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무차별 퇴출"…제약, '망연자실'
- 허현아
- 2010-02-06 06: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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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업체-임상의들, 목록정비안 "극단적 인하통고"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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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의 신약개발사를 물거품으로 돌리는 잔혹사라고 개탄하는가 하면, 산술적 약가인하 실적에 매몰된 약제비 정책의 단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허탈감을 토로했다.
5일 심평원이 주최한 '고혈압치료제 목록정비를 위한 약제평가 결과' 설명회 현장은 사실상 오리지널과 고가 제네릭의 전면적 퇴출을 시사한 연구 발표로 일순간 적막이 감돌았다.
먼저 적막을 깬 측은 패널로 참석한 임상의사들. 고혈압약 평가연구 자문에 관여한 관련 학회 관계자들도 "고혈압약제간 효과차가 없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제공격을 가했다.
의료계, "고혈압약 계열효과 무시, 동의할 의사 없다"
고혈압학회 관계자는 "고혈압 약제 계열간 효과차가 없다는 데 동의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발생 기전과 계열이 서로 다른 약제들끼리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식 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심지어 "심평원에서 음모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약제간 효과는 똑같으니까 싼 약만 쓰라는 식으로 약값을 매길 수는 있지만, 문헌간 차이가 없다는 것만으로 효과가 같다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치고 나왔다.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는 "고혈압은 대상 환자와 동반질환, 병용약물 등 영향요인에 따라 질병상태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때문에 진료지침에서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 임상의가 약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약제비 절감은 다른 형태로 실행되어야 한다"면서 "제한적 근거 하에서 이뤄진 통계분석상의 오류가 잘못 해석될 경우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반론했다.
평가 결과를 사실상 최저가 제네릭 수준의 약가인하 통지로 받아들인 제약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혹', '망연자실', '신경과민', '분노' 등 다양한 반사적 반응이 나타났다.
업계 "시판의지 불분명한 최저 제네릭 수준 인하 충격적"
고지혈증치료제 등의 시범평가 경험을 상기한 제약업계는 고가품목의 상당한 타격을 미리 예감했지만, 급여 퇴출의 강도가 가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국내사 관계자는 "연구 발표는 사실상 최극단값을 제외한 최저 제네릭 수준의 약가인하를 일방적으로 통지한 것으로 들렸다"고 자포자기했다.
다국적사 관계자는 "연구결과가 산업현장에 미치는 여파를 감안했다면, 통계적 잣대나 원론적 문헌 근거를 내세워 이토록 비현실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겠느냐"고 허탈해 했다.
결정적 유탄을 맞은 오리지널 업체들의 반응이 격앙된 가운데, 제네릭 업체들도 침통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업체 관계자는 "연구결과대로라면 제약사의 시판의지도 분명치 않은 최저 제네릭 수준으로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회사에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할 지 난감하고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급여유지 기준으로 삼은 전체 고혈압약의 상대적 저가 범위(하위 10%, 25%, 30%), 특히 계열내 최소 비용 기준선(3%, 5%, 10%)에 대한 반론과 비판이 거셌다.
급여 생사여탈 가른 상대적 저가, 산출근거 '논란'
바이엘쉐링 관계자는 계열내 의약품의 비용최소화 기준선(하위 3%. 5%. 10%)와 관련 "계열내 비교에 적용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정연심 상무도 "1일 시범평가 설명회 때 계열간 부작용 등 효과 차이를 인정하겠다는 방법론적 설명을 듣고 기대했었다"며 "3%, 5%. 10%는 너무 적다. 현실적인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다국적사 관계자는 "전체 고혈압약의 상대적 저가 범위는 성분별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산출해 놓고, 계열내 상대적 저가 범위는 개별 품목의 가격을 단순 비교해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제네릭이 많아 성분별 가중평균가격이 저렴한 오리지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반면 개발 연한이 짧은 신약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구를 담당한 김진현 교수는 통계적 분석 방법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계열내 성분간 효과차를 입증할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계열내 가중평균가를 급여 범위 산출 근거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계열내 성분별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저가 품목을 배제할 경우 급여를 판가름할 최소비용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론적 통계방법보다 제약사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존재기반을 위협받은 오리지널 업체들의 위기의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약 가치 심각한 위협"…오리지널-제네릭 차별성 '설전'
아스트라제네가 정 상무는 "베타차단제는 70년대에, ARB는 90년대 후반에 개발됐는데, 30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은 어디로 갔나. 이는 신약의 가치에 관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위한 경제성평가는 제약사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효과차가 없다면 정부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또 다른 다국적사 관계자는 데일리팜과의 통화에서 "업계에 계열간 효과차이 등에 관한 근거부족 등 상황적 한계를 수용하라고만 요구하지 말고, 정부가 국내 환자들 상대로 한 임상적 유용성 자료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질의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 실무자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안전성이 동일하다는 근거가 있느냐"며 "관련 근거가 없이 평가가 진행됐다면 국가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치료를 위한 개인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법적으로 동일한 제품으로 보고 비용최소화로 급여여부를 판가름한 연구팀의 산출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특허만료 오리지널에 대한 연구진의 가치 평가는 단호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의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감안할 때 연구진의 관점은 정책당국의 의중과도 연관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 조정에 관한 정책당국의 가치판단도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법적으로 동등한 약인데, 근거가 명확치 않은 약제간 차별성을 보험이 모두 보장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요약보고서로는 의견개진 무리"…업계, 후속대응 '고심'
한편 심평원은 연구결과에 대한 업계 의견을 제출받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약제평가부 유미영 부장은 "1차적으로 열흘 이내 의견 제출 기회를 줘 연구자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보고서가 나오면 사회적 가치 반영 요소를 고려해 추가적 변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이어 "배은영 교수팀이 진행중인 급여여부 결정방법론 연구를 참고해 자문그룹이 의사결정에 반영할 권고안을 만들 것"이라며 "이후 급여평가위원회에서 최종 평가하는 단계 등 요소마다 의견개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정부의 시행 의지가 강경하고 이미 시나리오가 다 짜여져 있는데, 추가 의견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며 변동 가능성을 비관했다.
다른 국내사 관계자도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상당부분 짐작했던 결론"이라며 "애초부터 평가 결과에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다국적사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세부적으로 할 말이 많다. 한계가 불가피하지만 어떻게든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며 적극적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약발표 내용만으로는 세부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면서 "보고서 원문이 빠른 시일내 공개돼 실질적인 검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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