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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약가인하 환수법, 왜 위험하냐면

  • 천승현
  • 2022-01-24 06:15:29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국회에서 ‘약가인하 환수법’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추진 중이다. 제약사 등이 신청한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된 이후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면 이 기간 동안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을 돌려받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제약사가 승소하면 그동안 발생한 손실을 보장해주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입법 예고됐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약가인하 환수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제약사가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면 결과적으로 집행정지 기간에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발생했으니 제약사로부터 돌려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견해다. 제약사가 제기한 대다수의 소송에서 집행정지가 결정됐지만 정작 본안소송에서는 정부 승소 사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소송으로 건보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제약업계에서는 정당한 권리 구제 수단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반박한다. 추후 본안소송 패소시 물어야할 금액이 부담스러워 소송을 주저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제약사 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집행정지를 인용했는데 집행정지 기간 얻은 이익을 부당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제약업계의 상반된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제도가 집행정지 제도의 취지와 상충되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추후 약가인하 환수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현재 진행 중인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의 급여축소 취소 소송이 이 제도의 위험성을 표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은 30%에서 80%로 올라가는 내용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급여축소가 부당하다며 일제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제약사들이 청구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급여축소 시행은 보류됐다.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한지 1년 5개월 가량 지났지만 아직 1심이 끝나지도 않았다. 최종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올때 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약가인하 환수법이 적용될 경우 제약사들이 3년 동안 진행한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을 경우 집행정지 기간 동안 발생한 건보재정 손실을 돌여줘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콜린제제의 처방 규모는 5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만약 급여축소가 시행됐다면 연간 건보재정에서 투입되는 금액은 본인부담비율 80%를 제외한 20%에 해당하는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집행정지로 급여축소가 보류되면서 건보재정은 본인부담비율 30%를 제외한 70%에 해당하는 연간 3500억원을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제약사가 3년의 소송 패소시 집행정지로 발생한 손실 7500억원을 제약사로부터 받아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콜린제제의 처방 규모가 큰 제품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올리기도 한다. 많게는 제약사 1곳이 급여축소 패소에 따른 패널티로 1000억원 이상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제약사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이유로 제약사들은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기 위한 소송을 주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정부의 급여 축소나 약가인하의 부당함을 따지는 기회마저 봉쇄되는 셈이다. 약가인하 환수법 시행으로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동네 식당이 식품위생법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부당함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받아낸 이후 본안에서 패소했다고 집행정지 기간이 얻은 이익을 물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약가인하 환수법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소송 결과에 따라 민사소송을 통해 집행정지 기간에 발생한 건보재정 손실을 돌려받는 방법도 구사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부분의 약가인하 취소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집행정지 기간 발생한 재정 손실을 돌려받으려는 노력이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행정의 목표가 정당하다고 수단의 합리성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손발을 묶으면서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을 마치 제약사들의 꼼수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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