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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의 역습…"약국이 쓰레기장인가 싶다"

  • 정혜진
  • 2016-09-06 06:15:00
  • 약국·도매에 쌓이는 폐약...환경부 '약국 가져오라' 홍보만

'약국이 #폐의약품을 재활용한다'는 보도는 약사들에게 큰 반발을 가져왔다.

이 주간지 보도에 약사들이 분노한 것은, 비단 '불법 행위'라는 낙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엔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해온 '폐의약품 수거'가 약국의 일탈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허탈감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약국에서 처리하기 어려워 난감한 폐의약품이 되레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오자 약국이 더 분노하고 있다. 약사들은 말한다. '이게 다 폐의약품 때문이다.'

#서울의 한 약국. 약국 뒤편 창고 문을 열자 가지런히 정렬된 일반의약품과 드링크가 눈에 띈다. 그 뒤로 수북이 쌓인 '약 뭉치'. 폐의약품이다.

이 약국이 속한 지자체는 약국들이 폐의약품을 모아 각자 보건소에 가져오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나홀로약국인 탓에 약사가 보건소 근무시간 방문을 놓치는 사이, 주민들이 가져오는 폐의약품은 점차 쌓여만 간다.

서울의 D약국에 적체된 폐의약품. 의약품 사이사이로 모기향, 비타민 등 의약외품과 공산품이 보인다. 일반 쓰레기가 폐의약품과 함께 약국에 버려지는 것도 약국의 어려움 중 하나다.
"한 박스, 두 박스가 넘어가니까 이젠 가져가기 더욱 힘들어져요. 무겁기도 하거니와 이걸 가져가면 보건소에서도 '이 많은 걸 이렇게 한꺼번에 가져오면 어떡하냐'며 난처해할 것 같아 미루고 미루다보니…."

근무 시간에 은행 업무, 병원 진료 받기도 버거운 게 직장인이다. 1인 약국도 마찬가지.

개중에는 의약품 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모기향과 같은 공산품도 끼어있다. 약국에서 사서 쓰고 남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도로 약국에 갖다 버리는 '얌체족' 때문이다.

"약도 약이지만, 이렇게 쓰레기를 한뭉치 받으면 정말 착잡합니다. 처리도 어렵거니와, 약국이 쓰레기장인가 싶어 기분이 좋지 않죠."

지자체마다 폐의약품을 수집·운반·처리하는 방법이 제각각인 탓에, 약사가 자발적으로 폐의약품을 모아 보건소에 전해줘야 하는 지역엔 이런 약국이 한둘이 아니다.

개중에는 유통업체 손을 빌리기도 한다. 약사나 직원 대신 배송 오는 유통업체 직원에게 폐의약품을 맡기며 보건소 전달을 부탁하는 것이다.

서울시 내 유통업체 관계자는 "약국이 부탁하니 해주는 것이지, 안해줄 수 없다"며 "하루 2, 3배송을 하며 보건소에 폐의약품을 따로 갖다주는 수고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약사회관. 약국이나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은 각 약국이 약사회관에 수시로 폐의약품을 가져오는데, 3개월마다 보건소가 구청에 요청한 청소차가 와서 폐의약품을 수거해간다.

약사회관 문 안쪽 현관에도 얼마간의 폐의약품이 쌓여있는 상태. 약국마다 수시로 모아진 폐의약품을 가져오는데, 이렇게 약 3개월 가량 지나면 꽤 많은 양이 된다.

한 구약사회관 현관에 쌓인 폐의약품. 3개월이 지날 쯤 꽤 많은 양이 모인다.
구약사회 관계자는 "모아놓는 것보다 힘든 것은 악취와 벌레"라며 "폐의약품이 쌓이면 그 안에 물약, 환, 정제, 캡슐이 뒤엉켜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창고 문만 열어도 그 냄새에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한번은 약사회관 뒤편 건물 소유주가 '악취가 심하다'며 항의를 해오기도 했다"며 "더 자주 수거해줬으면 좋겠지만 보건소도 청소과에 요청하는 구조다 보니 더 자주 부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B도매업체. 이 곳은 최근 지자체와 합의해 시청 청소차가 수거하기 전까지 많은 양의 폐의약품을 창고에 계속 쌓아놓고 있었다.

각 약국에서 모이는 폐의약품을 창고 한켠에 모으기 시작했는데, 남은 공간이 모자라 나중엔 출하를 기다리는 새 의약품과 같은 창고 한편에 까지 쌓아놓게 됐다.

이 창고를 방문한 최창욱 부산시약사회장은 "각 약국에서 폐기를 부탁하는 약이 이렇게 쌓여있는 걸 직접 눈으로 보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이 됐다"며 "약사회와 보건소, 유통업체, 시청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약사회와 부울경의약품유통협회, 보건소, 부산시청이 문제 해결을 놓고 머리를 맞대기 전까지 부산 내 종합유통업체의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 보건소가 시청에 협조를 구해 지역 청소차가 정기적으로 유통업체에 들러 폐의약품을 수거해가기 시작한 최근까지, 폐의약품은 부산 내 유통업체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폐의약품, 누구를 위한 '수거'인가

약국과 약사회, 유통업체의 곤혹도 문제지만, 약국을 통해 수거조차 되지 않는 양을 고려하면 폐의약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2014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2015년,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자료)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하루 동안 발생한 가정생활폐기물 4만2355t 중 1만1530t은 소각, 6271t은 매립됐다.

2016년 현재, 이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가정하고 생활폐기물마다 의약품이 평균적으로 포함됐다고 생각했을 때, 전체 폐의약품 중 14% 가량이 소각되지 않고 땅에 묻히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폐의약품의 가장 큰 문제는 땅과 하수에 녹아 환경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2014년 약국을 통해 수거된 39만4000여 t의 의약품이 100% 완벽하게 수거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렇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을 통한 폐의약품 수거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며 "시도지부를 통해 취합하는 폐의약품이 전체의 몇 %를 차지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절대 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최근 광고물
한편 환경부는 최근 폐의약품을 약국에 가져오라는 내용의 대국민 홍보를 강화했다. 각 방송매체는 물론 일간지와 전문지를 통해 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의약품은 생활폐기물과 함께 배출하는 게 맞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 인식이 약화된 것 같아 전부터 진행해온 홍보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역약사회 회장은 "약국에 모이는 폐의약품 수거와 처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무조건 약국으로 가져오라는 홍보만 하면 약국과 유통, 약사회, 보건소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구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의약품 처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지자체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와 환경부가 서로 제 소관이 아니라며 발뺌하는 사이, 약국과 약사회관, 도매업체에는 유해성이 가득한 폐의약품이 쓰레기와 섞여 쌓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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