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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투, 기댈 곳 없었던 피해자의 '결단'미투(Me TOO) 운동이 제약업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히는 제약산업도 피해갈 수 없을 듯 하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투는 우리가 키워 온 '현실'이다. 영업현장의 여성 영업사원(MR)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었다. 여성 MR은 거래처 관계자와 단 둘이 만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많다. 상대방이 처방권을 비롯해 업무와 관련한 권한이 있다면 '술 한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현실이다. 실제 여성 MR을 상대로 제약사나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추행 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회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제약사 내부라도 상황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예쁘다. 술 한잔 하자. 옷이 똑같은데 어젯밤 집에는 들어갔냐"는 얘기들이 직접 전해지거나 전화와 문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배라는 이유로,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농담이라는 이유다. 그 한마디가 한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픔과 기억으로 남았다. 당사자는 하소연 할 곳이 없다고 한다. 팀장, 팀원, 후배 대부분 단지 남자라서가 아니다. 그 얘기를 듣는 동료 여성 MR조차 "몰랐다"는 말을 한다. 신약개발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임상 대상자 인권과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영업현장에서 보호 대책이란 팀장이 동행하거나 거래처를 바꾸는 등의 미봉책일 뿐이다.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쉬쉬할 뿐이다. 직원들이 기댈 곳은 회사다.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상담사와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인권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한 것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회식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도 단편적이다. 일을 잘한다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언어폭행 따위를 눈감아주는 회사도 공범자는 아닐까. 냉정하게 바라보자. 할 수 있는데 못 한 것과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2018-03-12 06:15:1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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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편의점 '심야시간' 논의서 소외된 상비약동계올림픽 소식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평창에 쏠려있던 사이, 편의점 개점 시간을 조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의 365일, 24시간 의무 영업으로 인한 가맹점주의 고충을 덜고자 현행 24시간 영업 의무화에 규제를 가하고자 업계와 논의 중인 것이다. 공정위가 업계 현실을 고려한 '편의점 심야 영업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중 확정한다는 목표로 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가 막바지 수정 작업을 맡아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규개위를 통과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통해 시행령이 개정된다. 문제는 심야영업이다. 현재 편의점 심야영업 시간대는 현행 '오전 1~6시'인데, 가맹점이 심야영업을 피하려면 '직전 6개월 간 영업 손실이 발생했거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매출이나 건강,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 문제로 심야영업이 어려운 가맹점주가 이 조항을 활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데에 집중했다. 편의점 본부가 어떻게든 심야영업 점포를 줄이기 위해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에 강한 제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직전 6개월'을 '직전 3개월'로, 심야 5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기했는데, 이 시간을 적용하는 시간대를 두고 편의점 업계가 반대의견을 내는 등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역시 최저시급 대폭 인상이다. 편의점주들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반발한 시기에 맞춰 공정위도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초안)을 발표한 이후 받은 지적의 대부분이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시간대 관련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심야시간에 매출이 적은 점포는 문을 점포주 자율적으로 닫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부터 심야시간을 정하는 세세한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그 안에 안전상비약에 대한 논의가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사법에서 이미 안전상비약은 24시간 점포에 한해 판매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지만, 이같은 논의는 결국 편의점 중 24시간 운영되는 비율을 대폭 낮출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이미 국민들은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졌고, 약국이 문을 연 낮 시간에도 소화제나 진통제는 약국보다 편의점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편의점 중 '상비약을 판매한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양분될 상황이 분명한데, 공정위도 편의점도 여기까지 논의의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약국 밖으로 나갔던 상비약의 무게감은 제법 컸다. '24시간 운영'이라는, 개인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좀체 따라갈 수 없는 허들을 명목으로 의약품이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젠 그 '허들'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약사사회와 약사회는 정부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총회장에서만 띠를 두를 게 아니라, 상비약을 판매하는 판매처의 기준 자체에 대해 약사사회가 목소리를 낼 때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2018-02-26 12:09:30정혜진 -
[기자의 눈] "회장님, 공공심야약국 해보실래요?"자신의 24시간을 온전히 약국에 투자하던 강철맨 김유곤 약사가 지난 달 5년만에 약국에서 보내는 일부 시간을 포기하겠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족 건강 문제로 당분간 새벽 시간은 약국을 비우게 됐다며 아쉬워 하던 김 약사. 그는 가족 건강이 회복되면 언제든 기존으로 복귀하겠단 뜻을 내비쳤었다. 그랬던 그가 한달도 채 안돼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이달 중순부터 다시 24시간 약국 운영 체제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김 약사는 무엇보다 새벽시간 약국을 비운 자신을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지역 주민, 그 시간에 약국을 찾을 환자들 생각에 잠시라도 약국을 비울 수 없었다고 했다. 5년 전 경기도 부천시가 심야공공약국에 시범사업을 운영할 당시에 합류한 김 약사는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새벽 시간 약국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의 예산 지원은 중단된지 오래지만 처음 새벽 시간 문을 열었을 당시 급하게 약국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 이후 약국 문을 닫을 수 없었다는 그이다. 김유곤 약사의 사례가 사회적으로 관심받고 있는 이유는 24시간을 약국에 투자하며 그 자신, 또 그 가족이 감수하는 희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24시간 약국을 지키는 김유곤 약사와 최대 새벽 1시까지 약국을 개문하는 보통의 심야약국은 차이가 있지만 그 역시 약사에는 수고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정부 차원의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움직임이 일면서 그 반대 급부로 약사사회가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분위기에 지역 약사회는 물론 대한약사회도 정기총회 등 각종 행사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붉은띠를 둘렀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원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반대, 공공심야약국 도입이 적혀있었고, 연단에 서 마이크를 쥔 약사회장들은 너도나도 공공심야약국 제도 도입과 지원을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미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거나 관련 제도에 대한 지자체 예산을 편성한 지역에서 지원 약국이 나오지 않아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소와 지역 약사회까지 나서 지원 약국 물색에 애를 먹지만 하겠단 약국이 없어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초 약사들 사이에서는 “이럴때 임원은 뭐하나?”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성명서 내고 머리띠 두를땐 가장 먼저 앞장섰던 약사회 임원들이 정작 심야약국 운영에는 발을 빼는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약사회 회장 중에도 개인 사정상 약국 환경상 심야약국 운영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성을 주장하고 제도 도입을 촉구한 이상 그에 따른 수고와 희생은 일정부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직 일부 지자체에 국한된 이야기라 심각성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요구대로 정부 차원에서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법제화한다면 상황은 달라 질 수 있다. 약사회 선거때만 되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후보자들의 ‘봉사하는 자리’란 단어가 공공심야약국 운영에도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2018-02-22 06:14:53김지은 -
[기자의 눈] 분별없는 피임약 오프라벨 투약최근 한 기업체 신입사원 연수교육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여성 신입사원들에게 무료 배포한 피임약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구매와 투약 과정에서 보건의료인이 개입한 거래가 아닌 비정상적 거래의혹이 있어서 논란이 컸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임약 오프라벨 사용이다. 당시 연수교육 프로그램은 거친 행군이 포함돼 있었고, 업체 측은 여성 신입사원들을 모두 참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피임약을 생리주기 조절제로 배포한 것이었다. 사전피임약은 사후피임약과 비교해 접근성이 높아 공급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기준 3억8300만정 이상이 국내에 공급됐다. 그만큼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심하면 혈전색전증이나 뇌졸중 등 중증 이상반응이 동반하기도 한다.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사전피임약의 부작용과 이상반응만 살펴보더라도 수십가지가 넘어간다. 실제로 생리조절 목적으로 사전피임약을 구매해 오프라벨로 사용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 대상으로 결정됐던 사실은, 이 약물과 중증 부작용 간 인과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투약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된 사실에 대한 법적 처벌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사전피임약을 허가초과해 사용하는 사례가 남발되지 않도록 식약-보건당국의 보다 강화된 계도·홍보가 필요하다. 부작용 정보에 어두운 청소년과 미처 숙지하지 못한 성인 복용 대상자들에게는 보다 쉽고 직관적인 약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투약 과정에서 이를 전달·계도하는 보건의료인들에게는 보다 근거중심적인 오프라벨 사용 데이터 제공이 절실한 시점이다.2018-02-19 06:14:53김정주 -
[기자의 눈] 외환거래법의 허점과 페이퍼 컴퍼니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해 국제수지 균형과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법률이다. 시행 25년을 맞는 이 법은 외국환 관리에 관한 기본법률과 외환관리법을 전신으로 한다. 법에서 규정한 네 가지 선언적 목적 외 저변의 순기능은 외화유출 방지와 비자금 축적 차단이다. 그런데 최근 제약업계 일각에서 외국환거래법의 내용과 테두리의 날줄씨줄을 더욱 정교하게 정비해 합목적성을 부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주장의 핵심은 기업 간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 내용과 시점을 명확히 공시하거나 사외이사 등 옴브즈만으로 하여금 이를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기업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에 대한 내용을 언론, 시민단체 등 제3자 기관에 밝힐 필요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법망을 쉽게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찰, 경찰,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위법을 인지하고 정밀수사를 펼치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옹할 소지가 크다. 이 부분이 바로 외국환거래법의 허점이고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간 자본거래에 있어 1년에 5만 달러(5000만원) 이상이 오가면 한국은행에 거래명목과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차입일 경우 금전대차신고, 증여 시에는 자본거래신고로 한국은행에 반드시 신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50만달러(5억원) 이하 증액투자라면 사후신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전신고 원칙이 적용된다. 미신고 시, 처분은 자본거래 10억원 미만은 유형에 따라 총 거래금액의 2~4%의 과태료가 10억이 초과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가정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에 본사를 둔 A제약기업이 뉴칼레도니아 소재 B자회사(계열사)에 관리/체제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송금할 경우 한국은행 신고는 의무사항이다. 만약 악의적 미신고라면 비자금 조성 목적이 클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특히 상계와 금전대차의 경우 신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계와 관련해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거래처 등 포함) 간 외국환 거래 시, 매입채무나 매출채권을 상계하거나 다자간 보유 중인 채권 채무를 서로 상쇄하는 다자간 상계거래 시 국내거래와 달리 사전에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금전대차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외화 또는 원화를 차입하거나 대출을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해외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지정거래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외 체류 시 개설한 계좌를 국내에 입국해 거주자가 되었음에도 별도 신고 없이 당시 개설한 예금계좌를 이용해 예금거래를 하는 경우 명백한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본다. 우리는 몇 해 전, 모럴헤저드에 빠진 일부 기업들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을 기억한다.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정 축재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와 괴리감을 느꼈다. 이와 연루된 일련의 사안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안다. 현미경과 돋보기의 잣대로 보더라도 외국환거래법의 정비와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은 괘를 같이 한다. 처벌 규정의 강도는 높고 낮음에 따라 실익 차가 크거나 방향성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 반면 법망은 넓고 촘촘할수록 형평성과 목적 달성률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외국환거래 내용에 대한 공시의무와 옴브즈만 의무 감사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2018-02-14 12:02:54노병철 -
[기자의 눈] 영업사원 정말 안 만나면 그만일까?2010년 쌍벌제 시행때부터 나온 제약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금지 얘기는 2018년 지출보고서 의무화가 시작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그 매번마다 실제 의사들의 MR 방문 거부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의사들 대부분은 페이닥터, 혹은 개원의다. 물론 이들은 변하는 제도의 영향을 받지만 집단행동을 고수하기가 어려운 성향을 갖는다. 각 세대별, 진료과목별, 제약사 거래규모 별 이권, 시각 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의사를 넘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에 제약사 MR은 단순히 '안 보면 그만'인 사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동네의원 의사들의 하루 일과는 보통 이렇다. 아침에 그들이 '점빵'이라 부르는 의원으로 출근하면 휘하 2~5명의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5~8평 남짓한 그들만의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퇴근후 만나는 인간 관계 역시 동료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그들의 커뮤니티는 제한적이며 폐쇄적이다. 어렸을때 부터 공부만 했던 그들이 의대에 진입후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사업장(의료기관)을 갖게 됐을때 그들의 나이는 이미 삼십대 중반에 이른다. 남성의 경우 군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마흔 넘어 개원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같은 의사들에게 제약사 MR은 개원할때 부터 찾아오는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제공한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전해주고 신약 출시 소식, 의료계 이슈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편한 것도 맞다. 또 많은 의사들에게 영업외 소득(리베이트)을 제공하는 음성적 관행의 집행자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MR을 만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란 얘기다. 리베이트를 주지 않더라도 MR 출입을 허용하는 의사 역시 부지기수다. 이제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을 무작정 '안 만난다'고 외친다기 보다는 새시대 새기조에 맞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키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2018-02-12 06:14:53어윤호 -
[기자의 눈] '미투' 제약계에도 변화 이끌어 내길직장상사와 로맨스는 한 때 멜로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던 단골소재다. 기자를 비롯해 많은 10~20대 여성들이 그러한 사내연애를 꿈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사내연애보다 직장 내 성추행이 더욱 흔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성추행 사실을 덮은 인물이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점,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에게 강제추행 당한 사실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보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갖는다. 덕분에 SNS를 통해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해시태그( MeToo)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운동이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제약업계도 이 같은 성추행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는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오츠카제약, 한국MSD 등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자급 남자직원이 수년간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온 사실이 적발된 일부터 여성임원이 술자리 중 남성직원에게 부적절한 스킨십을 강행한 사례, 고위임원이 회의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시도한 사례 등 유형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줄만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용기내어 회사 측에 피해사례를 알리더라도 적절한 징계는 커녕 가해사실 자체가 은폐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해자가 징계위원회를 회부하기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날 경우 공식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불필요한 잡음을 막으려는 회사의 논리 아래 피해자에게 인사이동 또는 휴가권고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도 확인된다. 기사화 되더라도 그 순간뿐, 대개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더 큰 내상에 노출되고 있다. 서 검사를 통해 촉발된 이번 사안이 처리되는 방식에 관심이 가는 건 이러한 업계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낙인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 탓에 사내 고발을 주저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들려온다. 스스로 그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삼는 우매한 시선들도 남아있다. 부디 제약업계에서도 일순간 관심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성추행 관리 및 예방책이 마련되길 바란다.2018-02-08 06:14:53안경진 -
[기자의 눈] 심평원 퇴직자 재취업 족쇄, 아쉽다퇴직을 앞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직원들에게 결국 재취업 족쇄가 채워졌다. 취업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임직원 행동강령 일부개정강령안'이 의견조회를 거쳐 확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절차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심평원은 지난해 말 전직 약제관리실의 대형로펌 이직설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곧바로 행동강령 개정에 들어갔다. 새로운 약제관리실장을 임명하고, 행동강령에 대한 의견조회를 6일동안 거쳤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개정 작업을 늦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서둘러 확정했다. 직원들이 반발한 이유는 하나다. 다들 임직원들이 퇴직후에도 청렴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이유에는 동의한다. 개정안에 포함된 퇴직임직원 윤리기준, 직무관련자 접촉 보고 의무 등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양심에 따라 지켜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전직 약제관리실장 규정'이라고 불릴 만큼, 특정인 또는 특정부서를 타깃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무보고를 앞두고 개정안을 확정시킨 이유도 국회의원들의 사전질의에 전직 약제관리실장 건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임직원 취업제한 질의에 대해 "퇴직 임직원 윤리규정을 신설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질의응답만 놓고 보면 심평원 퇴직예정자들의 대형로펌 이직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 역시 취업제한 부분이다. 행동강령 제24조의4에 '원장은 퇴직예정자에게 구직을 위해 접촉 중인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제시하고 해당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공직자윤리법을 적용 받지 않는 심평원 관리직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우선 행동강령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연히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윤리는 일반 사기업보다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퇴직자에게 윤리만 강화할 뿐, 은퇴 후 '제2 인생설계'를 응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재취업 족쇄로 앞으로의 인생설계에 대한 고민조차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정년을 앞둔 한 직원은 "기업 등 관련분야 재취업은 꿈도 못꾼다. (그런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 정년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보내기 보다, 재직 중에 제2인생설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 시 공로연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정 개정이 더 절실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재취업 족쇄는 최근 취임한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행보와 비교돼 심평원 직원들의 허탈감을 더 키웠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 이후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정년퇴직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심평원 또한 올해 정년퇴직 인원이 50여명에 달한다. 평년보다 2~3배 늘어난 정년퇴직자의 윤리의식을 이야기하고 관련 업계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고참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도 필요해 보인다.2018-02-05 06:14:53이혜경 -
[기자의 눈] K-썬샤인액트, 반짝 효과 넘어 정착으로이른바 코리아 썬샤인액트로 불리는 '경제적이익 지출 보고서'가 올해부터 제약업계에 도입되면서 영업현장 분위기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제약사가 거래처 지출내역을 남기면서 의사들도 아예 안 받겠다는 문화가 확산되는 모양이다. 다만 합법적 지출까지 거부하다보니 현장 영업사원이나 마케팅사원들은 실적쌓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썬샤인액트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지출내역을 감독기관에 제출한 의무는 없지만, 보관은 해야하는만큼 보다 철저한 증빙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현장 지출내역을 꼼꼼히 살피다보니 확실히 법적 한도를 넘는 지출에 대한 차단 효과가 있다. 너무 꼼꼼한 나머지 법적한도 내 식사, 명절선물도 안 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다른 효과는 제약사 지원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악덕 의료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제 거래를 끊으면 끊었지, 지원요구에 들어주지 않겠다는 반응들이 많아졌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런 효과가 시행초기 반짝에 그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감시의 눈이 집중되고 있는 시행초반 엎드려있다가 관리가 풀어질때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갖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증빙 프로그램 도입은 뒷전인 채 시간만 때우려는 제약사도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같은 때우기는 첨엔 적극적이었으나 추후 잠잠해진 쌍벌제, 투아웃제, 김영란법 등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초반 효과를 보고 있는 K-썬샤인액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추가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실적을 더 올려야 하는 영업현장에서 불멘 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의 안 주고 안 받고 하는 분위기를 계속 끌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 불법 리베이트 악령이 되살아난다면 국내 제약업계는 약가인하를 피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결코 글로벌 성장에 발목을 잡는 일을 기업 스스로 전개해 나가선 안 된다.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려 건전 영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때 실적압박으로 영업사원만 옥죄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더 좋은 약품을 만들고, 제품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K-썬샤인액트의 초반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세부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건전 영업을 펼치고, 신약개발 앞장서는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병행해 2020 제약 7대강국이 말로만 끝나지 않음을 증명해 나가길 바란다.2018-02-01 06:14:53이탁순 -
[기자의 눈] 동물약유통, 시장경제 눈으로만 본 법원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 애드보킷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물론 동물약국 약사도 직접 취급 가능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현재 동물약국에 유통중인 애드보킷은 정식 루트를 통해 입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개발사 바이엘과 단독유통계약을 체결한 벨벳이 애드보킷을 동물병원에만 판매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동물약국 공급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벨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벨벳 손을 들어줬다. 벨벳이 애드보킷 유통망을 동물병원으로 한정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한 공정위 판단은 틀렸다고 했다. 법원은 시장경제주의 체제를 도입한 한국에서 사업자가 유통망을 결정하고 납품을 막은 것은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동물약국 약사들은 벨벳으로부터 애드보킷을 납품받지 않더라도 다른 유통사로부터 애드보킷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을 입고할 수 있어 피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같은 법원 판결은 실제 약국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반박한다. 애드보킷과 동일한 성분이나 제형의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약사사회 입장이다. 법원이 '심장사상충 예방'이라는 적응증을 넓게 해석해 해당 적응증 보유약을 '애드보킷 제네릭'이라고 표현했을 뿐 애드보킷 제네릭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동물약사는 "도대체 동물약국이 어디서, 어떻게 애드보킷을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약국유통 애드보킷은 도매나 도도매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입고되는 의약품"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살펴볼 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동물약 유통문제를 시장경제적으로만 바라본 측면이 커보인다. 의약품 범주에 속한 동물약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놓은 셈이다. 공정위와 약사사회는 약사법적으로 애드보킷은 약사가 직접 취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취급이 불가한 측면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되레 벨벳이 기업 이익 추구를 위해 원하는 유통망으로 약을 유통시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약사들은 애드보킷을 직접 취급할 수 없을 뿐더러 세법상 불투명성이 높은 비정상적 유통거래로 약국 내 비치할 수 밖에 없게 됐다.애완동물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만나지 않고 약사들의 동물약 투약지도만으로 집앞 약국에서 애드보킷을 손쉽게 구매할 공식적 기회를 잃게 됐다. 수의사 진료비와 약국 대비 값비싼 약값부담도 따라 붙었다. 법원 판결이 약국이 비정상적 루트로 구매한 동물약을 보호자들이 편익감소를 감수하며 구매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판결은 약사법 등 유관법률을 민감하게 따지지 않고 동물약을 시장주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만 치우쳐 재판한 결과다. 약사는 정상적인 유통라인에 놓인 애드보킷을 구매해 보호자들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상식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펼쳐왔다. 법원이 시장주의체제 보다 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곱씹어 판결 영향력을 재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2018-01-25 06:14:53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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