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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로이드 논문 조작?…국내 치매약 개발사 괜찮나

  • 김진구
  • 2022-07-28 12:12:55
  • 글로벌 제약 '아밀로이드 베타'임상 결과 발표 관심 집중
  • 젬백스앤카엘·아리바이오 등 영향권…"다양한 기전으로 개발" 선 긋기
  • "임상 차질" 우려…"아밀로이드 가설 전체 부정하면 안돼" 신중론도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유력하게 알려졌던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밝힌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가설을 토대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약사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이 아밀로이드 베타 뿐 아니라 다양한 기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선을 긋고 있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전체를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복합기전으로 개발 중"…국내 개발사 '아밀로이드 베타' 거리두기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젬백스앤카엘, 아리바이오, 디앤디파마텍, 차바이오텍, 메디프론, 일동제약 등이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부분 업체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전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로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전을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젬백스앤카엘은 아밀로이드 베타 논문 조작 논란이 일자,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고 'GV1001'이 해당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에 따르면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 기전 뿐 아니라 타우(Tau)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도 갖고 있다. 타우 단백질은 치매를 유발하는 또 다른 가설 중 하나다.

젬백스 관계자는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관련된 기전 외에도 다양한 기전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며 "아밀로이드 가설의 의미가 퇴색하더라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알츠하이머 치매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외에도 타우 단백질 가설, 면역세포와 관련된 신경염증 가설, 혈관 유발 가설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젬백스앤카엘은 기존의 임상시험 계획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젬백스앤카엘은 올해 초 GV1001의 국내 임상3상을 승인 받았으며, 미국에선 2019년 5월 임상2상을 승인 받았다.

◆아리바이오·메디프론·일동제약도 '복합 기전'…디앤디파마텍은 별도 타깃

다른 치매 치료제 개발 업체들도 대부분 복합 기전을 채택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이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다중표적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 물질은 뇌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신경 세포의 사멸을 막는 기전이다.

동시에 시냅스 간 가소성을 회복 시켜 장기기억 형성 단백질과 뇌세포 증식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기전도 있다. 여기에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제거하는 기전이 추가된 방식이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 진행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만 줄여서는 제대로 된 치매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는 감소 시키지만 인지 기능 향상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안에 AR1001의 글로벌 임상3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업체의 후보물질과 기전
메디프론과 일동제약의 후보물질도 복합 기전을 채택하고 있다.

메디프론의 'MDR-1339'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 외에도 독성 물질의 방출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일동제약은 천연물의약품으로 'ID1201'이란 이름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ID1201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 뿐 아니라 신경세포 보호 기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NLY01'을 개발 중이다. NLY01은 신경염증 반응의 근본 원인이 되는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성상교세포의 과활성화 과정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신경 독성 물질의 분비를 막는다.

이론 상 뇌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뇌신경의 염증 반응을 차단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 치매 뿐 아니라 파킨슨병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자회사인 뉴랄리(Neuraly)를 통해 NLY01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2020년 11월 미국에서 임상2b상을 승인 받았다.

◆'임상 차질' 우려 제기…"가설 전체 뒤집을 정도 아냐" 신중론도

이번 논란으로 제약업계에선 치매 치료제 임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임상을 잠정 중단한 업체들의 임상 재개 여부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디프론의 경우 2013년 임상 1a상을 마친 뒤 수년째 추가 개발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자, 임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일동제약 역시 2019년 4월 임상 2상을 종료한 뒤 곧바로 3상을 승인 받았으나, 이후론 환자 모집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일동제약이 개발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나아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젬백스앤카엘, 아리바이오, 디앤디파마텍의 경우 기존의 임상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된 2006년도 논문은 '아밀로이드 베타 56'이라는 단백질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발 중인 후보물질 대부분은 '아밀로이드 베타 1-40' 또는 '1-42'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과 관련한 4000건 이상 논문이 게재됐다"며 "논문의 주제가 다양하고 독립적으로 진행한 연구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약사, 아밀로이드 베타 임상결과 발표 임박

관건은 개발 막바지에 있는 다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들의 임상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제약사 가운데 일라이릴리 '도나네맙' 로슈 '간테네루맙' 바이오젠·에자이 '레카네맙' 화이자·얀센 '바피뉴맙' 등이 올 하반기 이후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아밀로이드 베타 단일 혹은 복합 기전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제약업계에선 이들의 임상 성패 여부가 향후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한 치매 치료제 개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의 약물들이 신통치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승인 받은 아두헬름은 유효성 논란으로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보험 급여에서 제외되며 사실상 퇴출됐다는 평가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상업화를 위한 모든 인프라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어 로슈는 지난 6월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크레네주맙 임상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크레네주맙의 1차 평가지표는 인지능력과 일화 기억(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장소와 시간적 맥락 속에서 의식적으로 회상하는 것) 능력 개선이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뇌 속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이 가설의 근거가 된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논문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논문은 2006년 발표 후 지난 16년 간 약 2300여건이 인용됐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알려졌다.

논문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56'를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거되지 못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플라크(plaque) 형태로 쌓이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뇌신경 세포 손상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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