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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금지 비만약 '펜플루라민', 난치성 뇌전증엔 허용펜플루라민 성분의 드라벳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과거 사용금지된 비만치료제 '펜플루라민' 성분 제제가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로 탈바꿈함에 따라 식약처가 해당 용도로는 금지약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펜플루라민 성분의 드라벳증후군(난치성 희귀 소아 뇌전증) 신약도 18일 허가됐다.식약처는 17일 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 함유제제 개정을 통해 227번 금지 대상이던 펜플루라민 함유제제의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희귀질환 치료목적으로 드라벳증후군에 사용되는 경우는 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은 식약처 허가(신고)가 제한되는데, 이번 조치로 펜플루라민 성분의 드라벳증후군 치료제는 허가가 가능해졌다.실제 펜플루라민 성분 드라벳증후군 신약인 핀테플라액(한국유씨비제약)도 18일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2세 이상의 드라벳증후군 환자에서 발작 치료를 위한 부가요법으로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핀테플라는 2020년 미국 FDA로부터 희귀 소아 뇌전증인 드라벳증후군 치료제로 먼저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22년에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적응증을 추가했다.드라벳증후군은 생후 1세 이전에 시작되는 난치성 희귀 질환으로, 발달 지연, 보행 이상 등 다양한 신경발달 문제를 동반한다.주로 SCN1A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핀테플라는 작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이후,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약제로도 선정됐다. 허가와 더불어 급여 등재까지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펜플루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90년대 후반 퇴출된 약이다. 펜터민과 함께 펜펜(Fen-Phen)이라는 병용요법으로 식욕 억제 용도로 사용됐었다. 그러다 1997년 심장판막 손상 및 폐동맥 고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하지만 미국 제약회사 조게닉스는 이 성분 제제를 드라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조게닉스는 2022년 벨기에 글로벌 제약사 유씨비에 인수됐다.2025-12-19 06:00:43이탁순 기자 -
'마운자로', 당뇨병 급여 적정성 확인…약가협상 시험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국내 2형 당뇨병 치료 환경이 한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GLP-1·GIP 수용체 이중효능제 마운자로가 2형 당뇨병 급여 적용을 위한 첫 관문을 넘어서며, 국내 치료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는 이달 초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마운자로 개발사인 릴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릴리는 지난 2024년 초부터 마운자로의 급여 작업을 진행해 왔고 약 2년간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게 됐다. 릴리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비교 대상 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 개선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릴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경제성평가 기반 비용효과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올해 마지막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되며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전문가들은 마운자로가 임상적 가치와 경제성, 국내 치료 환경에서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만큼 남은 단계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시간 지날수록 관리 어려운 2형 당뇨병…새로운 치료옵션 수요↑비만인구 증가와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혈당 조절을 넘어 체중과 대사 전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치료옵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만성질환 특성상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이 누적되며, 기존 치료 전략만으로는 목표 혈당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대한당뇨병학회의 2025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10명 약 6명이 치료 목표인 당화혈색소(HbA1c) 6.5% 이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형 당뇨병은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질환으로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저하되고 동시에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면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비만유병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절반 이상(52.4%)는 비만을 동반하고 있으며 복부비만을 동반한 환자도 61.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비만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17.6%로 비만하지 않은 인구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5세 이상 고령 비만 인구에서는 3명 중 1명(31.6%)가 당뇨병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이처럼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환자에서는 내장 지방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지방 조직의 염증 반응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면서 혈당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대사 기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의 경구 치료제나 인슐린 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조절이 안되는 경우 망막병증, 신경병증, 동맥경화로 인한 뇌졸증, 협심증, 심근경색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혈당 조절에 실패한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반인과 비교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남성에서 2~3배, 여성에서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측면에서의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 대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는 GLP-1 계열의 치료제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수용체 모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최초 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마운자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민감도를 개선하며, 글루카곤 농도를 감소시켜 혈당을 낮추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음식 섭취를 줄여,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전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마운자로는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5개의 3상 임상연구 SURPASS 1~5를 통해, 용량과 관계없이 모든 대조군 대비 우월한 HbA1c 감소효과를 확인했다. 마운자로 투여군에서 2형 당뇨병의 치료 목표인 HbA1c 6.5% 미만 도달률은 최대 95%(SURPASS-5, 10mg)였으며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임을 의미하는 HbA1c 5.7% 미만 도달률도 최대 62%(SURPASS-5, 15mg)에 달했다. 또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체중을 10% 이상 감소하면 혈당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마운자로 투여군 중 최대 69%의 환자들이 이를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SURPASS-3, 15mg). 주목할만한 점은 효과적인 혈당 감소에도 임상적으로 유의한 저혈당 또는 중증 저혈당 위험은 대조군 대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저혈당 위험으로 치료 옵션 선택이 제한적이었던 환자들도 마운자로를 통해 목표 혈당(HbA1c<6.5%) 달성과 더 높은 수준의 혈당 관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주요 가이드라인에 마운자로 권고…"장기적 대사 건강 개선 위해 효과적인 치료 전략 필요"대한당뇨병학회는지난 10월 2형 당뇨병에서 동반 질환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합의 성명를 발표했다. 학회가 새롭게 제시한 2형 당뇨병 관리 알고리즘의 주요한 변화는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를 처음으로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구분해서 기재했다는 점이다. 또 학회는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를 비만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우선 권고하는 약물로 명시했다.이번합의 성명 발표를 주도한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사 이병완 교수(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비만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는 체중 감소와 인슐린 감수성 개선은 물론 전반적, 장기적 대사 건강 개선을 위해 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지난 진료지침 개정 당시 처음으로 마운자로를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구분된 성분명으로 기재하며 효과적인 혈당 및 체중 조절을 위한 치료 약물임을 강조한 데 이어, 이번 알고리즘 업데이트를 통해 비만 동반 2형 당뇨병 환자에서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경구 치료제 또는 인슐린 치료에도 목표 혈당에 도달하지 못했던 비만 동반 2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마운자로의 치료 접근성이 하루빨리 개선돼 해당 환자들이 마운자로의 혈당 및 체중 감소 결과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2형 당뇨병 약물 치료 관리 알고리즘마운자로의 임상적, 실질적 가치에 기반해 국내외 진료 지침에서 마운자로를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와 다른 계열의 치료제를 분류함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월 마운자로를 비만 등 동반질환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번 결정은 마운자로가 비만 동반 2형 당뇨병 치료에서 필수적이고 공중보건적으로 중요한 약물임을 공식 인정하며, 보험 적용 확대 등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 교수는 "비만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순 혈당 감소를 넘어 전반적인 대사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를 경제력에 관계없이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개별 환자 측면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민 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득이 크다"며 "세계적으로도 비만 동반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으로 인정받은 마운자로가 국내 제도권 하에서 관리되며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신속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2025-12-17 12:10:48손형민 기자 -
'키트루다' 약가협상 마무리...내달 적응증 급여 확대[데일리팜=정흥준 기자]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달 급여 적응증이 확대될 예정이다.키트루다는 지난 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위암·식도암 등 11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키트루다 급여확대 관련 공단과 약가 합의를 마쳤다. 건정심을 거쳐 내달 복지부 고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앞서 약평위를 통과한 11개 추가 적응증은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직결장암, 편평상피세포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소장암, 담도암 등이다. 지난 2023년 급여 확대 요청 후 약 2년 만에 건정심 의결만을 앞두고 있다.기존에는 비소세포폐암, 호지킨림프종, 흑색종, 요로상피암 4개 암종에서 7개 적응증이 급여 적용되고 있었다.전이성 또는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에서는 1차 치료로 ▲PD-L1 발현양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 ▲백금 및 플루오로우라실 화합요법과의 병용요법에서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키트루다는 두경부암 분야에서 적응증 승인과 급여 확대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지난 10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절제 가능한 국소 진행성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기도 했다.MSD는 두경부암에서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은 만큼 동일 암종에서 추가적인 급여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경부암 외에도 18개 암종에서 35개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어 급여 확대 가능성은 많이 남아있다. 키트루다는 1년 청구액이 4000억이 넘는 품목이다. 급여 적응증이 추가되는 내년부터 청구액 증가가 전망된다.2025-12-16 12:05:54정흥준 기자 -
유전성혈관부종치료제 '탁자이로', 공단 약가협상 돌입[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유전성혈관부종 약물 '탁자이로'가 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한국다케다제약은 보건복지부 명령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전성혈관부종(HAE, Hereditary Angioedema)치료제 탁자이로(라나델루맙)에 대한 약가협상을 시작했다. 202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약 5년 만에 최초 성과다.치료제가 부족한 유전성혈관부종 영역에서 탁자이로가 약가협상을 타결하고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지켜 볼 부분이다. 탁자이로는 지난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유전성 혈관부종은 C1-에스테라제 억제제(C1-lNH) 단백질의 이상으로 인해 신체 곳곳에 예측 불가능한 급성 부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호흡기 부종은 호흡 곤란이나 질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위장관 부종은 극심한 통증과 장폐색 등 응급 상황을 초래한다.환자의 약 40%는 5세 이전, 75%는 15세 이전에 첫 발작을 겪지만 대다수가 '진단 방랑'을 거쳐 성인이 된 이후에야 정확한 진단에 이른다. 국내 추정 환자 수가 약 1000명임에도 작년 기준 진단 사례가 200~250명에 불과한 이유다.실제로 진단 받기까지 평균 19년이 소요되며, 진단 이후에도 환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응급상황에 상시 노출된다.그러나 그간 국내에선 근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는 탁자이로의 급여 등재 필요성이 지속 제기돼 왔다.치료제가 부족한 유전성혈관부종 영역에서 탁자이로가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타결하고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지켜 볼 부분이다.한편 탁자이로는 3상 HELP 연구를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탁자이로는 2주기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유전성혈관부종의 월평균 발작 횟수를 87%, 4주마다 투여한 군은 7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2025-12-16 12:05:49어윤호 기자 -
위험분담제 담보 계산법 보완하나...성과기반형 개선 논의[데일리팜=정흥준 기자]위험분담제 환급형 계약 시 담보 계산법이 명확하지 않은 성과기반형에 대한 보완이 논의되고 있다. 위험분담계약 시 담보 설정은 환급 미이행 시 채권 확보를 위해 중요한 안전장치다. 담보 금액을 설정하는 계산식이 정해져있는데, 일부 신설 유형에서 미흡점이 확인돼 건보공단은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단 감사에서 위험분담제 담보 산식 미흡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담보 산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위험분담제 유형의 환급액 미납을 담보할 수 있도록 대안을 강구하라는 의견을 받았다.공단의 담보 관련 실무는 ‘위험분담제 약가협상 세부운영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지침 제13조에 따르면 공단은 업체로부터 위험분담계약 이행을 위한 담보를 제공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또 별도의 산식을 참고해 담보금액을 산출하고 유형과 예상 환급액,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담보액 계산법은 크게 ▲조건부지속치료와 환급 혼합형 ▲총액제한형 ▲환급형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형으로 나눠 지침에 명시돼 있다. 가령 총액제한형의 경우 예상청구액X환급률X30%로 담보액 설정을 하고 있다. 위험분담제 환급형 중 ▲성과기반 환급형은 새롭게 추가된 유형으로 지침 상 표준화된 계산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공단에 따르면 감사에서 지적된 담보 산식 미흡 유형은 ‘성과기반 환급형’이다. 공단은 현재 내부 논의 중으로 필요 시 개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공단 관계자는 “지침에 성과기반 환급형은 산식이 빠져있다. 내부 논의 중에 있고, 필요하다면 지침 개정을 통해서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성과기반 환급형은 투여환자별 치료 효과를 일정기간 동안 추적·관찰해 설정된 치료효과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전체 청구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되는 금액을 신청인이 공단에 환급하는 계약 유형이다.성과기반 환급형은 킴리아, 졸겐스마 등과 같은 일부 초고가 약에 적용되고 있다.2025-12-10 06:00:55정흥준 기자 -
ICER 탄력 적용 2호 '임핀지', 최종 약가 조율 관건[데일리팜=어윤호 기자]혁신신약 ICER 탄력적용 2호 약제 '임핀지'가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 돌입한다.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 담도암 1차치료 병용요법 급여 확대'에 대한 약가협상 명령을 내렸다.임핀지 병용요법은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항암제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이후 지난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ICER 탄력 적용을 인정받은 두번째 약제다.앞서 유방암 분야에서 ICER 혜택이 인정된 엔허투(혁신신약 우대방안 도입 전)·트로델비와 달리 지난 12년 동안 치료옵션이 사실상 부재했던 담도암에서 등장한 치료옵션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관심이 높다.임핀지 병용요법은 12년 만에 NCCN 담도암 가이드라인을 변화시킨 최초의 면역항암제기반 요법으로, 기존 치료법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 생존 개선을 보여주며 혁신성을 입증했다.글로벌 3상 TOPAZ-1 연구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은 3년 전체생존율(OS) 14.6%를 기록해 기존 젬시타빈-시스플라틴(젬시스) 단독요법(6.9%) 대비 두 배 이상의 생존률 개선을 보였다.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도 12.9개월로 대조군(11.3개월)을 상회했으며, 사망 위험(HR)은 26% 감소했다. 면역항암제의 특징인 장기 생존 곡선의 분리는 장기 추적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최초 분석에서는 HR 0.80(20% 감소)이었으나, 3년 추적에서는 HR 0.74(26% 감소)로 개선돼 면역반응의 지속성을 보여줬다.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이번 약평위에서는 질병의 위중도 및 사회적 요구도를 고려하여 기존 1년 미만에 머무르던 담도암 생존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한 한국인 임핀지 병용요법 데이터가 핵심 근거로 활용됐고, 이를 통해 임상적 가치가 인정되며 ICER 탄력 적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한국인 환자에서의 결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인 하위 분석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의 3년 OS는 21%, mOS는 16.6개월, 사망 위험 감소는 42%로 나타나 글로벌 전체 환자군보다 더 높은 혜택이 확인됐다.진행성·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임을 고려하면, 한국인 환자에서 나타난 생존 개선 폭은 임핀지의 혁신적 가치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결과다.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 방향과도 임핀지의 평가 구조는 일정 부분 맞물린다. 정부는 ICER 임계값 현실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임핀지 병용요법처럼 고중증 질환에서 생존 개선이 명확한 혁신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이제 남은 절차는 약가협상이다. 공단이 협상 절차에 착수한 만큼, 임핀지 병용요법의 최종 급여 적용에 관심이 모아진다.생존 개선 효과, 한국인 환자에서의 우수한 성적, 대체 치료제 부재 등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고가 항암제의 특성상 재정 영향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협상 난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임핀지 급여와 관련한 논의는 환자단체와 국회를 중심으로 관심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혈액암협회, 간환우협회 등 환자단체는 담도암 치료제 접근성이 제한된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서명옥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은 담도암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 사망하고 있음에도 치료 접근성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급여가 결정된 치료제를 국내 환자만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조속한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2025-12-05 06:00:51어윤호 기자 -
건약 "거짓말로 포장된 제약산업 육성책 철회하라"[데일리팜=강혜경 기자]약사단체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거짓말로 포장된 제약산업 육성책에 대한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대표 전경림, 이하 건약)는 3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정부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다국적 제약사와 대형 제약사의 민원 수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환자접근성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해답이 제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선방안은 화력을 엉뚱한 곳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약가제도 개선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바이며, 복지부와 공단이 숨겨놓은 거짓말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이들이 주장한 거짓말은 ▲ICER 임계값 상향이 신약 접근권을 개선한다는 환상 ▲이중가격제 확대가 환자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기만 ▲제네릭 약가우대가 신약개발 기업 육성정책이라는 억지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실효성이 적다는 포기선언 등 4가지다.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거짓말 1: "ICER 임계값 상향이 신약 접근권을 개선한다"는 환상신약의 가격 결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평가를 통한 적정 가격 결정’과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약값의 중요한 척도가 바로 비용효과성 평가결과(ICER)의 임계값이다. 심평원은 환자의 생명·건강 개선 수준에 비례하여 약값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심평원이 정하는 적정 약가의 바탕이 ICER 임계값이다. 결국 이를 올리겠다는 뜻은 똑같은 건강개선 효과를 가진 약이라도 더 비싸게 적정 약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다국적 제약사는 매번 한국의 낮은 약값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한국이 신약의 '코리아 패싱'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약값이 낮다는 증거도, 진짜 코리아패싱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사실 제약사의 신약 출시 시기는 단순히 국가별 약값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가별 제약산업 환경과 예상 매출액 크기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이나 맥북을 출시하면서 1차 출시국과 2~3차 출시국을 구분하는 이유가 단순히 제품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가 아닌 것과 유사하다.다시 말해서 ICER 임계값 상향은 신약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약이 한국에 빠르게 출시되는 것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이번 발표안에 "신약의 코리아 패싱"이라는 다국적 제약사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가져와 ICER 임계값 상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최근 영국이 NHS 의약품의 ICER 임계값 상향을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미국과의 원활한 관세협상을 위해 미국 제약사가 출시하는 신약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결정이다.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학계는 모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결정이 수십억 파운드의 약값 인상을 조장할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서비스 예산 축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야당 정치인은 "신약 약가인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NHS 내 다른 곳에서 어떻게 충당할지 의회에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한국 정부의 ICER 임계값 인상도 마찬가지다. 신약 가격 인상은 건강보험의 다른 의료보장성 정책을 희생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복지부는 신약 접근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어 건강보험 재정의 큰 위협이 될 우려를 은폐하고 있다.거짓말 2: "이중가격제 확대가 환자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기만의약품, 특히 신약은 지적재산권이라는 독점적 지위와 환자의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이용해 약값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제약사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요구해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약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의약품 가격은 연구개발비나 생산비용과 같은 생산원가와 무관하게 결정되며,, 특히 경쟁 제품이 없는 독점적 지위의 신약은 천정부지로 비싸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혁신 신약에게 혁신가치를 부여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궁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또한 제약산업은 독점적 지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의약품 가격을 가리는 전략을 취한다. 오랜 기간 국가들은 제약기업과 약가 협상을 임하기 위해 주변 국가들의 가격을 참조하였다. 그런 관행이 제약사가 신약 가격을 함부로 높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지난 십여 년간 국제적으로 의약품 가격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공시 가격과 실제 가격 간의 큰 격차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해진 신약 가격 때문에 사실 한국의 약값이 저렴하다는 제약기업의 주장도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다.한국은 초국적 제약기업의 요구를 수용하여 그동안 수많은 등재 신약에 대해 이중가격제(환급형 계약)를 시행하였다. 최근 도입된 대부분의 중증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제는 이중가격이다. 과도한 불투명성은 제약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더 견고하게 하고 종국에는 신약 고가화의 바탕이 되지만, 그동안 한국정부는 적절히 대항하지 못했다.그런데 이번 약가제도에서 제시된 약가유연제 도입(이중약가제 확대)은 이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정책이다. 치료제 접근이 당장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이중약가제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가 만료되었거나 심지어 오리지널 의약품이 아닌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가격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라는 불가피한 명분조차 없이 모든 의약품에 가격 은폐막을 씌우겠다는 선언이다.실질적으로 이번 이중약가제 확대 정책을 시행하는 진짜 이유는 국내 제약사를 위함일 것이다. 국내 개발 신약은 ‘개량형 신약’처럼 기존 약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가진 제품들이며, 중증질환보다 위장질환 또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대부분이다.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중약가제를 시행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국내개발신약에 이중약가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자 정부가 아예 이중약가제를 전면적으로 풀어버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 시 조금이라도 약값을 높일 수 있도록 가격표를 부풀려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내 제약기업의 이윤을 위해 약가제도 투명성을 희생하는 것이다.한국은 외국과 달리 아주 경직된 약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약값을 낮추게 만드는 시장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약품비에 대한 감시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허가 만료되었거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가격들이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의약품 가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정책으로 이제 제약사들이 모든 의약품 가격을 숨겨버릴 수 있게 되었다. 향후 건강보험공단이 방만한 약품비 관리를 하더라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 운영의 최소한 원칙인 투명성을 보건복지부가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거짓말 3: "제네릭 약가우대가 신약개발 기업 육성정책"이라는 억지인구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관리 비용 증가는 의료정책의 주요한 현안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네릭의약품의 약가제도 개선은 필연적이다. 한국 제네릭 가격은 시장적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약가 상한액을 제시하면 기타 모든 제약회사가 약가 상한액에 맞춰 약값을 결정하고 있다. 제약회사는 상한액 이하로 약값을 낮추는 것을 손해로 생각하며, 그로 인해 기형적인 가격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은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 약가제도를 특허만료 전 신약 가격의 53.55%로 결정하였다. 의약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에 특허 만료 시점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약값을 낮추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특허 만료 1년이 지난 시점에 53.55%로 상한액이 정해진 뒤에 가격이 낮아지는 요인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제네릭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고지혈증·고혈압치료제 등 만성질환 약제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한국의 약가제도의 모순은 혁신형제약기업의 약가우대정책에서 극대화된다. 정부는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조건에 도달한 혁신형제약기업은 세금감면이나 연구개발 지원 등 각종 특혜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중 가장 큰 혜택이 약가우대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제약기업이 생산하는 제네릭의약품이나 개량신약에 대해 특정 기간 동안 최대 27% 더 비싸게 약을 팔 수 있게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제약기업들은 약을 더 비싸게 팔기 위해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려 하며, 이는 다국적 제약사도 동등한 혜택이 주어진다.마치 명품시장처럼 혁신형제약기업이 생산하면 프리미엄이 붙는 방식이다. 아무런 약효 차이가 없지만 혁신형제약기업이 생산하면 비싸게 팔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 약가제도가 제약기업 보상의 도구가 되면서 품질 등과 무관하게 약값이 결정되고 있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이러한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 심지어 중소제약사를 위한 추가 가산도 만들었다.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안정적 수익창출을 마련해주기 위해 제네릭 약가 우대정책도 세심하게 마련해준 셈이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회보험이 제약기업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누군가는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 촉진이 종국에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 가장 신약을 많이 출시하는 미국의 환자들이 어떤 의약품 접근성에 도달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필수의약품인 인슐린 주사마저 가격이 부담되어 캐나다로 넘어가 약을 구해야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제약산업 친화적 정책을 추구했던 미국이 최근 메디케어를 포함해 신약 약가 통제에 나서는 이유는 신약 출시가 환자접근성 개선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더 황당한 것은 제도시행의 근거로 프랑스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프랑스가 약가 결정 시 '산업적 기여'를 함께 평가하는 것을 이유로 혁신형제약기업 약가우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 인용한 것이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의약품 안정공급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이나 유럽 내에서 제조된 의약품에 우대가격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제시된 것이 "산업적 기여(Industrial criterion)"의 평가다. 그런데 이를 복지부는 혁신형제약기업 약가 우대정책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견강부회나 다름없다.거짓말 4: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실효성이 적다"는 포기 선언2019년 8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퇴출을 요구하며 보건복지부에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하였다. 임상적 근거가 없음에도 매년 수천억 원이 팔리는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퇴출 요구는 복지부의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를 출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콜린알포세레이트, 포도씨·엽, 실리마린,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히알루론산 점안제, 아데닌염산염 등 복합제 등 연간 수백~수천억 원 매출이 발생하지만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여 급여축소 및 삭제 여부를 경정하는 제도가 지난 5년간 시행되어왔다.하지만 심평원의 제약기업 봐주기식 엄밀하지 못한 검토와 제약기업의 행정소송 남발, 그리고 재판부의 지연된 결정으로 제도를 시행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제도적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 급여축소 관련한 소송의 결과들이 도출되면서 이제야 몇몇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들을 퇴출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풍선효과로 인해 유사한 다른 약으로 사용이 전환되면서 여전히 재평가를 통해 퇴출시켜야 할 약제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시민단체의 요구로 시작된 급여적정성 재평가임에도 복지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향후 재평가 필요성을 건의할 수 있는 대상을 ‘학회 및 전문가’로 제한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환자단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복지부의 꼼수일 것이다. 재평가제도 시행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도 발표되지 않았으며, 외국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약임에도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에 대한 현황 파악도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마무리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제약산업 눈치보기의 결과이며, 국민들의 약품비 절감이나 약 접근권보다 산업적 고려를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이외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부처 합동으로 진행했어야 할 약가제도 개편을 보건복지부 단독으로 진행했다는 점, 신속급여화를 위해 아무런 정책 수단도 없이 급여기준 설정과 약가협상에 걸리는 시간을 100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점, 공급안정화 정책을 약가 인센티브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서로 상충되는 정책인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약가제도’와 ‘적응증별 약가제 도입’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복지부가 이처럼 다급하게, 은밀하게, 독단적으로 약가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거짓과 억지로 끌어모은 근거로 약가제도 개편을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자 접근성 개선과 약품비 절감,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달성을 위한 여러 정책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분명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이 산업 재편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약가제도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다만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이번 개선안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새로운 정책 수립에 나서라. 거짓말로 포장된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약가제도 개혁에 나서라.2025-12-03 18:05:51강혜경 기자 -
안텐진 국내 진출 신약 '엑스포비오', 약평위 최종 통과중국 제약사 안텐진의 첫 국내 도입 품목인 항암제 '엑스포비오'가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선다.취재 결과, 안텐진코리아는 경구용 다발골수종(MM, Multiple Myeloma)치료제 엑스포비오(셀리넥서)에 대해 지난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 조건을 수용하고 현재 보건복지부의 약가협상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구체적인 급여 확대 진행 적응증은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성인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이다.우리나라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 8월 허가된 엑스포비오는 핵 수송 단백질(Nuclear export protein)인 XPO1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다.XPO1억제제는 앞으로 다른 치료법(약물 등)과 결합해 다양한 질병의 치료 개선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미국종합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 엑스포비오를 포함하는 5개 치료법이 권장되고 있다.대부분의 다발골수종은 치료에 재발과 불응이 반복되는 질환이고, 전신치료에 실패한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역시 치료 후 악화될 때마다 완치 또는 장기 무병생존의 기회가 감소한다.따라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과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에 대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하지만 엑스포비오의 보험급여 등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엑스포비오는 지난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했다.암질심 좌초 이유는 현재 발매된 A7 국가 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급여 도전을 위해서는 타 국가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한편 엑스포비오는 2가지 2상 연구 STORM과 SADAL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다.STORM 연구에서 엑스포비오는 4가지 이상의 치료에서 재발 또는 불응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덱사메타손 병용해 객관적반응율(ORR, Objective response rate) 26%와 임상적효용률 (CRB, Clinical benefit rate) 39.9%를 나타냈다.2가지 이상의 치료에서 재발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SADAL 연구에서는 엑스포비오 단독치료로 객관적 반응율(ORR) 28.3% 완전 반응율 (CR) 11.8%를 보여줬다.2025-11-28 05:59:51어윤호 기자 -
오젬픽, 2년만에 약가협상 재돌입...당뇨시장 공략 임박[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평위 관문을 통과한 GLP-1 수용체 효능제 오젬픽(세마글루티드)이 2년 만에 약가 결정을 위한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지난 2023년 약가협상을 중단했던 때와 달리 조건부 급여 기준 설정, 공급 불안정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따라서 당뇨환자 처방 증가에 따른 재정영향, 다른 당뇨 약제들과의 가격 비교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약제들은 공단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도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고 공단과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약평위에서는 과거와 달리 ‘평가금액 이하 수용’이라는 급여 조건도 뗐기 때문에 협상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해졌다.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당뇨 신약에 대한 보험 급여 검토가 여러 차례 요구된 바 있다. 복지부는 오젬픽, 마운자로 등 급여 절차를 밟고 있는 약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 계획을 밝히면서 등재에 청신호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복지부는 당뇨 신약 급여를 촉구하는 국회 지적에 “GLP-1 계열 오젬픽, 마운자로가 등재 절차 중에 있다.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살펴보고, 당뇨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과거 약가협상 중단 당시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위고비, 오젬픽의 공급이 불안정했던 문제도 해소됐다.공단이 약가협상 계약에서 안정적인 생산-공급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역시도 등재 지연 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과거 약가협상은 세계적으로 공급이랑 수요가 맞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됐던 것”이라며 물량 확보나 생산 공급에는 차질 없이 준비된 상태라는 점을 설명했다.약가협상 절차가 지연 없이 진행돼 내달 건정심 상정을 거친다면, 빠르면 내년 1월 급여 적용이 이뤄질 전망이다.오젬픽은 앞서 비급여로 국내 출시했지만, 보험 진입 후 처방을 확대하며 당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한편, 오젬픽 외 지난 달 약평위 통과 후 협상 중인 약제는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의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치료제 업리즈나주, 신풍제약의 슬관절의 골관절염 치료제 하이알플렉스주, 한국얀센의 전립선암치료제 얼리다정이 있다.2025-11-24 18:35:46정흥준 -
글로벌 규제시장서 갈린 성과…중국-도약, 한국-지체[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회사들의 노력,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의 지원사격 없이 글로벌 제약강국을 꿈꾸기는 쉽지 않다.글로벌 신약 R&D의 무게 중심이 항암·희귀질환으로 재편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정밀의학 기반 표적치료제, 이중항체·ADC 등 고난도 파이프라인이 제약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규제기관의 허가 능력은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하나의 항암제가 40개 넘는 적응증으로 연 매출 50조원을 기록하는 시대다. 일례로 지난해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하나의 항암제로만 글로벌 매출 43조원을 올렸다. 이처럼 확장성이 높은 항암 시장에서 누가 먼저 글로벌 허가를 확보하느냐가 제약바이오 시장 경쟁력을 좌우한다.최근 3년 중국은 자체 개발 항암제로 미국 FDA 심사 단계에 연속 진입하며 이미 글로벌 항암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임상시험 건수와 후기 임상 비율 모두 가파르게 증가했고, 실제 미국에서 상용화까지 성공한 신약도 등장했다.반면 한국은 여전히 임상 1, 2상 중심의 초기 파이프라인이 대부분이며, FDA 허가에 도달한 국산 항암제는 기술이전 기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완성된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사실상 유일한 성과다.양국 성적표의 차이는 단순한 R&D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체계·약가구조·시장 접근성·자본조달, 즉 산업을 지탱하는 시스템이 상이하게 움직인 데서 비롯됐다.수년 전만 해도 한국과 유사한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어느새 FDA 문턱을 넘어서는 사이, 한국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항암제 시장 확대...혁신신약 글로벌 허가 벽 통과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4년 기준 2500억 달러(약 350조원) 규모로, 전체 신약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특히 면역항암제는 타깃 확장성이 뛰어나 제품 하나로 10~20개 이상의 적응증 진입이 가능해, 국가 R&D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중국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고 R&D 설계 단계부터 FDA를 겨냥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중국 면역항암제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FDA 문턱을 넘은 것은 2023년이었다.중국 쥔스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가 개발한 PD-1 면역항암제 '록토르지(토리팔리맙)'가 승인되며, 중국 제약사가 단독개발한 면역항암제 최초의 미국 허가 사례를 남겼다. 이전까지 PD-1 계열 면역항암제가 중국 내 허가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글로벌 규제기관 허가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록토르지의 성공은 단일 사례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제약사들은 같은 시기 여러 항암 파이프라인을 FDA 심사 단계까지 끌고갔으며 허가 획득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서가 아닌 중국 제약사 단독의 성과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비원메디슨은 지난해 '테빔브라(티스렐리주맙)'를 FDA로부터 승인받으며, 미국 시장에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표적항암제 '브루킨사(자루브루티닙)' 허가에 이어 연이은 성과를 보였다.또 다른 중국 바이오텍인 아케소(Akeso)는 PD-1/VEGF 이중항체 '아니코(펜풀맙)'를 개발해 올해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중항체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열하게 경쟁 중인 고난도 플랫폼 기술로, 중국 기업이 해당 영역에서도 미국 심사 트랙에 올라 상용화까지 이뤄낸 것은 의미가 크다.이중항체는 2개의 다른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거나, 동일한 항원에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결정부위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약물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야 약물 투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중항체는 뇌혈관장벽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타깃 결합을 통해 BBB 투과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최근에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항원과 종양 세포의 특이적인 항원에 각각 결합하는 항체들을 조합해 다중항체를 개발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 PD-1에 새로운 타깃을 결합해 혁신신약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역이다.또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허치메드는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2023년 대장암 표적항암제 '프루자클라(프루퀸티닙)'로 FDA 허가를 받았다. 프루자클라는 다케다에 기술이전된 이후 미국 3상을 완료해 허가가 이뤄진 케이스로, 중국 기업의 표적항암제가 미국 시장에 정식 진입한 첫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는 과정은 임상·품질·CMC·규제전략 전 과정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이 더 이상 내수 중심의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대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 임상2상 이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티움바이오, HLB,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뮨온시아,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있다. 대부분 임상1상 신약후보물질이다.중국 기업들이 임상3상을 종료해 글로벌 상용화에 근접해 있는 것에 비해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FDA 허가에 도달한 국산 항암제는 렉라자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단독 개발이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기술이전 모델을 통해 완성된 사례다.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1조 4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지난 2021년 1월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국내 허가받으며 단일제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얀센과 협업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의 글로벌 진출 모델은 사실상 오픈이노베이션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바이오 기업의 드럭 디스커버리 이후 국내 제약사의 라이선스인,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이전 이후 후기 임상 진입이 성사돼야만 글로벌 허가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FDA는 신약 허가 수 자체를 줄이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FDA의 신약 승인 건수는 50건으로 전년 대비 3건 감소했다.이는 안전성·효과성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추세와 더불어, 불확실성이 큰 항암·희귀질환 영역의 허들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그런데 이러한 환경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FDA 심사 단계에 진입하거나 실제 허가까지 도달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특히 중국은 현재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ity Law), 최혜국대우(MFN) 약가 정책 등 여러 정책적 압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다.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규제기관의 심사 문턱이 더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중국 항암제가 허들을 넘어섰다는 것은 중국 신약의 데이터·품질·임상 설계 수준이 일정 기준을 달성하고 있다는 실질적 신호로 해석된다.규제·지원 격차가 만든 신약 경쟁력 차이...혁신신약 대우도 차별화중국 항암제가 잇따라 미국 FDA의 문턱을 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국의 규제·평가 체계 차이가 결국 신약 성과의 격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혁신적으로 규제를 개편하며 FDA형 R&D 시스템을 구축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절차 중심·보수적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R&D 규제가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제약사와의 협력 관계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글로벌 임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일수록 기술이전·공동개발·공동임상 등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 협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국가에 더 많은 파트너십을 배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후기 임상 진행이 용이하고 규제 절차가 간결할수록 현지 기업과의 공동개발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즉, 임상 수행 역량은 단순히 임상시험 유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글로벌 R&D 네트워크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이자 향후 기술이전 계약의 성사 가능성까지 좌우하는 구조적 강점으로 작용한다.중국의약품허가관리감독국(NMPA)은 지난 10년간 가장 급격하게 변화한 규제기관으로 꼽힌다.중국은 2015년이 돼서야 글로벌제약사가 중국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그 이후 변화 속도는 폭발적이었다. 2017년에는 글로벌 규제 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공식 가입하며, 임상·품질·제조(CMC) 기준을 미국·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이어 2018년, 임상시험계획(IND) 검토에 '60일 이의제기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던 승인 절차를 60일로 고정시키고, 기존 허가 기반 심사 방식을 미국과 유사하게 이의제기로 바꿨다. 이러한 변화를 거쳐 글로벌 임상 진입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승 기간이 30일 이내로 줄었다.이후 중국은 혁신신약을 위한 우선심사, 조건부 허가, 실사용근거(RWE) 기반 추가 허가·급여 제도까지 도입하며 신약 개발 환경을 정비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에서 임상 1·2상을 동시에 수행하고, 중국 기업은 개발 초기부터 FDA 제출용 데이터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규제·평가 구조가 여전히 절차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식약처는 법적으로 IND를 30일 내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기한 내 승인을 내준 사례는 0건이었다. 실제로는 추가 보완요구가 반복되며 통상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허가 심사도 중국의 6~9개월보다 긴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신속심사 제도가 존재하지만 적용 범위가 매우 좁고, 실제 심사 기간 단축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건강보험 급여 진입이다. 중국은 혁신신약을 신속하게 보험 등재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반면, 한국은 약가협상·재평가·예비급여 등 절차와 기준이 복잡해 허가를 받은 후에도 실제 시장 진입까지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수다.한 글로제약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중국은 신약은 산업경쟁력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규제·급여 체계를 동시 개편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안전성 중심 규제에 머물러 혁신신약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며 "동일한 상태에서 출발했어도 국가 시스템의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다"고 말했다.식약처는 2022년부터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를 도입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특히 식약처는 GIFT에 선정된 약제를 대상으로 허가 → 평가 → 협상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기존 직렬 심사 구조를 병렬화해 혁신신약의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하지만 업계 현실은 여전히 냉담하다. GIFT의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고, 급여 과정에서 혁신신약이 제 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가, 평가, 협상 시범사업 1호 약제인 '빌베이(오데빅시바트)' 조차도 기한 내 통과가 어려웠다는 게 주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빌베이가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에 선정됐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협상 과정만큼 정부와도 의견 충돌이 많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급여까지 성사됐다"라며 "허가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포함돼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즉, 제도는 도입됐지만 신약 생태계를 구성하는 규제·평가·급여의 근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기획] 글로벌 제약 패권과 한국2025-11-18 06:14:25손형민 -
급여 절차 중단했던 '업리즈나', 두번째 도전 결말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신약 '업리즈나'가 두번째 도전에서 보험급여 등재에 성공할지 주목된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항아쿠아포린-4(Aquaporin-4, AQP4) 항체 양성 성인 환자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치료제 업리즈나(이네빌리주맙)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제시한 조건부 금액을 수용했다.현재 보건복지부 약가협상 명령이 떨어진 상태로, 본격적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업리즈나는 지난해 10월 약가협상 단계에서 공급 이슈로 인해 등재 절차가 중지된 바 있다.당시에도 업리즈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 조건을 수용하고 약가협상을 시작했지만 60일 협상 기일 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공단은 연장 협상에 돌입하려 했으나, 제약사가 국내 공급을 못하게 되면서 재협상은 시작되지 못했다.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은 B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질병특이표지자인 AQP4 자가항체가 중추신경계 내 벌아교세포에 존재하는 표적항원인 AQP4와 결합, 면역반응 활성화를 통해 신경 손상을 유발해 발병한다.업리즈나는 신규 기전의 CD-19 표적 인간화 단클론항체로, B세포-특이 표면 항원인 CD19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AQP4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를 고갈시켜 질환 재발을 예방한다.업리즈나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2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억제제 병용 없이 단독요법으로 진행된 N-MOmentum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연구 결과, 추적관찰 기간 197일 동안 업리즈나를 투여받은 환자의 89%가 재발을 경험하지 않았으며, 위약군 대비 재발 위험을 77.3%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위약군과 유사한 이상반응 비율을 보였다.2025-11-17 06:08:48어윤호 -
등재 마친 허가-평가-협상 1호...윈레브에어 등 2호 나온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1호 약제들이 모두 급여 등재되면서, 후속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2호 약제들의 보험 진입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빠르면 내년 상반기 순차적인 보험 적용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빌베이캡슐(오데빅시바트)이 지난달 급여 등재되면서, 앞서 보험 적용된 콰지바주(디누툭시맙베타)와 함께 허평협 1호 약제는 모두 급여권으로 진입했다.허평협 2호 약제는 한국MSD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한국UCB제약의 드라벳증후군치료제 '핀테플라(펜플루라민)', 국내사인 큐로셀의 거대B세포림프종치료제 '림카토(안발셀)'다.16일 업계에 따르면, 2호 약제들은 이미 급여 결정 신청으로부터 약 9~10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비용효과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지난 7월 국내 허가를 받은 윈레브에어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품목은 허가 시점도 같이 다가오고 있다.2호 약제 중 급여결정 신청이 가장 빨랐던 건 림카토다. 1월 급여 신청을 했고, 잇따라 윈레브에어와 핀테플라가 2월 급여 신청을 넣었다. 윈레브에어와 핀테플라는 비용 효과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림카토는 임상적 유용성 검토 중이다.먼저 급여 등재 절차를 밟은 1호 약제들의 선례를 보면 내년 초 급여 적용이 전망된다. 콰지바주는 허가 후 약 6개월 만에 등재가 이뤄졌는데, 2호 중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윈레브에어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다면 빠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 등재가 예상된다.다만, 콰지바주와 빌베이는 모두 약평위 관문에 부딪혀 급여 적용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작년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콰지바주는 첫 약평위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았고, 이후 재신청을 통해 작년 12월 급여 적용됐다.빌베이캡슐은 첫 급여 신청을 한 2023년 10월부터 등재까지 약 2년이 걸렸다. 작년 8월 재접수를 한 시점으로부터도 약 14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약평위에서 낙방 없이 보험 적정성을 인정받아야, 신속한 급여 등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재심의 과정을 거칠 경우 예상 보다 보험 적용은 더 늦어질 수 있다.한편, 허평협 연계 사업은 식약처 허가 120일, 심평원 급여평가 150일, 건보공단 약가협상 60일 등 총 300일이 넘는 기간을 단축시켜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이다.올해 국감에서 복지부는 허평협 시범사업 성과 분석과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신속등재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2025-11-16 15:42:39정흥준 -
얼리다정 급여 확대 마지막 문턱...공단 약가협상 돌입[데일리팜=정흥준 기자] 한국얀센의 전립선암 치료제 얼리다정(아팔루타마이드)이 급여 확대 마지막 문턱인 약가협상에 돌입했다.얼리다정은 위험분담약제로 지난 10월 약평위에서 ‘고위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대한 급여 확대 적정성을 인정받았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얼리다정은 공단과 약가 협상에 들어갔다. 위험분담 계약에 따른 환급 대상 약제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결정되는 환급률로 계약을 체결한다.가격 협상만 이뤄지면 얼리다정은 기존 급여 기준인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에 ‘고위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nmCRPC)’까지 급여를 적용받는다.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에 대한 급여는 지난 2023년 4월 위험분담약제 환급형으로 2만45원에 등재된 바 있다.당시 얀센은 자사의 전립선암치료제인 ‘자이티가정’의 약가를 자진인하하면서까지 얼리다정 등재에 힘을 쏟았다.또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RTA, Androgen receptor targeted agent) 계열 최초로 본인부담률 5%의 필수급여를 받기도 했다.약 반년 뒤에 경쟁약제인 한국아스텔라스의 엑스탄디연질캡슐(엔잘루타마이드)이 필수급여 약제로 추가되며 시장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고위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약제 바이엘코리아의 뉴베카정도 경쟁 품목이다. 뉴베카정은 올해 6월 급여결정 신청을 했지만, 아직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얼리다정이 급여확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처방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이에 경쟁구도에 있는 전립선암 치료제들의 급여 확대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얼리다정의 작년 매출은 312억원으로 전년 66억 대비 368% 상승했다.2025-11-13 17:22:40정흥준 -
약제사후관리 공급 중심 강화...의무위반 패널티 실행[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내년 의약품 안정적 공급 관리에 방점을 찍고 약가협상과 약제사후관리 제도를 손본다.건보공단과 제약사의 약가 협의 내용과 달리 일방적인 의약품 공급 중단을 결정할 경우, 규정상의 패널티를 적극 실행할 방침이다.올해 국정감사에서 ‘약가-요양급여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공급의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다.오세림 약제관리실 협상사후관리부장.11일 공단은 원주 본원에서 ‘약가협상 및 약제 사후관리 제도 설명회’를 열고 업계 관계자들과 내년도 관리 강화 방향성을 공유했다.만약 불가피한 사정으로 합의 내용과 달리 공급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환자보호방안을 마련해 공단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오세림 약제관리실 협상사후관리부장은 “내년에는 공급 중심으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허가 취하하고 공급 중단을 하려면 학회에 물어보고, 환자들에게 다른 약으로 대체해도 되는지 확인해 공단과 환자보호방안을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내년부터 공급의무 위반 업체는 정해진 산식에 따라 패널티 적용을 적극 검토한다. 현재 정해진 산식은 위반기간 1일당 ‘위반 약제의 직전년도 연간 청구액 X 1/n X1/365X5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정하고 있다.또 공급의무 이행 확인을 위해 분기 종료 후 40일 이내 공단에 자료제출(월별 생산량, 수입량, 공급요청량과 실제 공급량 등)을 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문구도 있다.국감에서 해당 조항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마찬가지로 내년부터는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오세림 부장은 “합의서 이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전에 공단과 소통해서 협의를 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위탁사의 사정에 따라 협의를 사전에 진행해서 패널티 조항을 합의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자료제출)미이행 업체는 100만원씩 지급해야 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공단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켜달라”며 업계 협조를 당부했다.신약 효능효과 추가 보고 없앤다..함량추가도 간소화 검토현재 신약은 공단과 계열 체결 후 해외에서 효능효과가 추가되는 경우 보고 의무가 있는데, 내년 상반기부터는 면제할 계획이다.함량 추가 시 보고 의무도 간소화한다. 대신 국내 도입이 필요할 경우 세부사항을 합의서에 명시할 예정이다.오 부장은 “합의서에는 효능효과 추가 시 보고 의무 내용이 들어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보고 의무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또 함량 추가 시 보고의무도 간소화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는 급여 등재돼있는 함량의 국내 도입이 필요한 경우 합의서에 세부사항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풀어갈 예정이다.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위험분담계약 의약품의 일부 정보 공개도 검토하고 있다. 환급형 적용 약제 목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조회를 진행 중이다.오 부장은 “심평원에 급여결정신청을 하면 환급률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단 비밀유지각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면서 “또 위험분담약제 환급형 적용 약제 목록은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 조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PVA ‘일회성환급’ 내년 제한적 운영...사용범위 확대 협상 가이드 신설문해희 사용량관리부장.공단은 내년 의약품 사용량관리 방안도 개선한다. 코로나로 인해 적용했던 ‘일회성 환급’을 제한적 운영하고, 사용범위 확대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신설한다.문해희 약제관리실 사용량관리부장은 “내년부터는 일회성 환급 계약 대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논의 중에 있다. 이후 제약협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문 부장은 “또 사용범위 확대 협상 과정의 명문화된 지침 필요성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번 주에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이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복지부와 이중약가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문 부장은 “미국 MFN 정책 추진으로 이중약가제도 도입에 대한 제약사 요청이 있다. 복지부와 제도 개선과 실행방안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약가협상 상한금액 조정 가이드라인 개정...긴급도입 약은 별도 조정김형민 신약관리부장.약가 협상에서 상한금액을 조정할 때의 가이드라인도 일부 개정한다.예상청구금액 고려사항은 ‘기존 협상 약제의 3~5년간의 청구량 및 증가율’이었는데, ‘협상 약제의 최근 3년에서 5년간 발생한 청구금액’으로 바뀐다.또 희귀필수의약품센터 공급 긴급도입 의약품의 경우 별도의 조정정차를 운영한다는 문구가 생긴다.이외에도 약가조정 이후 3년 신청 제한 조건에서 ‘공공의료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화한다.김형민 신약관리부장은 “공공의료 필요성의 정의를 중앙행정기관 등의 협조요청이라고 명시하고, 약평위에 재조정 신청 사실을 공단에 통보하도록 개정한다”면서 “또 의무생산 계약에 미달 시 환급 등 조치 요구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들어간다”면서 안정적 공급에 대한 의지가 녹아있다고 부연했다.2025-11-11 21:38:06정흥준 -
[기자의 눈]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건 누구인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은 제약바이오업계가 늘 맞닥뜨리는 명분이다. 신약이 급여로 등재되거나 기존 약제가 재평가를 받을 때마다, 건강보험공단은 ‘재정 절감’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약가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건보공단의 논리는 한결같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재정 절감을 명분으로 들이밀며 꾸준히 제약업계에 ‘건보재정 분담’를 압박해왔다.수년간 반복되는 급여적정정 재평가와 사용량-약가 연동제, 급여 등재 과정에서의 위험분담계약제(RSA) 등이 대표적이다. 도입이 중단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된 바 있다. 다양한 방식의 급여 조정을 추진할 때마다 제약업계는 ‘공단이 재정 논리를 앞세워 산업의 숨통을 죈다’고 토로했다.그런데 정작 ‘재정의 수호자’를 자임해온 건보공단이 스스로 그 원칙을 무너뜨렸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건보공단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동안 정부 지침을 어기고 인건비를 과다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금액만 총 5995억원에 달한다.공공기관 예산운용 지침에선 상위직 결원이 있더라도 하위직 인건비를 상향 편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5·6급 직원에게 상위직급인 4·5급 보수를 적용해 예산을 부풀렸고, 그 차액을 ‘정규직 임금인상분’이라는 명목으로 연말에 나눠 지급했다.이같은 방식으로 해마다 수백억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했고, 이를 사실상 ‘성과급’처럼 나눠 가졌다.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 안에 있으면서도, 내부 규정과 예산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8년간 관행처럼 건보재정을 나눠가진 셈이다.지난해에도 감사원은 건보공단이 1443억원의 인건비를 초과 편성한 사실을 확인해, 향후 인건비에서 감액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인건비 부풀리기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과다 편성 금액이 4552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단발적 실수가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된 관행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공단이 제약사 한 곳을 상대로 협상을 통해 절감하는 금액이 연간 최대 수백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내부에서 발생한 재정 누수의 규모는 결코 가볍지 않다.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지침 해석의 차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관이 예산을 자의적으로 편성했다는 점에서 사안은 단순하지 않다.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그 재정의 투명성을 해친 셈이다. 이번 조사가 단지 일부 회계처리의 오류로만 끝날 일은 아니다. 인건비 편성 과정에서의 내부 관행이 장기간 반복됐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건보공단의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건비 논란을 넘어, 공단이 그동안 내세워온 ‘재정 책임론’의 신뢰를 흔든다. 제약업계에 약가 인하를 요구하며 ‘모든 참여자가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기관이, 정작 내부에서는 규정을 어기며 재정을 유연하게 썼다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이중 잣대’라는 표현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공단의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분명 드러난다. 공단 스스로가 ‘재정 건전성’이라는 명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 것이다.이번 사건이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건보재정 절감의 논리는 앞으로도 산업계와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규율로 남게 될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금이라도 투명한 해명과 구조적 점검을 통해 스스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낸 보험료 한 푼 한 푼은 재정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공단 운영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것은 제약사나 의료기관이 아니라, 공단 내부의 안일한 인식일지 모른다.2025-11-11 09:59:18김진구 -
항암·희귀질환약, 허가 후 7일내 급여신청 '속전속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올해 국내 허가를 받은 항암제와 희귀질환약이 빠르면 일주일 만에 급여 신청을 하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현재 정부가 급여 검토 중인 약제 중 올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는 허가-평가-협상 대상을 제외하고 6개 약제다.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지정 약제 포함 복수의 신약들이 허가 후 빠른 급여신청을 하고 있다.지난 3월 국내 허가를 받은 한국다케다제약의 전이성 결장직장암 치료제 ‘프루자클라(프루퀸티닙)’는 지난 달 급여신청을 해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고 있다.해당 약제는 GIFT 20호로 지정돼 있다. 올해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제로 신속한 급여 검토 요청이 있던 약제다.GIFT 31호 지정 약제인 바이오젠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 ‘칼소디(토퍼센)’도 지난 8월 20일 허가를 받고 즉각 급여 신청을 하며, 처방 확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이외에도 GIFT 25호인 암젠코리아의 소세포폐암 치료제 임델트라(탈라타맙)는 지난 5월 30일 허가를 받고 8월 28일 급여신청을 했다. 한국BMS제약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고형암 치료제인 옥타이로캡슐(레포트렉티닙)은 지난 6월 허가, 두 달 뒤에 급여 진입에 나섰다.길리어드사이언스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악시캅타젠실로류셀)와 한국얀센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인 옵신비정(마시텐탄, 타다라필)은 지난 7월과 8월 허가를 받고 일주일 뒤에 급여신청에 나섰다. 옵신비정은 빠르게 급여 진입에 도전하며 현재 비용 효과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제약사들이 발빠른 급여신청에 나서는 데에는 이재명 정부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들 희귀·중증질환 치료제는 신속한 급여 신청 후에도 임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징이 있다. 입증의 문턱을 넘어도 지난한 약가협상 과정이 남아있다.작년과 올해 급여신청이 들어와 검토 중인 약제만 33개다. 급여 검토가 진행 중인 약제들 간에 우선 등재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2025-11-07 18:07:57정흥준 -
PVA 일회성 환급 지침 개정...공단, 내주 윤곽 발표[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이하 PVA)에서 일회성 환급 관련 지침 개정 방향성이 내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또 건보공단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았던 제약사의 약가협상·급여등재 합의서 미이행 시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4일 업계에 따르면, 공단은 오는 11일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약가협상·사후관리제도 설명회를 마련한다.크게는 ▲약가협상과 조정 가이드라인 ▲PVA 제도 ▲약가협상·급여등재 후 합의서와 위험분담 계약 이행관리 등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았던 공단과 제약사의 약가·급여 합의서 이행관리 강화에 대한 방향성도 이날 제시된다.합의서를 준수하지 않고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제약사는 일정 금액을 내야 하지만 패널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국회 지적이 있었다.공단은 복지부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관리 강화 방향성을 업계와 공유하고, 제약사의 준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정을 고시 등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향성이 공유될 예정이다.또 PVA는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했을 때 ‘일회성 환급계약’에 대한 지침 개정이 있을 전망이다.다만, 공단에서는 일시적 변동량 증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보수적인 지침 개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복지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이중약가 제도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공단의 입장과 방향성이 공유될 예정이다.이외에도 낮은 채산성에 따라 약가를 인상할 때의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약가협상에 대한 공단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공단의 업계 대상 설명회가 올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약가 사후관리제도 개선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의 방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2025-11-04 15:59:34정흥준 -
드라벳증후군 신약 '핀테플라', 국내 상용화 임박[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드라벳증후군치료제 '핀테플라'의 국내 상용화가 임박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얼마전 한국UCB제약의 핀테플라(펜플루라민) 허가를 위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마무리했다.핀테플라는 2020년 FDA로부터 희귀 소아 뇌전증인 드라벳증후군 치료제로 먼저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22년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에도 적응증을 추가한 바 있다.우리나라에서 이 약은 지난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약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신 승인과 함께 보험급여 등재 논의도 진행될 전망이다.펜플루라민은 2~18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작의, 이중맹검, 위약-대조군 임상 3상 연구를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다.연구의 1차평가항목은 한달 평균 경련성 발작 빈도를 평가한 MCSF(monthly convulsive seizure frequency)였다.경련성 발작 빈도를 평가한 결과, 펜플루라민 복용군의 한 달 동안 평균 경련성 발작 빈도는 위약군보다 54.% 줄었다.또 펜플루라민군 54%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MCSF가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5% 줄었다. 무발작기간(Seizure-free interval) 중앙값도 펜플루라민 군이 위약군보다 길었고(22일 vs 13일), 발작이 한번 나타난 후 더 이상 발작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펜플루라민군 12%, 위약군 0%였다.펜플루라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발작적 경련이 감소됐다. 특히 3~4주 안에 경련이 감소했고, 14~15주까지 치료 효과가 유지됐다.한편 드라벳증후군은 영아기에 강직발작 후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교대로 일어나는 간대발작, 경련이 끝나면 잠에 빠지는 희귀질환이다. 질병 원인은 SCN1A 유전자가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2025-10-25 06:11:35어윤호 -
공단, 약가인하 통합 적극 검토...성분명처방은 신중론[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약가인하 사후관리가 제각각 다른 시점에 이뤄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반면, 성분명처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판단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을 내놨다.24일 공단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약가 사후관리 제도 합리화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실거래가 약가인하, 사용량-약가협상, 급여재평가 등 다양한 약가인하 제도가 서로 다른 시기에 적용돼 혼란이 있다는 지적이다.공단은 “사후관리제도는 지속 가능한 건보재정과 약제비 관리를 위해 중요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 간 적용 시기가 상이해 현장 예측 가능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합리적인 사후관리 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정부에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단은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분명처방 도입에 대한 공단의 입장을 물었다. 공단은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공단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전문가, 학회 등 현장의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한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약을 중심으로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남 의원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인 의사 처방권 침해, 생물학적동등성 불신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이에 공단은 “도입에 대한 이견이 있으므로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논의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 정책적 판단까지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2025-10-24 18:38:46정흥준 -
"차세대 CAR-T 치료제, 도약 위해선 고형암 극복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ADC(항체약물접합체) 열풍에 가려진 CAR-T 치료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GMP와 임상 가시밭길을 걸으며 국내 첫 CAR-T 치료제 허가가 다가오고 있지만, 향후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한계 극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큐로셀 김건수 대표.22일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약학회-제약바이오협회 신약개발 공동심포지엄에서 차세대 CAR-T 치료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큐로셀은 재발성 및 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LBCL) 치료제인 ‘림카토(RIMQARTO, 성분명 안발셀)'로 국내 첫 CAR-T 치료제 허가에 도전하고 있다. 복지부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대상 약제로 선정된 상태다.김건수 대표는 “2017년 킴리아를 시작으로 예스카타, 브레얀지 등의 CAR-T 치료제가 나왔다. 킴리아는 소아급성백혈병을 최초 적응증으로, 예스카타는 림프종에서 허가를 받아 좋은 효과를 보였다”며 약 8년 간의 CAR-T 치료제 변천사를 설명했다.3차 치료제에서 1~2차 치료제로 임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성패가 갈렸고,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김 대표는 “글로벌 관점에서는 혈액암에 치중돼 있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고형암에서 작용하는 치료제가 없고, 아직 기술 진보가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국내에서도 킴리아가 도입되며 환자들과 연구자들의 기대감을 모았고, 국내사들도 개발 연구를 시작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김 대표는 “임상승인 과정에서 난감한 것은 GMP였다. 줄기세포 중심의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시설이 있었지만, 당시 유전자 조작을 해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GMP 시설은 없었다. 직접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국내에서는 분석법도 없었고, CAR-T에 대한 실질적 경험을 가진 임상 의료진도 없다는 게 모두 난관이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에 국내 최초 CAR-T GMP를 완공하는 등의 공을 들였다.김 대표는 “2021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임상을 진행했고, 67% 완전관해율을 보고했다. 심각한 부작용도 상당히 낮았다”면서 “이번에 허가를 받으면서 킴리아 데이터와 유사 환자군으로 분석해서, 두 약물의 비교 데이터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김 대표는 “하지만 지난 2022년 ADC 치료제 엔허투의 임상결과 발표 후 모두 ADC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ADC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반면 CAR-T 치료제는 고형암에서 한계라고 인식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와야 많은 회사와 연구자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차분히 기술을 개발해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25-10-22 20:31:57정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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