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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약사]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약국의 존재 이유

  • 데일리팜
  • 2022-07-12 17:43:36
  • 정수연 약사

화상투약기와 약 배달 현안 등 약사사회가 외부로부터의 큰 도전을 연이어 맞닥뜨리고 있다. 화상투약기 규제샌드박스 안건 심의를 앞두고 대한약사회는 장외투쟁에 나섰고 화상투약기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약사들의 이권과 직결된 현안을 꺼내 들고 거리로 나왔으면 결과는 불리할지언정 여론이라도 약사사회에 우호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약사사회에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론을 보며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리 편으로 설득할 논리와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약사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많은 현안에 대해 약사회의 반대 논리들을 듣고 있자면 국민들이 기대한 답과 핀트가 어긋나도 단단히 어긋나 보인다. 설득은커녕 공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취임하여 의욕 넘치는 정부와 맨몸으로 싸우는 약사회에 힘을 보태고 함께 연대할 시민 사회나 정치 세력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지금 약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현안은 ‘약사의 역할’에 물음을 던지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약국의 역할’에 대한 물음이다. 약을 구입하고 상담 받는 공간이 왜 약국이어야만 하는가의 질문이다. 자판기여도 되고 라이더 스테이션 창고여도 되고 플랫폼이어도 되고 심지어는 가상의 메타버스 세상이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마주하고 있다. 이 질문에 약사회는 자꾸만 ‘약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완전한 동문서답이다. ‘약사여야 한다. 약사만이 할 수 있다. 약사가 해야만 안전하다.’ 메타버스에도 플랫폼에도 심지어 약 자판기에도 약사가 있는데 말이다.

공간 그 자체로 약국의 의미 그리고 지역에서 보건의료 안전망의 한 거점으로서 약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자판기나 플랫폼이나 온라인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오프라인 공간으로서 약국이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약국의 소중함을 전 국민이 체험했다. 손소독제, 체온계부터 시작해 공적 마스크를 통해 온라인으로 통제할 수 없는 사재기와 품귀현상을 오프라인 거점인 약국들이 수급 안정화를 이루었다.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와 같은 의료기기뿐 아니라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와 코로나를 대비한 상비약과 치료제 등 의약품마저 품귀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동네 곳곳 촘촘히 존재하는 거점으로서 약국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약 자판기 대신 공공심야약국이 더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약국의 기능이 약 판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야시간 취약시간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발생한 비응급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응급실을 즉시 방문해야 하는지, 익일 병원 방문 여부 등이나 가정 보관약 사용법 상담 등이다. 이러한 취약시간대 비응급환자들에 대한 방문 및 유선 상담이 응급실 과밀현상도 줄여줄 수 있다. 심야시간 보건의료 안전망으로 약국이 기능하는 것은 단순히 약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부 재원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사회가 연대의 손길을 요청하며 언론과 시민사회에 꺼내야 할 논리는 이런 약국의 역할을 증명하는 데이터여야 한다. 일정 반경의 지역 사회 보건의료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수많은 약국의 존재 이유들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이 마주하게 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약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판기를 지나 플랫폼으로 인터넷 약국으로 대체되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이 방문하고 가깝게 이용하는 공간으로서 약국의 역할들을 더 많이 제시하고 증명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수진 권고와 부작용 보고, 포괄적 약력관리를 비롯하여 나아가서는 자살 예방, 아동 혹은 노인학대 신고, 약물 중독 감시, 치매안심 사업 등으로 말이다.

정수연 약사 이력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서울시 강서구약사회 총무위원장 그레이그래피티 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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