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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380조 황금알, 희귀약시장을 잡아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Orphan drugs. 희귀의약품은 단어적 의미로는 소외된 의약품이라는 뜻이다. 환자 수가 적어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희귀의약품의 지위기 달라지고 있다. 비희귀의약품에 비해 허가승인 성공률이 높지만 임상 개발 비용은 낮아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으로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79%가 희귀의약품으로 나타났다. 희귀의약품 신약은 틈새를 공략하는 니치버스터(Niche+Block Buster)로 제약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 비전 그리고 투자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희귀의약품은 국가마다 정의가 다르다. 미국은 자국 내 환자 수가 20만명 이하 또는 20만명 이상 이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해당 의약품의 개발 및 시판비용이 미국 내 판매액으로 회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타당한 예측이 없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관련 약물로 지정될 수 있다. 한국은 국내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인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 또는 적절한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하거나 기존 대체의약품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을 말한다. 이처럼 환자 수가 적어 제약기업의 입장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왜 글로벌 빅파마들은 희귀의약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을까. 희귀의약품에 관심이 가는 첫번째 이유는 '저비용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을 들 수 있다. 다시말해 일반 신약 대비 개발 성공률이 높다는 말과도 같다. 희귀의약품의 임상1상부터 허가승인까지의 성공률은 17%로 비희귀의약품(5.9%)에 비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 심사 프로그램을 통해 임상 2상 이후 시장에 진입한 뒤, 비희귀질환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의약품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Avastin)은 희귀의약품 지정 이후 지속적으로 적응증을 추가해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린 사례는 관련 시장 투자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시장 독점권(Market Exclusivity)도 빼놓을 수 없는 혜택으로 평가된다. 국가별 시장 독점권 보장 기간(미국: 7년, EU: 최대 10년, 일본: 10년, 한국: 4년)은 다르지만, 시판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동일 질환에 동일한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도록 제한된다. 이 외에도 각국의 정부는 ▲개발비 직접 지원 ▲개발비 세액공제 ▲허가심사 수수료 감면 ▲신속 심사 프로그램을 통한 개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지원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을 돕고 있다. 미국은 희귀의약품 R&D 비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최대 50%까지 제공, 임상 개발을 위한 보조금·프로토콜 설계 자문·심사신청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후기 임상 개발 단계 기준으로 그 비중을 살펴보면 항암제가 가장 많고(59%), 내분비와 혈액·면역 분야(8%), 정신 질환 분야(7%) 파이프라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임상 단계별로는 임상 2상(55%), 임상 1상(30%), 임상 3상(13%)으로 임상 2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유전자 조작 기술과 AI 기술 등의 발달로 희귀의약품 개발은 더욱 촉진될 전망인데, 올 하반기 새로운 CAR-T cell 치료제와 유전병 치료제의 출시로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존슨앤존슨 CAR-T 치료제는 다발성 골수종으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 점차 적응증을 늘려 2024년 이후 매출 1조2700억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노피는 유전병 희귀질환인 산성 스핑고미엘린분해효소 결핍증(Acid sphingomyelinase deficiency, ASMD)의 유일한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하반기 미국 FDA와 유럽 EMA의 승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2026년 예상 실적은 3450억원이다.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는 아밀로이드증 치료제인 RNAi 치료제 출시에 성공해 2026년에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 역시 희귀의약품 개발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은 2019년 기준 106개로 집계됐으며, 2012년부터 2022년 5월까지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은 파이프라인은 총 63개로 나타났다. 특히 대웅제약은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 후보물질은 세계 최초의 PRS 저해 항섬유화제로 내년까지 시험 대상자 투약을 완료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전망, 향후 5년 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3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11.6% 성장한 수치로 전문의약품 이 같은 기간 동안 1178조원에서 1584조원으로 6.1% 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성장 속도다. 전체 전문의약품 매출액 중에서 희귀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14.8%에서 2028년 18.4%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K-바이오의 가장 큰 장점은 베스트 인 클래스 분야에서의 제제개발 능력이다. 규모의 경제면에서도 한국형 신약개발 모델과 그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많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민관이 합심한 제도 보완과 과감한 R&D 투자 결행력이다.2023-09-21 06:00:10노병철 -
[데스크 시선] 0.2%와 카카오헬스 대표의 선견지명[데일리팜=강신국 기자] 0.2%. 이 수치는 전체 외래 진찰 건수 대비 비대면 진료 건수다. 보건복지부가 14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건수는 15만3339건이었고 7월엔 13만8287건이었다. 전체 외래 진찰 건수 대비 0.2% 수준이었다. 이러니 플랫폼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0.2%의 수치는 의원과 약국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았던 이유다. 의원과 약국들이 비대면 진료에 반대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대면 환자 감소에 대한 우려였다. 지역을 넘어선 비대면 진료와 조제가 이뤄질 경우 단골환자 이탈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의원과 약국의 경영에 가장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부가 시범사업 시행 이전 설계했던 제도들의 힘이다. 의원과 약국의 비대면 진료, 조제 30% 이상 금지 재진 중심의 높아진 초진 진입장벽 병원급 이상 참여 제한 등이 그것이다. 대면 진료를 근간으로 꼭 필요한 사람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라는 나름의 원칙이 작동했다.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 된 시대에 이런 진입장벽이 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들은 사업 시작 초기 설계부터 잘못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운영되는 보건의료 급여시장에서 요양기관을 매개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플랫폼 업체들은 캐쉬카우가 없었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수입원은 의원과 약국의 수수료, 환자의 이용료가 될 것인데 이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선 시장진입 후 마켓파워을 확보한 뒤 과금을 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 같은데 보건의료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 의사 출신인 황희 카카오헬스대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6월 '한국의 규제 혁신,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의료 속성상 비대면 진료는 비니지스화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의료행위는 (환자의)생사가 달린 문제라 규제 강도가 센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보건의료시장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카카오는 비대면 진료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료 취약지 범위 확대 ▲야간 휴일 공휴일 초진 허용 ▲재진 기준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시범사업 수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제단체, 플랫폼 업계, 언론 등에서는 비대면 진료 비판 일색이지만 수정안을 만들 때 플랫폼이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 복지부는 의료 접근성 제고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목표를 중심에 놓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2023-09-14 20:26:56강신국 -
[데스크시선] 국산신약 가치 약가로 보상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복지부가 국산신약을 포함한 신약 혁신가치 적정 보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번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업계는 이번 대책에서 비열등 신약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열등 신약은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성분 약물과 비교해 열등하지 않음을 증명한 새로운 성분의 약물이다. 대부분 국내 제약업계가 개발한 신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산신약 36호 엔블로정, 34호 펙수클루정, 30호 케이캡정 등 만성질환을 타깃으로 한 국내 개발 신약들이 임상에서 기존 약물과 비열등함을 증명했다. 이런 국산신약들은 기존 나온 약제와 비교해 우월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에서 상한금액이 결정됐다. 엔블로정은 같은 계열 기출시된 SGLT-2 억제제 가격의 90% 이하 수준에 결정됐고, 펙수클루정은 기출시된 P-CAB 계열 약제와 PPI 계열 약제의 가중평균가 이하로 가격이 매겨졌다. 2019년 3월 급여 등재된 케이캡은 당시 적용됐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을 받아 비교적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방안은 한미FTA 이행 협상에서 차별적 요소로 부각돼 지금은 사실상 폐지됐다. 제약업계는 현행 국산신약 약가 산정이 신약개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국산신약 약가우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개진한 끝에 이번에 신약 혁신가치 적정 보상 방안이 새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2013년 복지부는 국산신약 개발에 평균 222억원, 소요기간은 9년 8개월 걸린다고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10년 전 이야기니 평균 비용은 이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 회수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으로 약값을 충당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약가가 필수적이다. 약가에 따라 투자금 회수 시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더구나 국내 개발 신약들이 내수시장에 선보인 뒤 해외진출을 노린다는 점에서 기준점이 되는 국내 보험가격은 높을수록 유리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 국산신약이라도 우대해야 한다. 산업의 주력인 제네릭 약제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매번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되다보니 국내 제약업계의 이익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번 상한금액 재평가로 발생하는 손실도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개발에 나설 기업이 누가 있겠는가. 신약개발 자금 역할을 하는 제네릭 약가인하가 불가피하다면, 확실하게 신약 가치를 인정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초기 등재 시 약가 우대 뿐만 아니라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사후관리를 통해 약가가 인하되지 않게 하는 점도 국산신약 가치를 제대로 보상하는 일이다. 해외 시장 경쟁력은 역시 신약에 달려 있다. 정부가 국산신약 육성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원할 대상에 명확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2023-09-06 06:03:07이탁순 -
[데스크시선] 안국약품의 도전과 자승자강[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창립 64주년을 맞은 안국약품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최근 몇 년 사이 불거진 파란을 극복하고, 견고히 내실을 다져 왔다는 청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2019년 불거진 유통 및 임상관련 이슈도 8부 능선을 넘어서며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점도 회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당시 파장은 직원 내부 고발에 의해 발생됐던 사안으로 지금도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영업·마케팅·임상 전반의 내부 시스템 재정립으로 현재 안정적 기업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실적만 놓고 봤을 때, 안국약품의 최대 전성기는 2015년으로 1950억원 외형을 달성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137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대내외 변수와 악재로 이듬해 매출은 1712억원(영업이익 51억원)으로 감소, 2020년에는 1318억원(6억7000만원)까지 하락하며, 10년 전 외형으로 회귀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창사 이래 처음 시도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CP규정 확립·ESG 경영 도입 등의 노력으로 지난해 191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 올해 반기 매출은 1075억원으로 2000억원 돌파가 유력시 된다. 매출 터닝포인트는 제품력에 기반한 영업력의 승리로 해석된다. 안국약품 성장가속도에 불을 붙인 제품은 천연물의약품 진해거담제 시네츄라로 2021년 대비 100% 성장한 350억원 외형을 달성했다. 고혈압치료제 레보텐션·레보살탄·슈바젯 등도 각각 200억·117억·1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관상동맥치료제 리포액틴·뇌기능개선제 카노아·복합형이상지질혈증약 페바로에프·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약 리포젯·관절염치료제 애니펜 등도 50~90억원 상당(전년대비 30~200% 신장)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터닝포인트에 힘을 실었다. 안국약품이 지금까지의 모진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 철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22년 8월 타계한 안국약품 창업주 고(故) 해담(海談) 어준선 명예회장의 좌우명은 자승자강(自勝自强)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란 뜻으로 노자 33장에서 인용된 고사다. 즉 전문성과 자신감을 겸비하고 강한 추진력으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면 모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고인의 안국약품에서의 63년 역사도 이러한 자승자강의 자세로 도전한 결과일 것이다. 어준선 명예회장의 도전과 응전의 기업이념은 장남인 어진 부회장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어진 부회장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아버지의 의지를 받들어 바이오의약품 연구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케미컬 합성의약품과 성격이 다른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간접 투자 등을 진행할 때 어준선 회장·어진 부회장은 과감하게 회사 내에 바이오의약본부를 신설, 구로디지털단지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결과 다중항체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 해외 특허 신청 등을 통한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안국약품은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2030 뉴비전을 선포했다. 의약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해 보다 안전하고 차별화 된 의약품을 개발·생산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K-바이오기업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안국약품 창업 당시 어준선 회장은 공장 집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생산직원들과 3년 간 동고동락 하며 회사를 일궜다. 그 투혼의 정신과 명맥은 어진 부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졌고,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힘찬 도약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2023-08-31 06:00:09노병철 -
[데스크 시선] 7천개 약가인하의 찜찜한 민낯[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오는 9월 5일부터 국내 제약업계에 대규모 약가인하가 시행된다. 제네릭 의약품 7387개 품목의 보험상한가가 최대 28.6% 인하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지난 3년 간 추진한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검토 결과 시행되는 약가인하다.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말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총 182개 업체의 제품이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국내제약사 대부분 약가인하를 감수한다는 얘기다. 100개 이상 약가가 인하되는 업체도 5곳에 달했다. 약가인하 의약품은 인하율을 보면 14~15%가 6374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고가 요건 1개를 충족하지 못해 약가가 내려가는 사례다. 약가인하 의약품 중 인하율이 20%를 상회하는 제품은 153개에 달했다. 이중 127개 품목은 약가인하율이 27%가 넘었다. 기준요건 2개 모두 충족하지 못해 인하율이 높아진 제품이 100개가 넘었다는 얘기다. 이미 유통업체와 약국가는 약가인하 제품의 반품을 두고 초비상이 걸렸다. 유례 없이 많은 의약품의 약가인하로 당분간 유통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무더기 약가인하로 인한 혼란의 책임은 정부가 가장 크다. 약가인하 방식이 너무 무모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을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허가 용도의 임상시험이다. 단순히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가를 깎는 방식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정책이다. 정부가 생동성시험을 약가 유지 요건에 포함하면서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제약사들은 약가 유지를 위해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비용 지출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제약업계는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하지만 제약사들도 수천개 약가인하로 인한 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보건당국은 오는 9월 약가인하로 연간 2978억원의 건강보험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품목당 연간 4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는다는 의미다. 제약업계 입장에선 연간 2978억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약가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평균 약가인하율을 15%로 가정한다면 이번에 약가가 떨어지는 의약품의 연간 처방액은 약 2조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품목별 평균 처방액이 3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번에 약가가 내려가는 제품 대부분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 약가인하 의약품 중 허가 받은 이후 판매 실적이 전혀 없는 제네릭은 1000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요건 2개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약가인하율이 27%가 넘은 제품 중 상당수는 판매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팔 계획도 없는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장착하는 ‘묻지마 허가’를 진행했다. 지난 5월 미생산 미청구 의약품 300여개 품목이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는데 2019년과 2020년 허가받은 제품이 70%에 육박했다. 허가받은 지 4년에도 못 미치는 신제품이 판매 실적 없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2019년과 2020년은 유례 없이 많은 제네릭 허가가 쏟아진 시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허가건수는 2018년 1562개에서 2019년에는 419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에는 2616개로 2년 전보다 67.5% 늘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600개, 1118개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2019년과 2020년 전문의약품 허가 폭증은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무더기 판매중지 이후 정부가 제네릭 규제 마련에 착수했고 이때 제약사들은 위탁 방식으로 제네릭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후 팔지도 못한 제네릭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당수 제품은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는데도 약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팔지도 않을 의약품의 허가에 소요된 인력과 비용, 팔지도 않을 의약품의 허가 심사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 판매된 적이 없는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위해 투입된 에너지 등 모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다. 결국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이 근시안적인 제약사의 욕망을 만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는 이상한 현상이 연출됐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너무나 이상하다. 국내 제약업계의 찜찜한 민낯이다.2023-08-30 06:15:54천승현 -
[데스크시선] 국토대장정, 가자! 희망의 나라로[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 강신호(97)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평생의 경영철학이다. 강신호 회장의 이러한 이념과 사상은 '박카스 국토대장정(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 탄생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토대장정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을 이기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고 남에 대한 배려와 동료애를 몸소 체험하도록 하자'는 강 회장의 의지로 시작됐다.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주의로 황폐해진 대한민국 청년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CSR 프로그램으로 지난 22회 동안 참가 대상인 대학생은 물론 전 국민적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다. 그동안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상아탑의 젊은 청년들에게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길이 있듯이 이 땅을 사는 우리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참가 대원들 역시 언젠가는 이루어야 하는 모두의 소원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 땅의 길을 희망의 발걸음으로 채웠고, 이 땅의 산하를 우정의 땀방울로 적셨다. 하나가 될 그날까지, 하나된 힘으로 하나된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지난 22년 간 전진해 왔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극기의 겸양을 배양하고 증명하는 산실로 작용했다. 참여방식과 인원은 소정의 서류심사 후 추첨·건강검진을 통해 총 144명(남72·여72)을 선발하고, 600여km의 구간을 도보로 행진한다. 그동안 참여 인원만도 3000여명이 넘고, 총 완주한 거리를 환산하면 적도지름(1만2000km) 기준 지구 2바퀴를 돌고도 남았다. 대원들은 6월~7월 중 20박 21일 동안 뜨거운 동료애로 그야말로 천리행군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운다. 값진 체험을 위해 자원한 참가자들은 폭염·폭우와 싸워 가며, 얼굴과 손발은 까맣게 타고, 때론 발엔 물집이 차올라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순간과 마주하지만 한계상황에서 진정한 인내를 경험한다. 제1회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해남 땅끝마을 출정식을 시발점으로 매년 개최, 전국 방방곡곡 거치지 않았던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코스로 진행됐다. 2015년에는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민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출정식과 완주식을 가지며 남다른 애국이념을 펼치기도 했다. 2019년 개최된 제22회 국토대장정은 '젊음의 패기와 도전'을 넘어 '남북화합과 통일염원'이라는 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진행돼 그 어느 해 보다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행진구간은 포항에서 출정해 영덕-울진-삼척-강릉-속초-고성-(금강산)을 돌아 고성에서 완주식을 갖는 일정으로 573km를 주파했다. 제22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2018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통일의 관문인 파주·개성을 거쳐 평양까지 도보 입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횡보상태로 전환되며 아쉽게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종착지를 선회했다. 당시 행사 주최 측은 2018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및 상봉대회에서 남북대학생 교류증진을 위해 국토대장정 행사를 위한 상당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냈지만 갑작스런 남북관계 이상기류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만약 당시 행사가 성사됐다면 민간교류의 장과 통일의 또 다른 마중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되며, 그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아쉽게도 현재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행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감염병 예방관리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제약기업으로서 선제적 대응과 모범을 보이기 위한 방편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토대장정 부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리두기·백신접종·개인위생 등 국민적 희생과 참여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한 의지는 '패기와 열정으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다'는 국토대장정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상생의 가치로 이제 새 희망의 대장정을 다시 펼칠 때다.2023-08-21 06:00:25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전문가 판매 건기식을 만들자[데일리팜=강신국 기자] 건강기능식품을 개인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개인이 집에 가지고 있던 건기식을 중고마켓을 통해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홍삼, 종합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는 금지돼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재판매 규제 개선에 관한 온라인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규제심판부는 조만간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단체, 플랫폼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규제 개선을 권고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반기를 든 쪽은 건기식 업계다. 소비자 간 거래가 허용되면 제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전 부처가 규제 완화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논의됐던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일반인 약국 개설 허용,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등의 규제 완화 이슈는 정부 내에서 아직 제기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민건강, 안전 분야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 되려 규제를 강화해야 할 부분도 많다. 건강기능식품만 해도 그렇다. 2020년 4조원대에서 지난해 6조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약사도 건기식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 해외직구까지 포함하면 국민들은 건기식 홍수 속에 노출돼 있다. 이제는 정부가 건기식에 대한 규제도 검토해 볼 시간이 됐다. 의약품과 같이 복용했을 때의 위험성, 건기식 복용 시 부작용 등을 검토해, 의약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서 판매할 수 있는 전문가 판매용 건기식을 만들 필요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복용하는 약물과 건기식의 크로스체크도 가능해진다. 즉 의약품 약력과 건기식 복용력 상호 점검의 순기능이 발현될 수 있다. 여기에 의약품 안전성 속보와 같이 건기식 안전성 정보가 나올 경우 의약사를 활용하면 매우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건기식 판매업 신고만 하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적절한 조치와 회수 등이 매우 힘들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약국은 위해성과 위험성의 차단에서 다른 유통라인 비해 월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건기식 소비자 간 재판매 허용 논의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의약사 등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때다.2023-08-15 20:25:15강신국 -
[데스크시선] 팥소 빠진 'K-션샤인 액트' 폐기하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경제적 이익에 관한 지출보고서 공개절차와 운영을 담은 약사법 시행규칙이 법제처 심사를 끝내고 8월 중 공포를 앞두고 있다. 일명 'K-션샤인 액트(Sunshine Act)'는 미국 션샤인 액트를 기반으로 유럽·일본의 관련 법안·규제를 융합해 만들어 졌다. K-션샤인 액트의 목적은 리베이트를 양지로 끌어내 관리하고, 금품 제공 등에 관한 신고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의약품 유통 투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션샤인 액트와 한국형 션샤인 액트의 가장 큰 차이는 일벌백계 징벌적 관리감독의 시행여부와 공개사항의 범주다. 미국은 수령자에 대해 성명, 주소, 양도가치, 양도일, 양도사유 등을 적시하게끔 법제적 표준양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주의 신고 또는 고의적 신고 누락이 적발 될 경우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법으로 제재하고 있다. 신고 대상도 현금양도, 지분양도, 자문료, 사례비, 선물, 접대비, 식사, 출장, 교육, 연구, 기부금, 로열티, 라이선스료 등이 포함된다. 위반 시 제재 규정은 부주의 신고 시 1000(143만원)~1만 달러(1430만원)의 벌금, 고의적 미신고의 경우 1만~100만 달러(14억)의 벌금에 처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K-선샤인 액트의 징벌·처벌권한을 미국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지출보고서 정보공개 관련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법률개정의 합목적성에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지출보고서 양식은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 6개 유형으로 미국·유럽·일본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만큼 표준양식을 따르고 있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지출보고서의 핵심인 처방의의 정보공개 범위의 모호성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제품설명회 표준양식에는 분명히 보건의료인의 성명·기관명칭·요양기관기호 등을 기재하는 란이 있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살펴보면 공개·비공개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 사실 규개위 권고 반영 전에도 의사 성명·요양기관명 등에 대한 정보공개 범주를 명확히 가이드 하지는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종 수정 전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의4에서는 '공개하는 지출보고서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사실상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조항으로 판단된다. 공포예정인 제44조의2도 법조항의 문구만 길어졌지 수정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정보공개의 범주를 정보공개법에 위임 입법하는 난센스까지 더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즉 정보공개법 제9조에서는 비공개 대상 정보의 특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9조1항의 도입부만 보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고 확정 명시돼 있지만 각호의 규정이 부가돼 있어 법률적 해석과 충돌이 예상된다. 지출보고서 작성 시 의료인 성명·의료기관명 등의 공개·비공개 논란의 중심점은 정보공개법 제9조1항 5·6호로 유추된다. 관련법 각호에서는 업무의 공정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상당한 사유와 사생활·비밀·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실명과 상호명을 비공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제1 목적은 규제에 있다. 그렇지만 실행과 적용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할 대목은 명확성이다. 법 해석 자체가 변호사·경찰·검사·판사의 전유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번 K-션샤인 액트에 있어 초미의 관심은 처방의 실명 공개에 있었던 만큼 집행에 있어 퇴로를 확보해서는 안된다. 유명무실한 실정법은 폐기가 답이다.2023-08-09 06:00:20노병철 -
[데스크시선] 체험담 광고 규정 대폭 손질해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의약품 광고심의 접수 추이를 살펴보면 블로그를 활용한 광고 등 온라인 분야에서 체험담 형태의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리령 별표7 제2호 바목 '사용자의 감사장 또는 체험담을 이용하거나 구입·주문이 쇄도한다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광고를 하지 말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된 일본의 광고규정은 사용 경험·경험적인 광고의 경우 객관적인 증빙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일반의약품·건기식·의료기기의 효능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오도할 우려가 있어 '안약, 외피용제 등의 광고 사용감을 설명하는 경우' '탤런트가 단순히 제품 설명 또는 제품을 제시하는 경우' '복약 준수를 촉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본 보다 더욱 강도 높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즉 광고는 제품의 시장 허가 조건을 넘어서는 이득을 진술하거나 암시하는 고객의 추천 후기나 인용문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소비자 강령을 통해 제품 특성 요약과 일치하지 않거나 적응증을 갖지 않는 추천의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가 추천을 하더라도 사용된 추천의 글은 개인의 진정한 견해여야 하고, 광고주와 대리인은 자신의 제품에 대한 추천의 글을 제공할 수 없다. 체험·추천 광고는 반드시 어느 한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소비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 한다. 이처럼 의약품 체험담 광고는 사용 후기가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해당 매체의 활용은 허용하되 이에 대한 지침을 허가된 사항 내로 설정하고 다른 광고 매체들과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매체의 다변화를 고려했을 때 광고심의위원회는 TV, 신문과 같이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광고매체가 아니더라도 일반의약품의 광고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제작물을 심의대상으로 간주하고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판단해 심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심의대상이 되는 매체를 제한한다면 특정 매체 분야의 광고활동을 음성화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 역시 규정에 명시된 매체가 아니라고 해서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고 판단하고 의약품 광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신문, 방송 등의 광고 외에도 유사한 매체 또는 수단을 광고 매체로 정의하고 있어 광고라고 판단되는 제작물에 대해서는 관련규정의 준수가 필수적이며 사전심의를 진행하는 것도 허위과대광고를 막는 1차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의약품광고사전심의규정에 명시된 광고심의업무의 정의는 '의약품광고의 진실성 보장과 광고 윤리 확립을 통해 소비자에게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온라인 광고에 대해 회사가 그 내용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자율권을 보장하되 규정 위반 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 광고 생태계 교란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약사법시행령에 따르면 체험담을 이용한 광고는 금지돼 있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느냐 또는 유연성을 인정하느냐에 따른 기준과 경계가 모호해 광심위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 왔지만 관련 사례와 부작용이 범람해 강도 높은 제한 조치가 예상된다. 이에 대한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제정 요구는 일반약은 셀프메디케이션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하고 개인마다 앓고 있는 질환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인의 치료 효능효과가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식약처는 체험담 이용 광고에 대한 심의 보류와 중단까지도 염두에 둔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관련 규정 제정 후 광심위의 의결과 판단을 존중한 만큼 가이드라인 마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치료 효과를 과대 포장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체험담이 아니라면 개인의 자유영역인 SNS를 통한 마케팅을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에 해당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해외 대다수의 국가들은 체험담 광고에 대해 엄격한 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선진국 규정을 벤치마킹한 과대과장광고의 범주에 기반한 체험담 광고 가이드라인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닌 산업 발전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시대적 요구다.2023-08-05 06:0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위탁의약품 처분강화 합당할까[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위탁 의약품의 규제 강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 강화 내용이 포함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위·수탁 품목의 관리 책임 규정 등의 위반사항이 발생했을 때 위탁자보다 수탁자의 처분이 더 무거웠지만 위탁자의 행정처분 기준을 현행 수탁자와 동일하게 규정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제품표준서 및 제조관리기준서 등 기준서를 작성·비치하지 않거나 제조지시서, 시험지시서, 제조기록서 또는 시험성적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수탁사는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는다. 이때 동일 제품을 보유한 위탁사는 해당 품목 제조업무정지 3개월 처분으로 수탁사에 비해 경미한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개정 규칙이 적용되면 위탁사도 동일한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위탁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강한 불만을 내비친다. 수탁사의 일탈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한 처분 기준을 위탁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연좌제'나 다름없다는 항변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수탁사의 품질관리 소홀로 행정 처분 사유가 발생하면 위탁사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크다. 기업간 정상적인 거래 관계로 맺은 위수탁 계약에 따라 의약품을 공급받고 판매했는데 수탁사 잘못만으로 위탁사도 동반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수탁사가 의도적으로 은밀하게 진행하는 위법행위를 위탁사가 사전에 걸러낼 방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제형 제조업무정지와 같이 처분 기준마저 수탁사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게 위탁사들의 불만이다. 지난 몇 년 간 보건당국이 위수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위탁사들의 불만을 키우는 배경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10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위탁제조품목의 GMP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네릭과 동일한 제품을 위탁방식으로 허가받을 때 GMP 평가자료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정 규정 공포 후 위탁제네릭도 3개 제조단위를 의무적으로 생산하고 관련 GMP자료를 제출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수탁사 품목과 제조단위 규모, 설비 등이 동일하면 1개 제조번호만 제출하면 된다. 직접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약가인하가 예고된 상태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했다.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이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하반기 중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은 제네릭에 대해 약가를 조정할 예정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탁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크게 억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 기존에는 정부가 위수탁 생산을 장려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2018년 불순불 초과 검출로 발사르탄 성분의 제네릭이 무더기로 판매중지 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위탁 의약품의 규제 강화에 나섰다. 식약처는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의약품 품질 향상을 통한 국민보건 증진에 기여”라고 처분 기준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는데도 마치 위탁제네릭을 품질 낮은 의약품 취급을 한다는 거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제네릭 난립 이슈가 불거진 이후 정부로부터 적법하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제품인데도 위탁 의약품을 문제가 있는 제품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크다.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위탁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물론 특정 수탁사의 잘못으로 위탁 제품이 무더기로 판매가 중단되면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반복을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위수탁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위탁 의약품도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이다. 위탁 의약품을 문제가 있는 제품 취급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다. 과거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려면 그럴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최근 제약업계에 대한 위수탁 규제 도입 과정에서 업계 당사자들과의 소통도 생략됐다. 위탁으로 허가받았다는 이유로 수탁사의 잘못도 위탁사가 똑같이 책임지라는 것은 부당한 정책이다.2023-08-01 05:50:15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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