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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매니저는 싫고 스탭은 좋다

  • 데일리팜
  • 2011-05-02 14:43:11
  • [16] 시간당 몇불 더 받는 고충처리반장 매력없어

예전에 미국에서 살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던 시절, 대학동기 중의 하나가 일찍감치 캘리포니아에서 약사면허를 따서 그 당시 CVS과 통합되기 전의 세이본 (Sav-On)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넓고도 좁은 것이 세상이라 그 친구와 어떻게 연락이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파마시 매니저 (pharmacy manager)를 하라고 강요하는데 자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펄펄 뛰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당시에는 스탭에서 매니저로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일종의 승진인데 무슨 이유로 결사코 안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막상 내가 대형체인약국에 발을 들이고 난 지금은 그 친구의 선택에 절대 공감한다.

파마시 매니저는 약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 테크니션 면허가 만료되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약국 감사에서 드러나면 파마시 매니저가 경고를 받고 그 파마시 매니저의 약사면허에 기록이 남는다. 처방약과 관련된 각종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파마시 매니저가 나서서 처리해야한다. 테크니션 스케줄을 짜고, 재고 관리를 하며, 디스트릭 오피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약국을 운영해야한다. 파마시 매니저는 테크니션과 약사 사이에서, 스탭 약사와 디스트릭 오피스 사이에서, 약국 손님과 스토어 매니저 또는 약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처리하는 일종의 고충처리반 반장이다. 약사 업무도 하면서 고충처리까지 하니 시간당 급여를 훨씬 더 많이 주어야할 것 같은데 스탭약사의 시간당 급여와 비교해 고작 몇불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이유로 약사들에게 파마시 매니저는 매력이 없다.

실제로 내가 이전에 근무했던 일평균 750건씩 처방전을 처리했던 연중무휴 24시간인 B 지점에서 매니저로 있다가 한가한 지점의 스탭 약사로 자리를 옮긴 약사도 봤고, 내가 그 지점에서 빠져나왔을 때 내 자리로 들어온 S도 이전에 연중무휴 24시간인 Y 지점에서 매니저를 했다가 새로 오픈한 정말 한가한(일평균 100건이 안되는) C지점에 스탭으로 자진해서 내려앉은 약사다.

지금도 S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24시간 연중무휴 지점에 매니저로 고생하다가 한가한 약국에서 스탭으로 잘 지내고 있는데 내가 B지점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 바쁜 약국에 거의 반강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디스트릭 수퍼바이저가 H지점(아무도 매니저를 원하지 않아 매니저가 공석인 지점)에 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든지, 아니면 B지점의 스탭으로 들어오든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매니저에 신물이 난 S는 당연히 스탭으로 B지점를 선택했고 덕분에 내가 B지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약사가 파마시 매니저를 원할까. 대개 감투를 좋아하는 성격이거나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또는 그 이상의 승진을 원한다면 매니저를 지원한다. 또 다른 이유는 모두가 선호하는 지점으로 입성하기 위해서이다. 모두한 선호하는 지역에 새로운 지점이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자. 새로 오픈한 약국은 약사가 1명만 필요하고 약사가 1명만 근무할 때 그 약사의 포지션은 파마시 매니저이어야 한다. 또한 살기 좋은 지역에 있는 지점은 연공서열에 따라 배치되는데 근속연수가 길수록 파마시 매니저일수록 보다 유리하다.

급여만으로 계산했을 때 파마시 매니저보다 플로터의 연간소득이 더 높을 수 있다. 플로터는 자신의 홈 스토어 (대개 약사의 거주지 주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설정된다)에서 근무 스케줄이 잡힌 지점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간주하여 급여가 계산되기 때문에 먼 곳으로 플로팅을 자주 하러 나가면 소득이 올라간다. 극히 일부 약사들(대개 독신)은 플로팅을 하면 책임은 적은 반면 급여는 증가하기 때문에 불규칙한 스케줄이 결정적인 단점이지만 플로팅을 선호하기도 한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B지점에서 파마시 매니저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해고되자 디스트릭 수퍼바이저가 되길 원하는 H지점의 매니저 J가 자원해서 들어왔다. 디스트릭 수퍼바이저가 되기 위해 남가주 최대규모인 B지점의 매니저라고 이력서에 한줄 올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J는 업무처리속도는 느린데 회사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고 정치적으로 발달하여 처세술 및 의사소통능력이 우수하다. 작년에 J는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사이 스캔들이 있어서 갑자기 두자리나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공석이 생겨 지원했지만 결국 최종 인터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월그린 사보에 보면 항상 맨 뒤에 장기간 근속한 직원의 사진이 게재된다. 내가 본 최장수 월그린 직원은 50년간 월그린과 함께 한 만 75세의 스탭 약사였다. 나는 솔직히 장수만세 시대에 퇴직을 늦게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나 가정경제에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디스트릭 수퍼바이저는 스탭 약사보다 수명이 짧다. 게다가 일단 디스트릭 수퍼바이저가 되면 약사라기보다는 경영자가 되기 때문에 다시 일선에서 약사로 돌아와 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재무적으로 돈의 현재가치를 따진다면 20만불씩 10년간 버는 것이 10만불씩 20년간 버는 것보다 더 가치가 높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0만불씩 벌면서 20년간 출근하는 것이 덜 늙고 더 번다. 내가 인터뷰에서 떨어져 기죽은 J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늙어서까지 환자 상대하며 고생스럽게 일하느니 사무실에서 우아하게, 짧고 굵게 직장생활하고 싶단다. 나와 정반대다.

요즘 내가 리뷰하는 처방전들의 환자 연령은 대개 70세 이상이다. 80세 이상도 수두룩하고 얼마 전에는 1911년생 처방전도 리뷰했다. 디스트릭 수퍼바이저로 일하다 일찍 은퇴해서 30~40년 동안 벌어놓은 돈 까먹고 사느니 마음 편한 스탭 약사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자는 것이 장수만세 시대를 대비하는 나의 노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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