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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이젠 안착한 면역항암제? 갈증은 남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면역항암제는 이제 꽤나 대중적인 단어가 돼 버렸다. 일반인들도 한번은 들어봄 직한 정도니 말이다. 어느덧 국내에 처음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대하며 항암 치료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늘어나는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는 치료 접근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문이 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옵션의 임상적 가치가 급여 체계 안에서 어디까지 반영돼야 하는지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재정적 부담과 신약이 제공하는 임상적 유용성 사이에서 어디까지 균형을 잡을 것인가의 문제다. 다가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역시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는 자리다. 이번 암질심에서는 '옵디보(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및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 급여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암질심에서 해당 요법은 간암과 폐암 모두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최근 간세포암에서는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에 이어 '임핀지(더발루맙)'와 '이뮤도(트레멜리무맙)'까지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비소세포폐암 역시 이미 4년 전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단독 및 병용요법에서 급여 적용되며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 전략이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등재된 상황에서 새로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급여 기준 설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간세포암은 여전히 재발이 잦고 예후가 불량해 사망률이 높은 암종이며 환자의 상당수가 간 기능 저하를 동반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질환 특성 때문에 깊고 지속적인 반응과 장기생존, 간기능에 관계없이 장기 생존 이점을 보이는 치료 옵션인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여겨진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가장 긴 생존 데이터를 제시한 치료 옵션이다. 임상 연구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23.7개월을 기록했고, 48개월 시점 생존율은 31%를 보였다. 또한 아시아 환자 하위 분석에서는 mOS 34.0개월과 3년 생존율 49%, 객관적 반응률 37%, 완전관해율 10%가 보고됐다. 기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mOS가 20개월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특히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간 기능이 저하된 ALBI 2/3 등급 환자에서도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25% 유의하게 낮추며, 간 기능이 보존된 환자군과 유사한 수준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세포폐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트루다 기반 요법이 사실상 1차치료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군의 치료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임상에서는 PD-L1 음성 환자군이나 편평상피세포암과 같이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 환경에서 장기 생존 혜택이 제한적으로 보고된 환자군이 존재한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이러한 환자군에서도 PD-L1 발현율이나 조직형과 관계없이 일관된 생존 개선 결과를 제시하며 또 다른 치료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국 암질심 논의의 핵심은 단순한 옵션 추가 여부가 아니다. 현재 급여 체계가 실제 임상에서 충분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특정 환자군의 미충족 치료 수요를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미 옵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면역항암제, 아직은 목이 마르다.2026-04-13 06:00:40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바이오시밀러 고가 보장하는 이상한 정책[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번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결정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목적이라면 바이오시밀러가 개편 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다.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건보재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가 재정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저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약가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을 80% 목표로 처방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외래 처방의 70%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절감 금액의 일부를 의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21%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처럼 처방률에 대한 목표도 없거니와 정책도 없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2개나 있으면서 처방률이 낮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낮은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정부가 애초 수출 경쟁력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약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내수 시장에서는 오리지널과 약가 경쟁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급여 등재되면 기존 오리지널 최고가의 80%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1년이 지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모두 최고가의 70%로 낮아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동일가 구조가 바이오의약품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바이오시밀러가 시장 경쟁력을 위해 오리지널보다 약가를 자진 인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시장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자진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40~50%하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9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상황은 바이오시밀러와 가격차가 크지 않은 오리지널의약품 선호 현상을 강화하고, 국내 환자들만 높은 가격에 바이오시밀러를 부담하는 역차별을 낳는다.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오리지널 대비 가격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 최고가 대비 45% 수준에 결정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여전히 70%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70%를 보장하면서 다른 나라처럼 40~50% 수준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로 처방률을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다 보니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 인하 비율 폭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건보재정에도 크게 부담이 된다. 아무리 값싼 제네릭을 가격을 인하해봤자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그대로라면 재정 절감 기여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꾸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2016년 약가를 70%에서 80%로 올린 바 있다. 하지만 2016년과 지금은 국내 시장 바이오의약품 사용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효과와 편의성을 앞세워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프롤리아와 항암 치료의 혁신을 이끈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이 이제 주요 치료제 시장을 점령했다. 문제는 이들 바이오의약품이 합성의약품에 비해 고가라는 점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치열해지는데, 국내 약가 구조상 약값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먼저 동일가 정책부터 폐지하고, 제네릭처럼 바이오시밀러도 약가비중을 인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사실 이는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제네릭의약품에도 필요하다.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하면 재정 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저가의 제네릭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우대해 기업 스스로 가격을 인하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오리지널-제네릭(바이오시밀러) 동일가 기전을 유지하고, 제네릭 일괄 인하 정책만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제네릭의약품 일괄 인하를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고가격 보장 정책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2026-04-06 06:00:40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제네릭 편견에 갇힌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내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시한 초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때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 조정 일정 방안을 제시했는데, 제네릭 약가가 45~50% 수준에서 설정된 제품의 약가를 40%대로 인하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네릭 약가가 45% 이상인 제품도 약가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제네릭 약가 기준이 4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시사했고, 결론도 원안 범주 내에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5개월 동안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완성했고, 결론은 초안이나 5개월 전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는 표면적으로 최고가격이 16.0% 인하된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복잡한 약가 인하 장치를 적용하면 실제 인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 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기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5.6%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 더욱 강화된 계단형 약가 제도를 적용하면 후발 제네릭은 사실상 진입이 봉쇄되는 장치가 완성된다. 복지부가 2020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내놓은 기준을 보면 ‘기준 요건 2가지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더라도 기등재된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21번째 제품부터는 동일 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가격의 85%로 등재된다’라고 명시됐다. 현재 계단형 약가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21번째 제네릭은 38.69%에서 15% 인하된 32.86%가 적용된다. 최고가 53.33%와 비교하면 첫 계단형 약가 제도 적용 제네릭은 38.6%가 깎인다는 의미다. 22번째, 23번째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인하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13번째 제네릭은 최고가 요건 2개 미충족 제네릭 28.8%에서 15% 내려간 24.48%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13번째 제네릭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53.55%였던 비율이 개편 제도에서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구조다. 13번째와 14번째 제네릭은 최저가에서 38.6%씩 내려가면서 각각 14.98원, 9.20원으로 낮아진다. 최고가로 등재됐더라도 약가가 떨어지는 추가 약가 인하 장치도 추가된다. 복지부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동일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 등재 시 12번째 이내에 포함돼 최고가 45%를 받았더라도 다수 제품의 등재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품은 1년 뒤 15% 인하된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도 13개 이상 동시에 진입하면 1년 뒤 약가가 15% 인하될 수도 있다. 만약 45%의 최고가 요건을 확보했더라도 1년 뒤에 15% 내려간 38.2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행 제네릭 최고가보다 28.58%가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가 약가 인하 장치를 동시 가동하면서 사실상 약가를 20% 이상 떨어뜨리고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하는 꼼꼼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불만이 제약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제네릭에 대한 불편한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네릭 사용 증가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위험한 인식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제네릭 약품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지난 2024년 제네릭의 약품비 지출액은 12조 4409억 원으로 2020년 9조 911억 원보다 36.8% 늘었다. 같은 기간 제네릭이 있는 오리지널은 5조 5960억 원에서 7조 468억 원으로 25.9% 증가했다. 제네릭 약품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도네페질 등 주요 다빈도 전문의약품 5개 성분 16개 용량 중 14개의 작년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처방 현장에서 저렴한 제네릭 사용이 늘면서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게 형성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제네릭 약품비가 증가한다는 통계만 부각시켜 약가 인하 명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허가와 약가 규제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7월부터 약가 제도 개편으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 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82% 쪼그라들었다.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 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 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 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 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도입으로 인한 영향을 외면한 채 10여 년 전과 비교한 단순 수치만으로 제네릭 난립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작년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침 발표 이후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 연구개발 위축 등을 읍소하며 소통을 통한 정책 타협을 외쳤다. 제약업계는 산업이 실제로 입는 손실 데이터를 같이 보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에 유리한 통계를 기반으로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사에 '준혁신형 제약사'라는 용어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 기업의 약가 우대 당근도 제시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물음표다. 제약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노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소통도 실패했고 업계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정부 정책 전문성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2026-03-30 06:00:40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약물 운전 복약지도 의무화와 현장의 목소리[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최근 '약물운전'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에 발맞춰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약사가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의약품을 조제할 때 복약지도서에 위험성을 의무 표기하고, 이를 어기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지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현장의 약사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정부도 향후 입법과정에 반영할 내용이 분명히 있다. 현재 정부는 어떤 성분이 졸음을 유발하는지, 어떤 수준으로 복약지도를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이나 성분 리스트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특정 정보의 기재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약사의 전문적 판단권을 박탈하고 약사를 단순한 '정부 홍보물 출력 대행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약사들의 반발을 사는 이유다. 약사들은 정부가 사고 예방의 책임을 최종 단계인 약사에게만 독박 씌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정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면 처방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제어가 이뤄져야 하며, DUR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제약사의 표준화된 약품 라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당한 측면이 있는 주장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식욕억제제 등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의 과잉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관리 대책은 빠진 채, 복약지도서에 문구 한 줄 넣지 않았다고 과태료 대상이 된다면 약사 입장에서 한심한 노릇이다. 정책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창고형 약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반의약품이 대량 판매되고 있고,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논란도 방치되고 있다. 졸음을 유발하는 일반의약품의 무분별한 소비는 외면하면서, 조제약의 복약지도 미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된 처사다. 대표적으로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한 창고형약국도 문제된 적이 있다. 이에 식약처 주도로 약물 위험 성분 리스트를 확정하는 게 우선이다. 경찰청도 음주운전과 같이 약물 운전 단속 지침을 만든다고 하지만, 위험 성분부터 선별하는 게 먼저다. 모호한 기준에 근거한 과태료 조항을 삭제하고 자율적인 복약지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복약지도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약국은 극소수다. 자율적으로 약사들의 역량에 맡겨온 게 지금 약국가의 상황이다.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복지부가 약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2026-03-23 06:00:36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허·평·협을 비롯한 신속등재 방안의 실효성[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보자. 보건복지부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품목 허가, 급여평가, 약가 협상 과정을 병행 처리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장 300일 이상 소요되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150일로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2026년 현재, 허평협 시범사업은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23년 시작된 1차 시범사업도 약 2년만에 마무리돼 당초 목표했던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1차사업 약제 중 가장 마지막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빌베이(오데비식바트)'에 급여 등재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24년 12월 선정된 제2차 시범사업 약제 역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림카토(안발셀)' ▲'핀테플라(펜플루라민)'가 선정되고,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급여 논의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제약업계에서는 "허평협 시범사업의 '150일'도 잘 안 지켜졌는데, 과연?"이라는 의문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난치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기간 단축은 거의 매년 거론돼 왔으며 실제 조금씩 규정상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및 협상 단계 모두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 신속 등재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답담함은 환자의 몫이다. 애타게 기다리지만 답이 없고 향방도 알려주지 않는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단축방안, 올해는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정말 짧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26-03-16 06:00:34어윤호 기자 -
[데스크시선] 혁신형기업 약가인하 제외에 대한 소고[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둘은 마치 '양날의 검'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재정을 아낀다고 막무가내로 약값을 깎다가는 산업이 침체되고, 그렇다고 산업 육성 차원에서 치솟는 약값을 내버려 두면 건강보험 곳간은 금새 비워질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추진은 건강보험 곳간이 비워가는 상황에서 꺼낸 카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제 이름값 좀 하려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등한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 육성과 재정 건전성 사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제도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이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소위 '신약 좀 만드는 제약사'를 걸러내 육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1년 제도 신설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원래 목적이던 기업 육성이 잘 됐냐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이 49개사까지 늘어났지만, 해외에서도 비빌만한 약을 만든 회사는 거의 없다. 제약업계는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될 기업을 밀어 줄 만큼 큰 혜택'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그룹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도와주는 정도'라는 얘기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제약기업이 얻을 수 있은 가장 큰 혜택이라고 느끼는 것은 약가 우대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퍼스트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은 약가 산정 시 우대를 해준다. 가령 일반기업은 퍼스트제네릭 등재 시 최고가의 59.5%로 산정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68%로 가격을 매긴다. 약가가 곧 판매수익과 직결된다고 보면 일반 기업보다 7.5% 더 버는 셈이다. 다만, 약가 우대는 한시적 혜택이다. 1년이 지나면 이런 가산법도 사라져 일반 제약기업이 혁신형제약기업이나 같은 약값이 된다. 그래도 같은 출발선상에서 약가가 조금이라도 더 높다는 건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2년마다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 심사 결과에 울고 웃는 제약사들이 속출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가 '걸러내고 육성한다'는 취지를 더 살리려면 지금보다 심사는 더 강화하면서 혜택은 더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진짜 글로벌 신약을 만들 역량을 갖춘 회사를 선정하되, 신약을 만들기 전까지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기등재 약가인하 대상에 혁신형 제약기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제약기업 육성 차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기등재 약가인하로 매출이 하락할 위기에 신약 R&D 비용에 수십, 수백억원을 쓰는 기업이 있겠는가? 고작 혁신형제약 기업 타이틀 때문에. 히지만 49개 혁신형 제약기업에만 이런 혜택을 부여한다면 비혁신형 기업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다. 현장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에 대한 불신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원화된 약가인하 추진과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개선 논의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업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제네릭 약가인하 논의를 졸속으로 추진하지 말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질적인 혁신형 제약기업 혜택 논의와 같이 논의하는 게 어떨까. 더불어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기준도 정말 R&D 하는 회사 중심으로 재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산업 육성을 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2026-03-09 06:15:41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실적은 웃는데 조직은 흔들린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사는 업계의 부러움을 산다.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다. 올해도 신기록이 유력하다. 약가인하를 앞두고 보수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제약사들과 대비된다. 겉으로 보면 흔들림 없는 질주다. 그러나 이 회사의 불안은 성장률이 아니다. 성장의 방식이다. 지난 몇 년간 이 회사는 경력직을 대거 영입했다.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인력 위주였다. 전략은 명확했다. 시간보다 속도였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신제품은 안착했고 점유율은 확대됐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자본시장은 환호했다. 그러나 내부의 시간은 달랐다. 조직은 커졌지만 ‘우리 방식’은 형성되지 않았다.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는 엇갈렸고 성과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목표는 같았지만 과정은 충돌했다. 갈등은 쌓였다. 내부 민원과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회사는 기본 업무와 협업에 인센티브를 걸며 봉합에 나섰다. 단기 처방은 가능했다. 근본 해법은 아니었다. 숫자는 전략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채용으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시간으로만 축적된다. 공유된 경험과 공통의 기준이 있어야 조직은 뿌리를 내린다. 이 회사는 신입 채용을 늘려 내부에서 기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방향은 분명하다. 다만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다. 신입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은 분기 실적으로 반응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숫자를 지킬 것인가, 조직을 지킬 것인가. 속도에 기댄 성장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기반 없는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위기의 순간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그래프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다.2026-03-03 06:00:44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정부, 약가개편 투명한 소통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안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유예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하면서 올해 2월 건정심 의결, 7월 시행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제도 개편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소 한달은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복지부의 건정심 의결 유예 움직임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제도 개편 강행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의 의결과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대규모 약가 인하 방안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및 시행 유예 ▲약가인하가 초래할 국민건강과 고용 등 영향평가 실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시행안 폐기 ▲중소 제약기업의 사업 구조 고도화 지원책 마련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을 정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부–산업계 간 거버넌스 구축 등을 촉구했다.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정부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약가 제도 개편의 근거와 재정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구조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정책을 빌미로 노동조건 후퇴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노조가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개편 약가제도를 발표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제약사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 유예와 백지화 등의 요구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작년 11월 약가제도 개편을 보고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기준이 53.55%에서 45%로 설정되면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격이 16.0%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기준이 40%로 결정되면 53.55원이 40원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종전 보다 제네릭 최고가는 인하율은 25.3%로 커진다. 제네릭 1개 제품의 수익률이 20% 이상 내려간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손실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하율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손실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 여부도 세부적인 로드맵이 공개된 적이 없다.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되면 제약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제품이 53.55%의 약가가 40%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25억원의 매출이 증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13년 이상 50% 이상 산정기준을 유지한 기등재 제네릭부터 순차적으로 개편 약가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약 3000개 품목을 조정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는 45% 이상 유지된 1500개 품목을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동일 성분 제네릭 제품에서도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 인하 대상이 엇갈리는 기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 성분 단일제는 총 156개 품목이 허가됐는데 허가연도는 2005년부터 2021년부터 다양하게 분포됐다. 지난 2025년 19개 품목이 허가됐고 2006년 29개 품목이 허가받으면서 클로피도그렐 제네릭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지난 202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9개의 제네릭이 진입했고 2019년에는 신규 허가가 17개 품목으로 늘었다. 당시 정부가 계단형 약가제도와 기준요건 등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에 착수하자 신규 허가가 봇물을 이뤘다. 만약 정부가 2012년 이전에 등재된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허가받은 64개 품목에 대해 약가인하가 추진되고 2012년부터 허가받은 92개 품목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경우 동일 제품인데도 서로 다른 약가제도가 적용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연출된다. 특정 제품과 기업에만 불리한 제도를 적용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시장이 열린 시기별로 성분별로 약가인하 대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2012년 이전에 제네릭이 1개라도 등재됐다면 해당 성분 의약품 전체가 약가인하 대상으로 분류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로 감수하는 손실은 더욱 커진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기준요건도 적용하면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존 위협 불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소통이 필요하다.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려고 한 두달 약가제도 개편 의결 절차를 미룬다고 소통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업계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해야한다. 정부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소통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중계하는 현 정부에서 투명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복지부가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2026-02-23 06:00:38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대체조제 활성화 키는 약사들이 쥐고 있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전산 사후통보가 이달부터 시행됐다. 기존 전화나 팩스로 해오던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심사평가원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약국가는 고질적인 ‘의약품 품절 사태’로 몸살을 앓아왔다. 수급 불균형이 일상이 된 시대에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만을 고집하는 처방 관행은 환자의 약물 복용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품절이라는 아우성에도 의료기관의 처방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러니 품절약에 대해 급여중지라도 해달라는 민원도 다반사였다. 이제 대체약제가 있다면 품절약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단골환자의 원거리 의료기관 처방전도 대체조제 유력 후보군이다. 단골환자가 가져온 처방약이 약국에 없을 가능성은 꽤 높다. 사후통보 부담이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약사들도 쉽게 대체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처방 분산과 동네약국 활성화는 물론 주치약사 제도화의 기틀이 될 수 있다. 대체조제는 단순히 약을 바꾸는 행위가 아니다. 동일 성분·동일 함량·동일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을 약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도 의사 사전동의가 아닌 사후통보만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해놓은 이유다. 이제 약사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단순히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게 아닌 환자에게 대체조제의 안전성과 경제적 이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입증한 약효 동등성이 확보된 품목으로 조제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대체조제는 법에서 허용한 약사들의 역할이자, 권한이기 때문이다. 최근 창고형 약국의 부실 복약지도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약국의 본질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전문 상담에 있다. 대체조제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 약은 처방된 약과 성분이 완전히 동일하며,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약'이라는 한 마디는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약사에 대한 신뢰를 한 층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약사는 처방전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환자의 평생 건강을 가이드하는 ‘지역 건강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2026-02-09 06:00:40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패전보가 국룰? 항암 보조요법 수난시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보조요법 보험급여를 노리는 항암제들의 패전보가 즐비하다. 분명 필요해 보이는데,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을 위한 지속적 약물의 투여, 원래 없었던 개념은 아니다. 만성질환에서는 이미 치료가 아닌 '관리' 개념으로 약을 복용해 왔으며, 항응고제처럼 존재 이유가 예방인 약물도 있다. 문제는 그 영역이 고가의 첨단 항암제로 확대되면서 발생했다. 다양한 항암 신약들은 이제 조기 단계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보하고 추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 등 수많은 첨단 신약들은 다수 적응증 확대 속에 보조요법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적응증의 홍수다. 보조요법의 대두는 우려가 동반된다. 버거운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암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무섭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이 80%에 육박하는 질환도 있다. 그러나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처방하고 여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보조요법의 급여 확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CDK4/6억제제의 예를 들어 보자.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와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 급여 도전 선봉장은 버제니오, 결과는 세번의 암질환심의위원회 탈락이다. 버제니오는 첫번째 도전부터 암질심 상정에 애를 먹었다. 급여 신청 제출 후 6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2023년 5월 상정됐지만 결과는 '급여기준 미설정'이었다. 이후 5개월 뒤 릴리는 10월 심평원에 급여 신청을 다시 제출했고, 지난해 3월과 7월 암질심에 상정됐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최근 키스칼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분명한 사실은 보종요법의 혜택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유수 학회의 가이드라인에는 보조요법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높은 권고 등급을 차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항암제 보조요법의 필요성을 약제마다 꼼꼼히 따져보고, 막연한 '부담' 보다는 실리를 따져볼 시간이다. 재발 환자에 대한 투약이 더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재발과 전이는 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치명적인 요소다. 정답이 없기에 장단의 무게를 재야 한다. 쌓여가는 보조요법 약물들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2026-02-02 06:00:41어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