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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공직자로서 일한다는 것

  • 데일리팜
  • 2013-12-13 10:41:57
  • 백영광 주무관(대전식약청)

백영광 주무관
최근에 방영된 TV프로그램 중에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할배' 배우들이 유럽여행을 떠나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인데, 젊은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출연했던 기존의 방송들에 비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유럽여행이 주제인 이 방송의 주된 촬영지가 프랑스의 파리였던 점이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출연자 중에 모 배우가 에펠탑을 배경으로 누운 잔디밭에서 유행어였던 '니들이 파리를 알아?'라고 묻는 장면이 나는 것이다. 그런 화면들을 보면, '유럽'하면 자동으로 '파리'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꿈구는 낭만과 자유의 도시, 파리!

하지만 실제로 파리를 가본 사람들은 많이 공감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파리의 거리가 상당히 지저분하다는 점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도시들에 비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파리의 길거리나 지하철에는 쓰레기도 많고 울퉁불퉁한 길바닥엔 더러운 물이 고여 있다. 오래된 도시라서 길(차도, 인도)이 좁은데다 도로 밑으로 흐르는 배수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나 도로 밑으로 배수시설이 있어, 오물들이나 오수들이 다 하수도로 흘러들어가므로 지면의 도로나 거리가 깨끗하다. 또한 인도 한켠에 가로수를 많이 심어서 가로수의 흙이 오물이나 애완견의 배설물을 담아두는 역확을 한다. 그러나 파리는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도로가 그냥 돌길일 뿐 배수시설이 없, 차도나 인도가 매우 좁아 가로수를 심을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거리 곳곳에 오수 등이 흐르고 있으며, 애완동물들의 배설물이 눈에 많이 띈다. 8차선, 16차선이 시원하게 깔린 강남대로나 광화문 거리가 익숙한 나로서는 유럽을 상징하는 도시, 파리의 거리가 너무나 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도로가 이같이 넓게 건설된 것은 60년대 경제개발 시절, 정책담당자들의 미국유학 경험에 의해서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60년대의 우리나라는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정책입안자들이 도로를 필요이상으로 넓게 건설했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국가의 정책을 연구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이 아닌 먼 앞날을 볼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기관의 정책이나 결정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큰 권한과 함께 큰 책임을 지는 자리가 공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공무원이 된 이후 외국의 거리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정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도로 뿐만이 아니다. 파리의 거리를 다니다보면 바이올린이나 기타를 연주하는 악사들 또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예술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 거리예술가들이 정식으로 정부에 허가를 받고 세금까지 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허가를 받고 거리공연을 할까? 그냥 허가받지 않고 공연을 하면 세금도 안낼 수 있고 좋은데. 더군다나 유럽의 소득세는 한국보다 훨씬 더 높을 텐데 말이다.

유럽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이 문제를 내면 십중팔구 하는 소리가 다 똑같다.

"단속 때문 아니에요?" 아니란다.

물론 행정기관의 지도 및 단속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의 악사들이 등록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식으로 등록을 하면 정부로부터 내는 세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예술적으로 파리 시민들은 참으로 복 받은 듯하다. 물론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경우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규모나 재정상황 등이 다르니까.

단순히 여유롭게 삽시다, 문화는 중요한 것입니다, 라고 말하기보다 사회적인 장치를 통하거나 제도적인 방법으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 의료, 교육, 주거환경 및 교통 등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부분들이 전체적인 틀 안에서 더 편리하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그런 바램에 부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애쓰는 것이 공직자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미미한 자리지만 나또한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이상 다른 선진국을 마냥 부러워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내 할 일을 찾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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