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청은 의약사 말고 국민 눈치를 봐야2000년 의약분업 이후 12년만에 의약품 재분류를 진행한 식약청이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최종 결정 역시 지난 6월 분류안을 발표할 당시와 마찬가지로 의사와 약사 눈치를 보느라 과학적인 판단을 내팽겨쳤다는 지적이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사전피임약은 약사의 것, 처방을 받아야 살수 있는 사후피임약은 의사의 영역으로 사실상 받아들이고 이도저도 못했다는 비난이다. 접근성이 화두였던 사후피임약 전환을 관철시키기 위해 40년 동안 안전하게 사용해온 사전피임약을 맞바꾸는 형태로 분류안을 짠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론 의약품 분류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주체가 의약단체라는 점을 무시할 순 없었겠지만, 식약청이 처음부터 몸을 사렸다는 비판은 받아 마땅하다. 사전·사후 피임약 모두 분류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여론이 한곳으로 모아지지 않고 분산된 점도 이번 분류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후피임약 전환은 찬성하는데 사전피임약은 안 된다거나 거꾸로 사전은 되고 사후는 반대한다는 등의 주장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추진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접근성을 매개로 사후피임약만 이번 분류대상에 포함시켰다면 국민의 찬반여론을 파악하는데 더 수월했을 것이다. 여기서 반대여론이 심해 분류전환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뜻이기에 아쉽지만 결과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피임약 재분류 결과는 국민이 원했다기보다 의약단체 힘겨루기에 의해 포기된 모양새여서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식약청이 과학적 판단을 버리고 이왕 눈치를 볼거 였다면 의약단체가 아닌 국민의 여론을 살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2012-08-31 06:35:44이탁순 -
재분류에 식약청은 1년, 중앙약심은 1.5일?식약청이 6800여 품목을 대상으로 해 온 의약품 재분류가 드디어 완료된다.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됐으며, 식약청이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론 짓기까지 1여년이 걸렸다. 그동안 식약청은 과학적 기준에 따라 알고리즘을 만들고 관련단체 의견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제는 모든 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발표에 앞서 최종단계라 할 수 있는 중앙약심만을 남겨놓게 됐다. 하지만 1년을 고생해 어렵게 내놓은 결론이 마지막 단계에서 의미가 퇴색되게 생겼다. 식약청이 분류를 위해 1년을 보냈지만 마지막으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앙약심에 주어진 시간과 일정은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작년 시민단체가 요청한 17개 품목에 대한 재분류를 결정하기까지 5차례의 중앙약심이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재분류에는 스위치되는 품목만 500여 품목에 달하며 특히 피임약은 수 년간에 걸쳐 다수의 단체가 대립하고 있을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품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발표 날짜를 정해놓고 중앙약심 일정을 잡아놔 촉박한 시간내에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약심 자체가 재분류 결과를 일정 안에 마무리하기 위한 요식적 행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발표 시점도 애매하다. 오전에 피임약 분류를 위한 중양약심을 마치고 거기서 나온 결론을 가지고 곧바로 발표를 해야하는 일정이다. 지금까지 재분류에 있어 시간을 두고 신중한 결론을 내렸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분류를 진행함에 있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또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분류 막판에 와서 갑자기 속도전을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1년 간 노력이 무색해질수도 있는 부분이다.2012-08-29 06:35:27최봉영 -
초등학생이 알려준 불법약국 실태얼마전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경기 S지역의 한 약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평소 약국에 자주 오던 한 초등학생이 아버지 심부름이라며 약사에게 '코자정' 포장지를 내밀었다. 이에 약사는 "혈압약은 병원 처방이 있어야 한다"며 초등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약 30분 후 초등학생은 다시 약국에 방문, 처방전이 없어도 약을 주는 약국이 있다고 하는데 거기가 어디냐고 약사에 되물었다고 한다. 이 약사는 이 같은 내용을 지역약사회 게시판에 올리고 전문약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약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느 약국인지 알지만 알아서 자정을 하라는 내용과 함께. 일반약 난매, 본인부담금 할인, 임의조제, 무자격자 의약품 취급, 담합 등 갖가지 불법사례로 점철될 이웃약국의 이야기에 소신과 책임감으로 묵묵히 약국을 지키는 약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회나 연수교육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약사들이 그렇다고 하니 일선약사들은 더 씁쓸한 모양이다. 약국에서 불거지는 모든 불법사례의 근원에는 '돈'이 연결돼 있다. 이 돈이 매개가 돼 환자유치를 위한 담합, 조제료 할인, 난매 등이 극성을 피게 된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잘 나가는 대형약국은 카운터를 이용, 난매에 환자유인까지 자행하지만 법을 지켜며 약사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대다수의 민초약사들은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다.2012-08-27 06:35:13강신국 -
의사 자살까지 몰고간 사무장병원지난 16일 50대 의사가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였다. 사무장에 속아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만큼의 빚을 지게 됐다. 수 차례에 걸쳐 개인회생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내와 중·고등학생 자녀를 남겨두고 자살을 하기에 이른다.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충남의 60대 의사가 사무장병원 경영 도중 30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고통 속에 신음하다 그는 자신의 의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의료인이나 무자격자가 개설한 병의원에 고용됐다가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170명이다. 소위 말하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되면 진료비 5배 환수, 영업정지, 면허정지 등 3중 처벌을 받게 된다. 자살을 선택하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채무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대두됐다. 그러던 중 지난 사무장병원 관련 소송에서 1심에 승소한 오성일 원장이 23일 2심에서 패하면서 또 다시 논란의 기로에 섰다. 2심에서 패한 오 원장은 영업 및 면허정지는 물론 18억원의 환수금을 지불해야 한다. 상고를 결정한 오 원장의 소송 목적은 대다수 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리면서,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에 대한 구제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모든 의사를 구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이 적발되면 모든 처벌을 의사가 받게 되는 행정 절차의 문제는 심각하다. 병원의 실질적인 경영장이 사무장은 또 다른 지역에서 '바지원장'을 모집하고 새롭게 사무장병원을 개원하기 때문이다. 오 원장도 이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결국 정부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을 처벌하기에 앞서, 본질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의료인 사이에서 사무장병원이 '죽음의 덫'으로 불리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는 처벌만을 앞세우기 보다 사무장병원의 문제점이 어디서 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대책안을 내놓아야 한다.2012-08-24 06:35:17이혜경 -
제약협회 형식적인 건의 안된다대통령의 제약협회 방문 예정소식에 업계가 들떠있다. 물론 이번 방문이 제약업종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첫 협회 방문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부 제약사들은 수출산업 등을 포함해 대통령에게 브리핑할 자료를 성실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시간의 협회방문 이지만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인식때문이다. 특히 MB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의지를 수차례 언급했다는 점에서 제약협회 집행부는 이번 대통령 방문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약협회는 일괄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제약협회는 대통령에게 현재 처해있는 제약산업의 어려움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일괄인하제도의 부당성을 적극 알려야 할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 향후 정책 비전과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형식적인 건의가 아닌 실질적인 육성책 마련과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방문이 향후 제약산업 미래에 청사진을 제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제약인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2012-08-22 06:34:36가인호 -
약가협상, 이제 귀 기울여 줄때 아닌가?포지티브리스트제 시행으로 약가협상을 통한 의약품의 선별등재가 이뤄진지 올해로 5년이 됐다. 제도의 시행 이후 자연스럽게 제약사들의 업무에서 약가협상의 중요도는 허가, 개발 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 지난 5년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낸 품목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4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업계는 반대했지만 정부의 의지는 강했다. 대신 정부는 신약에 대한 적정 가격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돌연 방침을 바꿔 약가제도협의체 구성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약속했던 약가 프리미엄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다. 상반기 실적은 약가인하의 타격으로 반토막이 났다. 제약업계가 바라보는 복지부, 건보공단은 어떻게든 기업 상품의 가격을 깎아내리는데 치중하는 상전같은 '갑'의 이미지이며 그 이미지는 이제껏 바뀐적이 없다. 대놓고 불만을 표시할수도 없다. 행여 목소리를 냈다가 정부에 찍혀 약가협상에서 보복을 당할까 두렵고 회사가 생각한 약의 가격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약'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건강을 돈벌이로만 보는 장삿속으로 비춰지기 쉽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의 정책과 기조를 갖고 약가결정구조를 결정한 것이고 해당 제도하에 약가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만을 표하는 제약사의 약가를 낮게 책정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래도 불안하고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업계라는 얘기다. 건보공단의 특정 제약사 약가 특혜나 이슈의 진실 여부를 떠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는 약값의 인하를 바라는 것이지 인상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 제도에 개선점이 요구된다면, 업계가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조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라는 업계의 '원죄'도 있지만 이제까지 정부에, 의사에, 약사에 치이며 국내 헬스케어 산업을 지켜온 파수꾼들이 아닌가?2012-08-20 09:00:35어윤호 -
약대 전문화 과정 실질적 내실 기해야동국대학교에서 첫 약학경영학석사 16명이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Pharm-MBA 학위 수료자들이 배출된 것이다. 최근 약학대학들은 앞다퉈 약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특성화 과성을 개설하고 있다. 약학대학들의 개설강좌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 모습이다. 개국약사들을 대상으로하는 개설 강좌에는 숙명여대 약대 GPP프리셉터 과정과 이대 약대가 진행 중인 PHC센터가 대표적이다. 또 제약업계와 정부기관, 일선 약사 등 전체 약업계 관계자들을 타깃으로하는 동국대 Pharm-MBA와 연대 일반대학원 ‘의대-약대 합동과정’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기존 약대는 물론 일부 신설약대들에서도 졸업생들을 위한 대학원, 특성화 과정 개설을 염두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약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약대 6년제 전환이후 재학생들 뿐만 아니라 약대 졸업생들의 직능을 보완, 확대할 수 있는 재교육의 필요성과 맞물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속적인 재교육을 통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각계각층의 약업인들을 배출하겠다는 개별 약학대학들의 시도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약학대학들의 움직임이 6년제 전환 이후 적지 않은 대학의 지원을 만회하기 위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각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 개별 약학대학들이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각 교육과정의 내실화일 것이다. 또 지역사회나 유관 단체 등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이수한 수료자들이 약사사회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교두보 마련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숙명여대 약대에서 배출된 GPP 프리셉터들이 지역약사회 등과 연계해 약대생들의 실무실습 교육 강사로 나서는 것들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약업계에 특성화 과정을 이수한 수료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과정과 제반을 통해 변혁을 선두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2012-08-17 08:32:07김지은 -
심사·청구·급여등재, 공단 업무인가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불체계 개편과 보장성 강화, 사전·사후관리를 총 망라한 주제로, 올 초 발족한 건강보험쇄신위원회가 8개월 가까이 야심차게 연구한 성과로 공단은 자평하고 있다. 이 중 '급여결정 구조 및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가 심상찮다. 내용에는 약제와 치료재료를 포함한 건강보험급여 등재부터 요양기관 청구심사, 현지확인 등 사후관리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 업무 중 소수 정밀심사를 제외하고 모두 보험자인 공단이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주제가 담겨 있다. 심평원은 통합 공단 탄생 당시, 보험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중립성을 보장해 급여 심사와 사후관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생겨난 공공기관이다. 지불자이자 보험자인 공단으로부터 별도 독립한 핵심 이유다. 그간의 심평원 심사, 사후관리는 100%에 가까운 청구 전산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민간보험 영역인 자동차보험까지 심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도 그 성과에 포함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쇄신위 연구결과는 지극히 보험자 입장에 치우쳐 빛이 바랜 것 아닌 지 의문이 든다. 건강보험은 지불자와 가입자, 공급자 이 삼자의 협력과 이해를 지지대 삼아 유지돼 왔고, 이 관계가 깨지면 제도 운영이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는 공단도 누누히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그간 고수해 온 급여 등재와 심사, 사후관리 전 영역의 중립성에 손을 댈 수 있다는 논리는 근본적으로 심평원 존립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화에 대한 최선의 방법일 수 없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그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맞서 공단은 보험자이자 지불자로서, 심사평가 기능 흡수를 도모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지불체계와 재정관리에 최우선 대안과 묘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2012-08-13 06:35:00김정주 -
리펀드제, 반대만이 능사인가지난 2월 한 무리의 시위대가 복지부 앞에 나타났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모자까지 눌러써 얼굴은 절반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왜 거기 서 있는 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치료제가 있어도 치료 못 받아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려주십시오. PNH 환우 일동." 낯설기만 한 PNH(야간혈색소뇨증)라는 질병과 현재까지 나온 의약품 중 가장 비싸다는 '솔리리스'라는 제품명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초고가의 희귀질환치료제가 그렇듯이 '솔리리스'의 급여등재는 쉽지 않았다. 약가협상이 결렬됐고 약제급여조정위원회 테이블까지 올라갔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원개발사는 다른 나라 가격 수준에서 등재가를 책정해달라고 요구했고, 보험자는 환자당 1년에 5억원이나 되는 이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말이 협상이고 조정이지 칼자루는 전적으로 원개발사인 알렉시온이 쥐고 있는 구도였다. 가격이 안맞으면 한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니 달리 손 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약제급여조정위 위원들도 머리를 쥐어짰지만 해법은 찾아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환자들은 오매불망 솔리리스의 급여등재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급여등재 가격(표시가격)과 실제 가격(보험자와의 계약가격)을 이중으로 정한 뒤, 차액을 반기단위로 보험자가 환수(리펀드)하는 리펀드제는 이런 상황에서 도입됐다. 에이즈약 푸제온, 뮤코다당증치료제 나글라자임, 폼페병치료제 마이오자임, 혈우병약 노보세븐 등은 그동안 한국정부와 보험자, 환자들을 괴롭힌 '솔리리스'의 선배들이다. 리펀드제 도입 논의는 푸제온 공급거부 논란 때 처음 제기됐다가 나글라자임과 마이오자임에 처음 적용됐고, 지금도 두 약제는 리펀드제 시범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다. 사실 리펀드제는 허점이 많은 제도다. 일단 계약가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저해한다. 환자들은 표시가격에 맞춰 더 많은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실제가격보다 훨씬 비싼 표시가격은 다른 나라의 가격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환자들에게 분명 못할 짓이다. 이러는 중에 원개발사는 독점이윤을 구가한다. 정부는 강제실시나 병행수입같은 공급독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장치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복지부는 통상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가장 무기력한 부처 중 하나다. 그렇다고 리펀드제 도입을 반대만 해야 할까? 가령 이렇게 말해보자. 치료제가 눈 앞에 있다. 너무 비싸서 비급여로는 약값이 감당이 안된다. 시쳇말로 준재벌 쯤은 돼야 그 돈에 맞춰 약을 사먹을 수 있다. 또는 급여등재에 실패한 제약사가 한국내 출시를 포기하는 바람에 해외에서 약을 힘겹게, 그것도 비싸게 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환자들에게 감내하라고만 할 수 있을까?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약가협상에서 리펀드 협상을 제안한 제약사는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삼오제약, 한독약품(솔리리스) 두 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원칙만 지킨다면 희귀필수약제에 한정해 리펀드제를 본사업으로 전환해도 우려처럼 대상약제가 무한정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용량 만큼 차액을 환수하고 예상사용량을 넘어서면 재협상을 통해 실제가격도 깎는다. 사후관리 장치는 더 만들 수 있다. 결국 리펀드제는 우리에게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지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또한 리펀드제 본사업 전환만 얘기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공급독점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강제실시나 병행수입을 포함해 필수희귀약제에 대한 공급대책을 마련할 연구와 보완노력을 계속 펴겠다는 약속을 건정심 의결안의 부대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 언제까지 발만 동동구르며 독점공급업자에게 불평만 늘어놓을 것인가. 담당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같은 쳇바퀴에서 고민만 하고 포기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재논의될 리펀드제 본사업 전환 논란의 실마리는 바로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2012-08-03 06:30:03최은택 -
제약사만 외치는 1원낙찰 근절국립보훈병원 입찰에서 1원에 낙찰된 의약품이 속출되자 상위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공급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같은 1원 낙찰이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정당한 약가를 못 받게 하는 '제 살 깍아먹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1원 낙찰이 약가인하 정책의 정당성 근거로 활용되는 점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업계가 1원 낙찰 근절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입찰 당사자로 따지면 오히려 (1원 낙찰) 반대 주장보다 찬성 쪽이 더 많다. 저렴하게 약을 받으려는 병원은 물론이고 1원 낙찰에 참여한 도매업체, 일부 중소제약사들도 '1원 낙찰 의약품이라도 공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발주시기가 되자 몇몇 중소 제약업체는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분위기만 느슨해진다면 언제라도 1원 낙찰 의약품을 공급할 태세다. 하지만 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닌만큼 강제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일부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여봤자 결국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한 이유다. 따라서 1원 낙찰 부작용이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면 이제는 제약업체 자정운동을 넘어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를 설득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업계는 1원 낙찰 부작용을 병원 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상호 협의 하에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는 1원이라는 비정상적인 낙찰가가 속출하는데는 의약품 처방의 근거가 되는 원내코드와 원외코드가 동일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를 분리하지 않고선 아무리 떠들어봤자 1원 낙찰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내코드와 원외코드를 분리하려면 병원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간만에 제약업계가 목소리를 모은만큼 이제는 1원 낙찰 문제를 설득하고 공론해 나가면서 사회적 협조를 이끌어 낼 때다. 일단 공감대가 형성돼야 '담합'이니 '밥그릇 지키기'라는 억울한 누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2012-08-01 06:30:44이탁순
오늘의 TOP 10
- 1약가제도 개선 향방은?…제약, 복지부와 협의 기대감
- 2'약물운전' 칼 빼든 정부…복약지도 의무화에 약사들 반발
- 3P-CAB 신약 3종 작년 수출액 258억…글로벌 공략 시동
- 4대웅-유통, 거점도매 간담회 무산…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 5명인제약 순혈주의 깼다…외부 인재 수혈 본격화
- 6미국-이란 전쟁에 약국 소모품 직격탄…투약병·약포지 인상
- 7셀트 1640억·유한 449억 통큰 배당…안국, 배당률 7%
- 8난매 조사했더니 일반약 무자료 거래 들통...약국 행정처분
- 9동성제약 강제인가 가시권…이양구 전 회장 "항소 예고"
- 10"약국 경영도 구독 시대"…크레소티 올인원 패키지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