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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행사로 불거진 공단-심평원의 밑바닥

  • 김정주
  • 2015-06-29 06:14:47

옛 사람들의 말 중에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건강보험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 대표적 수행기관인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을 혹자들은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사실 약업계 기자로서 공단과 심평원을 이 같은 표현에 가둬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지금의 상황이 꼭 그렇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심평원이 야심차게 기획한 단독 국제 행사가 8월로 예정된 가운데, 또 다시 양기관이 갈등에 휩싸였다. '또 다시'란 단어가 새롭지 않은 형편이다.

이 행사는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INHPO) 구축' 국제 행사로 세미나와 INHPO 창립식이 함께 진행되는 게 골자다.

지난해 초 심평원에 손명세 원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구매자(purchaser)인데, 보험자의 구매와 별개인 '전략적 구매'라는 기관 역할에 집중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와 '심사평가자'가 분리돼 있는 해외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졌고, 공단-심평원 공동개최와 '구매'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정부 중재도 형식적이나마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후에도 공단과 심평원 각 기관장이 사적인 장소에서 만나 구매 용어를 써서 불필요한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비공식(?) 합의도 한 바 있을 만큼 예민한 이슈인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공단 노동조합의 행사장 점거와 국제사회 '이슈 파이팅', 공단의 전면전 계획 등 예고된 사안만 봐도 심각해 보인다.

양 자 갈등의 핵은 사실, 단순히 국제 행사 안주인 싸움이 아니라 건강보험 주도권이 어느 기관에 있느냐에 대한 아젠다일 것이다.

이전에는 심사평가 이관 등 업무 예속 문제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덴티티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양 기관장 심기가 꽤나 불편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갈등이 절정을 향해가고 있어서 끝이 보이진 않으니, 차라리 시작점을 찾는 것이 수월하겠다. 이들의 갈등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간명하다. 건강보험을 구성하는 역할자의 구조가 극명하게 다른 것이다.

공단은 건강보험을 가입자(국민)-보험자(공단)-공급자(요양기관 등) 3자 구도로 보고, 학계에서도 이 부분은 정설처럼 여기고 있다.

여기서 심사평가 기능은 보험자 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공단의 시각이다. 공단이라는 집합 안에 일부분으로 심평원이 속해 있는 구도인 것이다. 공단 측이 심평원의 행보를 두고 '보험자 흉내내기'로 비난하는 이유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가입자 니즈가 강해지고 재정 안정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심평원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서 심평원은 건강보험 역할자의 구조를 달리 바라보게 된다. 심평원은 건강보험의 주도권은 정부가 쥐고 있고 공단과 심평원 두 기관에 자금 조달(financing)과 구매(purchasing) 양자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본다. 즉 보험자는 정부이고, 보험자의 기능을 두 개로 나눠 양 자가 각각 맡았다고 보는 것이다.

시작점이 다르니 로직(logic)이 다를 수 밖에 없다. 8월 INHPO 행사 추진에 심평원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미시적으로 국제 행사를 들여다보자.

심평원은 매력적으로 성장한 전문성을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공고히 하고자 한다.

요양기관 100%에 가까운 전산청구율을 바탕으로 이룩한 높은 전산심사율과 전문인들로 구성된 정밀심사, 질 평가와 환류,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질 향상, 빅데이터로 정확한 전국민 건강보험 통계 산출까지, 이런 성과를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움직임은 좋은 취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핵심 축인 공단과 합의를 거스르고 단독으로 국제기구를 만들어 심평원장이 의장과 회장을 도맡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에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물론 문제 제기성 보도와 논란이 불거지자 심평원은 행사 장소나 개회사, 회장과 의장 순번제 등을 공단 측에 제의하기도 했다지만 그 모양새가 합의의 형식이 아닌, 제안의 형태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것은 예측가능하다.

비교적 빠른 시간동안 전국민 의료보험을 안착시켜 보편적 의료보장(UHC)을 달성해가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알리려다가, 자칫 양 기관의 밑바닥만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는 건 아닌 지 우려스럽다. 기본과 원칙을 다시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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