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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문재인 케어와 노인 외래정액제

  • 최은택
  • 2017-09-25 06:14:54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걸까? 정부가 노인정액제 개편방안을 놓고 오락가락이다. 한의사협회장이 이 문제를 전면에 걸고 단식투쟁에 나서니까 바쁜 여당의 정책위의장과 주무부처 차관까지 농성장을 찾아 해결해주겠다고 '백지수표'를 주고갔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노인정액제가 뭐라고?

노인정액제는 사실 처음부터 '노인'의 진료비 정액제, 다른 말로 하면 '노인진료비 할인제'가 아니었다. 전문가 말을 빌면, 이른바 진료비 정액제(할인제)는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으로 의약품 처방과 조제가 분리되고, 비용이 따로 부과되면서 의료이용자가 이전과 비교해 비용부담이 더 커졌다는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택된 고육책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의약분업이 안착되는 과정, 더욱이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경험하면서 가장 공격 받았던 게 이 소액진료비 할인제도였다.

정확히 말하면 정액제는 '감기할인제'로 인식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기도 했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감기할인제'에 불필요한 비용을 쓴다는 건 처음부터 논란을 소지가 있었다. 지금도 경증질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높여 의료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노인정액제는 2001년부터 16년간 유지돼 왔지만 이런 비판으로부터 단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다. 소액진료비 정액제는 2007년 8월 폐지됐다.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으로 보면 1만5000원 이하 소액 진료비는 1500원 정액을 받다가, 이 제도를 없애고 30% 정률제로 전환됐다. 이 때 65세 이상 노인은 정률제 전환에서 제외됐다. 노인정액제가 여전히 이슈로 남는 이유다.

여기서 기억을 떠올려보자. 65세 이상 노인을 제외한 정률제 전환 당시 의사단체를 위시한 의료계의 입장은 전면 반대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을 축소하고 경영난을 가져와 결국 의원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쟁점 하나로 대규모 파업사태를 예비한 움직임까지 있었다.

약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소액진료비 정률제 전환이 의약분업으로 위축된 일반약 활성화와 의약분업 미이행 과제인 성분명처방으로 나아갈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가. 10년이 지난 지금, 노인 정액구간 상한액에 대한 불만 이외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정부정책의 부작위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소액진료비 정률제 전환 당시 분명 65세 이상 노인들을 제외시킨 건 미봉책이었다. 그런데 인구구조가 급속도로 바뀌고, 노인진료비가 급증한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는가?

고작 보험수가 인상으로 초진료가 정액 상한액을 넘어서는 의과의원에만 우선 단기 처방하고, 전체적으로는 폐지를 전제로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는 대안을 내놨다가 치과, 한의, 약국 등 다른 직능의 비판을 샀고 단식 농성사태까지 불러왔다. 얼마나 안일한 대처인가.

이렇게 해도 힘이 약한 다른 직능들은 그냥 있거나, 반발해도 묵과하면 그만이라고 본걸까. 사실 치과, 한의, 약국 등이 지난 10년간 의과 중심의 보건의료정책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하는 건 일정부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이번 노인정액제를 풀어가는 복지부의 행태를 봐도 이런 주장은 일응 공감이 간다.

안타까운 건 본질과 한참 떨어져 있는 이 쟁점이 문재인케어와 연계되는 것처럼 호도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내부에서 정치적 싸움을 하고 있거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직역 내에서는 노인정액제를 '주머니 쌈짓돈'처러 꺼내서 잘 써먹고 있다. 다시 환기하지만 이런 게 단식투쟁의 의제가 될만한가. 그렇게 만든데는 복지부도 한 몫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런 걸 다 '적폐'로 환원하면 된다. 문재인케어의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의 이면은 우리 보건의료체계, 또 건강보험체계 내의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청산'의 슬로건의 다름 아니다. 노인정액제는 문재인케어와 무관하지만 이런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는 노인정액 구간을 어떻게 재설정할 것이냐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이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잘 이야기한 것처럼 정액제는 정률제로, 그냥 정률제가 아니라 만성질환이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찰, 환자의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질환에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를 유인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고, 본인부담률제도와 인센티브제도는 중요한 유인기전으로 작동해야 한다.

의료계도, 약국도 노인정액제 개편에 대한 시급성을 이야기한다. 현장 민원과 불편을 호소한다. 그러나 10년 전 64세 이하 소액진료비 정률제 전환이 엄청난 저항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일시적인 혼란 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기엔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여론전도 한몫했었다.

결국 해법은 또 '쌀로 밥 짓는' 이야기다. 이왕지사 문재인케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입자, 보험자, 의료공급자, 정부가 함께 합의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노인정액제는 문재인케어 패러다임 밖에 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해법을 찾는게 더 쉬울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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