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약국 매물에 '도매-약국가' 이전투구
- 한승우
- 2008-11-10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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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약품, 약사회 총무에 "방빼라"…일부 임원진,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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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지금 이 정도의 약국을 만드느라 죽도록 고생했다. 이제와서 이러면 어떡하나."(J약국 대표 H약사·전북약사회 총무)
"계약기간 만료에 맞춰 나가달라는 고지를 6개월전에 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 없고, 내 쪽도 사정이 있다. 고객을 상대로 이렇게 하는 내 맘도 편치 않다."(T약품 임원 N씨).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데는 여러가지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약국가는 약사를 고객으로 하는 도매업체가 약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T사측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해당 약사가 떼를 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J약국 대표 H약사는 지난 1998년, 현 약국자리에서 건물주와 월세 계약(보증금 1억원·월 200만원)을 조건으로 개국했다.
건물주는 현재 T사 회장인 O씨로, 두 사람은 지역 약우회 등 모임을 통해 첫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의약분업과 맞물려 회사 매출증대에 집중하고 있던 O씨는 H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고 협의했다.
H약사는 개국 이후 약국주변 상권이 점차 커지면서 승승장구했다. 2년 재계약시마다 월세를 파격적으로 높여서 지급했다. 200만원으로 시작한 월세는 현재 60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상권도 급격히 성장했다. J약국 정면에는 약 600여세대의 아파트가 입주했고 인근에는 이마트가 입주했다. J약국 주변으로 안과와 소아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로컬의원 8곳이 자리잡아 일처방 220여건을 받는 알짜 약국이 됐다.
T약품 O회장, 부사장 N씨에게 약국건물 매도

부사장 N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는데, 두 자녀 모두 약사이며 며느리까지 약사인 약사가족이다. N씨는 오는 11월29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H약사에게 약국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두 자녀와 며느리가 해당 자리에서 약국을 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N씨는 약국 매입이후 H약사를 두차례 만나 이같은 뜻을 전했지만, 1년간 유예기간과 일정액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H약사와의 조율이 쉽게 되지 않았다. 결국 N씨는 10월초 계약기간 만료전까지의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냈다.
갈등은 이 시점에서 증폭됐다. 명도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점유 이전금지가처분 고지가 약국 곳곳에 붙었고, H약사는 "소송을 건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럴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송이 6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이용, 11월29일 계약기간에 맞춰 퇴거할 수 있도록 6월초부터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주고받은 내용증명에서 N씨는 일체의 권리금과 그동안 발생한 인테리어 비용이나 냉난방 시설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없으며, 필요시 냉난방 시설을 떼어가라는 문구를 삽입해 H약사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부사장 N씨 "H약사 떼쓰는 것 이치에 맞지 않아"

약사인 N씨의 두 자녀는 지난해 말 경기도 오산에서 개국했다가 권리금을 노린 의사에게 사기를 당해 3개월만에 폐업한 전례가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지난 2월4일 '오산 K의원, 약국 4곳서 권리금 4억원 꿀꺽' 제하의 기사로 데일리팜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N씨는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사기 사건 이후 두 자녀가 아버지 눈치를 보며 약국가를 전전긍긍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는게 N씨의 입장.
명도소송을 H약사와 논의없이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소송에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계약 만료후 소송을 내면 내년 4~5월까지 또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등 기다릴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건물을 매입한 사람이 권리금까지 챙겨야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건물 매매거래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J약국 자리가 현재 가건물이라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이 크게 들어갈 것이 없고 냉난방 시설도 새로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N씨는 "회사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상당히 난감하다"며 "H약사도 10년간 우리 회사 회장님 건물에서 벌만큼 번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떼를 쓰는 것은 이치에 안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T약품측은 35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해 온 N씨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T약품 O사장은 "N씨가 35년간 회사를 위해 여러모로 수고를 많이 해주었고, 이 문제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잘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전북 약사회 일부 임원, T사 의약품 불매운동 나서

H약사가 현재 전북 약사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등 실질적인 약사회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T사측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역 약사 전체를 무시하는 '상징적인 일'이라는게 약사회의 정서다.
실제로 전주에서 만난 한 약사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고, 약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10년간 일군 삶의 터전을 한번의 기회도 없이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나를 포함해 일부 약사회 임원들이 현재 T사와 거래를 끊었다"며 "T사 불매운동을 대형병원 문전약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강도높게 벌이겠다"고 말했다.
도매 직영약국 의혹은 없어…양측, 이번주 조율 나서
사실 데일리팜은 이 사안을 T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약국에서 불거진 갈등일 것이라는 시각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H약사가 10여년간 T사 회장인 O씨와 월세계약을 지속한데다, 해당 약국자리를 H약사가 직접 매입하는 대신 다른 지역의 빌딩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J약국 자리가 인근 상권의 급격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건물 상태로 남아있는 상황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을 도매직영 약국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명확치 않았다.
데일리팜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 H약사와 N씨, O사장, 약사회 관계자 다수는 "일점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H약사는 "중간에 의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지금 약국자리를 매입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도매 직영 약국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O사장과 N부사장도 "H약사의 월세계약 당시 지급한 보증금 1억원이 H약사의 자금"이라며, "건물 소유주가 도매업체 관계자라해서 도매직영 약국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도매업체 임원이 매입한 건물에 자녀가 약국을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 복지부 관계자는 "친족 관계가 아니라면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면서도 "이 경우에는 도매직영 약국으로 볼 수 있는 마땅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T사 회장은 이번주 중 H약사와 약사회 관계자를 만나 이번 갈등에 대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H약사는 현재 계약기간 1년 연장 혹은 5억원 가량의 권리금을 예상하고 있으며, N씨는 두 가지 요구사항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어 향후 해결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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