를 볼 수 있게 유도하는 등의 대안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약국과 한약국은 제대로 된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어도 약국과 한약국 유형은 그렇다. 정부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강행하기 위한 당위성으로 "그렇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일면 납득할 만한 지도 모를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시범사업은 연구와 다르다. 최소한 예측 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구멍 숭숭 뚫린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자칫 탁상 위에서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해 비판과 저항만 더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2020-11-16 20:47:27김정주 -
[데스크 시선] 이해할 수 없는 생동규제 미련[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으로 불발된 공동생동 규제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는 듯 하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위탁생동을 1+3으로 제한하는 방안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하나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료를 활용해 3건의 위탁 제네릭 허가만 인정해주는 규제가 국회에 발의됐는데, 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실상 규개위의 반대로 불발된 공동생동 제한을 국회의 힘을 빌려 재추진하는 모양새다. 공동생동 규제는 제네릭 난립 억제를 위한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수탁사가 모집할 수 있는 위탁사 개수를 줄이면 부분별한 제네릭 시장 진입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개위에서 두 번이나 공동생동 규제를 반대했는데도 식약처가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규제 강화를 고수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4월 규개위는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규제 도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약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 역시 의약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효과가 낮고 연구개발 증진 효과도 미미하다”라고 결론내렸다. 공동생동 제한은 제네릭 품질과는 무관한 문제며 2010년 규개위에서 폐지 의결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상황변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생동 제한이 불합리한 규제라는 권고가 내려졌는데도 식약처는 뚜렸한 명분 없이 여전히 생동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생동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규개위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시행 5년 만인 2011년 11월 공동생동 규제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 2010년 10월 규개위 회의에서는 “비과학적이고 논리적 이유가 없는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라며 생동제한을 이상한 제도라고 못박았다. “과당경쟁문제 등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로 시장개입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과연 공동생동 제한으로 제네릭 난립이 억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네릭 시장 진입 동기도 다소 꺾인 상태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로 생동성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은 제네릭 제품은 종전보다 상한가 기준이 크게 떨어진다.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가 꺼내든 약가제도 개편 카드다. 이미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사상 유례없는 제네릭 난립 현상이 펼쳐진 상태다. 정부가 제네릭 규제 강화를 추진하자 지난해부터 시장에 5000개 이상의 제네릭이 진입했다. 정부가 오히려 제네릭 난립 심화를 부추겼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문제있다고 지적된 공동생동 규제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식약처는 규제위 회의에서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생동성 시험을 통해 의약품 품질과 안전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위탁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까.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있는데도 허가를 내줬다는 얘기일까. 정부의 정책 설정 과정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해 당사자들을 납득시키려는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발생할 부작용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정교한 정책을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은 당위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2020-10-19 06:10:13천승현 -
[데스크시선] 약사일원화 추진 백년대계 세워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대한약사회가 약사일원화 일환으로 한약학과 폐과 카드를 꺼내들었다. 말 그대로 한약학과 폐지라는 극단적인 선택·방법으로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와 장기적 차원에서의 '한약제제 보험 흡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약사단체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활용하며 한약사 문제 해법을 고민해 왔다. 또 복지부와 국회에 약사법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치는 못했다. 오늘날 한약사 일반약 판매로 대별되는 문제의 중심과 발단은 과거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약사의 탄생과 한약학과의 설립배경은 1994년 한약분쟁의 극적 타결 합일점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는 한방분업을 합목적성으로 1996년 경희대·원광대·우석대 약대 내 한약학과를 신설, 4년 후인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약사가 배출됐다. 이때 정부가 제시한 한약사제도의 최종목표는 한방분업이었지만 정권이 3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의사와 약사 간 분쟁을 임시방편으로 달래기에 급했던 근시안적 정책적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줄잡아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한의사·약사·한약사 그리고 의사를 포함한 의료·약사일원화 문제는 단순히 한약학과 폐과라는 갑작스런 정책제안으로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원인과 순환과정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환부를 정확히 추적·관찰해 정책·제도적 대수술을 진행해야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약사일원화는 의료일원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설정돼야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다시 말해 처방의 주체가 확립돼야 조제의 주체도 바로 설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약사와 한약사의 한의사 처방전 조제권에 대한 광의적 법리 타당성이다. 1997년 이전 한조시 약사는 가감이 불가한 100처방 내에서 자유롭게 한약을 조제할 수 있지만 공동탕전실 근무 한조시 약사의 경우 한의사 처방전에 따른 조제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약사는 한의사 처방전 접수와 100처방 내에서 조제·판매가 가능하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원외탕전 관리 주체를 약사가 아닌 한약사로 명시한 부분도 한약학과 폐과에 앞서 검토돼야 할 중요 사안이다. 즉 약사일원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도 말처럼 쉽게 한약제제 보험을 약사 쪽 끌고 오기란 그리 녹녹치 않을 수 있다.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는 사안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우선 헬스케어산업 전반에 포진해 있는 약대·한약학과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들의 약사일원화 찬반 입장을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정밀 타진해 보건당국에 그 의견을 제시하고 미래 백년지대계를 향한 방향성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 약사회와 한약사회 일부 집행부의 단편적 정책 돌파구가 아닌 대학과 약사·한약사회원, 복지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입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고름으로 자리잡은 기형적인 한약사제도를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한약학과 폐과는 국가 한방 교육시스템의 근간을 움직이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약사회·한약사회의 일치된 여론을 구심점으로 보건복지부와 국회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어느 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법안발의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입안이 아닌 약사직능 발전과 국민건강 향상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당론'이 형성돼야 비로소 본회의 통과라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한약학과 폐지론은 약사회 집행부의 국면전환 수단이 아닌 약사일원화의 초석이자 과거 왜곡된 보건정책을 바로 잡는 역사적 사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더이상 한약사 문제를 직능단체 간 협의사항으로 방치하지 말고, '약사일원화' 또는 '한방분업'의 양갈래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때다.2020-10-05 06:12:29노병철 -
[데스크 시선] R&D 목표,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2011년 정부 부처 3개가 공동으로 출범한 범정부 전주기 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지난 8일 9년간의 사업을 마무리했다. KDDF는 국내 유일한 범정부 차원의 제약 R&D 지원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10년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신약 10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KDDF는 2013년 사업단 목표를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 기술수출’로 수정하면서 애초에 세운 목표 ‘글로벌 신약 10개 배출’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정부 R&D사업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KDDF는 활동 기간 동안 162개 과제를 지원했다. 이 중 50개의 과제가 기술이전되는 성과를 냈다. 최대 계약 규모는 약 13조7000억원에 달한다. KDDF의 R&D 지원금은 2632억원으로 집계됐다. 목표 투자 규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지만 연 평균 7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KDDF는 R&D 자금 지원외에도 임상개발 컨설팅도 제공하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효율적인 R&D가 이뤄지도록 도왔다. 정부의 R&D사업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 2010년대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기술이전과 같은 R&D성과를 배출했다. 과거에 겪지 못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제법 확산했다. 정부의 R&D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다. 기술이전 건수나 계약 규모만으로 R&D 지원의 성패 여부를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R&D 지원이 이뤄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원받은 과제들의 실패도 들여다보고 지원받은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자금을 썼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KDDF는 사업기간 종료로 해산하지만 내년부터는 국가신약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기 체제에 돌입한다. 지난 6월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기초연구부터 비임상, 임상, 제조·생산까지 신약개발에 필요한 단계별 과정을 전주기에 걸쳐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선행 사업들을 통합해 부처별 칸막이 없이 R&D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KDDF와 사업 구조가 흡사하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2021년부터 10년간 총 2조1758억원 규모의 사업 추진 타당성이 인정됐다. 이중 국고는 1조4747억원이다. 10년간 1조4747억원의 투자가 현실화한다면 KDDF의 KDDF의 지원금 2632억원보다 5배가 넘는 R&D 지원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만 통과했을 뿐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관부처들은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성과목표로 글로벌 기술이전 200억원 이상 75건과 1000억원 이상 45건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신약을 5건 받고, 2015년까지 8건 승인을 목표로 설정했다. 연간 1조원 이상 글로벌 신약 2건을 배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해외등록특허 1859건, IND 승인 269건, 국내 기술이전 100건, 희귀의약품 지정 7건, 수입대체효과 연 1000억원 등도 국가신약개발사업의 목표에 포함됐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성과목표가 글로벌 기술이전 등으로 설정돼 의약주권 강화 문제나 이슈가 사업 추진을 통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이상의 신약개발 생태계가 어떻게 조성돼 왔으며 장단점이 무엇이었고, 향후 혁신신약 중심 개발을 위해 어떤 역할이 추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발전적인 대한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모호한 숫자로 제시하는 목표만으로 R&D 지원사업을 성패를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R&D 성과는 숫자로만 평가하면 위험하다. KDDF 출범 당시 '글로벌 신약 10개 배출'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글로벌 신약을 단 1개도 내놓지 못했다. 기술이전 이후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계약 규모가 기술수출 가치로 평가돼서도 안된다. 기술이전이 되지 않았다고 실패한 과제라고 평가해서도 안된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연간 정부 지원금만 15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민들의 혈세로 지원되는 사업인만큼 냉철하고 효율적인 운영계획이 나오길 기대해본다.2020-09-14 06:10:27천승현 -
[데스크시선] 자원재활용법 별칙조항 마련 절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자원재활용법 시행 계도기간 종료가 한 달여(내달 2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약업계를 비롯한 주류·식음료·화장품업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 25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전격 개정·시행, 9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법 시행 이후 포장재 평가에 9개월, 평가 결과 표시에 6개월, 공정 변경에 9개월 총 2년의 계도 기간을 예고했지만 제품 개발, 제조 공정 등을 감안할 때 2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내달 24일 이후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포장재 재질과 구조 확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출시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용기 재질을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개 등급으로 나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은 용기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최하등급인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된 제품은 환경부담금을 최대 30% 범위 내에서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른 분류 기준만 있었지만,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해 재활용이 쉽도록 생산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한다는 것이 개정 법률안의 취지다. 즉 개정 법률에 따르면 앞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유리병/PET병,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포장재의 사용이 제한된다. 아울러 라벨을 붙일 때도 일반 접착제 대신 쉽게 떨어지는 일명 리무벌 접착제 라벨을 사용해야 한다. 의약품과 외품은 30g·30ml 이하 제품의 경우 이 같은 평가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를 초과하는 대용량 제품은 모두 해당돼 타산업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충격파가 관측되는 대목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용량과 규격에 상관없이 모두 평가의무화 대상이다. 사실상 소포장 단위 의약품을 제외하면 모든 유리병·PET병 제품이 포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법 시행 목적은 이해·공감하지만 해당 산업계와의 면밀한 협의없이 밀어붙이기 방식은 유감이다. 권역별로 소재한 실무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일목요연하지 못한 가이드라인과 법률 해석도 산업 관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한 기업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도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재야 재활용 포장재 변경에 따른 원가상승을 가격인상 카드로 벌충이 가능하지만 공공재인 전문의약품은 약가가 정해져 있어 고스란히 피해는 기업의 몫이다. 일부 식음료·코스메틱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의약품의 경우, 제품 포장·용기는 안전성·유효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색상이 가미된 유리병과 직사광선 차폐 용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약효와 성상 변질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포장재가 재활용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별칙조항 마련과 긴급공청회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20-08-24 06:15:14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정부의 제네릭 편견 위험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2년 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진 이후 정부의 제네릭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었다. “국내에서 제네릭이 너무 많아 판매중지 제품이 쏟아졌다”라는 이유로 제네릭 난립 억제가 최우선 정책 목표로 자리잡은 듯 하다. 보건복지부는 직접 개발에 관여하지 않은 제네릭의 약가를 종전보다 깎는 새 약가제도를 시행했다. 제네릭 허가를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종전 최고가보다 상한가가 15% 내려가는 구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 공정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에 대한 허가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위탁제네릭의 GMP자료 제출을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위탁제네릭도 3개 제조단위를 의무적으로 생산하고 관련 GMP자료를 제출해야 허가를 내주는 내용이다. 식약처는 "우리나라에서 허가·유통 중인 제네릭의약품의 품질을 확보하고 해외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도록 GMP 자료요건 강화 등을 추진한다"라고 설명했다. 과연 위탁제네릭의 GMP 자료 요건 강화가 품질 확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위탁제네릭의 GMP평가자료 제출은 불과 5년 전에 사라진 제도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적합판정서의 유효기간내에 있는 제조소에서 GMP 실시상황 평가에 관한 자료를 적합판정서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품질 확보를 위해 GMP자료 제출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기존에는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제네릭을 허가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식약처는 그동안 정상적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품질이 모두 동등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단지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업체에 생산을 맡겼다는 이유로 품질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식약처는 최근 위탁 제네릭을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판권은 특허도전에 성공하면 9개월 동안 다른 제네릭보다 시장에 먼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독점권 혜택이다. 제네릭 직접 생산과 특허전략은 명백히 다른 영역인데도 위탁 생산이라는 이유로 특허도전 성공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명분없는 차별’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식약처는 공동생동 규제 정책을 추진하다 체면을 구긴 적이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4월15일 위탁(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지난 4월 회의를 열어 이 개정 고시안의 철회를 권고하면서 공동생동 규제 부활은 무산됐다. 공동생동 규제는 이미 9년 전에 규개위의 개선 권고에 폐지됐는데도 식약처가 무리하게 재추진하려다 불발됐다. 그렇다고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네릭 난립 현상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제네릭 난립은 기업들의 중복 투자와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제네릭 규제 강화 방침을 꺼낸 이후 제네릭 난립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의 제네릭 규제가 느슨해지기 시작한 2013년부터 제네릭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2012년 ‘생동허여’를 통해 허가받은 제네릭은 50건 허가받았지만 2013년에는 500개로 1년 만에 10배 늘었다. 2015년과 2016년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이 1000개를 넘어섰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위탁 제네릭이 각각 681개, 751개 등장했다. 지난해 위탁제네릭은 무려 3173건 허가받았다. 종전 최고치 2016년의 1306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1399건의 위탁제네릭이 승인받으며 1년 반만에 4572개의 위탁제네릭이 신규 진입했다. 사상 유례없는 제약사들의 제네릭 진출 시도로 기록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제네릭 난립 억제를 정책 목표로 제시한 이후 난립은 더욱 심화한 양상이다. 정부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는데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는 않는 형국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펼칠 때는 설득력이 있는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 의약품 안전성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의 정책은 더욱 과학적이고 정교해야 한다. 단지 제네릭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을 품질이 낮은 제품 취급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편견이며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2020-08-03 06:10:58천승현 -
[데스크 시선] 급여 편입된 첩약에 대한 노파심[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의약계의 깊은 우려 속에 첩약 건강보험 적용이 현실화 됐다. 오는 10월이면 첩약급여를 신청하는 전국 한의원과 (한)약국에서 시범사업 성격의 첩약을 보험 적용받는다. 물론, 한방분업이 이뤄지지 않은 미숙한 체제에서 (한)약국 첩약 급여조제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케미컬 대비 불완전한 안전관리체계, 불투명한 '비기' 성격의 처방·조제 등 의료계에서 그간 맹렬하게 비판해 온 비과학적 관행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봄직하다. 정부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시범사업에서 안전성·유효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안전성 측면에선 규격품 한약재 바코드 제도를 채택하고, 한약재 유통·처방의 투명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방·조제 부문에 DUR 시스템 등을 구축해 케미컬 의약품과 견줄만 한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원외탕전실 인증제 실질적 의무화를, 투약 부문에선 조제내역 공개를 진행한다고도 했다. 여기서 정부는 바코드 시스템이 한약재 제조사에서 출고되는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한방 의료기관에서 한약재를 입고할 때 해당 바코드에 저장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케미컬 의약품으로 빗대어 보자면 공급내역보고 이력 시스템을 일컫는 의미 같다. 그런데 이것은 케미컬 의약품 관리체계에선 조금은 '구식'이 된 시스템이다. 현재 케미컬은 단순 공급내역보고 바코드 시스템을 넘어서 RFID 시스템을 채택해 생산 라인부터 유통 전 과정, 유통기한, 요양기관 입고까지 사실상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정비했다. 정부가 케미컬 의약품에 RFID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는 가짜약과 허위보고, 불량과 재고, 생산유통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가늠해 접근성과 안전성, 투명성을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의약품 산업의 투명, 안전을 동시에 꾀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엔 의약품이라면 당연히 식품보다 더 까다로운, 선진화 된 체계 하에서 관리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최근 3년 간 전체 회수·폐기 명령을 받은 약제 중 한약재가 무려 47.8%라는 점은, 의과 의약품의 가짓수와 처방량, 의과 이용의 절대 수치를 볼 때 결코 이번 안이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선 안 될 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한방의 과학화를 지향하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첩약급여라면 시범사업 단계부터 이를 장기적으로 대입시키려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DUR 시스템의 경우 생약과 케미컬 등 모든 약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통합 관리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개별 한약재의 특성과 한약재 간 상호작용 등에 대한 연구와 근거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국민들이 오로지 한약만, 그것도 급여되는 첩약만 복용할 환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약재 충돌과 금기는 한약재 사이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만성질환 환자 증가와 보편적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는 그만큼 의과 약 복용 빈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생약성분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여러가지 의약품을 복용하는 국민이 상대적으로 많은 동시에 건보 권 안에서 순수 첩약 복용자만 복용할 사람만 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단순한 형태의 DUR 탑재는 보여주기식에 그쳐, 추후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제 2개월여 후부터 첩약급여 시대가 열린다. 정부는 오는 2023년 9월까지 3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중간평가 후 본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 때까지 치밀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새로운 과제를 찾아 꼼꼼하게 본사업 여부를 타진해야 한다. 한방이라, 첩약이라서 케미컬과 관리체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는 이제 한계가 아닌, 핑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2020-07-27 06:14:35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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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보스톤밸리' 입주 정착을 위한 과제[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내 토종제약사들의 북미 현지화 사업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웅제약, 동성제약, 동아ST, 보령제약, 삼일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알엘로이드솔루션, 현대약품, 휴온스 등 10개 기업은 지난달 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 입주 개소식을 열고 글로벌 진출 성공 염원을 다짐했다. 이번 CIC 입주는 각사 당 1명의 인력이 파견되고, 우선은 연락사무소 역할을 시작으로 출범하지만 미국 제약바이오밸리에 국내 토종제약기업의 '연합사무실'이 개소됐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보스톤밸리'에 입주하는 이들 기업들은 미국 현지화 전략 구축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보스턴, 마이애미 등 7개 지역에 위치한 CIC는 5000여개 기업이 네트워킹과 협력 확대를 위해 선택한 플랫폼으로 1인 부스와 다양한 회의공간 등에서 활발한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연구개발(R&D)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향후 보스턴 현지사무소, 법인, 연구소, 해외기업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위한 기반을 닦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이들 제약기업의 원활한 현지 활동을 위해 금액지원은 물론 법률, 특허, 임상, B/D, RA, 투자 분야 현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해외자문단과의 상담 네트워크를 연결을 약속했다. 이와 더불어 월간 1200만원에 달하는 '10개사 공용연합사무실' 임대료의 50%를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일명 '보스톤밸리 프로젝트'가 명목이 아닌 실제적 성과와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CEO의 필수불가결한 선제적 '의지와 약속' 필요하다. 바로 '순환보직' '파견직'이 아닌 '책임 지사장제'의 절대적 보장이다. 책임 지사장제란, 최소 10년 단위로 현지법인장을 맡기고 그야 말로 '미국 전문가' '미국통'을 양성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장(지사장)의 이직과 창업에 따른 패널티 계약조항도 필수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보스톤밸리에 파견된 직원의 직위를 파견/순환직이 아닌 책임지사장제로 변환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 실마리와 해답은 개별기업들의 무수한 시행착오에 있다. 특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해외지사 운영은 귀감이 될 만하다. 진흥원은 2008년부터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국내 헬스케어산업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와 중장기 정책·전략 수립을 위해 미국, 영국, 중국, UAE, 싱가포르·아세안, 카자흐스탄 등 6개 지역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국 보건산업 이슈 파악, 정책기획연구, 현지 정부·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업체 간 협업시스템 구축 등의 표면적 성과도 많았지만 진흥원의 해외지사 운영시스템은 백년지대계 보다는 '3년짜리 해외 순환보직'으로 전락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해외지사가 활기를 띠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3년 임기에 있다. 다시 말해 인맥을 형성하고, 업무에 속도를 낼 즈음이면 이제 그만 본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해외파견이다 보니 3년간의 외국생활에 적응해 아예 이직 후 눌러 앉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귀국 후 기업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업무 스킬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관 컨설팅업체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말 그대로 순환보직이다 보니 3년에 걸쳐 쌓아 올린 현지 인적 네트워크, 인수인계와 대체가 어려운 교감 자산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만다. 후임자는 후임자대로 맨땅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의 무한반복을 겪는 것이다. 단언컨대 해외법인의 주된 업무는 통계 DB와 월·분기별 리포트 작성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목적이라면 단기 순환보직이든 해외 자문단 운영이든 기업 자유의 몫이다. 많은 CEO들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투자유치와 다자간 협상, 연구개발 전략과 라이선스 인·아웃 등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실은 장기간의 시간투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얻어내기 어렵다. 비유컨대 해외 법인장은 유능한 파일럿을 양성하는 것과 같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6년 간 100억원 상당의 비용과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현지 법인 역시 시행착오와 기본틀을 이루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기간과 투자금이 요구된다. 기존 3년 단임제 지사장 형태로는 본연의 합목적성 달성이 불가하다. 책임 지사장제라는 변혁의 패러다임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20-07-06 06:16:50노병철 -
[데스크시선] 마스크 도둑과 아름다운 용서[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절영지연(絶纓之宴). '갓끈을 끊고 즐기는 연회'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해주거나 어려운 일에서 구해주면 반드시 보답이 따름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코로나19 환란이 정점을 이룬 지난 2~3월경 국내 한 바이오기업연구소에서도 이 고사성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생각을 곱씹게 한다. 연구소 특성상 연구원들은 안전과 위생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아울러 화학약품이나 세균·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연구소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상당량의 마스크를 비축해 놓기도 한다. 대량 구매 시, 할인 혜택 등도 재고 확보의 이유기도 하다. 당시 구매팀장은 당해 연구소 비품실에 KF94·덴탈마스크 등을 포함해 3000매 가량의 재고를 확보해 둔 상태였다. 이 마스크 비축분은 코로나19 쇼크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말경이었다. 그러던 중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경보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 마스크 품귀현상과 가격폭등 영향에 국민 정서가 극한으로 치닫을 무렵, 이 연구소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재고 마스크 3000매가 며칠새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연구소는 나름 보안이 철저한 시설이라 도둑이 들었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했다. 내부 연구원들의 소행이 유력했다. 구매관리 책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대표이사에게 직보했다. "대표님! 실험실 비품인 마스크 3000매 전량이 없어졌습니다. 연구원들의 집단 일탈행위로 보이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보고를 받은 대표이사의 대답은 명쾌했다. "연구원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고, 모르는 일처럼 함구하고 뭍고 갑시다." 지난해 기준 3000매 마스크 구입비용은 200만원 내외지만 올해 공적마스크제도 도입 전 폭등가로 환산하면 1000만원에 달한다.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금액일 수 있겠지만 그냥 묵과할 금액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는 '돈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택했다. 만약 경찰서에 신고를 하거나 CCTV 판독 등의 조사과정을 거치고, 끝까지 범인을 찾아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결과는 자명하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부모님, 아내, 자녀, 친지분들에게도 나눠드리려고 그랬겠지'라는 CEO의 대발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이렇듯 가슴을 뜨겁게 하는 미담이 있는가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최고경영자도 있다. 실명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중견제약사의 한 오너는 코로나19 쇼크가 극에 달했을 무렵, 본사와 공장 직원은 배제시키고, 중국 거래처 기업에 마스크 1만장을 송달해 내부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상당수의 제약기업이 코로나19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성금과 위문품을 보낼 무렵에도 이 회사는 '기회는 이때다'라며 수십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50%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가 뜻하지 않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시대정신을 가진 CEO와 천민자본주의 사상을 가진 CEO를 명확히 구분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2020-06-29 06:15:49노병철 -
[데스크 시선]신라젠과 SK바이오팜 그리고 투자광풍[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코스닥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일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거래소는 내달 중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라젠의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신라젠은 2017년 11월 시가총액이 8조원대를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 전체 2위에 오를 정도로 각광받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후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실패 소식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최근에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은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라젠은 임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임상 실패 발표 전 주식을 미리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기도 했다. 현재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000억원대로 최고점 대비 10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SK바이오팜은 코스피 상장 관련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내달 코스피 시장 상장 예정인 SK바이오팜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결과 국내외 총 1076개 기관이 참여해 무려 835.66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4만9000원으로 확정됐다. 기관투자자들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8373억원으로 계산된다.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자마자 시가총액 4조원 규모의 대형 바이오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애초부터 SK바이오팜은 올해 상장 시장 최대어로 지목됐다. 뚜렷한 연구개발(R&D) 성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이미 미국 시장에 2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에만 수면장애신약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따냈다. 기존에 국내기업의 기술로 개발한 신약 중 FDA 관문을 통과한 제품은 ‘팩티브’, ‘시벡스트로’, ‘앱스틸라’ 등 3종에 불과했다. 엑스코프리의 경우 국내 기업이 연구부터 개발, 허가까지 모두 담당한 첫 신약으로 기록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신약 기술수출 계약금 등으로 1238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미래가치 반영으로 주가가 치솟았던 것과 달리 SK바이오팜은 R&D성과를 들고 주식 시장에 입성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SK바이오팜이 모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라젠이 위기를 딛고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도 있고 SK바이오팜도 탄탄대로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신약 성과는 워낙 변수가 많다. 다만 많은 바이오기업들의 우여곡절을 보면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위치한 현실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품은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부진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R&D 실체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간 성패가 엇갈리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또 다시 불안감이 커져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소식에 기업들의 주가는 치솟는 현상이 반복됐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가 제약바이오기업에게 주가 부양의 기회로 작용한 듯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코로나19와 연관된 호재성 뉴스를 내놓는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신라젠과 SK바이오팜의 상반된 뉴스가 등장한 지난 19일 KRX헬스케어지수는 4242.72를 기록하며 3달 전보다 2배 가량 상승했다. KRX헬스케어는 거래소가 선정한 주요 제약바이오주 83개로 구성됐다. 지난 3달 동안 웬만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는 평균 2배 가량 상승했다는 의미다. KRX헬스케어지수는 바이오 투자 광풍으로 주가가 동반 급등한 2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 빠른 시일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관련 R&D성과를 내놓는다면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임상실패 등의 소식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왔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R&D기대감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냉정해질 때다. 실체 없는 호재로 주가를 띄우는 시대는 지났다.2020-06-22 06:10:16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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