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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사는 급여 필요하다면서 왜 신청하지 않을까"

  • 어윤호
  • 2018-05-23 06:30:50
  • [분석] A7 평균가 타당성 논란…한국 약가제도 비판에 가려진 이해관계들

신약의 빠른 등재 방안을 촉구하는 외자사들의 '허가-급여 연계제도' 활용도는 정작 '제로(Zero)'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등 보건당국 주무부처는 다국적제약사 출입 기자모임이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신약 접근성에 대한 업계의 지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국희 심평원 약제등재부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2014년 9월 '식약처-허가-심평원 평가 연계제도' 시행 후 이를 활용한 제약사는 단 1곳도 없었다.

또 2008년~2013년까지 급여 등재율은 71%, 2014년~2017년에는 84%로 약제의 급여 접근성 역시 점점 상향되고 있었다. 급여등재 지연의 책임을 획일화 된 정부의 잣대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다국적제약사들 자체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실체 없는 A7 평균가=외자사들이 우리나라 한국 약가제도를 지적하는 대표 근거는 A7(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평균가와 급여 등재율, 급여등재까지의 기간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A7 평균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협상 결렬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무기다.

정부에서 A7 평균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리한 약가를 요구하고 있다보니 급여 등재율은 떨어지고 급여등재까지의 기간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A7의 약가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이중가격이 일반화돼 있어 고시된 액면가와 실제 약가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Health Policy지에는 유럽과 북미, 호주 등 11개 국가의 정부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들은 비밀계약을 통한 가격 인하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인하율도 상당한 변이를 보이고 있어 공시가격의 불투명성이 크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발간했던 연구보고서에서도 A7 가격의 한계를 인정 'A7 조정 평균가'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A7 평균가를 부르짖는 이유는 심평원에서 이를 참고가격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평원의 설명은 다르다. 김국희 약제관리등재부장은 "이중가격이 일반화된 A7 가격은 ‘상한선’을 설정하기 위한 참고가격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협상 파트너인 다국적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나라의 약가가 'A7 평균 대비 45%'임을 강조하며 보건당국을 짠돌이로 낙인찍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다국적들 스스로 전세계에 공급되는 실제 약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기업 비밀을 이유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다.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각국이 약가를 공개하라는 주문은 협상에 앞서 패를 공개하라는 무례한 요구일 수 있다. 다만 스스로 근거가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A7을 근거로 제도를 비판하는 것 역시 타당한 논리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중에 실제 약가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서보라 했지만 아무도 얘기가 없었다. 정확한 약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급여등재까지 기간이 길다?=등재 기간 역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약가를 요구하는 탓에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 학술대회 기간에 진행된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 특별세션에서는 우리나라의 항암제 급여 등재기간이 허가 후 평균 789일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기는 곤란하다. 적지 않은 제약사들이 허가 후 본사와 의견을 과정에서 실제 급여를 신청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즉, 철저하게 주판을 튕기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다 높은 약가를 받기 위해 급여 시기를 저울질하거나, 다른 제품과의 경쟁을 고려해 일부 적응증을 접기도 한다.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적어도 허가 후 급여등재까지 789일이 소요된다는 의미가 '제약사들이 경제성을 충분히 입증할 근거와 함께 급여등재를 신청했음에도 정부가 789일을 뭉개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정부측에서는 급여 신청 후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을 240일에서 270일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이보다 빠르게 심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허가 후 등재까지 평균 789일이 걸린다는 제약사측의 주장과 급여 신청 후 등재까지 최대 270일이 걸린다는 정부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가정하면, 제약사들의 노력으로 500여일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양측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비교해 과도하게 평가한 결론이지만 제약사들이 급여신청까지 시간을 줄임으로써 그들이 주장하는 '의약품 접근성 향상'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주장하는 제약사들이 정작 빠른 급여등재를 위해 시행된 '의약품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고가인 희귀난치성질환 약물에 대해서는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2014년 시행된 이 제도는 급여등재까지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약제급여평가 담당자가 시판허가 단계에서 제약사 자료를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곽명섭 과장은 "제도적으로는 허가와 동시에 급여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제약사들이 전략적인 판단으로 식약처의 허가 후 급여 신청을 늦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순수하게 제약사의 선택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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