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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미국 경찰과 약사, 긴밀하게 연락하는 사이

  • 데일리팜
  • 2011-08-22 11:37:07
  • [32] 마약이나 향정신성 약물 문제로 그때 그때 연락해

미국 약국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경찰과 긴밀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경찰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어 장거리 통근을 하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경찰이 상시 잠복해있는 유료도로 위치에서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면서부터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장신에 멋진 유니폼을 입고 총기를 소지한 경찰이 내 차를 세우게 했다. 경찰이 나에게 속도 위반이라면서 그러나 경사를 감안해 속도를 조금 깎아주겠다면서 엄청나게 친철하게 딱지를 쥐어준 개인적 사건 이래 경찰은 약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약사와 경찰의 긴밀한 관계는 바로 향정신성, 마약성 의약품 문제 때문에 맺어진다. 인턴 약사로 일하던 시절 갑자기 경찰서라면서 약사와 통화하겠다고 하길래 겁을 먹었었는데 대개 이런 경우 범죄자가 소지한 의약품을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옥시콘틴(Oxycontin)은 약물중독자가 사용하는 유명한 약물이기 때문에 웬만한 경찰은 보기만 해도 쉽게 알아내는 반면 졸피뎀(zolpidem)같은수면제나 알프라졸람(alprazolam), 로라제팜 (lorazepam) 등 진정제의 경우에는 종류가 비교적 다양하기 때문에 약국에 전화해서 묻게 된다. 반대로 불법약물인 엑스터시같은 약물은 학부모가 아이의 방에서 발견했다며 들고 와서 무슨 약이냐고 묻는데 경찰이라면 쉽게 분별하겠지만 합법적 처방약물만 처방하는 약사로서는 불법 약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약 한달 전 주말에 근무하고 있는데 어떤 환자가 응급실에서 처방전을 들고 왔다. 처방전은 수면제인 앰비언(Ambien) 6정이었는데 처방전의 환자 주소란에 주소가 적혀있지 않고 약국의 환자기록에도 주소가 없었다. 미국의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에 의해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전에는 환자의 거주지를 적어야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테크니션이 요구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최근에 강도를 당했기 때문에 신분증이 없다면서 본인의 부모의 주소를 주겠다는 것이다. 거주지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문서가 있어야 처방을 내보낼 수 있다고 했더니 자기는 요 며칠간 잠을 못 잤으며 처방약을 내보내기 전까지는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테크니션이 도저히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내가 나섰다.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에 의해 거주지 주소 없이는 처방약을 내보낼 수 없으니 내가 경찰에 연락하여 너의 신원조회를 하면 처방약을 조제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자기는 약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에 신원조회를 하고 싶으면 하라고, 자기는 약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이제는 아예 대기실 의자에 진을 치고 앉았다. 네가 원하니 그럼 경찰에게 신원조회를 요청하겠다고 했더니 도망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Thank you"라면서 진정하는 것이었다.

약국에 다른 환자들도 있는데 난동을 막아야하고 또한 현재 밀려있는 일들도 일단 처리하기 위해 바깥 스토어 매니저를 불러 경찰에 연락했다. 경찰에 연락한 후 10분 후 경찰 두명이 약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음주나 약을 한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는 듯 했고 이후 무전기로 경찰서와 연락하여 이 사람의 운전면허번호와 소셜시큐리티번호(일종의 미국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고 거주지 정보도 알아냈다. 아마 다른 범죄기록은 없었던 모양이다. 경찰이 신원조회를 끝내고 개인정보를 확인해준 후 돌아갔다.

행색을 보니 캘리포니아 정부가 보조하는 처방약을 급여해주는 극빈자 건강보험인 메디칼(Medical)이 있을 듯한데 자기는 메디케어 파트 B밖에 없다고 해서 (메디케어 파트 B는 처방약 현금가에서 약간의 할인혜택만 준다) 앰비언의 제네릭인 졸피뎀 6정을 조제하고 나니 십몇불이 나왔다. 이 환자가 크레디트 카드로 결제 시도했으나 현금등록기에 'Do Not Accept'라는 싸인이 나왔다. 크레딧 카드로 결제가 안된다고 하자 자기는 가진 돈이 없다면서 약국 대기실에서 계속 죽치고 앉아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험이 있는 듯해서 테크니션에게 소셜시큐리티번호로 처방약 건강보험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스템에 정보가 떴다. 약국 테크니션에게는 처방약 보험이 따로 없다고 하더니 시스템 정보로 처방약 건강보험정보가 떴고 보험처리를 시도했더니 DUR창이 뜨면서 2주 전에 동일한 수면제를 다른 체인약국에서 30일분을 받아갔다는 정보가 딱 떴다. 이런 종류의 환자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샅샅히 조사해서 '우리가 네가 한 짓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어느 약국에서 타갔는지 알아낸 후 그 환자를 불렀다.

"You picked up 30 tablets of zolpidem at Rite Aid two weeks ago. It's too soon. I can release it three days before you're out of the medication."

사실 약 내놓을라고 소리지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환자는 정말 아무런 저항없이 조용히 일어나서 돌아갔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며 협박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어떻게 저렇게 돌아섰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그 환자가 돌아가던 시점에 퇴근해야했던 테크니션이 겁에 질렸는지 혹시 주차장에 숨어있다가 공격할까봐 걱정된다고 해서 바깥 스토어 매니저를 불러 차까지 에스코트해주었다.

이 환자가 조용히 물러선 이유는 둘 중에 하나라고 본다. 첫번째, 그 환자의 행색을 보아서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로 카운티 정부의 보조를 받는 사람들과 비숫했다. 그 환자가 수면제 처방을 받아가려고 시도했던 때가 양극성 장애의 조증 에피소드였을 수 있다. 이후 울증으로 넘어가면서 조용해진 것이다. 경찰에 연락하여 신원조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고맙다고 한 것도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 있다.

두번째로는 이미 경찰을 불러 그 환자의 신분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에 더 이상 소동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소셜번호와 운전면허증 번호와 현재 거주지가 모두 노출된 상태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그 날의 모험담은 테크니션 사이에 한동안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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