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꼼꼼한 질문이 환자를 돕는다"
- 데일리팜
- 2011-08-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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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질문 통해 숨기거나 언급하지 않은 진실 찾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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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약국에서 (환자가) 몰라서 병을 얻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 대개 미국에서 일반 약국은 병원이나 의원이 문을 연지 1~2시간이 지난 시점과 문을 닫기 1~2시간 전에 가장 바쁘다. 의사와 첫 예약시간이 주로 8시30분에서 9시 사이기 때문에 10시부터 점심시간 직전인 12시까지,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인 4시에서 5시 30분 사이가 약국에게는 피크 타임이다.
그 날도 4시부터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하면서 5시를 넘기자 이제는 퇴근하거나 마지막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약국에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4시30분에 동료 약사는 퇴근했고 나 혼자 테크니션들과 바쁜 약국을 돌리고 있는데 어떤 환자가 의사로부터 대상포진(Shingles, Herpes Zoster) 백신인 조스타백스(Zostavax) 처방전을 들고 예방주사를 맞겠다고 왔다. 조스타백스는 구입단가만 150불 이상, 게다가 반드시 냉동 운반, 보관해야하고 예방접종을 하기 직전에 혼합하여 피하주사하기 때문에 주변 의원에서 재고관리나 보관상 문제로 대개 취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사실 순간 짜증이 났다. 백신접종을 원하면 좀 한가한 시간대에 오지 이 난리북새통에 조스타백스를 맞겠다니, 약국에서 예약없이 백신접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처방약 대기자가 이렇게 많은데 눈치도 없나. 대상포진 백신은 독감, 폐렴, Tdap과는 달리 희석액을 바이알에 든 조스타백스와 혼합하고 혼합한 백신용액을 피하주사용 주사기로 뽑은 후 환자에게 접종해야하기 때문에 백신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대에 조스타백스를 준비해서 접종하면 처방전 입력 확인 및 최종 제품 검수가 엄청나게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의사가 처방을 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치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백신접종을 받을 수 있다) 급한 업무부터 일단 얼른 처리했다. 환자가 기입한 질문서를 힐끔 보니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조스타백스를 냉동고에서 꺼내 희석액과 혼합한 후 예방접종기록을 남기기 위해 바이알에 붙은 스티커(로트 번호와 만료일)를 예방접종용지에 붙이다보니 환자가 한가지 질문에 'Yes'라고 표시했을 뿐 아니라 몇가지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환자가 실수로 'Yes'라고 표시하고 나머지 질문에 기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환자에게 물어봤다.

Oh no…. I made a mistake about it.
What about other questions you didn't answer? Do you have cancer, leukemia, AIDS, lymphoma, or any other immune system problem?
Ummm…Yes. I have lymphoma. I have had it for a long time. I got an anti-cancer therapy more than three months ago.
Do you have lymphoma now? When was the last cycle? Which therapy did you get? Did your doctor really recommend a shingles vaccine for you?
환자는 내가 놀라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자 순간 당황하는 듯 보였다. 꼬치꼬치 캐물어보니 이 환자는 임파종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 대상포진 백신이 필요하다고 결정, 항암치료를 받는 의사와 상의없이 동네 주치의에게 가서 대상포진백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온 것이었다. (아마 요즘 미국 체인약국의 적극적인 대상포진백신 판촉도 아마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처음에 항암치료를 언제 받았냐고 물어보니 항암치료 받은지 3개월이 넘었다면서 이제는 안받는다고 하더니 내가 어떤 치료를 받았냐, 무슨 약물이 투여됐냐 자세히 물어보니 사실은 수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왔으며 다음 달에 항암치료가 예약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주치의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처방했냐고 의사가 현재 치료상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동네 병원에 가서 대상포진 백신 처방전을 써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항암치료를 받는 전문의와 주치의가 서로 연락하며 자신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생바이러스 백신이기 때문에 항암치료로 면역계가 저하되어 있으면 접종할 수 없다고 심각한 표정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었더니 이제사 자신의 무지로 인해 잘못 결정했고 사실을 숨기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안 맞겠다면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고 갔다.
환자야 맞지 않기로 하고 환불받아가면 그만이지만 이미 혼합해 놓은 단가 150불이 넘는 백신은 어떻게하라고…. (조스타백스는 희석액과 혼합한 후 30분 이내에 피하로 접종해야하는데 그날 그 환자가 간지 30분 이내에 조스타백스 백신 접종을 원하는 환자가 오지 않아 그냥 날린 셈이 됐다.) 그 이후로는 한 문항이라도 건너뛴 질문이 있거나 'Yes'라고 응답한 경우 집요하게 물어본다.
조스타백스 사건은 일례에 불과하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과도하게 걱정해서 필요한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정말 본인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해서 병을 만들고 있는 환자도 있으니 지역사회 약사(community pharmacist)로서 환자 교육은 약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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