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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영업 25년 접고 보험설계사로…"난 행복하다"

  • 가인호
  • 2010-12-23 06:51:06
  • 구조조정 여파로 퇴직, 이젠 꿈과 비전을 판다

[상위제약 영업팀장서 진로바꾼 P씨의 사연]

“난 보험세일즈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꿈과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로 비쳐진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내로라 하는 상위제약사 #영업팀장에서 하루 아침에 보험 세일즈맨으로 행로를 바꿨으니 인생이 꽤나 고달프지 않을까하는 기자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다국적 보험회사인 I사에 근무하고 있는 P씨(51). 그가 보험영업을 하게 된지는 9개월됐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 초 제약회사를 떠날 때 그는 얼마나 심란했을까. 지난해까지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한 직장에서 25년간 영업을 했고 현장을 누볐다. 1985년 국내 굴지의 A제약사에 입사한 그도 평균적인 대한민국 직장인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을 터이다. 성공적인 세일즈맨으로 반듯하게 섰고 선배에게는 사랑을, 후배들에게는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능력을 인정 받아 출입하는 종합병원마다 주력품목들을 안착시켰고 회사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CEO까지 오를 수 있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을 것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의 꿈은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제 젊은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떠 밀리듯 퇴직을 종용 받았다.

리베이트와 관련해 제약 영업환경이 급변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였다.

병원들은 끊임없이 지원(리베이트)을 요구하는데 회사는 부응할 수 없는 처지였다. 제약사와 병원사이에서 영업사원들은 방황했다.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때우던 그 샌드위치가 바로 영업사원들의 자화상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가 내민 퇴직 종용을 받아들였다. “그래, 떠날때가 됐구나...”

P씨는 그렇게 25년 제약영업 인생을 훌훌 털고 보험세일즈로 들어섰다.

떠 밀리듯 시작한 보험 영업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안해졌다. 이것 또한 인생이라 생각하니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영업 인생의 편린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어려웠던 순간들, 고달팠던 마음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P씨는 오히려 담담해졌다고 한다.

문득 2007년 8월 5일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발표했던 자신만의 ‘비전선포식’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2020년까지 세상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팬션을 제주도에 직접 짓겠습니다. 2020년까지 전통 목재가구를 만드는 명장이 되겠습니다.”

가족들에게 선포했던 인생 목표를 향해 달려왔기 때문에 제약영업을 하지 않아도, 보험세일즈를 해도 어색하지 않았고, 부끄럽지도 않았다.

P씨는 오히려 보험영업이 사람들의 꿈과 비전을 찾아주는데 더 적합한 일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비로소 인생의 참된 행복을 찾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제약 영업 25년동안 병원을 출입하면서 교제했던 수많은 지인들에게 인생 재무설계를 해준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그는 당당하게 고백한다.

“잘 아는 모 치과의 병원장이 매일 같이 환자들의 입속만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 지겹다고 말을 해서 몇 년뒤에 텃밭에서 밭농사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이제 그 원장은 텃밭을 생각하면서 매일 매일 환자를 만나는 일이 기쁨이라고 한다.”

제약영업을 털어버리고 인생 재무설계를 해준다는 것, 사람들의 꿈과 비전을 찾아준다는 것,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 이 짧은 기간이 P씨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25년 제약 영업 노하우를 갖고 보험 세일즈 9개월간 고객을 100여 명이나 만들어낸 P씨는 오늘도 힘차게 누군가의 인생설계를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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