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이 정말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인가
- 조광연
- 2015-12-23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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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라는 말에 또 질식당하는 전통제약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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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 수출로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은 자리에 삼성이 슈퍼스타처럼 등장했다. 신약개발 능력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이 동네 눈으로 보자면 그저 피지컬 좋은 유망주 일뿐인데, 혁신 신약을 많이 갖고 있는 세계 1위 노바티스같은 대우를 받으며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송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한 우물을 파온 부작용(?) 탓인지 살길은 신약개발이라고 신앙처럼 믿으며, 고군분투 중인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 장면에 고개를 갸웃한다.
왜? 업계는 지난 11월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5조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게 삼성의 CMO 생산공장 기공식 그 이상 의미있는 모멘텀이라 보고 있다. 제약회사를 평가하는 눈이 연구개발 능력, 다시말해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도 순간이동시키는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한미가 기술 수출을 한날 상상력 풍부한 인사들은 '대통령이 혹시 한미약품을 전격 방문해 격려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제약바이오 업계가 힘좀 받을텐데'라며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었다.
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 사이엔 왜, 이처럼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유는 만능 키워드가 돼버린 '바이오'의 신비로움 때문일지 모른다. '세계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면 바이오시밀러, 항체신약, 줄기세포치료제 등이 줄줄이 뒤따라 언급되곤 한다. 해서 근래 정부 지원정책 타이틀이 죄다 바이오를 달고 나오는 것 역시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첨단이라는 말까지 붙고나면 수십년 신약개발에 일로매진 해온 제약회사들은 구닥다리 케미칼 신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 쯤으로 평가절하된다. 어떤 때는 정부 지원정책 대상에서 제약산업이 통채로 빠져 사정사정하며 끼워넣기도 했었다.
'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 프레임 대체 누가 만들었나
흥미로운 건 세계 최정상 바이오텍이라는 길리어드의 허가된 의약품은 거의 모두 케미칼 기반이다. '바이오, 바이오' 온나라가 열광할 때 한해 통틀어 8조원 가까운 기술수출을 한곳은 어디였나. 제약회사다. 한데 이 회사가 수출한 기술은 펩타이드 약물의 작용시간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만드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오다. '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이라는 이 프레임은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학자나 개발자들이 물건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기업을 세우면 바이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름하여 '000바이오벤처' 되겠다. 현실에서 보면 그게 영악한 전략이다. 한데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다 항체신약이거나 세포치료제인가? 아니다. 케미컬일 수도, 펩타이드 단백질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알맞은 이름은 '신약개발 벤처'일 것이다. 케미칼이든, 펩타이드든, 세포치료제든, 줄기세포든 일반화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다.
그런데도 바이오라는 타이틀을 굳이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바이오나 첨단바이오 같은 용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망하게 보일테니까. 전통의 제약사나 벤처들이 케미컬의 냄새를 풍기는 순간, 그것은 한물간 유행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삼성바이오 로직스의 CMO 공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를 주문자 요청에 따라 대신 생산해 주는 곳이다. 의약품 산업을 이루는 분야 중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모두 견인해 가는 중심은 아니라는 말이다.
메르스정국에서 삼성의료원의 과실에 사과하며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업계는 은근 기대했다.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의 벤처캐피탈(VC)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자본이 연구자 머릿속에 있는 기술을 찾아 육성해 내는 멋진 꿈도 꾸었을 것이다. 벤처 역사의 의미있는 출발점으로 꼽히는 미국의 제넨텍 탄생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해 신약개발의 터전을 마련해 줄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것을 통해 신약개발이 이 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우뚝서게 되는 그림도 그렸었다. 이 기반에서 삼성이 스위스의 노바티스처럼 되는 것도 즐거운 상상의 한 줄기였다.
그런데 드러난 모습은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CMO다. 물론 삼성은 바이오로직스 CMO 공장과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사 삼성에피스를 통해 특허만료가 시작된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많은 기회를 엿볼 것이다. 에피스도 당분간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의 시장 접근 방식은 이스라엘 기업 테바를 닮은 듯하다. 애초 특허도전과 퍼스트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후 유망기업들을 인수합병한 끝에 이젠 어엿한 글로벌 빅파마가 되었다.
정부, 트렌드를 따르지 말고 본질을 보고 정책펴야
세계적 기업 삼성이 의약품 산업에 진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 혹은 의약품산업이 삼성효과에 기대어 발전의 계기를 얻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된다.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정책도 활발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얹혀가기식 기대감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하는 사업의 물줄기를 크게 내기위해 기존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일에는 행여라도 간여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정책을 만드는데 머리를 모아야 한다. 대세는 검은 고양이라며, 흰 고양이를 굶기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케미칼 의약품이든, 단백질 의약품이든, 세포치료제든 혁신의 가치가 높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에만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해 삼성이 짓는다는 공장의 크기는 종류만 다를 뿐 웬만한 제약회사들의 공장과 견줘 비슷하거나 그보다 작은 규모다. 투자비용은 높고 성공 확률은 극히 낮은 의약품 산업에서 삼성은 첫발을 내디뎠다. 엄밀히 말해 현 시점에서 바이오 산업의 무게 중심은 전통의 제약회사와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듬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있으며, 우리가 꿈꾸는 성과도 '휴미라나 타미플루같은 혁신 신약들'이다. 삼성은 이를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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