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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영세제약사 줄고 있는데…정부, 약가인하 통계 아전인수 해석

  • 천승현 기자
  • 2026-03-24 06:00:59
  • 복지부, 12년 전보다 생산액 10억 미만 업체 급증 제시
  • 2020년부터 영세제약사 감소세...4년새 12%↓
  • 2020년 이후 약가·허가 규제 강화로 제네릭 진입 장벽↑
  • 강력한 진입 억제 장치 가동...제네릭 허가 급감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 명분으로 생산액 10억원 미만 영세제약사 급증을 제시했다. 제네릭 시장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제약사가 증가했고 과당경쟁이 심화했다는 견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이후 약가와 허가 규제 강화로 영세제약사가 감소세로 돌아섰는데도 정부 정책에 유리한 통계만 발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로 최근 제네릭 진입 동력이 크게 꺾였는데도 정부는 추가 약가인하 명분으로 제네릭 난립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지난 2015년부터 영세제약사가 급증한 배경도 정부 약가제도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지부, 생산액 10억 미만 업체 12년새 급증...2020년부터 규제 강화로 감소세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한 이후 4개월 만에 40% 초중반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제약산업 진단 내용 중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별 업체수 분포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회사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국내 제약업계가 영세제약사들의 비중이 높아 규모의 경제 도달을 위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한 제네릭 약가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논리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연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업체 수(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액 10억원 미만 제약사가 12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4년간 12% 감소한 셈이다. 

2020년 이후 계단형 약가제 시행·공동개발 규제로 제네릭 진입 건수 급감

업계에서는 2020년 이후 약가와 허가 규제 강화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과당경쟁을 완충하는 장치가 작동했다고 진단한다. 

2020년 7월부터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네릭 제품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당시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시행됐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을 수 있다. 

제약사가 제네릭을 직접 개발하고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전 공정 제조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허가 규제 장벽도 높아지면서 시장 진입 동력이 크게 꺾였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물학적동등성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 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 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새 82% 쪼그라들었다.   

월별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지부는 약가인하 명문을 제시하면서 위탁생산 확대로 품목 수가 증가하고 영업경쟁이 심화 추세라는 논리도 덧붙였다. 

이미 정부가 허가와 약가 규제 강화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는데도 추가 약가인하 명분을 제시하기 위해 단순히 12년 전에 비해 영세제약사가 증가했다는 수치만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허가와 약가 규제 강화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과거 수치만으로 제네릭 약가인하 명분을 제시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5년 영세제약사가 크게 증가한 것도 정부 정책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07년 5월부터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시행하다 2011년 11월 전면 폐지했다. 

복지부는 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철폐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은 3개 제조단위(배치)를 생산하지 않고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가 제네릭 난립 부작용을 예측하지 않고 제네릭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영세제약사가 크게 늘었다는 진단이다. 

제약사들은 이미 2020년 약가제도 개편과 2021년 공동개발 규제로 제네릭 진입 동력이 크게 꺾인 상황에서 큰 폭의 약가인하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제네릭 약가기준이 53.55%에서 43%로 낮아지면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격이 19.7%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보고한 개편안에서 2020년부터 적용한 최고가 충족 요건을 유지하면서 미충족 요건에 따른 인하율을 15%에서 20%로 더욱 확대된다고 명시됐다. 최고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떨어진다는 의미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15% 인하율을 적용하면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 53.55%가 1개 요건 미충족시 45.52%, 2개 요건 미충족시 38.69%로 내려가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이 43%로 결정될 경우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4.40%,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7.52%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4.4% 인하되고 2개 미충족의 인하율은 28.9%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 인하율이 30%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제약업계 제시안 48.2%를 적용하면 기준요건 미충족 1개 제네릭은 38.56%, 2개 모두 미충족한 제네릭은 28.5%로 추정된다. 현행 약가보다 각각 15.3%, 20.3% 낮아지는 기준도 감내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계단형 약가제도의 확대 적용은 제네릭 약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에서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시부터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포인트씩 감액한 약가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2020년 도입된 계단형 약가제도에 따라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 낮아진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21번째보다 더욱 줄어든 11번째부터 계단형 약가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제네릭 제품들이 더 빨리 계단형 약가제도에 노출되는 구조다. 제네릭 개발 순위가 가장 빨라도 약가 산정기준이 종전보다 크게 내려가는데 계단형 약가제도가 일찍 적용됨에 따라 제네릭 후발주자의 약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최초 제네릭이 진입할 때 10개 이상 제품이 등재되면 계단형 약가인하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제약사 11곳 이상이 퍼스트제네릭을 동시에 등재하면 1년 뒤 11번째 품목 약가로 일괄 산정되는 구조다. 기존에는 11개의 퍼스트제네릭이 53.55%의 최고가를 받았지만 산정기준이 43%로 낮아질 경우 11개의 퍼스트제네릭은 등재 1년 만에 38%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 약가제도와 허가제도 변화로 제네릭 신규 진입이 크게 억제되면서 제약사들이 새 먹거리 발굴에 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라면서 "제네릭 남발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약가인하를 수용하라는 일방적인 정책 행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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