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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책임없는 직원까지…심하지 않나"

  • 최은택
  • 2012-10-29 06:44:54
  • 검찰-변호인 법정공방…추징금 구형에 "법에도 인정있건만"

[이슈현장]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리베이트 재판

"법에도 인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추징금까지 구형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닙니까."

"B사가 수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는 데 (책임없는 직원까지 연루시키는 것은) 지나친 확대수사가 아닌 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법정.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 13명이 피고석에 앉았다.

의료기기 구매대행사인 법인 두 곳을 포함해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총 15명이다.

소송을 수임한 크고 작은 로펌이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에, 피고인을 수행한 직원들까지 작은 형사법정은 수십명의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세번째 공판일인 이날은 피고 측의 요청에 따라 PPT를 통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과 구매 대행사 두 곳의 법률대리인이 각각 PPT를 진행했다.

◆'죄질 불량한' 리베이트?=검찰은 병원과 구매대행사간 '리베이트 흐름도'를 제시했다.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7월 발표내용을 그대로 도식화한 것이었다.

검찰은 A사는 이득금의 60% 상당을 병원에 지급했는데, 실거래가상환제를 악용해 구매대행사와 병원이 사전에 이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병원은 A사와 B사에게 의료재료 구매대행을 의뢰해 놓고 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며 (리베이트 공모가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거래관계라고 강조했다.

설령 병원이 의료재료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도 구매대행 수수료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을 텐데, 단순 발주정보에 정보이용료를 제공한 것은 리베이트를 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종합하면 검찰 측의 기소이유는 ▲'병원과 구매대행사는 실거래가상환제를 악용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편취했다' ▲'구매대행사가 주장하는 정보는 단순 발주정보에 불과하다' ▲'정보이용료는 부당이득을 분배하기 위해 사전 공모로 고안된 장치에 불과하다' 등으로 요약된다.

◆병원 정보의 경제적 가치 논란 =구매대행사 측 변호인들은 병원이 제공하는 정보는 수수료를 훨씬 능가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거래라고 입을 모았다.

병원이 구매대행사에 제공하는 정보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기존 물품 구매정보, 실시간 전자상거래 정보, 신규물품 정보 등이 그것이다.

기존 물품 구매정보는 병원이 기존에 사용하던 물품으로 공급사를 교체하거나 동일 효능 품목으로 교체할 때 활용된다. 공급사, 기존 구입단가 등이 주요내용으로 구매대행사 입장에서는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신규 물품 정보의 경우 병원에서 종전에 사용한 적이 없는 물품이다. 예상사용량, 공급사 단가, 용도설명 등의 정보를 이용해 마찬가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A사의 경우 6개 병원에 제공한 정보이용료는 15억원 규모였다. 변호인은 그러나 병원이 제공한 정보를 활용해 A사가 창출한 가치는 24억원에 달한다며 이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병원에 정당한 대가로 지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정보를 이용해 인건비 5억원, 재고절감 약 2억6000만원, 매입가 추가인하를 통한 매출이익 17억원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국공립병원을 주로 거래하는 B사의 경우 민간병원을 통해 자사가 취급하지 않는 다른 의료재료 등의 정보를 취득하고 그 대가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이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 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 쌍벌제 시행직전에는 새로운 시스템(BI)까지 구축해 더 이상 민간병원에 정보이용료를 제공하지 않고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회사는 쌍벌제 직전 정보이용료 제공을 중단했지만 과거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을 쌍벌제 이후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실거래가상환제에 대한 항변=구매대행사들은 국내 치료재료는 대부분 보험상한가의 99% 수준에서 판매된다면서 급여목록에 등재된 가격이 사실상 시장가격이라고 주장했다.

구매대행사의 매출이익은 병원이 제공한 정보 등을 활용해 협상력을 제고한 성과였고, 정보이용 수수료는 그 대가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변호인들은 ▲'실거래가상환제를 악용할 의도같은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거래규모가 실거래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확대 수사 논란=변호인 측 주장 중에는 검찰의 무리한 확대수사와 법리 적용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자연인인 피고인들에 대한 항변이었다. 쌍벌제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등을 채택하거나 판매 촉진을 위한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주고 받았다는 실체적 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리베이트로 지목된 정보이용수수료는 병원의 공식 계좌에 입금됐고 전액 운영비로 사용됐다. 만약 위법이라면 개인병원은 병원장, 법인이라면 법인이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논란은 책임범위를 어디까지로 확장할 것인가인데, 검찰은 병원 행정부원장이나 행정실장 등 행정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직접 돈을 받지도 않았고 더욱이 사적으로 이익을 향유하지도 않은 병원 고위 관계자 7명이 기소된 것이다.

피고인 측 한 변호사는 "형법상 행위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건"이라면서 "지나친 확대수사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관심과 쟁점=재판장은 이날 심리를 마치면서 변호인 측에 두 가지 사항을 더 보완해 달라고 요구했다. 병원이 제공한 정보의 경제적 가치와 피고인에 대한 '구성요건해당성' 관련 서면자료다.

병원정보의 경제적 가치 인정 여부에 따라 이번 정보이용료 리베이트 사건의 위법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병원 측 피고인들에 대한 책임소재는 변호인들의 주장처럼 '구성요건해당성'에 부합하는 지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요건해당성'은 위법성, 책임성과 함께 법죄성립을 구성하는 요건이다.

◆전망=검찰은 이날 병원 직원인 두 명의 피고인에게 징역형에 억대 추징금까지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이들 피고인이 결재를 담당한 직무를 수행했을 뿐 이익을 향유한 당사자가 아니라며 책임이 조각돼 '구성요건해당성'을 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인은 "법에도 인정이 있다. 수십년간 병원에 종사하며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이제 정년을 앞둔 피고인에 징역형에 추징금까지 더한다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개인 추징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번의 공판을 더 열고 이르면 12월 중 같은 날 15명 모두에게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이 정보이용수수료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이 사건은 무죄로 끝날 수 있다. 설령 정보이용 수수료를 리베이트로 판단하더라도 7명의 병원 직원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재판장이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라도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인용한다면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은 무리한 확대수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법원이 A사와 B사의 정보이용료 제공행태에 리베이트 혐의를 씌워 단죄할 경우 물류와 인력 절감방안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자리매김된 'MSO 모형'의 비즈니스 모델 발전에 찬물을 끼얹어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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