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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품 디테일에 목마른 약국과 약사한국다케다제약이 1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종합비타민 '액티넘 EX플러스 출시 기념 심포지엄'은 남달랐다. 개국 약사 대상 OTC 출시 심포지엄이란 점이 그랬고, 무엇보다 화려했다.초대 인원부터 눈에 띄었다. 개국 약사 200여명이 몰린 행사에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과 서울시약사회 김종환 회장, 지오영 조선혜 회장 등 약업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학술 강좌와 제품 소개로 이어지는 심포지엄에서 참석한 약사들은 여느 연수교육, 학술 강의보다 열의를 보였다.이날 참석한 한 약사는 "ETC 행사 중심이었던 게 OTC, 그 중심에 약사가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꼈다"며 "단순 대접을 넘어 약사도 제대로 된 제품 디테일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단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지난해를 기점으로 분명 약사 대상 제약사들의 OTC 마케팅은 새로운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단순 약사-영원사원 간 일대일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디테일로 승부하겠단 일부 제약사들의 열정이 눈에 띄고 있다.ETC 매출 한계로 OTC에 눈을 돌리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그 방법론을 새롭게 모색하는 모습은 약국가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대웅제약 ‘임팩타민’으로 시작된 약사 대상 OTC 학술 심포지엄은 제품 성공에 힘입어 다른 제약사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약사 대상 학술대회에서 전문의, 약사를 내세워 질환과 대표 제품을 연관지어 강의하는 제약사도 속속 늘고 있다.제약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기존 ETC 중심이었던 디테일을 OTC로까지 확대해 약의 1차 고객인 약사가 약의 특장점과 효과를 제대로 알게 하겠다는 것이다.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는 상담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는 곧 약국의 '건강한' OTC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밀어넣기에 급급한 기존 일반약 영업에서 벗어나 약사가 자신있게 제품을 권하고 판매하면 제약사도, 약국도, 환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 같은 행사 뒤 항상 붙는 물음표는 존재한다. 이것이 일회성으로만 그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OTC 마케팅의 변화를 주도하는 회사들이 지금의 뚝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더 많은 회사들이 약사 대상 디테일에 집중해 주길 기대해 본다.2015-05-18 12:14:50김지은 -
[기자의 눈] 조찬휘 회장과 카드 포인트 과세"한약사 문제 어떤 방법으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소득세 신고가 한창인 가운데 때 아닌 카드 마일리지 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약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문제의 발단이다.카드 마일리지 과세 원칙을 되짚어 보자. 원칙은 약국영업과 관련된 카드 결제액에 대한 마일리지, 포인트는 모두 과세대상이다.의약품구매전용카드나 개인카드 모두 적용된다. 약사들은 그동안 의약품구매전용카드 포인트에 대해 세금을 냈다.그러자 서비스, 한도, 포인트 수준이 대동 소이한 상황에서 굳이 세금을 내야 하는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다.결국 약사들은 의약품 결제용으로 개인카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주유비, 마트 등 생활비 결제액이 뒤섞여 있다보니 개인카드 의약품 결제액에 대한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약사들 뇌리에서 비과세 영역이 돼 버렸다.세무사들도 약국세무 신고시 개인카드에 대한 포인트 신고를 추천하지 않았다.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문제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논리였다.세무 당국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개인카드 중 업종 영업과 관련된 카드 포인트 과세를 약국만 부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형평성의 문제다.그러나 세무당국이 약국만 조사를 할 수도 없고 전 업종으로 확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카드 포인트 과세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경기지역의 한 약사는 "카드 포인트 신고는 무단횡단을 하고 자진해서 과태료를 내겠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약사들이 화가난 이유는 대한약사회장이 보낼 문자메시지는 아니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부산시약사회 임원도 "왜 대한약사회장이 나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종소세 신고를 앞둔 약국에 혼란만 줬다"고 주장했다.약사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려던 조 회장은 본전도 못찾는 상황이 됐다.조찬휘 회장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그의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틀린 것은 없다. 원칙적으로 카드 포인트 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맞다.그러나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약사회 수장이 건들렸다는데 약사들은 화가났다.지금 약사들은 조 회장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힘있게 추진할 수있는 정책단체 수장의 면모를 기대하고 있다. 리더는 그래서 힘들다.2015-05-14 06:14:48강신국 -
[기자의 눈] 불안정한 제약계, 소문에도 허둥지둥국내 제약업체들은 소문이나 낭설에도 방어기제가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물론 흘러다니는 풍문이 실적악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노파심에 사전단속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하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최근 국세청이 몇몇 제약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리베이트 성격의 조사로 소문났지만, 사실 대부분이 정기 세무조사였다.해당 회사들도 4~5년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세무조사여서 처음엔 언론의 관심에 신경 안 쓰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나중에는 사명노출이 존립을 결정하는양 민감하게 대응했다.아무리 정기 세무조사라도 리베이트를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회사들의 논리였다. 그런데 이러한 대응이 오히려 리베이트를 안 했어도 한 것처럼 비춰진다는데 문제가 있다.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심각한 피해를 본 백수오 파동의 '내추럴엔도텍'처럼 기업의 사전 리스크 대응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사전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반대로 그런 능력이 없어서 꼬투리 하나라도 잡지 못하게끔 단속하는 것 뿐이다. 기업이 안정적이라면 소문 하나하나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다만 오해를 부르고 있다면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이런 시스템은 커녕 제대로 된 인력조차 갖춰져 있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아는 사람끼리만 사고 파는게 아니라면 일반에 공개된 기업으로서 여론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련의 불상사라도 일어날 경우 손놓고 불구경할 수 밖에 없다.궁극적으로 우리 제약업계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업체들의 주가 고공행진도 보여준 것 없이 기대심리만 반영된 것이어서 언제 거품이 꺼질까 걱정된다.나쁜 소문과 마찬가지로 좋은 소문도 밖에서 먼저 침착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안정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체들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봐서는 불안과 기대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벤처'들과 다를게 없다.2015-05-11 06:14:50이탁순 -
[기자의 눈] DPP-4와 심부전 'FDA 권고' 바로보기조심해 나쁠 것은 없다. 단지 의아스러운 부분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회가 최근 제일 잘 나가는 당뇨병약인 DPP-4억제의 심부전 이슈를 제기했다. 약제는 2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와 다케다의 '네시나(알로글립틴)'이다.자문위는 이들 약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한 대규모 임상 SAVOR(온글라이자)와 EXAMINE(네시나)의 세부 평가항목을 근거로 각각 심부전 위험성, 심부전 주의에 대한 내용을 허가사항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심혈관 질환은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다. 80% 가량의 환자들이 해당 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만큼 당뇨병 환자에 있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에 대한 평가 및 관리가 필수적이고 같은 이유로 당뇨병치료제 역시 심혈관계 안전성에 민감하다. 특히 이른바 '아반디아' 사태 이후 미국은 이 문제에 더 신경쓰는 분위기다.그런데 이번 자문위의 권고사항은 기반이 된 연구결과, 그리고 사유를 볼 필요가 있다.우선 SAVOR를 보면 참여 환자 1만6492명 중 온글라이자 복용군이 위약 대비 27% 심부전 위험률이 높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사망률 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EXAMINE에서 네시나는 위약 대비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을 겪은 당뇨병 환자(고위험군)에 대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즉, 심부전 사망을 높이지 않은 약제에 위험 경고를, 안전하다는 결과를 확보한 약제에 주의 조치를 권고한 것이다. 더욱이 두 연구의 주요 목적 자체는 심혈관계 안전성이지 심부전 항목이 아니다.네시나는 권고 사유가 'DPP-4억제제기 때문에'였다. 더 억울할 수 있다. 야릇한 것이, MSD의 '자누비아(씨타글립틴)',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리나글립틴)' 등 아직 심혈관계 안전성 데이터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약에 대해서는 조치가 없었다.물론 자문위의 권고사항은 강제력이 없다. FDA가 이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FDA가 허가사항에 이번 권고사항을 반영할 경우 온글라이자와 네시나는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는 이유로, 자누비아와 트라젠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벨이 변경되거나 유지된다. FDA의 조치는 당연히 국내 식약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단지 의아스럽다.2015-05-07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구멍난 의약품 유통 시스템한동안 잠잠했던 의약품 불법유통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피부미용이나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태반주사제다.태반주사제가 불법유통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말 이 약이 아토피 치료, 성기능 개선, 불임치료, 알레르기 치료 등 만병통치약처럼 잘못 알려져 무분별하게 불법유통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대대적인 단속과 재평가를 통해 일부 제품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불법 유통이 사라지는 듯 했다.하지만 최근 다시 도매업체를 통한 불법유통 사례가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중조단)에 의해 적발됐다. 제품 일부는 병원, 일부는 무자격자에게 유통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태반주사제는 엄연히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다. 일반인들이 함부로 쓰면 약화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오한이나 발열, 발진 등의 과민반응, 감염증이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보고된다. 경우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인데도 불법 거래된 것이다.의약품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취급자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심각한 위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의약품 유통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약의 경우 의약품의 판매나 재고관리, 유통이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하지만 오랜기간 불법 유통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건 분명 시스템을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번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수사는 가짜약 제조 사건을 수사하다가 우연히 얻어졌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급여 의약품도 유통과 투약, 폐기까지 전 과정이 엄격히 관리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2015-04-30 06:14:49최봉영 -
[기자의 눈] 제약단체 윤리경영 공동행보 주목해야올해 제약업계 화두도 역시 윤리경영이다. 아웃소싱 영업으로 전환한 제약업계의 패턴 변화는 CSO 기획조사 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이고,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의심기업 1차 무기명투표는 여러 논란 속에 강행됐다.투명경영 정착을 위한 끊임없는 자율정화 운동은 올해 과도기를 지나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일각에서는 제약계의 윤리경영 노력이 쇼(Show)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보여주기식 행보가 과연 오랫동안 고착화된 리베이트 고리를 끊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하지만 설사 이 같은 제약계의 노력이 ‘쇼’라 할지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희망사항이기도 하다.다만 전제조건은 ‘쇼’와 ‘팩트’의 경계선에서 제약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다.CP(Compliance Program) 전담조직 운영 현황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상위제약사 위주로 자율준수프로그램 전담조직이 10여곳 정도만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제약사들의 CP 중요성 인식 확대와 전담조직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이런상황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어려울 것 같던 KPMA(제약협회)와 KRPIA(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윤리경영 정착 공동행보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이들의 공동행보는 적어도 ‘보여주기식’ 느낌보다는 어느 정도 진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여전히 불공정행위가 난무하고, 명확한 마케팅 툴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제약산업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양 단체의 노력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커진다.이들의 1차 행보는 오는 5월 22일 투명한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 및 제약기업의 윤리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제1회 제약산업 윤리경영 아카데미’로 시작된다.1차 CP아카데미는 법무법인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해 강연-자문료, 임상활동, 학술대회 및 제품설명회, 시장조사 등과 관련한 세부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다.제약 2단체가 윤리경영에 뜻을 모은것은 지난해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에도 영업현장에서 여전히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다.따라서 이번 윤리경영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KPMA와 KRPIA는 이반 행사를 시작으로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다양한 공동전선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P아카데미의 정례화는 너무도 당연하고,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공동으로 진행해 불공정행위 근절에 나서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양단체가 뜻을 모아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윤리경영 가이드라인 기준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제약협회 내 ‘자율준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제는 제약업계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제약단체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2015-04-27 12:24:51가인호 -
[기자의 눈] 수술실 막장, 오죽하면 CCTV 법안이흔히 진료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를 '라포(rapport)'라고 부른다. 라포 또는 라뽀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상호 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요새 말인 '케미'와도 유사한 것 같다.이 케미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들이 의료 소비자와 환자들에서 폭로로 제기되고 있다. 바로 '고스트 닥터(유령수술)', '집도의 바꿔치기' 등이 그것이다.최근 소비자시민모임과 환자단체연합회는 '고스트닥터'와 수술실 일탈행위를 없애기 위해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안 국회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사실 '고스트닥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축적된 사례들이 이들 단체들을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수술실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이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마취로 의식이 흐릿한 환자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엽기행각이 도를 넘었다.의식 없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성희롱과 욕설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술직전 케이크를 가져와 촛불을 켜고 파티를 벌이는가 하면 비위생적으로 돈을 세거나 환자를 상대로 장난를 친 뒤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예정된 집도의사는 온데간데 없고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거나 심지어는 무면허 수술까지 자행된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리·도덕의 잣대로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으니, 의료계 자정에 기댈 게 아니라 이제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고발 사례들은 대부분 특정 과목에 치중됐지만, 도 넘은 백태에 소비자-환자단체는 아예 과목을 망라해 수술직전 행동수칙까지 만들어 대국민 홍보를 전개하고 국회에 CCTV(영상기록장치) 의무설치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여기서 CCTV는 묘하다. 개인정보보호와 공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도구가 바로 이 기기인데,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CCTV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뜨겁다. 물론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CCTV 설치·운영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소비자-환자들이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실, 그 은밀한 현장을 영상기록장치로 반드시 남겨달라고 외치는 것은 단순히 의사·의료진을 간접적으로나마 감시하겠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의료선진국과 의료세계화를 향해 내달리는 현재, 환자들이 라포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바라보는 의료진은 더 이상 '절대 의느님(의사+하느님)'이 아닌, 언제든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공포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2015-04-23 06:14:46김정주 -
[기자의 눈] 의협 대의원회 의장 '5파전' 의미는?5파전.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이어 제28대 대의원회 의장 선거 모두 5파전,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의협회장 자리는 11만 의사들의 대표로 의사회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꿀 수 있지만, 의장 자리는 조금 다르다.전 지역, 직역을 대표해 직·간접적으로 뽑힌 250명의 중앙대의원 투표로 선출되는 의장은 정기대의원총회 및 임시대의원총회를 이끌며 최종의결권 등의 지니게 된다. 임기는 매 3년. 신임 의장은 전임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날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 현장에서 250명 중앙대의원 직접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의장의 자리는 중앙대의원 이외 대부분의 의사회원들은 관심이 없었다.누가 의장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의장선거는 무엇인가 다르다. 제39대 의협회장에 출마했던 임수흠 전 서울시의사회장이 의장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의협회장 낙선 이후 의장 출마는 전례조차 없었다.왜 이토록, 이번 의장선거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지난해 의협 106년 역사 상 처음으로 노환규 제37대 의협회장의 불신임이 대의원들의 손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그동안 대의원회는 의협의 사업계획이나 1년 예산 등을 의결하는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노 전 회장 재임 당시는 달랐다. 의협의 견제기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의협이 긴급을 요하는 안건을 상정해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해도, 대의원회가 의결하지 않으면 집행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오죽하면 '회장보다 의장의 권한이 더 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물론 현재 의장선거에 출마한 5명의 의장 후보자 모두, 의협을 견제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의협에 힘을 보태고 더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겠다는 뜻이 더 많으리라 본다.이번 의장선거의 과열양상이, 지난해 회장 불신임이라는 '악몽'을 되풀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사단체가 화합을 통한 정책 실현으로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2015-04-20 12:14:50이혜경 -
[기자의 눈] DUR 의무화법안과 '양심'에 대한 잡설마흔이 넘은 사람이 새삼 '양심(良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세상 사람들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세상을 사는 데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이며,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살만하다고 할 것이다. 일종의 '정언명령'의 영역이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이 이 문제로 고초(?)를 겪거나 손해를 입으면 말린다. 바보 짓 말고 타협하라고. 양면성이다.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한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를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최근 국회는 피감기관 업무보고에서 안전과 관련한 의약품 허가사항 변경내용이 DUR에 늦게 반영되는 실정을 비판했다. '안전성 서한'이 발령됐는데도 DUR에 반영되기까지 수 백일 이상이 걸리는 사례가 있으니 문제는 문제였다.식약처와 심평원은 지적대로 신속히 '칸막이'를 헐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관련한 쟁점 아닌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DUR에 반영하면 뭘하나? 의약사, 아니 요양기관이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만 만들면 해결되나?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 또는 조제하기 전에 DUR 사전점검을 의무화하는 입법이 수년째 이들 전문가집단의 반대로 발목 잡힌 상황에서 난센스처럼 보였다는 얘기다.의약사는 국가로부터 면허와 함께 배타적 권한을 부여받았다. 국민은 이들을 믿고 이들이 처방하고 조제한 의약품을 복용한다. 이런 신뢰는 의약사가 양심에 따라 최선의 진료와 최적의 의약품을 선택해 투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과연 의약사는 수 천개나 되는 의약품 성분의 특성을 다 알고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의약품을 선택할까? 아니 그런 능력이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다.DUR은 적어도 이런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 소아나 노인 또는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되는 약 등을 걸러주고, 다른 처방전에 의해 이미 복용 중인 약이 중복 투약되지 않게 점검해 준다.의약사 입장에서는 고맙기만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처방권 제한' 운운하며 반대하고, 약사들은 행정비용 운운하며 보상(DUR 수가)을 요구한다.'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이런 것이다. 국회는 피감기관만 다그칠 게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인 DUR 의무화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책무다.의약계는 의도하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처방이나 조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DUR 의무화를 수용해야 한다. 이런 게 바로 '양심'에 부합하는 이야기다. '양심'에 대한 태도는 양면성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양심적'인 사람, '양심적인' 집단이 많아져야 세상은 더 살만해질 것이다.2015-04-16 06:14:48최은택 -
[기자의 눈] 약 없는 드럭스토어 다시보기지금이야 희대의 성공한 화가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지만, 피카소는 살아 생전 동시대 작가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입체주의의 대가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입체주의(큐비즘)를 피카소와 함께 이끌어 자리잡게 한 건 조르주 브라크라는 프랑스 화가였다.브라크와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 놀랍도록 유사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브라크가 아닌 피카소가 입체주의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고, 그가 그린 작품들은 고가에 팔려나갔다. 물론 브라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일각에서는 입체주의를 두고 피카소가 아닌 브라크의 아이디어를 피카소가 모방했다는 설도 있다. 맘씨 좋은 브라크는 자기 작품을 따라한 피카소를 내치지 않고 함께 연구해 입체주의를 완성한 것이다. 정설이라 하긴 어렵지만 이와 유사한, 이런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한때 피카소 작업실이 위치했던 곳은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있던 곳인데, 피카소가 나타나면 작가들이 서둘러 현관문을 잠갔다는 에피소드 말이다. 그가 작업실에 들어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살피고 따라 그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화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그가 나타나면 작품을 숨기기에 바빴다.하지만 '베끼기'가 나쁜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작가들이 같은 성향의 작품을 쏟아내면 이는 곧 하나의 사조가 되었다. 이는 미술 뿐 아니라 음악, 문학, 무용 등에 해당하는 일이었다.인상주의를 모네 혼자만이 아닌 고흐,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 등이 같은 철학의 작품을 생산하며 미술사에 남았다. 지금 국내 전시 중인 마크 로스코의 모더니즘 혹은 추상 표현주의 역시 드 쿠닝, 뒤뷔페 등이 함께 활동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영향력 있게 평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예술가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좋은 영감을 공유하며 시대를 표현했다. 이렇게 표현된 작품들은 작가들의 이름을 모두 품고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됐다.함께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이 같이 성공한 반면, 시장의 논리는 다르다. 하나가 성공하는 듯 해 너도 나도 같은 콘셉트의 다른 상품을 내놓는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공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매번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났다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지는 유행성 음식들을 먹고 마신다.10년 전에는 찜닭 붐이 일어 한가게 건너 하나씩 찜닭집이 성업했고 지금은 스몰비어가 한 골목에 두곳 이상 자리한다. 이뿐이랴. 굳이 꼽지 않아도 서로 비슷한 브랜드는 지금도 차고 넘치는 것을.올해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적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사년 전까지만 해도 CJ 올리브영의 폭발적인 성장을 질투한 웬만한 대기업들이 하나씩 론칭해 보유했던 헬스앤뷰티 스토어지만 상황은 달라졌다.점포 확장 중단을 선언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지난해 매출 실적마저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 화장품, 건기식 브랜드로 아예 노선을 바꾼 브랜드도 있다. 아직 길거리에는 헬스앤뷰티 스토어는 차고 넘치지만 그 힘있던 성장세는 무뎌진지 오래다.남이 성공한다 해서 무조건 모방하는 브랜드를 '미투' 브랜드라 한다. 남이 성공하니 '나도 한다'는 뜻이다. 벌써 '미투'라는 네이밍에 비꼼과 조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시장은 미투든 원조든 그 성적을 매기는 데 있어 냉정하다. 때론 원조 브랜드가 살아남고, 유연성을 갖춘 미투 브랜드가 성공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모든 브랜드가 다같이 영원히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약국 가까이에 서있는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도 볼 수 있다. 젊은 여성층이 열광했던 헬스앤뷰티 스토어가 홍대와 종로, 이태원과 같은 핫 플레이스에 언제까지 자리할 수 있을까. 남의 것이 좋아보인다고 무조건 따라하려는 약국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2015-04-13 06:14:49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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