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6-09-02 13:00:23 기준
  • 의사
  • 보고
  • 상한금액
  • 약사
  • 입장문
  • AI 교육
  • 비대면
  • 예산
  • 광고 위반
  • 리베이트 제약사
번역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

[전문가 칼럼] 최고의 후보물질이 넓은 특허가 아닌 이유

  • 데일리팜
  • 2026-09-02 06:00:40
  • 요약
  • 특허법인 린 석종헌 파트너 변리사

신약개발팀이 수십 개의 후보물질을 합성하고 평가한 끝에 가장 높은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선택성과 약동학적 특성도 양호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능까지 확인됐다면, 개발 후보를 정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특허를 설계할 때는 질문이 달라진다. 최고 성능을 보인 물질 하나가 아니라, 그 물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범위로 설명할 수 있는가.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느 지점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가.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실험은 가장 좋은 물질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여러 후보물질을 포괄하는 권리를 설계하려면 구조가 달라질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았다는 사실이 곧 넓은 특허범위까지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고점은 범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는 활성, 선택성, 독성, 용해도, 대사 안정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압축한다. 여러 평가항목을 종합했을 때 가장 우수한 물질이 리드 후보가 되고, 성능이 낮거나 개발성이 부족한 후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데이터는 어떤 물질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하나의 후보물질이 우수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변의 구조적 변형까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화합물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로 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액티비티 클리프(activity cliff)’는 구조가 유사하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나는 화합물 쌍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합물 쌍은 작은 구조 변화가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조활성관계, 즉 SAR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은 변형이 언제나 작은 효과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4년 11월 온라인 공개된 연구는 ChEMBL 34의 고신뢰도 생물활성 데이터를 이용해 37만4979개의 단일 원자 변형 화합물 쌍을 구성했다. 연구진은 탄소와 질소, 산소와 탄소의 치환뿐 아니라 수산기와 수소, 메틸기와 수소, 할로젠과 수소 사이의 변형 등 10가지 유형을 분석해 7400개가 넘는 액티비티 클리프를 확인했다.

이 결과가 곧 특정 특허의 적정 권리범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우수한 후보에서 확인된 효과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 전체로 확장할 때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보여준다. 공통 골격을 공유한다는 사실과 그 후보들이 공통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최고 후보와 넓은 권리 사이에는 데이터의 간극이 있다

출원 단계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사업영역을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경쟁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치환기와 유사체를 최대한 포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희망하는 사업범위와 현재 데이터가 설명하는 기술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청구항의 문언을 넓히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구조와 효과의 관계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인된 후보 하나만 지나치게 좁게 보호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현재 데이터로 공통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추가 비교실험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범위, 후속 연구와 별도 출원으로 남겨야 할 범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후보물질을 실시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긍정적인 결과만 반복하면 실시예 수는 늘어도 후보군의 기술적 경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환기를 공유하는 유사체 여러 개가 모두 활성을 나타냈더라도, 청구하려는 범위가 위치·크기·전자적 특성과 입체구조가 다른 치환체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그 범위를 고르게 대표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골격을 공유하더라도 치환기 변화에 따라 활성뿐 아니라 선택성·용해도·대사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시예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구조적 변형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배치돼 있다면 후보군의 공통성과 경계를 설명하는 데 더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물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적 질문에 답하도록 물질과 비교군을 배치했는가다.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개수보다 설명력에 있다

후보군의 권리범위를 검토할 때 필자는 데이터를 세 가지 축으로 나눠 본다. 첫째는 구조적 대표성이다. 확보한 데이터가 청구하려는 후보군의 일부에 집중돼 있는지, 서로 다른 구조적 변형을 실제로 대표하는지를 본다.

둘째는 효과의 연속성이다. 구조가 달라져도 목표 효과가 일정한 경향으로 유지되는지, 작은 변화에서 급격히 무너지는지를 확인한다. 효과가 비교적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면 후보군을 관통하는 공통 원리를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셋째는 선행기술과의 비교 가능성이다. 자사 후보 중 어느 물질이 가장 좋은지를 보여주는 것과,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보다 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 도입한 구조적 차이가 활성·선택성·독성·안정성 또는 생산성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비교군이 필요하다.

세 기준은 서로 연결돼 있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물질을 확보했더라도 공통된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하나의 넓은 후보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효과가 우수하더라도 가까운 선행물질과의 비교가 없다면 그 결과가 새롭게 도입한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절대적인 개수보다 배치에서 나온다. 최고 성능 후보 주변에 유사한 성공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청구하려는 범위의 서로 다른 지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비교실험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데이터는 어느 물질을 개발할지 알려준다.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데이터는 그 물질이 속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좋은 후보물질은 가장 높은 성능값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권리는 최고점 하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구간과 그 효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경계를 데이터가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글 석종헌 변리사(특허법인 린)

바이오·화학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 설계와 IP-R&D를 자문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 플랫폼의 연구데이터, 경쟁사 특허와 사업 확장 경로를 연결하는 IP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0/500
등록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약국e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