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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나온 약가제도..."신약 접근성 높여야"

  • 어윤호
  • 2018-08-21 06:12:42
  • 다국적제약기자모임, 복지부-제약업계 약가제도 토론회

왼쪽부터 여동호 부장, 임경화 상무, 어윤호 데일리팜 기자, 송재훈 의약뉴스 국장, 곽명섭 과장, 송영진 사무관, 김국희 부장
낮추려는 쪽과 올리려는 쪽이 얼굴을 마주했다. 명쾌한 해답은 없었지만 이해와 공감이 남겨진 시간이었다.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서로 다른 이해로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들이 약가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은 지난달 10일 서울 소공동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부와 제약계간 이해의 간극을 좁히고자 토론회,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등 정부 관계자와 다국적제약사 약가담당자(MA, Market Access) 등 제약계 150여명이 참석했다.

패널로는 정부측에서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과 송영진 사무관, 김국희 심평원 치료재료등재부장(전 약제등재부장)이, 업계에서는 임경화 한국얀센 상무와 여동호 세엘진코리아 부장이 나섰다.

◆선별급여에 사전인하 필요 '있다, 없다'

첫번째 토론 주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별급여 제도'였다. 예상대로 제약업계는 사전 인하계획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선별급여에 따른 사용량 변화(본인부담률 차등)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사후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전 인하까지 감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임경화 상무는 "선별급여가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환자 접근성을 두고 온전히 비급여 대신 어느정도 급여를 적용한다는 부분에서 약가 인하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효과성을 증명할 수 없는 약제도 들어올 텐데, 환자에게 얼마나 배려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구체적인 요소들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시행하면 굉장히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별급여 뿐 아니라, 사전약가인하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저가의 약제와 고가의 약제, 대체제가 있는 약제와 없는 약제는 본인 부담률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사용량 변화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여동호 부장은 "아무런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도입되는 약제라면 환자부담률이 30%라 할지라도 환자 사용량이 꽤 크지만, 이미 다른 약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진입하는 치료제라면 과연 환자의 요구가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제약사가 예측한 재정의 크기가 실제와 달라지면 회사가 약가를 더 많이 깎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재정과 추계치에서 차이가 있을 때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을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전인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곽명섭 과장은 "현행 약가제도는 이미 사전약가인하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선별급여라고 해서 받아들이기 여럽다는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 사전약가인하제도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론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의 시각에서 볼 때 본인부담률이 5%에서 30%로 변경되면 공단 부담률이 95%에서 70%로 변경될 뿐 제약사 몫은 기존의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선별급여에서 비롯되는 본인부담률 차등에 따른 사용량 변화에 대해서는 대안 마련을 약속했다.

곽 과장은 "재정영향분석을 할 때 신규 환자 증가 폭을 가늠하는 부분에서는 고민이 있다. 본인부담률 5%일 때와 30%일 때의 환자 진입권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준비급여 해소 1차 원칙은 필수비급여, 예외로 본인부담률 조정을 통해 급여권으로 끌고 올 수 있는가를 2차로, 그리고 임상적 유용성이 떨어질 경우 비급여로 정리할 것이다. 대부분 제약사가 염려하고 있는 항암제, 희귀질환, 고가약제 등에서는 선별급여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RSA 대상범위 확대, 필요 "있다, 없다"

지금 제약사들이 출시하는 대부분의 신약은 고가이다. 고가약의 등재 대안으로 시행된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업계는 간절하게 제도 확대를 바라고 있다. 두번째 토론 주제인 RSA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부는 범위는 한정하면서도 개선 의사는 내비쳤다.

곽명섭 과장은 "RSA에서 대상 확대를 많이 요구하는데, 현재도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에도 예외 근거 규정이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암제나 희귀, 난치 치료제가 대상이며,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도 있지만 실제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국내와 다른 국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현 제도의 범위가 부족하지 않음을 피력했다.

다만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라는 RSA의 필수조건 수정 가능성은 제시됐다.

그는 "RSA 기준이 대체 약제가 없는 치료제이다 보니, 한 치료군에서 특정 제품이 RSA 급여권에 먼저 들어왔을 때 동일 치료군에서 다른 제품은 RSA 급여를 받지 못해 사실상 먼저 들어온 약이 독점 시장을 갖게 되는 구조이다. 치료제 독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관련 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와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가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둔 만큼,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의 약제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여동호 부장은 "RSA 시행 후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재정적인 부분도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어느정도 관리가 가능해졌다. 성과가 괜찮았는데, 굳이 범위를 한정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임경화 상무 역시 "RSA도 제약사가 원해서 하는 제도라고 말하지만 실제 회사들은 이 방법밖에 없어서 RSA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해외 신약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급여 검토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환자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RSA가 도입됐다.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SA의 확대에는 사실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바로 신약의 등재를 둘러싼 정부, 제약사, 환자라는 이해관계 이외에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이다. 시민단체들은 RSA의 가격 불투명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송영진 사무관은 "사회적 요구가 과연 사회 전체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연관된 환자와 업계만의 요구인지 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세금을 내고 관련 혜택을 받지 않는 일반적인 국민들 입장을 정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명섭 과장은 "RSA가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한 제도라고 이야기하는데, 전 세계에서 실제 가격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영업전략의 일환인 만큼, 실질적으로 제약사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시민사회가 약가의 불투명성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역시 이와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했다. 다만 전반적인 필요성에 공감이 있다면 함께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경화 상무는 "정부는 고민만 하기보다는 방안 검토를, 시민단체는 반발만 할 것이 아니고, 제약사도 '우리 약만 해주세요' 할 것이 아니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서로 이해하는 방향에서 풀어가야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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