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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합리적인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데일리팜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 약가제도에 대해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CEO 53명을 대상으로 국내 약가제도 만족도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78%(35명)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국내외 제약사 모두 신약 등재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약사 CEO 53명 중 절반이 넘는 30명이 '신약 등재'가 가장 개선해야 할 정책으로 지목했다.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제약사들도 신약 등재를 가장 개선이 시급한 약가제도로 꼽았다. 보건당국은 신약의 가치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약가를 산정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신약의 적정 가치를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연구개발(R&D) 역량를 집결해 장기간 개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속적인 약가인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부의 약가제도 기조가 지속적인 인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지속될 경우 CEO 53명 중 37명(70%)이 'R&D 재투자 여력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고 답했다. 약가인하가 반복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칫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물론 정부 규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보건당국이 최근 약가정책을 펼치면서 제약사들과 원활한 소통을 펼쳤는지 의문이 든다.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약가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상한금액 재평가다. 상한금액 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현재 보건당국은 제출된 재평가 자료를 토대로 약가인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데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은 이 정책을 왜 진행하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만개의 의약품 중 약가인하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적잖은 역량을 소비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차라리 일괄적으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게 낫다”는 푸념마저 토로하는 실정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도 매끄럽지 못했다.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인 약물이 포함되면서 혼선을 겪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스트렙토제제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하지만 돌연 스트렙토제제는 보건당국의 급여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효능이 있는지 따지기 위해 5년 넘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엇박자 판단이 나온 셈이다. 제약사들의 항의에 결국 스트렙토제제는 재평가 결과에 따른 환수협상 합의 품목에 한해 1년 간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급여가 제시됐다. 임상재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환수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이상한 정책이 끼어들었다.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보공단과 22.5%의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국내 약제비 관리의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목표를 트레이드-오프로 제시한 상태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재정을 신약의 급여 적용과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또 어떤 약가 정책으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릴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위해 약가인하 기조의 정책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새로운 약가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제대로 소통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때다.2023-06-02 06:20:23천승현 -
[데스크시선] 비대면 시범, 근본목적 퇴색 말아야[데일리팜=김정주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이 오늘(30)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된다. 본격 시범사업 시행을 알리는 첫 단추이기도 한 이 최종 절차에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나마 본격화 해 온 비대면진료는 사실, IT 기술 발전과 통신 기술,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원격의료 타이틀을 갖고 계속해서 시도돼온 분야다. 면 대 면 촉진 없이 순수하게 기술 장비에 의존해 이뤄지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지만 그러면서도 다르다. 보건의료단체, 시민환자단체는 그간 이 분야에 대해 공급자와 가입자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고, 정부 또한 이를 충분히 의식해왔다. 때문에 실제 적용 당시에도 용어 사용부터 제한 장치까지 뭐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팬더믹이 장기화 하면서 정부는 제도화를 구상했다. 비대면진료가 한시적 제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실적과 경험이 쌓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 고도화에 발 맞춰 새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달은 환자 편의성에 부합해 제도화 명분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보건의료계는 산업 고도화와 편의성보단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보수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향후 심사 영역에서도 골치가 될 공산이 크다. 초진 부문에서 '거동 불편'이라는 지극히 모호한 문구는 이 업계 관점에서 보면 시범사업이란 장막에 가린 꼼수에 불과하다. '기타질환자'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판단한 기타질환자도 대면진료 후 30일 이내에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비대면진료 영역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본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이니 이것저것 시험삼아 적용해본 뒤 후에 덜어 내고 더하는 식으로 하자는 건 비대면진료 특성상 너무 무책임한 시도다. 비대면진료로 인해 파생되는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그로 인한 안전성 저하 부작용까지 고려한다면 일단 키워놓고 보자식은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얘기다. 애매모호한 문구를 단단하게 묶지 않고 시범사업 범주 안에 헐거운 상태로 둔 채, 신산업으로 떠오르는 약 배송 플랫폼까지 키우려 한다면 향후 제도화가 본격화 할 때 엄격한 안전성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워 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보건의료분야만큼은 환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둔 정책과 인식을 견지해왔다. 접근성의 문턱은 낮추되 까다로운 평가로 예측가능성을 고도화 했으며 엄격한 심사로 이중삼중의 걸쇠로 안전성을 담보해왔다. 그 견고한 빗장을 헐겁게 만들거나 여지를 두려하는 시도는 결코 작은 논란거리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초기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감염병 확산세와 요양기관 매개 등을 억제하기 위해 간단한 진료·조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엔더믹 상황에서 이뤄질 비대면진료는 거동불편과 접근성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근본 목적이 될 것이다. 타 부처를 포함해 각계의 욕심과 욕망이 여기에 덧붙여져 제도 자체가 중구난방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게 지금 보건복지부가 할 역할이다.2023-05-29 23:32:27김정주 -
[데스크시선] 당뇨약 병용급여와 신의성실 원칙[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직듀오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으로 보건복지부와 업계 간 신뢰관계에 이상기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제약사 10여 곳과 보건당국은 7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 1일, DPP-4·SGLT-2 등 당뇨병 치료제 3제 병용요법 급여화를 달성했다. 일명 '당뇨 3제요법 급여 테스크포스팀' 운영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한 모든 참여 기업들은 특허 만료에 따른 약가인하에 대승적 찬성표를 던졌다. 병용급여에 따른 추경예산 확보가 난제였지만 약가인하에 따른 300억 상당의 재정충당효과가 법제화를 이룬 키포인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1일 약가인하 예정 시점을 불과 며칠 앞둔 4월 27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포시가·직듀오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잠정 인용했다. 제네릭의 등장으로 예정대로라면 이달 1일부터 포시가10mg 약가는 514원, 직듀오는 용량에 따라 473~512원으로 인하되는 것이 맞지만 집행정지 심결 예정일인 이달 19일까지 포시가·직듀오는 각각 현 약가 734원·736원이 유지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적응증이 다르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적어도 수개월에서 수년 간 안정적 시장 확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돌발행동 원인은 약제비 환수법의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신속히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인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적응증 중 제2형 당뇨병 외 만성심부전 및 만성신부전의 용도특허가 여전히 유효해 제2형 당뇨병 적응증만 가지고 있는 제네릭으로 인한 직권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중 지난달 특허가 만료된 적응증은 '제2형 당뇨병'이 유일하고, 포시가 제네릭 제품들은 모두 제2형 당뇨병 적응증만 확보하고 있는 부분은 아스크라제네카의 법적 대응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현 규정으로는 동일 성분·제형·투여경로가 동일한 제네릭 등재 시 직권조정 대상이며, 용도특허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특허침해와 관련해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는 이를 인정한다. 일례로 2009년 에스시탈로프람(오리지널 렉사프로정)은 주요 우울장애 외 강박장애 및 범불안장애의 적응증 중 범불안장애의 용도특허를 이유로 특허 소송에 나섬으로써 일부 제네릭사들이 주요우울장애 적응증으로만 국내 시판허가 받고 판매를 하면서도 약가인하는 유지됐다. 때문에 심부전·신부전 등 급여를 신청한 다른 적응증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 약가인하 조치는 불합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필연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감과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과 의구심이 있다. 업계·학계·보건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병용급여라는 숙원사업 완성을 위한 그 긴 시간 동안 제도화를 요구하면서 이제와 사실상 확약에 가까운 결의를 송두리째 깼냐는 점이다. 얘기치 않은 상황적 변수에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입장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지만 '난감' '뒤통수' '불신임' '허탈' '이중적 태도' 등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는 후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셈이 이런 형국을 두고 있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제비 환수법이 시행되더라도 법률불소급원칙이 적용된다면& 160;집행정지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재정충당의 길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포시가·직듀오의 연간 처방액이 약 900억원임을 감안할 경우, 이 두 품목의 약가인하 30%에서 확보할 수 있는 200억~300억원의 재정충당금은 이제 희망사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당뇨약 병용요법 급여 인정에 따른 보험재정은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보건당국이 예상한 재정소요 분과 괴리감이 상당해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 하면, 건보재정 건실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학계와 처방 현장에서는 단일제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부족, 3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를 26%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명을 돌파, 이중 3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 수는 150만명에 이르는 부분도 당초 예상 범위인 300억원을 넘어 1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현 DPP-4·SGLT-2 제제 1일 약가가 700원임을 감안하고, 일부 SGLT-2제제 약가가 53.55% 수준으로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150만명의 환자가 3제 요법으로 전환 될 경우 보험재정 소요분 1000억원 돌파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보건당국은 자진인하·향후 예상되는 PVA만으로 급증하는 재정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안전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급여기준 확대로 시장의 파이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외형 확장도 예상된다. 제네릭·복합제는 등재 시점에서 4년 간 PVA 미대상이며, 대형 오리지널 제품의 사용량 증가는 PVA로 연결돼 약가인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팩트를 기반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현시점에서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변심에 뒷목만 잡고 있을 수는 없다. 'This Is Korea!'라는 위엄과 존엄을 보일 때다. 그것이 바로 신의성실의 준엄한 원칙이다.2023-05-17 06:0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약사들에게 참 씁쓸했던 엔데믹 선언[데일리팜=강신국 기자]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분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전선에서 헌신해주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분들, 또 백신 치료제의 연구·개발,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 보건산업 종사자분들과 지자체 공무원 그리고 보건당국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주신 우리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확진자 수 3131만 1686명, 사망자 수 3만 4583명 등 전례 없던 코로나 펜데믹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약사의 역할이 너무 저평가 받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마스크 욕받이가 돼가며 공적마스크 공급에 나섰고, 코로나 치료제 전담 약국들은 감염의 위기 상황에서도 치료제 조제, 투약에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조제약과 일반약 가리지 않고 발생하던 품절 상황에서 원활한 약 공급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건 정부도 의사도 아닌 약사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엔데믹을 선언하며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만 언급했을 뿐 약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단 두 글자만 더 넣어도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인 모두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3년 4개월을 돌아보면, 약사들의 역할은 충분히 평가받고, 칭찬 받아야 마땅했다. 약사회와 약국 현장을 지켜봐 온 필자의 객관적인 평가다. 대통령의 발언과 연설문은 국정 철학과 지표가 담겨있는 중요한 메시지다. 이번 발언도 현 정부의 약사직능에 대한 생각과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의 주요 축이었던 공적 마스크 공급을 저평가 하는 것이라면 너무 옹졸한 발상이다. 아울러 약사직능에 대한 위상 확립과 대정부 대관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약사직능이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을 줬는지 알려야 했다. 대통령의 엔데믹 선언에도 어제 하루 약사들은 씁쓸했다.2023-05-12 00:17:22강신국 -
[데스크 시선] 팬데믹 종식과 K-바이오 R&D 시험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해제하자는 국제 긴급 보건규약 위원회의 의견에 동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지난 2020년 1월 내려졌던 PHEIC가 3년 4개월만에 종료되면서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 수순으로 돌입했다. 지난 3년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열띤 연구개발(R&D) 경연장을 펼쳤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미지의 영역을 선점하면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셀트리온, 제넥신, 녹십자, 뉴지랩테라퓨틱스, 동화약품, 이뮨메드, 녹십자웰빙,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텔콘알에프제약, 진원생명과학, 아미코젠파마, 제넨셀, 대원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HK이노엔, 아이진 등 국내기업 27곳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은 2개에 불과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허가를 받았다. 이마저도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다. 이에 반해 다국적제약사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유례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만으로 약 7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는 2020년 매출 419억 달러를 올렸는데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물론 화이자의 축적된 R&D 능력과 풍부한 자본력을 국내 기업이 단숨에 넘어서긴 쉽지 않은 여건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동시다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개발에 착수한 지 269일 만에 첫 접종까지 이뤄내는 쾌거를 거뒀다. 화이자는 코로나19 확산 2년 전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제휴를 맺고 mRNA 기술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다. 당초 화이자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 단백질, 접합, mRNA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고민하다 mRNA 방식이 코로나19 종식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화이자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모험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화이자는 바이오엔텍에 선금으로 72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5억63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바이오엔텍의 주식 일부를 1억13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단순히 R&D 능력을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팬데믹 3년이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해 R&D 실력 차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년 만에 코로나19 효과가 사라진 실적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실질적인 실적 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은 호전된 실적을 나타냈지만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적 기복이 불가피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영업손실 29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2분기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CMO) 매출이 사라지면서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은 206억원으로 전년보다 76.4% 감소했는데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95.4%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특수가 소멸되면서 팬데믹 이전으로 실적이 회귀한 셈이다. 상당수 제약기업들도 코로나19 변수가 실적에 호재나 악재로 영향을 미쳤다. 이제부터는 코로나19 변수를 걷어낸 실질적인 실적 체력이 드러날 전망이다.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으로 R&D 경연장도 대면으로 펼쳐진다. 지난달 미국암연구학회(AACR)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바이오USA, 유럽종양학회(ESMO) 등도 모처럼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다. 해외 유수 학회는 국내 기업들에게 유망 신약을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3년 간 코로나19 대유행이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부진의 핑계가 되기도 했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이 R&D 역량을 코로나19에 집중한 데다 온라인 학회로 우수 기술을 어필하기 쉽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코로나19 변수가 사라지면서 국내 기업의 R&D 능력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 이상 코로나19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저력을 기대해본다.2023-05-09 06:15:00천승현 -
[데스크 시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부의 자세[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엔데믹 선언은 다가오는데 국회에서 입법이 제동이 걸리자, 시범사업이라는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대유행이 이어지자,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다. 코로나라는 시대 상황에 큰 반대나 사회적 저항이 없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때 등장한 비대면 플랫폼만 30여 개를 넘어선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즉 코로나가 끝나면 비대면 진료가 자동 종료되는 상황인데도 스타트업 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대면 진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이 본 것은 의료법 개정을 통한 영구적인 비대면 진료의 도입이었다. 그래야 외부 투자도 받고, 사세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국회도 비대면 진료 도입에 반신반의 분위가 생겨났다. 여기에 정부의 첫 번째 실책이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정부 정책 기조라면 정부안을 담은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어야 했다. 의료체계의 근간이 180도 바뀔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정부는 국회에 이미 제출된 의원입법안에 편승해 얼렁뚱땅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버스에 탑승하려 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는 약 배송이 아주 중요한 축이다. 수술이 아닌 이상 결국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약이다. 이 약을 받으려면 환자는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비대면 진료도 조제약 전달이 없으면 하나 마나 한 제도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는 약 전달을 위한 중간단계인 전자처방전은 물론 약 전달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명확한 정부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의 두 번째 실책이다. 이러니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종료되면 플랫폼이 고사 위기에 놓이니 이를 구원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다음은 시범사업의 당위성이다. 지난달 5일 당정협의에서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당장 많은 국민들께서 불편을 느끼실 텐데, 의료법 개정 전이라도 보건의료기본법 아래 시범사업을 통해서 제한적으로라도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방안은 없는지 논의하겠다"며 "이를 통해서 비대면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의료 공백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향후 관련 법 개정 및 발전 방안을 정교하게 마련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의료공백이 발생할까? 여기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하는 게 정부의 자세다.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 옳다. 국회 입법과정, 공포 후 시행유예 기간 등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게 올바른 길이다. 왜 시범사업이라는 우회로를 찾아 비대면 진료를 연장하려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플랫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정부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2023-05-01 20:41:38강신국 -
[데스크시선] 혁신과 삽질 사이의 A.I 관능검사[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이달 중순경 열린 보건당국의 '규제개혁2.0 끝장토론'에 대한 업계 설왕설래가 심상찮다. 끝장토론으로 명명된 이날 토론회 주제는 '인공지능을 도입한 생약재(한약재) 감별·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다시 말해 A.I 시대에 발맞춰 생약재에 대한 기존 관능검사를 탈피하고, 과학·체계화 한 감별시스템을 확립해 천연물의약품 발전 초석을 만들자는 긍정의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그동안 정부·업계·학계 모두, 한방종주국으로서 생약제제에 대한 지표·활성물질 표준화 사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사업 타당성과 적합성을 따질 때 반드시 고려·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전통적 방식과 제도·정책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롭게 도입될 '시스템 사대주의'에 빠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관능검사란 식품·한약재 원물질에 대해 빛깔, 색깔, 맛, 향기 등을 포함한 성상·심리계측법 중 하나다. 식품·한약재는 그 특성상 물리·화학적 계측방법으로는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능검사가 자주 이용돼 왔다. 품질판단이 미각·후각·시각·촉각에 의해 결정되지만 분석화학법 보다 유용한 이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우선 관능검사의 최대 장점은 향기와 색깔 감별에 있어서는 인간의 감각이 분석기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아울러 분석기기를 이용한 계측법 보다 비용적 측면에서 저렴하며, 간편하다. 식품·한약재 품질판단은 하나의 분석치보다도 여러 성분의 상승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이화학적 분석만 의지해서는 식품·한약재 품질판단은 불가능에 가깝다. 맛, 향기, 색깔, 물성 등의 분석치는 하나의 대용특성을 가리킬 뿐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관능검사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토론회 당시 보건당국이 관능검사 완전철폐를 거론치는 않았지만 정책의 큰 기류가 변화되면 결국 중압감은 기업들에 전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소 10일 전, 공문 형식의 토론회 참가 요청이 아닌 불과 며칠 전, 성의 없는 웹 발신 문자 수신으로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과 주제에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방기업 뿐만 아니라 천연물의약품 분야에서 외형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빅10기업도 대거 참석해 큰 줄기에서의 정책상담에 좋은 기회였지만 토론자료 하나 없이 구두로 진행된 점은 아쉽다. 인공지능을 통한 품질판단의 범위와 기준은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지, 프로그램 구축 예정 타임테이블과 시범사업 필요성, 중국·일본 등 한방 선진국들의 사례 연구 등 구체적 청사진은 공개치 않고, '일방적 묻지마 토론회'를 감행한 부분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필요성은 공감이 가지만 당위성은 결여된 자리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한약재와 관련한 관능검사 사고는 흔하게 발생치는 않았다. 다만, 사향·우황·침향 등 고가의 약재에서 유사 성상물질을 섞어 판 일은 있었지만 우려 수준은 아니었다. 갑과 을에 치우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이번 토론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위해성분 분석시험은 관례적으로 원료기업과 완제기업이 병행하고 있는데, 이중검사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바, 해결점과 방향성 및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에 '알아서 하세요'라는 무성의한 답변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칭 '한국천연물안전관리원' 설립 프로젝트의 실질적 효과도 재고 대상이다. 지금도 유사기관이 2~3곳에 이르는데 상호교집합 잡음 없는 실효적 운영이 강구돼야 하기 때문이다. 생약재의 '지표성분' 도출은 혁신신약 창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생약성분 표준화 작업이 어렵다면 다방면 임상을 통한 약효성분·약리기전 시스템 구축이 보다 타당한 방법론일 수 있다. 애엽을 비롯한 동·식물성 한방원료물질은 지역·환경·기후 등의 외부변수에 따라 약효성분이 99% 일치하지 않는다. 한방의약품은 상호작용을 근간한 통계의학에 가깝다. 케미칼의약품 역시 임상약효 통계의 산물이다. 자연히 구축된 역사적 한방통계의학을 인위적 과학에 끼워 맞춰 호랑이 그림을 고양이로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2023-04-26 06:00:00노병철 -
[데스크시선] 원료자급화, 능동·융합 지원 모색할 때[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도 한 때 의약품 국산 원료 생산기술 육성·독려에 적극 나섰던 시절이 있었다.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기업 스스로 활성화 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원료합성 특례'란 제도를 만들어 활용했었다. 제약기업은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고, 이를 보험당국에 입증하면 약가를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일부 제약사들의 허위 신청과 당국의 부실 심사가 얽혀 대규모 '원료합성 특례기준 위반 환수 소송'이란 큰 사건을 낳기 전까지, 그러니까 10년이 훨씬 더 된 일이다. 당시만 해도 제도의 취지는 제약 강국의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제약기업의 스팩트럼도 시대에 맞게 넓어졌다. 비교적 추상적이었던 글로벌 제반 마련이란 과제가 이제는 이 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뚜렷한 명제로 인식되는 것이다. 글로벌 핵심 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오는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로부터 핵심광물을 조달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우리의 원료의약품 최대 수입국은 단연 중국이며 그 규모도 압도적이다. 즉, 미국의 규정에 의약품 산업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의약품 원료 자급률을 높이는 건 필요충분조건이 됐다는 얘기다. 제약 선진국들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그 파고에 휘둘리는 우리나라도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이다. 정부는 허가-심사-약가 전방위에서 다각적이고 융합적인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제약산업에 울타리를 쳐주고 그 안에서 인큐베이터식 성장을 기대했던 시대를 넘어 글로벌을 상대로 통상 허들을 극복하고 제약 주권과 보건안보의 명제를 뚜렷하게 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기에 그렇다. 특혜와 혜택만 지원은 아닐 것이다. 현재 묶여 있는 수 많은 심사 규제와 약가인하 사후관리, 서류 간소화 등 행정 지원과 사전상담 등 연구개발 단계부터 실제 시판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원료의약품 자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부처가 연계해 제반 연구와 유기적인 정책 개발을 더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2023-04-19 22:38:05김정주 -
[데스크시선] 제약주권 확립과 동국제약의 용단[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동국제약이 환자 권익실현을 위해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필수의약품 패티오돌의 지속적인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일약물인 게르베코리아 오리지널 리피오돌과 동국제약 제네릭 패티오돌은 내달 1일 약가인하가 예정, 일선 의료기관·보건당국에서는 자칫 공급 중단 사태까지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명목상 아무리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른바 '노마진 정책'을 펴며, 기업 제1의 목적인 이윤추구를 배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국제약의 이번 결심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리피오돌·패티오돌의 주성분은 아이오다이즈드오일(양귀비종자 유래 요오드화지방산 에틸에스테르)로 림프조영, 침샘조영, 간암의 경동맥화학색전술 시행, 자궁난관조영 등에 사용된다. 게리베코리아 오리지널 의약품 리피오돌울트라액은 1998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이후 지속적인 약가인상을 통해 2016년 5만2560원의 보험약가를 인정받았다. 이후 해당 제약사는 원가 대비 마진율 저하 등을 이유로 2018년 보건당국과의 약가조정신청을 진행해 기존 보다 261% 증가한 19만원의 약가인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게르베코리아 리피오돌의 최근 약가 포지션을 살펴보면, 2022년 1월 18만9224원, 2022년 9월 13만3000원, 2022년 9월 18만9224원, 2023년 1월 13만3000원까지 인하된 상태며, 내달 1일자로 또다시 10만1745원으로 약가인하가 예정돼 있다. 2020년 허가된 동국제약 제네릭 패티오돌주도 당시 약가 가산을 인정받아 19만원의 59.5%(11만3050원)에 등재됐지만 오리지널 약가인하 시점에 맞춰 10만1745원으로 보험약가가 떨어진다. 관련시장에서 사실상 '유일무이' 한 두 의약품이 동시에 약가인하를 겪는 셈이다. 특허 만료 올드드럭 리피오돌이 통상적 약가기전을 역행하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필수의약품으로서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면 그 즉시 의료대란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대체의약품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제조사는 초월적 입장에 서서, 구미에 맞는 다양한 조건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약 기업이 원가 보존을 이유로 보험등재가격 인상을 요구할 경우 보건당국은 필연적으로 약가조정신청에 응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공급안정화에 방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최대 19만원 상당의 약가를 받았던 게르베코리아가 5월 1일 고시 예정된 10만1745원의 약가를 수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리피오돌 마진과 관련해 보건당국과의 설전을 벌여온 상황에서 별다른 액션 없이 제품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도 명분이 2%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관련 제품 시장에서의 완전철수를 하자니 그동안 쌓아온 '독점 금자탑'을 경쟁사인 동국제약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형국이다. 의약품 유통 실적 기준, 리피오돌·패티오돌의 지난해 외형은 28억·3600만원 정도로 오리지널 절대우위 시장이다. 동국제약은 환자 입장에서 패티오돌의 안정적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에 보건당국은 안도의 한숨만 내쉬어서는 안된다. 국회가 지적한 대로 필수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수급대책과 합리적 약가산정 방향성을 이번 기회를 통해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해야할 사안이 더 있다.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만이 제약주권을 확립하는 초석이 아니라 패티오돌과 같은 건실한 제네릭도 국익과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을 위해 헌신한 동국제약에 대한 향후 여타의 약가협상에서 '트레이드 오프 혜택'은 인지상정이다.2023-04-13 06:00:02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제약바이오 지원 정책의 기시감[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최근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를 열어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향후 5년 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달콤한 구상이 담겼다.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정책의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신약 2개 창출, 연매출 3조원 이상 제약사 3개, 의약품 수출 2배 등을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5년간 민·관 R&D 25조 원 투자, 차세대 유망 10대 신기술 발굴, K-바이오백신 펀드 규모 1조 원까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치, 약가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의지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어딘가 식상함이 느껴지는 기시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 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1개의 글로벌 신약은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약 성과 부재가 정부 탓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R&D 역량이 글로벌 기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에 성과도 미흡했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정부가 R&D 지원 정책의 달성 여부를 단지 숫자 만으로 판단하면서 업계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지원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2011년부터 10년 간 진행된 KDDF의 지원 사업은 ‘글로벌 신약 10개 배출’을 목표로 천명했지만 3년 후에 목표를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 기술수출’로 수정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원 예산도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가 5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지원받는 업체가 동일한 금액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R&D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KDDF의 R&D 지원금은 2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7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목표 투자 규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매년 일정 금액의 예산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사용 금액에 따라 예산을 따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R&D 지원금이 계획에 못 미쳤다. 특정 해에 투입하고 남은 불용 예산이 발생할 경우 이듬해 예산이 깎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거창한 R&D 지원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견해를 많이 내놓는다. 대표적인 게 최근 진행 중인 제네릭 약가재평가다. 제약사들은 지난 2월까지 기등재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제네릭 약가재평가 대상은 총 2만6362개에 달한다.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제네릭은 수천개의 약가인하가 불가피해보인다. 제약사들은 아직도 이 정책의 명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을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허가 목적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도 제한됐다. 1건의 임상시험으로 4개의 개량신약이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네릭이 많다는 이유로 공동개발을 숫자로 제한하는 희한한 규제가 등장했다. 몇 년 전 규개개혁위원회가 이상한 규제라고 결론 내렸는데도 법 개정을 통해 10년 만에 공동개발 규제를 다시 시행했다. 제약사들은 지난 3년의 코로나19 정국에서 R&D 역량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총 2조7259억원으로 2019년 1조9168억원에서 3년 만에 42.2% 증가했다.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연구인력은 2019년 5122명에서 지난해 6417명으로 25.3% 늘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위협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핸 외부투자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10곳을 대상으로 총 824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보령은 지난해에만 총 819억원의 신규 외부투자를 진행했다.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광폭 투자행보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개 기업을 대상으로 231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펼쳤다. 대웅제약은 1년 만에 12건의 신규 외부투자를 결정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오랜 기간 공들인 R&D 노력이 언젠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R&D 지원 정책도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 순위다. 숫자로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소통과 이해가 먼저다.2023-04-10 06:14:48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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