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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ER, 얼전케어, 24시간 약국이 야간 환자 도와

  • 데일리팜
  • 2011-07-11 13:49:12
  • [26]미국인, 죽을 것 같지 않아도 응급실 간다

한국에서 응급실(Emergency Room)을 갔다왔다고 하면 죽을 뻔한 사고나 발작을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응급실이란 정말 생명이 위급한 경우 뿐 아니라 평일 야간 또는 주말에 필요한 응급조처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병원 부속시설로 인식된다. 반면 일반 병원이나 의원은 문을 닫았거나 의사와 바로 약속이 안됐을 때 생명이 위급하지는 않지만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영어로는 "When you need immediate medical attention") 얼전 케어(Urgent Care)라고 불리는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는 반면 얼전 케어는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오후 6~10시까지 운영된다.

얼전 케어라는 시설을 미국에서 처음 알게된 것은 첫 아이를 기르면서부터다. 그 당시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초보 엄마인데다 친정이나 시집 모두 한국에 계셔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그런지 첫 아이는 사소한 건강상 문제가 유난히 많았다. 어느 날 아이가 백일도 채 되기 전에 발열이 있더니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미 소아과는 문을 닫은 늦은 오후였다. 그 당시 소아과에 전화를 했더니 여기는 영업시간이 거의 끝났으니 가까운 얼전 케어로 가라고 하길래 부랴부랴 주소를 받아적어 아이를 얼전 케어로 데리고 갔다. 서너 시간 기다려서 겨우 얼전 케어 의사를 만나서 항생제 처방을 받았을 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얼전케어 간호사가 어디 사냐고 묻더니 내가 사는 지역에서 24시간 운영하는약국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리플렛을 주고 거기에 가서 처방약을 받으라고 했다. 그 때 처음으로 미국에는 24시간 약국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얼전 케어 갔다온 다음 날 주치의를 만났더니 백일 이전에 발열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하고 혈액검사까지 시켰는데 별 이상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육아가 서툴렀던 시절, 야간에 갑자기 열이 나면 덜컥 겁이 나서 당장 의사를 보려고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응급실이나 얼전 케어를 데리고 갔었다. 나중에는 응급실이나 얼전 케어에 가면 서너시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코페이도 100불(원화로 약 11만원) 가량 내야한다는 사실과 응급실이나 얼전케어 의사의 진료 한계를 인식한 이후에는 타이레놀 (Tylenol)이나 모트린(Motrin) 등 해열제로 일단 열을 내리고 다음 날 일반 영업시간에 주치의와 약속하여 만난다. 얼전 케어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응급의학(Emergency Medicine)을 전공한 의사로서 응급조처를 해줄 뿐 특정분야의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소아 환자라든지 장기간 진료받아야할 문제라면 결국 주치의를 만나야한다. 이들은 응급 '징검다리' 의사다.

약사로 근무한 이후에는 얼전 케어나 응급실의 실체를 알고나서는 웬만하면, 정말로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간다. 얼전 케어나 응급실에서 나오는 처방은 너무나 뻔하다. 성인환자의 경우 처방의 70%는 항생제, 진통제, 근육이완제이고 소아환자의 경우 처방의 70%는 해열진통제와 항생제, 종합감기약이다. 얼전 케어나 응급실 의사의 개별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성향을 보면 용법과 용량을 잘 아는 두 세가지 항생제 중 하나와 환자가 당장 통증을 호소하니 바이코딘(Vicodin)*같은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건강보험도 응급실에 들어왔다가 입원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응급실이나 얼전 케어 의사가 처방하는 고가약은 급여하지 않으며 만약 환자가 그 약이 정말 필요하다면 환자는 주치의를 만나 정식 처방을 받고 주치의는 보험회사에서 사전승인(prior authorization)을 받아야한다.

게다가 얼전 케어나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나 PA(physician assistant)는 대개 환자가 상시복용하는 처방약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 프로파일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을 내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약물상호작용 DUR로 인해 처방한 약이 급여되지 않아 약국에서 연락하면 약사가 권고한대로 대부분 처방을 변경하고 어떤 PA는 약사에게 처방할만한 약을 조언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일부 PA(특히 신참인 경우)는 약전에 나온대로 체중 대비 용량을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터무니 없는 1회 용량을 소아환자에게 처방하거나 소아에게 사용금기인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응급실이나 얼전케어의 이런 처방을 걸러내는 것은 약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나 카운티정부가 보조하는 보험은 응급실이나 얼전케어를 가도 코페이가 없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이런 혜택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사보험의 경우 본인이 내야하는 코페이가 100불 가량이기 때문에 정말 응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국에서 OTC약으로 응급조처를 한 후 주치의를 만나는데 주정부나 카운티정부 보험소지자는 코페이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과 얼전케어를 제집 들나들 둣한다. 이런 환자들 보면 저 환자들이 남용하는 주정부, 카운티 정부 보험이 다 내가 낸 세금으로 보조되는건데 내가 낸 세금이 저런 식으로 이용된다고 생각하면 씁쓸하다(아마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거의 파산했나보다).

현금장사를 하는 일부 한국이민자들은 소득을 누락하거나 부양가족 수를 늘려 탈세를 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 보험인 메디칼(Medi-CAL)에 가입하는데 차는 렉서스나 벤츠 몰고 다니면서 이런 주정부 건강보험증을 내미는 것은 반성할 일이다. 아마도 이들은 정부가 보조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체계에 익숙해 미국의 사보험회사의 높은 건강보험료와 코페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극빈자들에게 부여되는 정부보조프로그램을 저소득층으로 가장하여 이용하는 것 같다. 이들이 만약 벤츠를 타고 약국 드라이브-쓰루(drive-thru)에 와서 메디칼 카드를 보여준다면 이들을 주정부를 상대로 한 일종의 보험사기로 신고당할 수 있다.

미국에서 24시간 약국은 어떻게 운영될까. 월그린의 경우 24시간 약국과 8시에서 9시까지 운영되는 일반약국의 비율은 전체 체인을 고려할 때 약 1:4 의 비율인 것 같다. 24시간 약국에는 오후 9:30 부터 오전 8:00까지 근무하는 그레이브야브 약사가 1명, 일반 영업시간인 오전8:00부터 오후 9:30 까지 2~3명의 약사가 일한다. 물론 대부분의 약사는 24시간 약국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24시간 약국은 처방건수가 많아 바쁘고 미국의 최대명절인 쌩스 기빙이나 크리스마스에도 나와 일해야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약사가 된 지금에는 월그린에서 24시간 약국 수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8년 전 자정이 넘은 시간에 24시간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들고 아픈 아이에게 약을 먹이면서 안도했던 때를 생각하면 간사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바이코딘- hydrocodone과 acetaminophen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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