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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1년됐는데 고사위기"...약국장 눈물의 알바

  • 강혜경
  • 2022-01-27 10:19:24
  • 전담병원 지정 남양주 한양병원 주변 A약국장 "앞길 막막"
  • "뉴스 보고, 전담병원 지정사실 알아"…처방·매약매출 전무
  • 주변 문전약국 3곳 중 2곳 장기휴업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이라는 병원장들의 통 큰 결단이 박수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근 약국들의 줄폐업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 조차 받지 못하는 약국들은 이미 셔터를 내린 상태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남양주 한양병원.
◆전담병원 지정 한달, 약국들 무기한 휴업= 남양주 한양병원은 지난해 12월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인근약국 3곳 가운데 2곳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동선을 변경하거나, 층을 구분해 외래 환자를 돌보는 일부 전담병원과 달리 한양병원은 '통째' 코로나 확진환자들을 위한 전담병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입원 중이던 환자들을 퇴원·전원시키고, 240병상을 변경해 코로나 확진자 300여명을 치료할 수 있는 전담병원으로 바꿨다.

남양주 한양병원 인근에는 3곳의 약국이 위치해 있다.
현재는 위·중증환자의 입원병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주변 약사들 얘기다.

26일 한양병원 앞은 한산했다. 119 응급구조대와 방호복을 입은 몇몇 직원만 보일 뿐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약국들은 "뉴스를 보고, 혹은 환자를 통해 지정 사실을 알았다"며 "지정 이전에도, 이후에도 병원으로부터 관련한 지정사실을 들은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약국들 가운데서도 피해가 가장 큰 곳은 A약국이다. 2021년 1월 20일 신규오픈한 A약국은 약이 모두 빠져 있었다. 반품이 불가한 약 일부만 남아있어, 마치 이제 갓 개국하는 약국인 것같은 느낌을 풍겼다.

문을 닫은 한양병원 인근 약국. 약사는 함께 일하던 인력과 약을 정리하고 무기한 휴업에 돌입, 다른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30대 A약사는 잘 해보리라는 부푼 각오로 개국했고, 1년이 다 돼가면서 단골들도 생겼다. 하지만 정확히 11개월 만에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휴점에 돌입하게 됐다.

데일리팜과 만난 A약사는 "12월 8일 뉴스 통해 지정 사실을 접했다. 18일까지만 진료를 보고 입원객들을 내보낼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약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일이었다.

약사는 한양병원이 지리적으로 언덕진 곳에 위치해 있고, 병원 처방 환자가 아니면 일반 손님들은 찾아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12월 20일부로 장기 휴업에 돌입했다. 열흘 사이 약사는 근무약사 1명과 직원 2명을 내보내야 했고, 약들을 반품했다.

약사는 "한달 전 해고 사실을 예고했어야 했지만 경황이 없어 양해를 구하고 인력을 줄였다. 약도 그대로 둘 수 없어 반품했다. 완통들은 우선 반품을 보내긴 했는데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겠다"며 "이미 뜯은 낱알이나 향정은 부득이하게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인테리어와 컨설팅 등 개국에 소요된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임대기간인 10년이 한참 남았고 월세와 ATC리스료 등 고정비용을 충당해야 하다보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약사는 "월세에 ATC리스비, 기타 경비 등을 포함하면 매달 고정비용이 700~750만원"이라며 "일부라도 충당하고자 다른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약국을 폐업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심평원에 등록하지 않는 조건으로 여러 약국들을 다니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정비용을 모두 건질 수는 없는 상황이다.

A약사는 "병원으로부터 지정기간이 '언제까지다' 이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 통상 전담병원 지정이 1년이지만, 이 이후라도 회복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현 상황이 막막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B약국은 A약국 보다 먼저 문을 닫았다. B약국 블라인드가 쳐 있는 상태로, '약제비 관련 서류발급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번호로 문자 남겨 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C약국은 문은 열고 있지만 사실상 처방과 매약 판매는 0에 가깝다. C약국도 "손님 얘기를 듣고 검색을 해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소식을 접했다"며 "병원 측에서 안내문자를 돌렸다고 하지만 지정 사실을 모르고 일부 오시는 분들도 있고, 영수증을 떼주는 것 때문에 책임감으로 열고 있을 뿐 매일 문을 닫고 싶은 심경"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는 약국으로 인근 요양병원 처방전 등을 흡수하고 있으나 지정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약국은 "2010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계속 약국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이렇게 하루 아침에 환자가 끊기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건 건물주가 월세를 대폭 조정해 준 덕에 그나마 인근에서 유입되는 요양병원 처방 등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지원 못받는 약국들 "힘들다고 말하면 이기적이란 소리 들을까봐"= 근본적인 문제는 예상치 못한 지정에 약국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A약국은 "지리적 문제만 아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약국을 운영할텐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흘러들어오는 처방도, 일반약을 사러오는 분들도 없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약국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초창기 보건소 인근 약국들이 타격을 입었다면, 이번에는 전담병원 인근 약국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지만 약사들이 받을 수 있는 관련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A약국은 "이해관계가 얽혀 문을 닫게 된건데도 이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소상공인에도 속하지 않는데다, 종병 문전약국이다 보니 장기처방이나 고가약 처방이 많음에도 매출액이 큰 것처럼 집계되기 때문에 피해액도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다"며 "병원들의 경우 전담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약국의 경우 당장 하루하루가 걱정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모두 힘들어졌다. 약국도 경우에 따라 마이너스만 누적되는 곳들도 있지만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제한돼 있고, 확진자가 1만명을 넘는 상황 속에서 병원이 잘못됐다고 하기에는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특히 병원 눈치가 보여 직접 항의할 수 있는 약국들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사도 "일주일에 한 번 외래처방을 내고는 있지만, 코로나 전담병원까지 와서 진료를 보고 싶겠느냐"면서 "어차피 처방을 보고 들어간 거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한다면 반박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생계가 달린 문제다 보니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권리금까지 계산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담병원 인근 약국들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지역약사회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경기도약사회 박영달 회장은 "약국들이 생각 보다 많은 피해를 입고 있었다. 전담병원 인근 약국들에 대한 실태와 피해액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개인 약국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국회나 복지부 등을 통해 관련한 문제를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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