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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왜 동아제약을 몰아치는 것일까?

  • 이혜경
  • 2013-10-26 06:34:52
  • 의료계, 소송 진행되며 감정 상해...결국 시간이 약

|서른세 번째 마당| 동아제약 동영상 강의료 '리베이트' 사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랜만이죠. 한동안 따라잡을 뉴스가 없어서 심심했던 분들은 없나요? 죄송해요.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만한 주제를 고민하다가 늦어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올해 1월부터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인 사건, 동아제약 리베이트 소송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약회사, 의사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아시죠?

소송 기사가 나올 때면 무시무시한 댓글들이 엄청 달리더라고요. 그 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특히 의사들을 까는(?) 댓글이 엄청나더라고요. 리베이트 받을 땐 언제고 딴 소리 한다는 식의 댓글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의사들이 왜 그럴까요?

자,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당신은 지금부터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는 겁니다. 10년 넘게 관절염 진료를 한 전문의 말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 '퇴행성관절염'을 주제로 인터뷰 동영상을 촬영하면 36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별로 어렵지도 않아요. 동영상 제작 업체가 직접 여러분들의 진료실을 방문하면, 여러분들은 관절염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됩니다.

이 동영상 자료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교육 자료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래도 망설여지나요? 혹시 '검은 돈'일까봐 움찔하고 있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약회사가 이미 법률자문을 마쳤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깐요.

어떤가요. 구미가 확 당기죠.

'레드선!' 이제 상상 속에서 나와도 됩니다. 독자로 돌아와주세요. 자, 방금 제가 드린 이야기는 가설이 아닙니다. 동아제약 리베이트 1심 판결문에 나온 사례를 새롭게 구성한 내용이죠.

이번 소송에 연루된 의사 18명 중 13명은 지난 4월 26일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동영상 강의 제작으로 받은 강의료가 리베이트 인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5명은 의약품 처방 대가라고 인정했고. 결국 이들은 리베이트 인줄 몰랐다고 답한 사람들보다 낮은 형량을 받았어요.

의약품 처방 대가의 불법 리베이트인줄 알았던, 몰랐던, 법원은 18명 모두 유죄판결을 내렸죠. 법원 판결 이야기는 마지막에 언급하도록 할게요.

4월부터 진행된 1심은 지난 9월 판결이 나오면서 정리가 됩니다. 일부 의사가 항소하면서 2심이 예정돼 있는데, 일단 1심 판결만으로도 의료계는 상당한 패닉 상태 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동아제약을 사기죄로 고발하자는 검토를 하기도 했고, 노환규 의협회장은 직접 공판에 참석해 동아제약이 동영상 강의료를 리베이트로 인정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었죠.

동아제약도 사면초가 위기에 놓이긴 마찬가지죠. 동아제약 리베이트 소송이 진행된 이유는 지난해 12월 동아제약 영업사원들이 검찰 진술 과정에서 강의료를 리베이트로 인정한 게 가장 컸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검찰진술서에 리베이트를 인정한다면서 서명한 영업사원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재판 과정에서 우스워집니다. 의료계의 협박이 먹힌 건지, 진술서에 서명을 한 영업사원들이 "처방 증대 목적으로 동영상 강의를 추천한 진술서는 오류다. 왜곡됐다"면서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이죠.

결국 법정에서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검찰의 강압으로 진술했다'는 발언과 컨설팅 업체에 강의를 추천한 의사를 향해 사과를 한 영업사원도 등장했었어요.

하지만 이미 12월 말 검찰진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동아제약이 의료계를 '기망'했다는 내용이 공공연히 퍼졌죠. 의사들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집니다.

의료계는 처음부터 리베이트라고 밝혔으면 동아제약 동영상 강의와 연루돼 처벌을 앞둔 의사가 수백 명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있었던 거죠. 그런 만큼 동아제약에 대한 분노는 끓어오를 수 밖에 없죠.

동아제약도 나름대로 골치가 아프게 됐어요. 퇴직한 영업사원이 내부고발자로 나서 동영상 강의가 불법 리베이트라고 증언했죠.

결국 동아제약은 3000만원 벌금형이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뿐 아니라 정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사실이 더욱 힘들 것입니다.

동아제약과 의료계 사이에서 벌어진 리베이트 사태는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들 처음 겪었던 일이니깐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는데, 이번 동아제약 사태는 의료계나 제약업계의 뼈가되고 살이 되는 힘든 경험이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1심 판결문을 살짝 살펴보려 합니다. 법원은 동아제약 동영상 강의를 왜 리베이트로 봤을지 궁금하죠?

법원은 강의 내용 부실, 동영상 교육 대상 선정이 처방액과 비례해 선정된 점 등을 들어 이번 강의가 의약품 처방 증대 및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판단했어요.

동아제약은 2008년부터 DDC라고 동아클리닉코디네이터를 시행하면서 거래처 병의원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과 용역을 외부 에이전시를 통해 제공했죠. 현금과 법인카드를 직접 제공하는 리베이트 형태를 피한겁니다.

여기서 동영상은 '용역'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DCC는 결국 현금 제공 위험을 방지하면서 세제상 혜택을 얻기 위해 합법을 가장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봤어요.

판결문을 보면 동영상 뿐 아니라 리서치도 문제가 됩니다. 동영상 강의를 불편해 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아이패드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인데, 설문 내용이 빈약하고 상식적이라 리베이트를 주기 위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을 통해 드러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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