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같은 오너 2세, 서로 다른 시대의 숙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오너 2세들을 만났다. 모두 1990년대생이다. 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이만으로 이들을 판단하는 건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젊었지만 생각까지 어리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경영 경력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와 업계를 접한 시간까지 짧은 것은 아니었다. 오너 일가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며 회사의 부침을 지켜봤고,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경영과 업계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직함을 달기 전부터 나름의 경영 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이들도 자신보다 어린 세대와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2000년대생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생각하는 방식과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했다. 흔히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을 MZ세대로 묶지만 그 안에서도 세대 차이는 생기고 있었다. 반대로 이들은 1950년대생 업계 원로를 찾아 의견을 구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제약업계에 몸담은 사람에게 회사와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새로운 세대라는 이유로 과거의 경험을 밀어내지 않았다. 한쪽에는 1950년대생 원로가 있고 다른 쪽에는 2000년대생 구성원이 있다. 그 사이에 1990년대생 오너 2세들이 서 있다. 위 세대의 경험을 이해하면서 아래 세대의 생각도 읽어야 하는 자리다. 오래된 방식을 무조건 따를 수도, 새로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문득 ‘오너 2세’라는 말이 너무 많은 것을 하나로 묶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약업계에는 196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서로 다른 2세들이 있다. 나이 차이만 30년에 달한다. 부모가 창업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회사를 물려받은 시대와 그때 회사가 처한 상황은 같지 않았다. 누군가는 선대가 일군 회사를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제네릭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외형 확대를 고민해야 했다. 지금 등장하는 젊은 2세에게는 앞선 세대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함께 담아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필요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선대의 경험 가운데 무엇을 이어가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일이다. 결정은 결국 이들의 몫이다. 원로의 조언을 듣고 젊은 직원과 소통한다고 경영 능력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들은 것을 자신의 판단으로 바꾸고 실제 경영에 담아야 한다.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회사의 변화와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오너 2세’는 출발점을 설명할 뿐이다. 경영의 결과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이들이 넘겨받은 회사와 마주한 시대는 다르다. 답해야 할 질문도 같을 수 없다. 이날은 ‘젊은 2세’라는 말보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먼저 보였다.2026-08-31 06:00:44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명분 없는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정책[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2월 24일이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개정 의료법이 본격 시행된다. 국회가 오랜 논의와 사회적 타협 끝에 마련한 법안의 핵심은 '제한적 재택수령'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와 등록 장애인, 지리적 한계에 부딪힌 섬·벽지 주민, 감염병 확진자 및 희귀질환자 등 정작 도움이 절실한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약 배송의 길을 열어두되, 일반 환자는 약국을 직접 방문해 대면 복약지도를 받는 안전장치를 뒀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인 지금, 정부가 뜬금없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며 판을 흔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이 합동으로 내놓은 이번 발표는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명분 없는 급발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제도든 입법 후 시행 과정을 거치며 현장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데이터와 평가를 토대로 보완하는 것이 상식적인 국정 운영의 순서다. 12월에 열릴 제한적 약 배송조차 실제로 가동해보지 않았다. 의약품 변질 위험, 오배송 및 분실 사고, 서면 복약지도의 한계 등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단 하나의 평가 지표도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편의와 접근성'이라는 포장지를 앞세워 전면 확대를 위한 추가 법 개정부터 외치는 것은 명백한 본말전도다. 시점과 배경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발표가 나온 날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였다. 플랫폼 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전면 약 배송' 카드를 꺼내 든 주체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복지부가 아니라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는 국무조정실과 중기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인 대면 원칙과 복약지도의 안전성보다, 특정 플랫폼 산업계의 이해관계와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가 정책 우선순위를 가로챈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마저 이러한 속도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은 이번 정책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방증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중기부 등 산업 부처를 축으로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외 공식화했지만, 이는 당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면서 "비대면진료는 아직 본사업, 정식 제도화가 시행도 되지 않았다. 지금 처방약 전면 허용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점은 주목해 봐야 한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이나 배달 음식이 아니다. 잘못 투약되거나 오남용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플랫폼이 진료 중개부터 처방전 전송, 조제약 배송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게 될 때 초래될 특정 대형약국 쏠림과 동네 단골약국의 붕괴는 결국 국민 건강권 침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전면 확대'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추진하는 협의체에 약사사회가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시작도 안 한 법을 흔들며 산업 논리에 편승하는 정책에는 명분이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익은 '전면 확대' 드라이브를 멈추고 12월로 예정된 취약계층 중심의 제한적 재택수령 제도가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세부 가이드라인 정비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2026-08-24 06:00:42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일반약 살릴 더 큰 수가 필요하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일반의약품이 더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에 추가되는 일반의약품은 별도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없이, 10일 이내 처리 가능한 신고만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으로 비타민 중 정제와 액제가 함께 포장된 이중제형, 글리시리진산·메퀴타진 성분 감기약, 인도메타신·피록시캄·펠비낙 외용진통제, 히드로코르티손·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프레드니솔론·프레드니솔론아세테이트 외용 진양제가 한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중제형 비타민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된다면 약국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지난해에도 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성분의 감기약 등에 문호를 열며 다양한 일반약의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모두의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식약처의 이러한 표제기 확대 노력은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일반의약품 시장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밀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값싼 처방약에 수요가 쏠리면서 일반약(OTC) 산업의 기반도 크게 약화됐다. 제약사들 역시 막대한 홍보·광고 비용이 드는 OTC 제품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수요도 공급도 저조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다만 일반의약품만의 독자적인 장점이 있기에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더욱이 처방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 기조, 약국의 수익성 제고, 소비자 접근성 확보 등을 이유로 최근 일반의약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커진 상황이다. 표제기를 통해 길을 열어주면 제약사는 제품 개발 투자 비용을 아끼고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약국 역시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 경영상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의사 진료 없이 손쉽게 약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해진다. 하지만 표제기 확대만으로는 만성 침체에 빠진 일반약 시장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다. 표제기로 신설되는 제품들이 해외나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시장에서는 이미 흔히 보던 것들이라 시장에서의 신선도도 떨어진다. 결국 소비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일반의약품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만들려면,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전문의약품을 대거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의약품 재분류에 미온적이다.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것은 의사 눈치를 보고, 일반약을 전문약이나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변경하는 것은 약사 눈치를 보다 보니 결국 어느 것 하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대규모 재분류가 이뤄진 2012년 이후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상시 재분류 시스템'은 이익단체의 갈등 속에서 사실상 멈춰 서 있다. AI 시대를 맞아 정보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지금, 정책의 우선순위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에 두어야 한다.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제약업계와 신제품 부족에 시달리는 약국, 그리고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바라는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정부는 단순히 표제기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문약의 일반약 재분류 확대라는 보다 전향적인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2026-08-18 06:00:42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속등재 시범사업, 후회는 사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여전히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목표로 제시했던 기간 내 등재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법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최종 등재까지 100일의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파격은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을 모두 생략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에서 예상 청구액 협상마저 생략해 선등재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 치료제로 희귀암은 제외된다. 허가를 받았거나 심사 중이거나 신청 예정인 약제여야 하며, A8개국 중 3개국 이상 등재된 약제는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8월)까지 접수를 받고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경평면제 약물에 상응하는 약가를 부여한다는 시범사업의 혜택은 제약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매달려왔던 '선등재 후평가'의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염원이 이뤄졌는데, 업계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제약업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근거 생산을 통한 사후평가이다. 정부는 실사용 레지스트리를 구축하여 임상성과 관련 RWE 자료를 산출하고 평가 재 후 5년 시점에 현행 유지, 약가 일부 인하 또는 전액본인부담까지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RWE 데이터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정에 따라, 5년 후 사실상 비급여 전환도 가능한 셈이다. 이는 다국적사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본인들의 보유 약제에 공식적으로 '효능이 없는 약'이란 명찰을 달아주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여기에 지금까지 등재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환자 치료 지속성 보장계획'이 필수 제출 서류로 등장한다. 정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지의 장치는 망설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암환자 대비 기대여명이 높은 희귀질환치료제 대상 시범사업인 만큼, 총액제한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앞에서 열어주고 뒤에서 조이면 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업계다. 당연히 파격엔 리스크가 따른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을 위한 시험대다. 적극적으로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안정적인 본사업의 윤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의 MFN 여파에 따른 신약 접근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 신약을 위해 변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 시작되는 시범사업이다. 고의적 무관심 속에 제도가 사장되지 않기를 소망한다.2026-08-10 06:00:42어윤호 기자 -
[데스크시선] AI 시대, 사라질 MR과 더 강해질 MR[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I가 모든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할 수 있는 일부터 대신할 뿐이다. 반대로 AI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사람은 이전보다 강해진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약 영업사원(MR)도 이 변화를 맞닥뜨렸다. 제품 정보는 AI가 더 빨리 찾는다. 논문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의료진을 만나야 할지 우선순위도 제시한다. 과거 MR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던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도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MR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만남'이다. 제약 영업에서 MR의 본질은 의료진을 만나는 데 있다. AI가 정보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는 못한다. 상대의 반응을 읽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며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과거에는 자주 만나는 것 자체가 MR의 경쟁력이었다. 의료진과 접점을 늘리고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처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제는 다르다. 의료진도 AI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는다. 제품 정보나 논문을 확인하기 위해 MR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으로 의료진을 만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만남'은 더 중요해졌다.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났을 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많이 아는 것보다 잘 설명해야 한다. 의료진의 질문을 이해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답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상대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이 만남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만나야 할 고객을 찾는다. 방문 전에는 예상 질문과 반론을 AI와 연습한다. 실제 만남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시 분석하고 다음 방문에 반영한다. 교육 역시 제품 지식을 외우는 데서 실제 상황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 제약 영업의 변화는 단순하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보 검색과 분석에 쓰던 시간을 의료진과의 대화와 신뢰 형성에 더 쓰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의료진과의 한 번의 만남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드느냐다. 제약사에도 같은 숙제가 남는다. AI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한다고 영업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덜어준 일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MR을 어떤 역할에 집중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MR의 미래도 갈릴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과 반복 방문에 머무는 MR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에 맡길 일은 맡기고 의료진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MR의 가치는 커질 수 있다. 결국 답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MR과 AI로 강해질 MR. 그 갈림길에 국내 제약 영업이 서 있다.2026-08-03 06:00:46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다가오는 혼란의 시기와 정부 능력 시험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1년 가까이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약가제도 개편 시행이 임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행정예고한 제네릭 약가인하 내용을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이 두 달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 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편 약가제도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약가 상한선이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가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이는 셈이다. 제약업계는 개편안 확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항생 주사제 약가우대 실효성이 지목된다. 항생 주사제는 68%까지 약가를 우대해주는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됐다. WHO ATC 코드 기준 J(전신용 항감염제)로서 투여경로 및 제형이 주사제인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 대상이다. 항생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 계열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 의약품이 해당된다. 처방 현장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 주사제의 약가를 높여줘 생산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항생 주사제는 생산 업체가 적은데다 이미 수십개의 품목이 등재된 제품이 많아 실제 혜택을 받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직접 생산과 동일 제품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페니실린 제제와 세팔로스포린 제제 등 주요 항생 주사제는 다른 의약품과 분리된 별도 공장이 필요해 원가 구조가 열악하고 생산 업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원가율이 높은 항생 주사제의 약가가 낮아지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 포기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항생 주사제의 약가 하락에도 약가 우대를 받는 제품이 많지 않으면 필수 의약품 수급난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 작업이 시작되면 업계 내 잡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기존 의약품을 2012년 이전과 이후 등재된 그룹으로 구분해 개정 산정률 45%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과 제네릭 등재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인하 대상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이 가장 큰 고민이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 제품의 약가가 53.55원에서 45원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16억원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계산해도 1개 제품의 영업이익이 16억원 증발한다. 여기에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인하율 확대는 제약사들에 또 다른 경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 53.55%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요건이 도입됐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15% 인하율을 적용하면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 53.55%가 1개 요건 미충족시 45.52%, 2개 요건 미충족시 38.69%로 내려간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최고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현재보다 25.6% 내려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동성시험 미수행 제네릭에 대해 20.9%의 약가인하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기준 요건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인하율을 수용했을 때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는 제품에 대해서 생동성시험 수행 등으로 약가인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서 생동성시험 수행 건수가 급증하면서 제약업계에 큰 혼란이 펼쳐진 이력이 있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2023년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기허가 제네릭 제품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에 착수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정책간의 시간차도 큰 변수다. 혁신형제약기업 제도와 개편 약가제도 시행 시기의 시간차에 따른 엇박자도 예상되는 혼선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해 약가우대 자격을 부여하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일정은 이보다 뒤로 밀려 있다. 복지부는 8월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해 12월 말에야 최종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역시 50%의 산정률을 최대 4년간 적용받는다. 기등재 의약품 조정 시에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공백이 기업의 경영 방침과 R&D 투자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제네릭 출시를 앞둔 기업들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차이로 산정률이 5~15%p까지 차이 날 수 있어 출시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개편 약가제도의 실제 시행 시점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복잡성이다. 정작 실무진도 제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질 만큼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향후 운영 과정에서 불거질 혼선과 부작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복잡하고 소모적인 기준 요건을 폐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새 제도에서는 기준 요건은 더욱 강화되면서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때마다 숱한 부작용이 노출됐고 뒤늦게 정부는 수습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예를 들어 개편 약가제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를 차단하는 규정이 담겼다. 상속이나 합병을 제외하고 의약품의 판권이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면 원칙적으로 동일 제품 최저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식 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업계가 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제조업자 지위 승계, 수입·제조허가 전환, 동일 제품 재허가 등 특정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를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과연 정부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시행하면서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을까. 정부의 제도 개편이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실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2026-07-27 06:00:46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라는 이름의 독배[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오는 12월을 목표로 의약품 규제 완화 페달을 밟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은 가히 파격적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20개로 대폭 늘리고, 이른바 무약촌에서는 24시간 운영 의무조차 없는 일반 소매점까지 판매처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2월 24일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확대까지 맞물려 있다. 약사단체들은 즉각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약사회(회장 연제덕)는 "책임지는 사람을 지우면서 편의를 늘리는 방식"이라며 전국의 시·도지부에 연대 투쟁을 촉구했고,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위학)와 경상남도약사회(회장 최종석) 역시 일방적인 졸속 행정을 멈추라며 성명을 쏟아냈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편의나 경제 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본질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정책적 일관성도, 명분도 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상비약 확대의 유력 후보였던 지사제 ‘스멕타이트’ 성분에 대해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복용을 금지했다. 오남용 우려가 적고 안전하다던 약조차 시판 후 감시를 통해 위험성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 손으로는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며 약을 금지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약을 파는 매대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기준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정이다. 더구나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포에까지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도 우려가 크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심야나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라는 엄격한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된 제도다. 이 최소한의 규제마저 허물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제도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꼴이다.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라는 것을 법에 명시한 이유는 약국이 문을 여는 시간에는 최대한 약국을 이용하고,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 불가피하게 진통제 등 약이 필요하면 편의점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편의점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닌 심야시간 최소한의 약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책 목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아무리 안전하다는 상비약이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전문가의 복약지도와 체계적인 관리망이 빠진 ‘편리한 투약’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약물 오남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접근성을 높이는 올바른 해법은 안전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데 있다. 약사 단체들이 입을 모아 요구하는 공공심야약국의 전면 확대와 단골약사제 도입이야말로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안이다. 정부는 "사고가 나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사람은 편의점 점원도, 정책을 밀어붙인 장관도 아닌 약사뿐"이라는 현장의 경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조급하게 추진하는 편의성 확대는 결코 복지가 될 수 없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폭주를 멈추고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안전이 무너진 편의는 재앙에 불과하다.2026-07-20 06:00:42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암질심과 OS의 위력...기다림에 대한 조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전체생존기간, OS의 위용은 여전했다. 동시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CDK4/6억제제 2종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OS 데이터를 확보한 '버제니오'는 통과, 그렇지 못한 '키스칼리'는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것. "OS 없이 암질심 통과를 바라지 말라"는 사실상 불문율이 된 듯하다. 특히 고형암에서는 더욱 그렇다. 클래스 이펙트의 적용이냐, OS 위용의 사수냐를 두고 이어진 갑론을박은 OS의 입지를 지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모습이다. 여전히 복지부와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비롯, 사회적 요구도, 재정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3년 간의 암질심 결과 분석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이번 결정은 또 다른 질문도 남긴다. 클래스 이펙트 효과를 보지 못한 키스칼리는 버제니오와 달리 재발 위험이 높은 림프절 음성(N0) 환자들에 대해서도 급여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조기 유방암에서 림프절 전이는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치료 패러다임은 림프절 전이 여부만으로 환자의 재발 위험을 판단하지 않는다. 종양 크기(T stage), 조직학적 등급(Grade), 세포 증식 지수(Ki-67) 등 다양한 병리학적 위험 인자를 함께 고려해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 임상 현장의 표준이다. 실제로 일부 고위험 특성을 가진 N0 환자는 림프절 1~3개 전이를 동반한 N1 환자와 유사한 수준의 재발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림프절 전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재발 위험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 임상연구에도 반영되고 있다. 키스칼리의 NATALEE 연구는 림프절 양성 환자뿐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N0 환자까지 포함해 보조요법 효과를 평가했다. 이는 조기 유방암 치료가 병기 중심에서 환자별 재발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암질심 결과는 단순히 한 약제의 급여 여부를 넘어 N0 고위험군의 치료 접근성이라는 과제를 다시 환기시킨다. OS 데이터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근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한 보조요법의 특성상, 재발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들의 치료 기회 역시 함께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OS 데이터는 앞으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연구들도 장기 추적을 통해 보다 성숙한 생존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 다만 조기암 보조요법의 치료 목적은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재발을 줄이고, 원격전이를 예방하며, 환자가 진행성 유방암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다. 유럽종양학회(ESMO)의 임상적 유익성 평가 척도인 ESMO-MCBS v2.0에서도 보조요법에서는 성숙한 OS 데이터가 없더라도 DFS 개선을 중요한 임상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OS 데이터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예방 자체가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암질심은 여전히 숙제를 갖고 있다. OS 데이터는 중요한 근거이지만, 그것만으로 가치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조요법에서 DFS가 이미 주요 평가체계에서 임상적 가치 판단에 반영되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장기 OS 데이터가 입증될 때까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의 의사결정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OS 데이터가 성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그 시간을 환자들이 기다릴 수 있을지, 기다림 만이 정답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말이다.2026-07-13 06:00:40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주가 하락기 증여, 무조건 꼼수일까[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 오너의 증여는 시작부터 의심을 받는다. 주가가 오르면 "왜 비싼 시기에 증여했느냐"는 말이 나온다.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어느새 기업 승계는 어떤 시점을 선택하든 의심부터 받는 일이 됐다. 최근에도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증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사업 전략이나 승계의 배경보다 증여 시점이 먼저 도마에 오른다. 주가가 저점이면 절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그 비판은 이내 '편법'이나 '꼼수'라는 단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 번쯤은 다른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내리면 증여는 정말 죄가 되는 것일까.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현행 세법은 일정 기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한다. 따라서 주가 하락기에 증여하면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은 숨겨진 비밀도, 기업만 아는 편법도 아니다. 법이 정한 과세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절세와 꼼수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절세는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다. 반대로 꼼수나 편법은 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취지를 훼손하는 경우를 뜻한다. 둘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도 절세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며,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를 꼼꼼히 챙긴다. 이를 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법이 허용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승계도 원칙은 다르지 않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을 납부했다면 그것은 제도의 활용이다. 현행 증여세 평가 방식이 적절한지는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제도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다. 물론 모든 저가 증여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증여 시점을 설계하거나,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면 당연히 엄중한 비판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 시장의 감시도 바로 그런 행위를 향해야 한다. 아무런 위법 행위나 불공정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꼼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의심은 가능하지만, 의심이 곧 사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제 증여를 해야 하는가. 주가가 오르면 "고평가 시점을 이용했다"고 하고,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고 한다. 실적이 좋으면 비싸게 평가받는다고 문제 삼고, 실적이 나쁘면 싸게 평가받는다고 의심한다. 어떤 시점을 선택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면, 과연 정답은 무엇인가. 기업 승계는 언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경영 행위다. 특히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승계를 무조건 미루는 것이 항상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승계가 늦어질수록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배당이나 지분 매각, 담보대출 등 또 다른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증여 시점이 아니다. 승계 과정은 투명했는가.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했는가. 소액주주의 권익은 보호됐는가. 승계 이후 책임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는가. 시장이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질문들이다. 감시는 필요하다. 의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의심이 곧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했다는 사실은 검증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 자체가 꼼수라는 결론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한 기업이 아니다. 법을 악용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기업이다.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가 죄가 될 수는 없다. 죄가 되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다.2026-07-06 06:00:42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 있는 것[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가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누군가는 매출을 남기고, 누군가는 공장을 남긴다. 어떤 기업가는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를 남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언젠가 새로운 기록에 자리를 내준다. 영원히 남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명인제약 창업주 이행명 회장은 다른 답을 내놓은 듯하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업이 사회로부터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면 언젠가는 그 결실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2023년 사재 350억원 출연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현금 100억원, 명인제약 주식 250억원. 이행명 회장은 회사의 이름을 건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출범 자체보다 그 이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재단이 출범한 지 3년. 350억원으로 시작된 씨앗은 이제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성장했다. 누적 장학생은 473명, 누적 장학금 지원 규모는 13억2200만원에 이른다. 장학생 출신 국가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17개국으로 확대됐다. 최근 선발된 장학생 가운데는 의예과와 치의학과, 간호학과 진학생도 포함됐다.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누군가는 간호사가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연구자가 되고 교사가 될 것이다. 그들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에는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이 있다. 이행명 회장이 주목한 대상이 다문화가정 자녀였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 학생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언어와 문화, 경제적 환경이라는 여러 장벽을 동시에 마주한다. 결국 이들이 어떤 교육 기회를 얻느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그는 이런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재단은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명인다문화장학재단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장학생들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학생,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까지 각자의 목표는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줬다는 경험이다. 장학금의 가치는 단순히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이 아니다. "너는 할 수 있다"는 사회의 응원일 수 있다. 그 응원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결국 사회를 바꾼다. 명인제약은 창립 40주년을 넘겼다. 회사는 국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자 한 것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매출과 공장, 주가와 시가총액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더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가 설립한 장학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를 넘어선다. 한 기업인이 평생 일군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에 가깝다. 기업은 성장하고 변한다. 경영진이 바뀌고 시장 환경도 달라진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학생들이 의사와 연구자, 교사와 공무원이 되어 다시 사회를 움직인다면 그 영향력은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다. 좋은 약은 사람의 몸을 치료한다. 좋은 교육은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이행명 회장이 350억원으로 시작한 선택은 어쩌면 새로운 약을 만드는 일과 닮아 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은 한 학생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 있는 가장 큰 유산인지도 모른다.2026-06-29 06:00:40이석준 기자
오늘의 TOP 10
- 1제네릭 등재 시기에 상이한 약가인하 일정…"캐시카우 희비"
- 2비만약 최저가·약 배송 부메랑…비대면 플랫폼 떠나는 약사들
- 3"리베이트 제약, 법인 무혐의라도 혁신형 인증 취소 대상"
- 4복지부, 일반약 과다복용 규제 예고…"약국 관리체계 마련"
- 5휴비스트, 복합제 개발 잇단 성과…휴사트릴·피타에젯 생동 확보
- 6"약국,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
- 7공짜 자본·주가 부진의 청구서…뷰노, 영구채 갚으려 314억 유증
- 8240일 단축 심사…신약 사전대면회의 의약품 2건 접수
- 9보험급여 해결한 '핀테플라', 종합병원 처방권 진입
- 10방광암 1차치료 주도권 경쟁…RWD로 번진 표준요법 승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