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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약국 실수가 오히려 단골 만드는 계기됐다"

  • 데일리팜
  • 2011-10-24 10:21:33
  • [41] 의사 실수, 시스템 에러, 재고부족 잇따라

한국처럼 약국개설자가 약사라면 내가 소유한 약국이므로 이상한 환자가 오면 돌려보내면 그만이지만 (물론 동네에서 약국 평판에 영향을 주겠지만) 대기업에 속하는 미국 체인약국에서는 회사방침에 따라 고객불만을 해결해야하니 어떤 때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당신같은 환자는 받지 않으니 다른 약국으로 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꾹 참고 회사의 방침에 따라 상대해야할 때는 정말 도를 닦는 기분이다. 하지만 월그린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고객서비스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 상황에서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처리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됐다. 대개 교육수준이 낮아 보험급여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 때문에 골치를 썩이기 마련인데 순전히 약국의 실수로 환자에게 불편을 초래하여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어느 날 한 환자가 '더몹틱(DermOtic)'이라는 플루오시놀론(fluocinolone) 성분의 점이액 처방약을 받으러 약국에 왔다. 그 때는 월요일 저녁이었는데 처방전을 보니 그 전 주말에 플로터 약사가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처방전에 1일 투여량이 적혀있지 않은 상태로 입력이 되어 있었고, 환자한테도 처방전의 문제를 알려주지 않아 환자는 월요일 저녁에 처방약을 찾으러 약국에 왔다. 1일 사용량이 불분명한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use as directed"로 처방을 내보낼 수는 없다.

환자에게 의사가 1일 사용량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병원에 연락하여 사용량을 확인한 후에야 처방약을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약이 당장 필요한데 무슨 소리냐면서 대개 소란을 피우는데 이 환자는 놀랍게도 그렇다면 다음 날 처방약을 찾으러 오겠다면서 조용히 약국을 떠났다. 약사 사정을 이해해주는 환자였기에 다음 날 제일 먼저 의사에게 연락해 사용량을 확인하고 테크니션에게 입력하라고 처방전을 넘겼다. 더몹틱은 흔히 처방되는 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문을 해야했다.

그 주 토요일 주말 근무를 하고 있는데 테크니션이 어떤 환자가 처방전을 지난 주에 가지고 왔다고 하는데 컴퓨터에 아무런 기록이 없다면서 혹시 문제가 있어 입력이 안된 처방전이 있으냐고 나에게 물었다. 카운터에 서 있는 그 환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며칠전 사용량 확인하러 의사와 연락했던 더몹틱 처방 환자였다. 처방전 확인해서 넘긴지 며칠이 지났는데 왜 기록이 없단 말인가. 분명히 기억하는 처방전이었기 때문에 처방전 파일을 샅샅이 뒤져 결국 정정된 처방전을 찾아냈다.

사용량 확인해서 입력하라고 넘긴지가 언젠데 그 테크니션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 화가 치밀었지만 어쨌든 입력해서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내가 처방전을 직접 스캔한 후 부랴부랴 입력했다. 그랬더니 컴퓨터에 팝업 윈도우에 'Communication Error'가 메시지가 뜨더니 윈도우가 닫혀버리는 것이었다. 한번 더 시도했더니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그래서 처방전이 입력되지 않았구나. 그 날 처방전을 입력한 테크니션이 아마 팝업 윈도우를 무시하고 다음 처방전으로 넘어갔나보다.

환자가 짜증나고 지친 얼굴로 카운터에 계속 서있길래 우선 환자에게 대기실 의자에 잠깐만 앉아있으라고 하고 10분 정도 걸려 시스템 에러를 정정한 후 보험처리했다. 그랬더니 웬걸…이제는 'Out of Stock' 메시지가 떴다. 절망이었다. 이 사태를 어쩌나. 첫번째 의사가 처방전을 제대로 쓰지 않았고 두번째 약국 시스템 에러로 약이 제때에 입력되지 않았고 세번째는 흔하지 않은 처방약이라 재고가 없다. 환자는 장장 1주일을 기다렸는데….

대개 문제가 있으면 환자를 컨설테이션 윈도우(consultation window, 약국의 상담창구)로 부르는데 오늘은 환자를 오가가라할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약국 밖으로 나가서 환자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사실대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사가 사용량을 쓰지 않아서 다음 날 내가 전화해서 사용법을 확인했는데 지금보니 시스템 에러로 처방전이 입력되지 않았다. 지금 시스템 에러를 고쳐서 입력했지만 흔하지 않은 약이라 현재 처방약 재고가 약국에 지금 없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토요일이라 주문을 넣을 수도 없다. 월요일에나 처방약이 완료될 것 같다. 그랬더니 그 환자가 처음에 처방전 내러왔고 두번째에는 의사가 실수했다고 해서 그냥 갔고 오늘 온 것이 세번째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면서, 만약 내가 당장 필요한 약이었으면 어쩔뻔 했냐고 언성을 높였다. 할 말이 없었다. 약국이 100%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 환자가 월요일에는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밤늦게나 약국에 올 수 있다고 하면서 월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너무나 지친 얼굴로 말하는데 정말 미안했다.

거듭 사과하고 환자를 돌려보낸 후 다른 월그린 지점에 연락하여 더몹틱이 있는 지점을 찾아냈다. 인터스토어(지점간 재고 교환)를 요청하여 약속한 월요일보다 하루 빠른 일요일 아침에 테크니션을 시켜 약국에 출근하는 길에 그 지점에서 약을 받아오도록 한 후 일찍이 처방약을 완료하고 환자에게 연락하여 메시지를 남겼다.

'저번에 처방전에 문제가 있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소란을 피우는데 약사 사정을 이해하여 조용히 돌아가서 기다린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다. 내가 다음 날 의사와 바로 연락하여 문제를 해결해놨는데 시스템 에러로 입력이 안됐으니 나도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할 뿐이다. 더몹틱이 있는 월그린 다른 지점에서 약을 가져와 처방약을 완료해 놓았으니 편한 시간에 아무때나 와서 찾아가라.'

환자에게 연락이 왔다. 일요일은 다른 일이 있어 약국에 들르지 못하니 월요일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처방약이 안되어 있어 화가 많이 났었지만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정말 교양있는 환자였다). 약국에서 시스템 에러로 환자에게 불편을 초래한 사정을 스토어 매니저에게 설명하고 10불 상당의 월그린 기프트 카드를 비용처리하여 환자에게 제공했고 환자는 이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약국의 노력과 예상치 못한 기프트 카드에 흡족해했다. 휴우~. 이 환자는 이 일로 오히려 약국에 오면 나를 찾는 단골손님이 됐지만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고객불만처리는 여전히 만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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