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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저임금에, 영업 못한다" 하기 전에비정규직을 없애려고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되려 비정규직을 해고시킨 계기가 될 줄이야. 불과 십여년 전 일이다. 정부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며 복지와 임금에서 차별받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3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화하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딱 2년만 고용하고 대거 해고시켰다. 비슷한 일이 2018년 재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고 소비 증가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종업원을 자르거나, 그 수를 줄이고 있다. 3명을 고용해온 자영업자는 '1명을 자르고 2명 임금을 더 챙겨주는 대신 업무량을 더 하도록 하는 게 이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언론들도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오너들의 앓는 소리를 생생하게 기사화한다. '아직은 시기 상조다', '보완책이 부족하다', '앞뒤 안 보고 임금만 올려서 이 꼴 났다'고 나무란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와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 효과가 결국 기업 이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늘 엇박자를 낸다. 당장 현실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 활성화와 국민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만드느냐는 아직 미지수로 남는다. 그래서 다시 십여년 전 비정규직 보호법을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없어지거나,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었다. 아니, 컸다. 그간 사회에서 한번도 문제로 떠오른 적 없는 비정규직이 화두가 되었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울한처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자체로 완전한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고민했고,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해,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 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를 토론하게 됐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비정규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는 단계를 넘어 정규직과의 형평성이라는, 한발 더 나아간 진전된 토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 아주 인색한 평가를 내리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노동자의 급여수준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됐다는 효과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시급 5000원이면 주5일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웬만한 생활과 기본적인 소비·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가인가, 사회인가. 그렇다면 6000원은? 7000원은? 1만원이 되면 어떨까? 이번 계기를 우리가 모두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주 5일제를 전면화할 때에도,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할 때에도 기업과 언론들은 당장 한국 경제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최저시급을 대폭 인상한 올해 많은 언론들이 역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고용주로 일컬어지는 약국과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어려움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는 이 문제를 다뤄볼 때가 되었다. 비판적인 기사와 옹호하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올 수록, 노동자들의 급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진다고 믿는다.2018-01-22 06:14:52정혜진 -
[기자의 눈] "불친절하면 생존불가" 어느 약사의 말최근 SNS는 물론 지역 내에서도 독특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상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약국. 경영 잘하기로 소문난 약국을 발굴해 약사의 경영 방침, 노하우를 알아보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인 기자는 곧바로 약사를 수소문해 취재 요청에 들어갔다. 결과는 실패였다.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연륜이 부족하다며 약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1년쯤 더 지나 자신의 경영 방식에 확신이 생기면 꼭 인터뷰를 하겠다던 약사,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에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약사들, 환자에 친절하지 않으면 못살아 남아요. 그래서 제가 더 특별하지 않을 수 있고요."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기자의 한 지인이 입병으로 약국을 다녀온 후 상기된 목소리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저렇게 약사가 친절한 약국은 처음 봤다"면서 "역시 생긴지 얼마 안된 약국은 다르다"고 했다. 순간 불치병 같은 직업병이 발동해 왜 그렇게 일반화해 생각하냐며 따지듯 물었지만, 그의 말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확실히 세상은 달라졌다. 개국만 하면 직장에 들어간 동료들보다 더 윤택한 생활이 보장받던 시대는 끝난 듯 하다. 바로 옆 약국은 물론 하나 건너 하나 있는 편의점, 헬스앤뷰티숍이고 온라인쇼핑몰, 홈쇼핑까지 경쟁 상대가 돼버린 상황에서 약국은 철저히 처방전에 의존하고 있고, 그 종이 몇장에 따라 임대료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병의원의 경영 부진이나 이전이 곧 인근 약국 존폐를 결정짓는 게 요즘 개국가의 현실이다. 올해 서울 지역 약국 개폐업 조사 결과에서 유독 30~40대 젊은 약사들, 이중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매출 부진으로 조기 폐업한 약국 비율이 높았던 점도 이런 부분들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나 경영 철학 없이 주변 병의원에서 발행되는 처방전 수에만 의존해 하늘같은 분양가, 임대료를 감수하고 약국 문을 연 약사들에 남는 건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다. 상대적으로 연륜있는 약사들은 의약분업 전 축적한 자산으로 자가 상가에서 약국을 하다보니 임차료 지출이라도 없어 버티지만 요즘 약사들은 그것도 안돼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어느 약사의 말, 틀린 것도 아니다. 친절하고 충실한 복약지도는 어찌보면 이제 개국을 꿈꾸거나 이미 한 젊은 약사들에는 기본 중에 기본인 듯 하다. 이제는 그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성패를,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됐다. 기성 약사들보다 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한 6년제 젊은 약사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2018-01-18 06:14:53김지은 -
[기자의 눈] 치솟는 바이오주와 펀더멘털의 역설코스닥 시가총액 탑 10 중 7개사가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관련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셀트리온과 신라젠 시총은 42조·6조원으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 2년여 만에 시총 27조원을 달성, 경쟁사인 글로벌 기업 스위스 론자의 시총을 앞질렀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주가가치의 상승은 회사가치를 높여 R&D 재투자라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어 호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신약개발 특성상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긴 임상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꾸준한 주가 상승은 연구개발의 든든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증시 유입 자금은 살펴본 봐와 같이 공공재적 성격과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장기투자를 통한 기업과 개인의 이익 실현에 무게를 두고, 후자는 상승장세 속에서의 단순 시세차익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 투자기준과 철학이 결여된 상당수의 단타 투자자들의 약점은 카더라 통신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하고, 일희일비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전망한 신약개발 확률은 0.02% 수준이다. 10년 넘게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라도 몇 건의 부작용 사례로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만큼 고수익 고위험 분야가 바로 제약·바이오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지만 기업이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불나방처럼 투자하는 방법은 위험천만하다. 주식 투자의 기본은 펀더멘털 분석이다. 재무재표에 나타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장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은 실적과 무관하게 가능성만 보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지만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주로 평가 받는다. 헬스케어관련주 중에서 펀더멘털 보다 잠재적 가치에 방점을 뒀다 실패한 예로 헤파호프를 들 수 있다. 인공간 개발회사 헤파호프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 5년만인 2011년 상장폐지됐다. 당시 증시관련 카페나 게시판 토론방에는 '임상이 성공했다' '개발 완료 후 상용화가 임박했다' '임상이 실패했다'는 등 각종 추측성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다. 일일 주가 등락폭도 상당했다. 임상 시퀸스와 연동된 주가 움직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큰손과 여론에 의한 장세가 짙었다. 만약 정보에 어두웠던 개미투자자라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 주가 움직임을 보면 의아할 때가 많다. 몇 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마이너스임에도 주가는 하늘을 날고 있다. 자회사·계열사를 통한 외상매출로 재무재표상 실적을 과대하게 부풀린 경우도 일부 눈에 띈다. 여론몰이를 통해 주가를 단기폭등 시킨 후 기관과 투신사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갈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듯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또 눈뜨고 코 베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제약주는 전통적 경기방어주로서 이목을 끌거나 큰 재미를 볼 수 있는 종목은 아니었다. 불씨를 큰 불로 만들어 낸 '재료' 역할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들 수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국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허가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고, 한미약품은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제약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정부 차원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그야말로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장세와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져 기업성장과 동시에 투자자들도 함께 웃는 모습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성숙되고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또는 거짓 정보가 시장에 만연하더라도 주가에 호재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기관이 아닌 개미 투자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 친구따라 강남가거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기업도 개인도 '기본과 원칙'의 중심추를 유지하고 실천할 때 주식시장이라는 밀림에서 상생할 수 있다.2018-01-15 06:14:53노병철 -
[기자의 눈] 피해구제제도, 추가부담금 폐지 필요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를 겪은 피해자 또는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의약품 피해구제제도가 시행 5년차에 들어섰다. 제약사들이 십시일반 모아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게 금전적인 어려움을 일부 보전해주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아직은 정보비대칭으로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부담금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부터는 진료비 보상이 추가되면서 점차 피해자와 유족의 복리후생이 증진되는 데 기여하고, 부작용이나 이상사례 보고 등 데이터 수집과 연구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는 이 제도의 발전 가능성을 뚜렷하게 대변해 준다. 그러나 제도 운영 중에 나타나는 제약사 추가부담금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약사 추가부담금 기전은 해당 제약사의 생산 약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추정될 경우 그 제약사에게 25% 상당의 부담을 추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전은 의약품 피해구제제도의 당초 취지와 배치된다. 무과실 보상주의를 원칙으로 시행된 이 제도에서 해당 제약사 생산 제품으로 추청되는 사례라는 이유로 부담을 덧씌우는 것은 일종의 페널티이자 이중처벌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 없다. 특히 다제 약제 복용이나 그 외의 환자 투약 당시 상황에서 명확히 팩트로 인정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정 제약사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제도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비대칭을 개선해 보다 많은 피해 환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동시에 추가부담금 기전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한 해에도 수 많은 신약과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의약품 피해구제제도는 앞으로 보다 많은 기전이 추가돼 구제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초 설계된 제도의 취지에 맞게 효과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곧은 방향타가 중요하다. 제도 허점과 불합리성이 수면 위에 잔존하는 만큼, 이를 적시에 개선할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인 실행이 필요한 때다.2018-01-11 06:14:53김정주 -
[기자의 눈] 급여 확대와 이를 대하는 개원의 태도건보재정은 한정 돼 있고 급여 확대가 필요한 약은 많다. 때문에 정부는 약의 등재 이후 처방현장의 목소리를 포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비용효과성과 니즈를 따져 보장성을 확대한다. 환자 입장에서 앓고 있는 질환을 치료하는 약의 급여기준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물론 진료하고 처방하는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환자들을 생각하니 기쁘다'는 것이다. 다만 여담이 있다. 국내 1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의들과 담소중에는 표정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번에 급여 넓어진 ○○○약 있잖아요. 그럼 이제 삭감 걱정 안 해되 되나? 상병코드 입력 외 뭐 또 기재해야 되고 하면, 번거러운데…. 저번에 △△△약이 그래서 난 애매하면 처방 안 합니다. 그냥." 개원의도 엄연히 자영업자다. 수익을 내야 하고 어렸을때부터 열심히 공부한 만큼, 일반인 보다 높은 수준의 벌이를 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심평원의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삭감 심사에서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고 애초 코드삽입외 별도 기재가 필요한 경우 적극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번거롭다'니, '그래서 처방을 안 한다'니,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의사'가 할 말인가. 삭감기준 탓은 나중일이다. 바뀐 급여기준을 숙지하고 일단 추가로 약 처방이 가능해진 환자에게 합당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가뜩이나 처방권이 의사의 고유권한임을 부르짖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들은 똑똑해지고 있다. 본인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세부적이진 않더라도 약의 급여기준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직업윤리의 문제도 아니다.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저수가, 원격의료 문제를 논할때도 자처해서 10만 의사가 내세우는 핵심이 '국민건강'이지 않은가.2017-12-29 06:14:53어윤호 -
[기자의 눈] 당신의 60대는 안녕하십니까취재원들을 만날 때 '업무' 다음으로 많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노후걱정(?)'이 아닐까 싶다. "안정적인 6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회사 매출이나 연봉, 지위고하 등을 막론하고 우리네 직장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 사이에서 자주 들려오는 노사갈등 사례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런 연유일 것이다. 넉넉한 연말휴가 덕분에 매년 이 맘때쯤이면 업계의 부러움을 샀던 다국적 제약사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2013년 법인 분할된지 4년만에 노동조합을 새롭게 결성한 애브비부터 6년 연속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있는 쥴릭파마, 단협 해석차이로 갈등이 생긴 다케다,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한 BMS, 릴리, 베링거인겔하임에 이르기까지… 한달새 노사 문제가 발생한 다국적사만 수곳에 이른다. 현재 법정공방을 진행 중인 회사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나 당사자인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유사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평일 저녁 9~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조합이라도 갖춰져 있으면 조금 낫지만, 그 마저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엔 눈물을 머금은 채 책상을 정리할 수 밖에 없다. 의약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진통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이미 파머징('Phar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의 합성어) 단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특허만료 이후 값싼 제네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적은 투자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기업의 본능을 고려할 때, 직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실직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회사 건물 앞에서 투쟁가를 부르며 고용안정을 외치는 일이 되풀이 돼야 하는걸까? 그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의 몫일지부터 생각해보자. 올해의 실적달성을 하지 못한 영업사원 김씨?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계발에 신경쓰지 못했던 마케팅 직원 박씨? 매년 자신의 성과와 역량을 증명해 보여야 고용계약 갱신이 되는 임원 이씨? 모든 문제의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리기에 우리 현실은 너무 가혹한지 모르겠다. 어떤 개인도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판을 자유롭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 말이다. 올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조사에 포함된 전 세계 137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62위를 차지했다. 노동유연성이란 찾아보기 힘든 결과다. 전문가들은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고용안정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덴마크의 노동자들은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물론 기업들이 내는 세금으로부터 확보된 자금이 직업교육과 실업급여 등에 투자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행복한 60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사회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쟁취돼야만 할 권리다.2017-12-21 06:14:53안경진 -
[기자의 눈] 공공기관 청렴도 10점척도 평가 가능?최근 공공기관의 이슈는 지난 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2017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였다. 건강보험공단은 공직유관단체 Ⅰ유형 3년 연속 1위 달성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공직유관단체 Ⅱ유형에서 종합청렴도 5등급을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장 주재로 회의가 소집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의 희비는 이렇게 엇갈렸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총 57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 등을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10점 척도로 전화와 온라인(스마트폰, 이메일)으로 진행됐다. 전체기관 평균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7.94점을 보였다. 이를 두고 국민권익위는 전년 대비 평균 0.09점 상승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573개 공공기관은 평균 외부청렴도는 8.13점(전년대비 +0.09), 내부청렴도는 7.66점(-0.16), 정책고객평가는 7.29점(+0.09)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앙행정기관 Ⅰ유형인 보건복지부는 종합청렴도 3등급으로 각각 7.64(+0.21)점, 8.14점(+0.13), 7.11점(-0.08), 6.75점(+0.34), 건보공단은 8.73점(-0.18), 8.97점(-0.20), 8.72점(+0.17), 8.32점(-0.43), 심평원은 7.52점(-0.30), 7.91점(-0.38), 7.43점(-0.48), 7.34점(-0.40)으로 조사됐다. 점수만 놓고 보면 국민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3개 기관 중 심평원의 청렴도가 가장 낮았다. 지난 3월 김승택 심평원장이 취임 한 이후 가장 강조했던 것이 내부 소통과 화합이었다. 지난해 심평원 약평위 리베이트 사건 이후 내부 규정을 손봤고, 감사실에서는 청렴문화 확산을 강조해 왔다. 심평원은 내심 이번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작년보다 모든 등급에서 점수 상승을 기대했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작년 보다 더 하락했고 부패공직자 발생기관으로 찍혔던 강원랜드와 같은 등급이라는 사실에 임직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공공기관 청렴도 최하위 등급을 받은 심평원 직원들은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충격은 내부청렴도의 하락이라고 했다. 170여명의 직원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는데, 이 중 5~6명 정도가 10점 척도에서 중간 점수인 5점만 줘도 다른 공공기관 보다 평균 점수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어떤 이는 여성, 그리고 간호사들이 70% 이상인 심평원의 특성이라고도 했다. 심사를 하는 마음으로 모든 문항에 대해 10점을 기준으로 세세히 나눠 점수를 매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균 점수가 높은 다른 기관들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든 분야에서 만점을 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의 핵심은 10점을 만점으로 놓고 보는 점수 분석이 아니다. 1등급과 5등급의 점수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자평하던 내부분위기와 외부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의 온도차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등급과 평균 점수보다 작년보다 낮아진 등급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의료 공공기관의 나아진 청렴도를 기대한다.2017-12-18 06:14:52이혜경 -
[기자의 눈] 매출 1조원 시대와 내수한계 봉착국내 제약기업의 2017년 매출 성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 20개 제약사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은 손에 꼽을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 1조원 돌파 제약사도 유한양행을 비롯해 녹십자, 광동제약이 확실시되고, 대웅제약도 가시권에 있다. 외형적으로 제약업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현장 영업·마케팅 사원은 내수시장 불황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무엇보다 잘 팔리는 신제품이 없다는 게 걱정이다. IMS헬스데이터의 2017년 3분기누적 의약품 판매실적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국내 제약사 신제품 중 50억원 돌파 품목이 없다. 신약이나 개량신약, 제네릭약물도 마찬가지다. 50억원 돌파가 예상되는 신제품은 에이즈치료제 젠보야(길리어드)나 안구건조증치료제 디쿠아스-에스(산텐) 등 외국계제약사의 신약뿐이다. 신제품 부진은 내수시장을 통한 성장전략의 한계를 의미한다. 신약 특허만료 등으로 매년 신제품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경쟁심화로 제대로 열매를 따기가 어렵다. 모자른 제품력을 영업력에 기대는 것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내·외부 단속은 영업력만 믿고, 제품개발을 등한시하는 기업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수시장 한계봉착은 국내 제약사들간 검증된 수입 오리지널의약품 도입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로 상위기업의 외형성장 밑천은 도입신약에서 오고 있다. 결국 매출 1조원 시대는 '허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겉모습은 호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불황의 신호는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더 암울한 것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이 불황에서 빠져나올 '비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약개발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지만, 글로벌시장을 주름잡을만한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미 그런 후보들은 빅파마들이 독점하고 있다. 해외시장에도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기존 몇몇 브랜드제품을 빼고는 내수시장 매출 이상의 수출고를 올리는 제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황은 이렇듯 희망적이지 않다. 그래도 계속 개발하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참고 견디면서 답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과도기를 지나가고 있다.2017-12-14 06:14:52이탁순 -
[기자의 눈]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보호해야 할 이유제목 그대로다. 긴급 상황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우선적으로 구출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인도적 차원'에서일까? 난 이들이 '성인 남성'보다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며 남긴 많은 미담들은 대부분 강한 성인 남성이 자신보다 약한 여성, 어린이, 노약자를 먼저 구출한 이야기다. 먼저 살겠다고 뛰쳐나가도 모자랄 판에, 약한 존재를 우선적으로 구출한 후에야 남성들이 구조보트에 탄 것은 '인간애, 박애정신'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 이전에, 구조대가 오기까지 사망하기 쉬운 약한 사람보다 건장한 사람들이 잘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서양식 합리적 사고의 결론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약한 사람을 먼저 구한 것이란 뜻이다. 더 약하기 때문에 울타리를 높이고 강한 보호막을 둘러쳐 보호할 것들은 또 있다. 범위를 넓혀보자.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게 사실을 기사화할 수 있는 권리도 침해당하기 쉬운 '보호돼야 할' 것들이다. 기자 업무는 자칫하면 권력이나 자본과 손잡고 얼마든지 편한 길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약하고 취약하다. 기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기사를 보기 위해 우리는 취재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사의 권위, 합법적인 약국 개설 논리는 다른것들도 보호받아야 할 예민한 존재다. 기자나 약사가 남들보다 잘 나서가 아니라, 유리처럼 깨어지기 쉽기 때문에 보호해주는 것이다. 약국 개설이 얼마나 쉽게 자본에 무너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창원경상대병원 사례에서 보고 있지 않나. 회의장 내 칼부림까지 초래한 안전상비약을 보자. 의약품 판매처를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의약품이 남용되기 쉽고, 공산품처럼 마구 판매됐을 때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은 대자본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마트에 비해 마케팅이나 시장논리로 봤을 때 취약하기 짝이 없는 소매점이다. 그러니 법으로 보호하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여성, 어린이, 노인, 취재권, 약국 개설과 의약품 판매. 모두 자본과 대기업, 힘을 가진 주체보다 약하기 때문에 보호돼야 할 것들이다. 지금이 앞서 말한 타이타닉 침몰과 같은 위급한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서양식 합리주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 상황을 보자. 대기업과 자본 뿐만 아니라 소기업, 약사와 약국 등 더 많은 주체가 생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침해당하고 깨져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말이다.2017-12-07 12:14:53정혜진 -
[기자의 눈] 승진·성과급 시즌...최고 리더십 조건매년 연말연시는 승진과 성과급의 계절이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기여도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고, 연한과 능력에 따른 승진인사 단행이 바로 12월과 1월에 몰려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라면 직원들의 직무만족과 모티베이션, 스트레스, 이직, 퇴사, 내부고발 등 '조직원 행동 역학'은 적절한 보상(승진과 성과급)으로 좌우된다는 '조직행동론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약기업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리베이트 제보와 협박을 통한 위로금 요구 등 관련 사건들의 내막을 살펴보면 결국 보상의 부재로 귀결되는 경우가 이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와 임원 그리고 직원의 직무 보상에 대한 의견차는 기차 레일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내부 시스템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계량화 가능하더라도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CEO는 공정한 평가시스템 정립을 위해 구성원과의 접점을 끊임없이 찾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티베이션의 실제는 공헌에 대한 보상과 인간 존중, 직무설계로 대별된다. 공헌에 대한 보상은 직원마다 개인적 욕구가 다르다. 승진에 따른 계급상승을 원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명예와 지위보다는 금전적 보상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55세 A부장의 경우, 인센티브 보다는 임원 승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고, 50세가 넘도록 오너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B차장도 연차에 걸맞는 직급 부여를 희망하고 있었다. 회사가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100% 지급했다고 해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정성 이론의 핵심은 회사나 경영자가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생산성, 매출 증대)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은 오직 개인이 투입한 노력 대비 성과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서 공정과 불공정을 판단할 뿐이다. 다시 말해 매출 500억 기업이 1년 후 1000억원 외형으로 퀀텀점프를 한 것은 회사나 경영자가 추구한 절대적 가치며, 구성원은 성과 분배에 있어 자신의 몫을 더 많이 할당 받길 바라고, 다른 구성원과 빵의 크기를 비교해 만족과 불만족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조직행동론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직무만족과 생산성 향상은 정비례 곡선을 띈다. 불만 가득한 직원이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기 만무하다. 때문에 리더는 항상 직원들의 외재적 보상(승진, 성과급)과 내재적 보상(성취감, 인정)에 합리적이고도 감성적인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외형 확장과 직원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최고 경영자라면 지금 결심해야 한다. 실적이 높은 직원이 그에 합당한 외재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보상시스템을 수정하든지 아니면 내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과업구조를 전면 개편할지 말이다.2017-12-06 06:14:53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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