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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대금 결제기한 입법이 필요한 이유

  • 최은택
  • 2013-08-19 06:30:01

우량거래처는 공급자에게 특혜를 받고 싶어한다. 마진율을 높게 요구하거나 할증으로 열개를 받으면 한 두 개 더 얹어 받는다.

결제를 일찍 해주는 조건으로 일부 금액을 면제받는 일도 적지 않다. 이른바 '갑을관'계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에게 행사했던 과도한 '밀어넣기'가 올해 상반기 사회적 이슈로 떠으로면서 '갑을관계'의 폐해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을 지키기법'을 잇따라 발의하기로 했다.

의약품산업계에서는 의약품 공급자와 구매자인 제약·도매업체와 요양기관 사이에서 이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특히 병원은 '갑 중의 갑', '슈퍼갑'으로 통한다.

도매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평균 약품대금 결제기한은 7개월이 조금 넘는다.

최근 조사에서는 의약품을 입고하고 세금계산서를 두 달 후에 발행해 공식적인 결제기한 이외에 2개월을 더 누리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병원 76%는 결제기한에 대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해 공급업체에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생긴다. 병원은 결제대금 지연을 통해 약 73억원의 금융이자를 이득으로 챙긴다. 반면 도매업체들은 지급보증 등을 위해 300억원 이상의 지급수수료를 부담한다.

전형적인 갑을 간 불공정거래 행태다. 이 것이 의약품산업계의 '갑의 횡포'이기도 하다.

병원협회와 도매협회는 최근까지도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약품대금 결제기한 의무화 법을 놓고 대안을 모색해 왔다. 병원계는 그러나 의무입법 대신 자율권고로 논란을 매듭짓고 싶어한다. 반성도 없다.

수가체계를 문제 삼고,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스스로의 문제를 을에게 전가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조차 없다. 그러면서 앞으로 병원이 결제기한 단축을 위해 노력할 테니 덮고가자는 것이다.

도매업계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일이다. 국회에서도 오 위원장 법안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입법이 최선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약품 거래관계를 왜곡하는 이런 관행을 놔둘 수 도 없다. 확장하면 비상식적인 결제기한 장기화는 리베이트의 한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결제기한 의무입법은 이런 면에서 불공정을 제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입법적 노력이다. 병원계가 의무화를 용납하지 않아 입법이 힘들어진다면 건강보험공단이 약품비를 직접 의약품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직불제'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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