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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제약사 체질개선' 명분이 위험한 이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가 연일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눈치다. 제네릭 약가가 내려가면 제약사들이 수익 악화로 고용 축소와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아우성을 내놓지만 정부는 줄곧 체질개선만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국내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정책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가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0%로 낮아지면 수익성이 25% 악화한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복지부는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약가제도 개편안 취지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고평가 된 제네릭 약가를 손질해 국내 제약산업 체질을 신약 중심으로 개선하는 게 행정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김연숙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한 토론회에서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혁신형 제약사를 축으로 체질개선과 산업 도약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이라는 나쁜 체질을 갖고 있어 신약이라는 좋은 체질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인식이다. 높은 제네릭 약가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계가 신약개발보다 제네릭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제약산업 종사자들의 견해와 괴리가 크다. 제네릭 의약품도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야 판매되는 정부 공인 의약품인데도 정부는 제네릭은 나쁜 약, 신약은 좋은 약이라는 편견이 깊숙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제약산업 현장에서는 분통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제네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을 너무 폄하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제네릭은 분명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제네릭을 만들어 낸 수익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약 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제네릭이 비싸다는 인식만으로 가격을 후려치면 산업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약가를 53%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은 체감상 20% 안팎의 가격 인하"라며 "어느 산업도 이런 충격을 한 번에 견딜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환율 상승,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 인건비·에너지 비용 증가, GMP·규제 강화 등으로 제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의약품 가격은 정부 주도의 반복적 약가 인하로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라면서 정부가 외면하는 산업 현실을 지적했다. 기업의 대표들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제약사들이 절박한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공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더욱 극명하게 표출됐다. 오상준 화학본부 경기남부 의장은 “정부 약가인하로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 수 있다. 고용이 불안하면 좋은 약을 생산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덕희 일동제약 노조위원장의 하소연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매출의 20%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면서 유동성 한계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안타까운 경험이 있다“라면서 ”약가인하로 결국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은 해고로 이어지면서 제약산업 전체 고용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동제약그룹은 지난 2023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과감한 연구비 투자로 적자가 지속되자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들은 급여 20%를 반납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ERP)을 실시했고 수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제약사는 신약개발 체질개선을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결실을 맺기도 전에 회사는 어려워졌고 결국 수많은 동료들이 떠났고 그들의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외치는 신약개발 제약사로의 체질개선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대목이다. 한 명의 고용이 줄어들면 그 가족들의 삶도 위협을 받을 수 있는데 단지 체질개선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네릭 가격을 깎고 신약개발에 몰두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산업 현장 노동자 입장에선 각자 한 사람의 노동자의 감원은 살인과도 같다. 고용의 절실함, 삶의 절실함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의 얘기를 단순히 체질개선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쉽게 판단하고 정책을 펼치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공무원의 임금이 높다고 체질개선을 위해 임금 20%를 깎겠다고 하면 누가 가만 있겠는가. 급기야 제약업계 노동자들은 정부 상대로 투쟁을 펼칠 태세다. 이동인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의약품·화장품 분과 사무국장은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산업을 이해하는 행정이 필요한 때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마치 계몽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 방식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라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2026-01-28 06:00:40천승현 기자 -
[기자의 눈] 혁신의료기기, 80일 트랙의 시험대[데일리팜=황병우 기자]'최단 80일'. 정부가 혁신의료기기의 의료현장 진입속도를 단축하는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 시행과 함께 내건 숫자다. 업계는 현장 진입을 당기겠다는 제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 이후 기존기술 여부 확인과 신의료기술평가, 보험 등재로 이어지며 최장 490일까지 걸릴 수 있었던 시장 진입 기간이 80일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제도를 '시장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시장이 커져야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여야 기술이 고도화되는 AI 의료기기 특성상, 진입 속도는 곧 성장 리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국제 수준의 임상평가다. 속도를 앞당겨주는 만큼, 제도 신청 시점에 상당한 임상근거를 확보한 상태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질문이 갈린다. '정말로 속도가 빨라지는가'와 '누구에게 속도가 빨라지는가'다. 임상역량과 자원을 갖춘 기업에는 트랙이 될 수 있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나 첫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에겐 체감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빠른 제도가 쉬운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중심이 된 외산 변수도 함께 따라온다. 해외에서 이미 근거를 확보한 기술은,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시장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들어올 여지가 있다. 반대로 국산 기업은 기존 제도권에서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근거를 만들어 왔다. 속도가 '경쟁 촉진'으로만 작동할 경우, 국산 기술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고 혁신 동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과거 여러 의료기기기업이 국내 규제·평가 구조를 고려해 해외 레퍼런스 먼저를 선택해 다시 역으로 한국에서 허가를 받는 사례까지 존재했던 만큼 국내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 역시 일반화하긴 어렵다. 현장에서는 '국제 수준의 강화된 임상평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임상 비용의 증가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많은 의료기기 업계에 비용 압박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와 'ICH 가이드라인 하에 수행된 연구'로 판단해 국내 임상 만으로도 허가된 경우도 포함되는 만큼 기업의 압박보단 시장의 길을 열어줬다는 시각이 교차한다. 하지만 정부의 취지가 허가 속도를 올리되 일정 수준 기술에만 허가 트랙을 열어주는 국제화(globalization)에 보다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부분에는 공감대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에 문을 열어주되 후속 보고 등을 통해 평가하는 뒷문을 조이는 형태의 제도를 손봤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제도의 혜택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구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제도로 진입을 노렸던 기업과 새로운 트랙을 통한 현장 혼선, 그리고 제도가 제시한 단축 효과가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될지에 대해서는 운영의 실행력과 형평성 측면에서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이미 해당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는 기기들이 존재한다고 발표된 만큼, 더욱 '누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받는지가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제도가 출발선에 선 만큼, 비판보다는 업계가 요구해 왔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속도와 안전, 외산 유입과 국산 혁신, 기존 트랙과 신규 트랙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는 후속 설계가 필요하다. 숫자가 시장을 바꾸는 건 빠르지만, 시장이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80일'이 산업의 성장 촉매가 되려면, 균형점을 어떻게 만들지가 후속 과제다.2026-01-28 06:00:39황병우 기자 -
[전문가 칼럼] 부실 임상시험을 부르는 이해 충돌부실 아파트 공사는 두말할 것 없이 커다란 사회 문제다. 최근 두 사례를 보겠다. 2023년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었다. 철근 누락 및 배근 불량 구조 검토, 시공, 감리(監理) 모두 실패하였고 핵심 공정에서 감리의 실질적 검측 미이행 등이 원인으로 규명되었고 “감리가 제대로만 됐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공식 발표되었다. 2022년에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공사 중 붕괴되었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 동바리 조기 철거, 공정 압박으로 감리 형식화, 현장 관리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결론은 “서류감리+공정무리”의 전형적 참사였다.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은 부실 내지는 형식적 감리(監理)다.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리사(監理使)는 관련 국가기술자격, 실무경력, 법령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시공사와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감리사가 시공사와 유착되어 있다든지 감리 업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다면 2023년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붕괴,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 같은 대참사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건설 시공에서 감리가 치명적(critical)으로 중요하며 건설 시공사를 감독하기 때문에 반드시 독립적이어야 한다. 1962년 미국에서 Kefauver-Harris 약사법 개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현대적 신약개발 과정인 IND와 NDA 제도가 도입되었고 임상시험 시대가 열렸다. 1962년 이전에 승인된 의약품 가운데 1000개 이상이 유효성 부족 등의 이유로 퇴출되었다. 임상시험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완성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면서 197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1977년 미국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크게 느껴진다. 프로토콜(protocol)조차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스폰서가 별로 없었고 임상시험과 관련된 제대로 된 책 하나 없는 시절이었다. 당시 임상시험 데이터 부정행위와 위조(data fraud and falsification)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두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초, Harvard 의대의 John Darsee 교수는 cardiology 임상시험에서 환자 데이터를 조작하고 랩 분석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follow-up 기록을 변경한 것이 밝혀지면서 100편 이상의 심장 질환 논문이 취하되었다. Veterans Affairs 병원의 Dr. Robert A. Poisson은 심장질환 임상시험에서 부적격(ineligible) 환자를 등록하고 CRF(Case Report Form)를 조작하고 endpoint를 위조하였다. 이런 행각이 발각되면서 Dr. Poisson이 참여한 수십개의 multicenter 임상시험 결과를 무효화(無效化)시켰다. 위의 아파트 부실공사들과 유사한 부실 임상시험들이다. 1980년 당시 임상시험 사기 형태를 보면 data fabrication(모든 환자와 병원 방문 조작), data falsification(lab value 또는 결과 변경), protocol violations(가장 흔하게 inclusion/exclusion criteria위반), backdated entries(병원 방문일자 조작), ghost patients(유령환자), selective reporting(음성적결과 의도적 누락) 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기형태는 대부분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감사(audit)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한다. 임상시험 사기의 직접 피해자는 임삼시험 참가자다. 안전성 데이터를 위조함으로써 참가자는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위조된 임상시험 결과로 승인된 의약품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자가 된다. 스폰서인 제약사도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미국 Government Accounting Office는 FDA 감사(audit)의 취약함을 지적했고, 미의회는 임상시험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했다. 결국 FDA는 “honor system” science (의사 과학자가 정직할 것이라고 믿다)에 의존한 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임상시험이 제대로 감리 감독되었다면 그런 일은 예방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1988년 US FDA는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임상시험 스폰서는 모니터링 의무가 있었으나 병원에서 시행하는 임상시험의 병원기록 접근권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제출한 데이터만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제출하는 데이터의 조작(操作) 또는 진위(眞僞)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방법도 권한도 없었다. 1988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의 핵심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FDA에 제출되는 자료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피험자 기록(subject records)과 기타 지원 문서를 검토하고, 해당 기록들을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와 대조·비교하는 것이다. 동 가이드라인에서 정기적 사이트 방문을 통해 모든 기록을 대조·비교하기 보다는 표본으로 선정된 적정 수의 피험자 기록 및 기타 관련 근거 문서를 연구자가 작성한 보고서와 비교·검증해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니터링 요원의 자격에 대한 내용도 있다.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제약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지만 CRO에 임상시험 모니터링을 위탁하면서, CRO 업계가 기존에 담당하던 데이터관리(Data Management), 통계분석, 컨설팅 업무에 모니터링 업무까지 추가되면서 급성장하게 되었다. 임상시험 실무에서 스폰서, 병원/연구자, CRO가 있다. 스폰서는 병원/연구자에게 임상시험을 위탁하고 CRO에게는 연구자가 시행하는 임상시험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하고, CRO는 자격을 갖춘 모니터링 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을 채용하고 교육해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한다. CRA는 연구자(investigator)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병원기록과 비교하고, 연구자가 규정과 SOP와 프로토콜(protocol)을 준수하고 동의서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따라서 아파트 건설시공에서 시공사와 감리사가 독립적이듯 임상시험에서는 연구자와 CRA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무결성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연구자와 스폰서가 이해충돌이 있어서도 안 되고, 연구자와 CRA가 유착되어도 안 되고, 스폰서가 CRO/CRA에게 모니터링에 대하여 부당한 압력을 가하면 “무결성 모니터링”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CRO 가운데 연구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준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주식을 증여 받은 연구자들은 스폰서에게 해당 CRO에게 위탁할 것을 압박하였다 한다. CRO와 연구자들의 유착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유착은 모니터링의 독립성과 무결성에 유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특정 CRO를 지정하며 그 CRO와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구자의 지원을 받아서 스폰서로부터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 받는 경우 CRO가 모니터링을 원래 가이드라인대로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1999년 이후 US FDA는 임상연구자(clinical investigator)의 재산공개(financial disclosure)를 통해 재정적 이해충돌(financial conflict of interest)을 사전 예방하고 있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독립된 재정적 이해충돌 법령체계는 없지만 식약처(MFDS)는 GCP 실태조사(inspection)를 통해 이해충돌 미신고, 이해충돌로 인해 자료 왜곡 보고 누락, 스폰서의 경제적 이익에 유리하게 판단해 편향이 발생하면 중대한 위반 사유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한다. 1980~90년대에 미국에서는 제약회사가 의사 학회를 후원하여 호화 유람선(cruise ship)에서 학회를 갖고 가족들까지 초청하여 학회를 빙자한 접대용 호화판 유람이 횡행하였다. 최근 모 CRO가 주선해 연구자들을 단체로 중국으로 초청하여 골프접대를 하였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돈다.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이해 충돌이 될 수 있다. 해당 CRO가 스폰서의 요청으로 연구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였다면 이는 스폰서의 리베이트 행위를 CRO가 대행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만약 해당 CRO가 연구자들과 친목을 위하여 그런 행위를 하였다면 연구자와 CRO 유착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다. 부실한 임상시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US FDA는 1988년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02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CRO와 연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용납 혹은 묵인되기 시작하면 우리 임상시험도 1980년대 미국의 임상시험과 같이 될 수도 있고 임상시험판 광주 아이파크 내지는 인천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1988년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은 EDC가 발전하고 널리 사용되면서 2013년 폐기되었고 RBM(Risk-based Monitoring)으로 대체되었다.2026-01-27 12:10:21데일리팜 -
[기자의 눈] 글로벌제약 영업조직 축소에 대한 고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잇따른 영업조직의 구조조정(ERP)이다. 이미 주요 글로벌제약사들이 세일즈 직군을 중심으로 ERP를 대거 단행했고 만성질환처럼 전통적으로 영업력이 중요했던 영역에서도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국적사 한국법인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이 미치고 있다.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는 비용 효율화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역할 재편(Role Redesign)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기 위한 조정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영업 모델이 본격화되면서 직무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본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영업조직의 축소와 동시에 AI 기반 방문 최적화 시스템, 디지털 채널 자동화, 처방 예측 모델을 구축해 왔다. 과거 현장 중심의 영업 활동을 통해 모았던 정보를 이제는 시스템이 먼저 제시하고 행동 전략까지 추천하는 방식이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과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몇 년간 ERP를 검토하거나 일부 단행하면서 유사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문제는 제약업계에서 ERP가 아직도 영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단기 효율화 조치 정도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글로벌 흐름을 보면 ERP는 항상 조직 재설계, 직무 재정의, AI·디지털 전환의 본격화와 연결돼 있다. 단순히 사람을 줄이면 효율이 생기는 시대는 이미 끝났고 어떤 역할을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 상황이다. 특히 영업조직의 기능은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로 나뉘기 시작했다. 첫째는 AI·데이터가 대체할 수 있는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다. 방문 우선순위, 채널 믹스, 기본 메시지 등은 시스템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한다. 둘째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난도 역할이다. 병원 의사결정 구조의 이해, 지역 특성과 환자 분포의 차이, 경쟁약 도입 시점에 따른 미세한 시장 변동, 의료진의 실제 니즈 파악처럼 정성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ERP 이후 글로벌사들이 Key Account Management(KAM), Hospital Access, 메디컬 협업 조직을 확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줄어드는 것은 전통적 영업이지, 전략적 영업이 아니다. ERP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과제는 성과지표(KPI)와 직무 기준을 함께 바꾸는 일이다. AI 기반 전략이 제시되는데 여전히 방문 수, 단순 실적, 지역 분배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ERP는 조직을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 뿐이다. ERP는 인력 수 조정이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성과로 정의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축소 이후 곧바로 KPI를 전략 실행력, 타깃팅 적정성, 멀티채널 활용도 등으로 전환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과거 지표에 묶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ERP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그 변화는 새로운 경쟁력의 기반이 되느냐, 단기적 비용 절감에 머무르느냐는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역할과 기준을 재정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영업은 누가 데이터를 많이 축적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느냐가 위상을 결정한다. 글로벌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지금, 여러 제약사들은 영업조직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다.2026-01-27 06:00:40손형민 기자 -
[데스크 시선] 알부민 성분 식품, 이대로 놔둘 것인가[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알부민 영양제가 갈수록 판을 치고 있다. 알부민 영양제는 달걀이나 우유에서 나온 알부민 성분의 식품으로, 마치 혈장 알부민과 같은 양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알부민 영장제를 섭취하면 위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혈장 알부민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알부민 영양제들은 혈장 알부민 보충 용도인양 피로 회복, 체력 증진 효과를 거짓 광고하면서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홈쇼핑에서는 전문 의료인을 내세운 알부민 브랜드를 매일 송출하다 시피 하고 있다. 그럴수록 가짜 상술에 속아 고가의 제품을 산 소비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데일리팜은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알부민 영양제의 실체를 알려주는 특집기획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과대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알부민 영양제 판매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판매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와 공정위 등 관계 당국의 빠른 대처가 보이지 않는다. 식약처는 작년 인터넷 점검을 통해 일부 알부민 영양제 제품의 과대광고 실태를 파악했으면서도 시장 수요가 높아진 지금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소비자원도 문제점을 인지하고서도 빠른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표방한 식품 구매에 주의하도록 식약처가 설 명절 전에 '소비자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고 긴급 경고하고 있다. 설 명절까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는 사기가 다 끝날 때 까지 가만히 있을 셈인가. 조사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불법이 멈출 텐데, 단속이 미흡하니 과대광고는 더 대범해 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약처는 알부민 영양제의 실체를 알리고, 과대광고에 속지 않도록 당장 소비자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 보도자료 한 장 배포하는 게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제도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의약품·건강기능식품 표방 일반 식품에 소비자가 혼동되지 않도록 표시·광고 제도개선은 물론 생산 제한까지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2026-01-26 06:00:40이탁순 기자 -
[기자의 눈] R&D는 마라톤인데 주가는 100m 달리기[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지난 21일 알테오젠의 주가 충격에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제약·바이오 섹터가 직격탄을 맞았다. 단순히 알테오젠발이 아니더라도 최근 제약바이오 주가는 기술수출 불확실성, 정책 변수 등 크고 작은 이슈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특히 하루 이틀 사이 쏟아진 단발성 뉴스가 주가를 좌우하면서 시장 전반으로 피로감이 번졌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임상 결과, 규제, 계약 성사 여부 건마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번 단기 이벤트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산업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리는 흐름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초 알테오젠 주가는 키트루다 SC 제형 상업화 이후 이익 급증과 추가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파트너사 MSD의 공시에 알테오젠의 판매 로열티가 순매출의 2% 수준으로 명시되면서, 일부 시장에서 기대하던 5% 내외 가정이 조정됐고 이에 따라 단기 실망 매물이 확대됐다. 또한 최근 알테오젠이 GSK 자회사 테사로와 체결한 도스타리맙 피하제형 개발·상업화 계약 역시 선급금과 마일스톤 규모가 기대보다 계약 사이즈가 작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지난 21일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발 충격에 지난 21일 코스닥 바이오주는 동반 약세를 보였고, 코스닥도 이날 25.08포인트(2.57%) 급락했다. 기술 계약 규모가 공개될 경우 예상되는 리스크가 있지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 더 큰 반작용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연구개발(R&D) 성과는 수년 단위로 축적되는데, 평가는 하루 단위로 이뤄지는 괴리는 여전하다. 문제는 이런 투심의 급변이 기업 가치 판단을 흐린다는 점이다. 특정 기업들의 계약 규모, 임상 데이터, 기술 반환 등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선제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제약·바이오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단발성 이슈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로 확대될 이유는 없다. 또한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이 같은 리스크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단기 이벤트에 시장이 일괄적으로 반응할수록 개별 기업의 사업 구조와 중장기 전략을 들여다보는 분석이 더 필요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과거와 달리 기술 계약의 구조와 R&D 방향성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은 기대치에 익숙하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낙관적 가정이 앞서고,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 실망이 확대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투자심리는 더 빠르게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제는 남는다. 기술 경쟁력 만큼이나 정보 공개의 타이밍과 방식, 투자자와의 소통 전략이 중요해진 환경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설명과 시장 기대를 관리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은 변수도 주가에는 과도한 변동성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주가는 순식간에 움직이지만, 신약·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제약·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 시간의 속도에 맞출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 역시 장기 호흡이 필요한 이유다.2026-01-23 06:00:42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의 배당 딜레마[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번 돈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바이오텍의 본질인데 당장 배당을 하라는 요구를 마주하면 참으로 막막합니다." 최근 만난 한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이다. 그는 기술수출을 통한 기술료 수익으로 현금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자본 배분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고 토로했다. 벌기 시작한 돈을 어떻게 써야 '회사에도 주주에게도' 맞는 선택이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고민은 이 CFO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자본시장 전반에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업계에서도 배당을 둘러싼 담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술수출이나 신약 상용화로 현금 여력이 생긴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오스코텍 투자자 행사에서는 배당과 자본 배분을 둘러싼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벌어들인 수익을 R&D에만 재투자하는 현행 전략이 주주환원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간 균형을 놓고 논의가 오갔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이나 주식 형태로 돌려주는 행위다. 회계적으로는 영업활동을 통해 누적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다.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전제돼야 가능한 만큼 배당은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은 기업 성장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투자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기업이 창출한 이익에 대해 주주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수록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배당이 항상 최선의 선택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기업의 현금 여력이 배당으로 소진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수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무학적 관점에서 기업이 현금을 재투자해 주주가 기대하는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배당보다 성장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더 유리하다. 더욱이 신약개발 바이오텍이라면 배당 여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확보한 현금을 임상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렉라자로 발생한 로열티가 당장의 배당으로 소진되기보다 '제2, 제3의 렉라자'를 키우기 위한 R&D 자금으로 재투입될 때 신약개발 바이오텍 특유의 폭발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물론 기업 수익이 안정화될수록 주주환원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숙명이다. 다만 배당을 밸류업의 만능 해법처럼 받아들이는 시각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R&D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막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한 기업에 당장의 현금 분배를 압박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기 시작한 거위의 배를 성급히 가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밸류업의 본질은 현금을 나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지속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있다.2026-01-22 06:00:43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침묵하는 지역약사회, 약사는 과연 안녕한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너무 조용한 약사회네요. 초고속으로 총회를 마치겠습니다.” 최근 한 서울 분회 정기총회를 참석했다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움을, 다른 한편으론 씁쓸함을 느꼈다. 감사보고, 사업계획, 예산 심의까지 참석한 약사들 요청에 총회집으로 갈음되더니 상급회 건의, 기타 토의는 손을 들고 나서는 약사가 없어 결국 집행부에 위임하며 마무리 됐다. ‘조용한 약사회’라며 허탈해 하는 총회의장의 모습을 보며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수년 전과는 많이 다른 분회 총회의 풍경이 단순 그 자리, 그 시간의 온도였을까, 아님 지금의 약사회 현주소일까.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는 약사단체 운영의 핵심 의사결정 자리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임원을 선출하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승인하며 정관을 개정하는 약사회의 ‘의회’이자 지부와 중앙회를 떠받치는 뿌리다. 그런 의미에서 분회 정기총회는 단순 연례행사가 아니다. 1년 만에 회원 약사들이 만나 화합을 다지는 동시에 지역 약사들이 현안을 공유하고, 불합리한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중앙회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장 기초적 약사회의 민주 구조다. 그러나 최근 서울, 경기 지역 분회 정기총회를 돌아보자면 그 풍경은 이 같은 의미와는 적잖은 괴리를 보인다. 과연 성원은 될까 싶을 만큼 곳곳의 빈 자리는 예삿일이고, 감사보고, 사업계획, 예산 심의를 서면 총회집으로 갈음하는건 일상이 됐다. 여기에 지부, 중앙회의 현안 파악, 정책 결정에 밑 바탕이 될 상급회 건의사항이나 토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수년 전만 해도 경쟁적으로 약국 현장의 문제를 알리고, 약사회가 해결해 줬으면 하는 민원이나 건의사항을 적극 개진하던 약사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분회 총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회원 약사들의 목소리로 채워져야 할 총회 시간의 절반 이상은 내빈들의 축사나 자기 업적 생색내기 등 공허한 발언들로 채워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회원 약사 개개인의 무관심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약사회가 실질적 변화나 피부에 와닿는 효능감을 회원들에 안겨주지 못한 것이 결국 약사 개개인의 무관심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약사들의 무관심과 침묵은 원인이 아닌 결과일 수 있다. 분회 정기총회가 더 이상 질문도, 논쟁도 없는 자리가 된다면 약사회의 민주적 기반은 겉으로만 유지될 뿐 실질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텅빈 총회 회의장을, 발언하는 사람이 없어 멋쩍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풍경을 보며 자문해 본다. 지금의 약사사회는 과연 안녕한가.2026-01-21 06:00:43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창고형 약국과 OD파티 '위험한 공존'[데일리팜=강혜경 기자]소비자가 카트를 끌고 약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쇼핑할 수 있는 형태의 창고형 약국이 전국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16개 시도지부 가운데 창고형 약국이 개설되지 않은 지역은 5곳에 불과하다. 창고형 약국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을 트렌드로 인식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이자 추세인 만큼 자칫 창고형 약국에 대해 대한약사회의 부정적 견해가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을 방문했다 그들의 장바구니를 보고 화들짝 놀란 경험도 적지 않다. 10정 들이 타이레놀을 10통씩 구입하는 소비자, 30정 들이 해열진통제를 대여섯 통씩 구입하는 소비자, 30정 들이 종합감기약과 판콜·판피린 등 액상형 감기약이 잔뜩 실려있는 카트. 개인을 넘어 한 가족이 먹는다고 가정해도 많은 양이다. 실제 창고형 약국 리뷰를 보면 '1년치 상비약을 구입했다', '2년치를 한번에 샀다'라는 글도 심심찮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식품과 달리 유효기간이 길고, 상비용도로 사두면 언젠가 먹는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상기해 봐야 할 또 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OD파티다. OD는 overdose의 줄임말로 한번에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거나, 여러 약을 섞어서 복용하는 이상하고도 위험한 유행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OD파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외신보도가 잇따랐다. OD파티라는 명칭이 붙었을 뿐 우리나라에서도 게보린을 과량 복용해 학교를 조퇴하는 등의 사례가 십 여년 전에도 유행한 바 있다. 문제는 창고형 약국이 이같은 부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사모으거나 대신 구매해 주는 대리구매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창고형 약국이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고형 약국이 일반 약국에 비해 위험하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다들 많은 양을 구입하는 분위기 속에', '약사 수가 많아 인력이 로테이션 되는 상황에서' 보다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가격과 편의성만 강조되는 부분이 안타깝다. 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 제도 시행 이후 청소년의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문제는 점차 증가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7~2011년과 시행 후인 2013~2017년의 청소년 10만명 당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사례 건수는 2.4건에서 3.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세에서 18세 청소년에서의 위험성이 높게 나타났다. 누군가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제도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악용되거나 오남용될 수 있다. '청소년이 미래'라고만 외칠 게 아니라 공존하는 창고형 약국과 OD파티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때다.2026-01-20 06:00:40강혜경 기자 -
[데스크 시선] 약업계 행사서 드러난 오너 2~3세의 위계[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올초 약계 신년교례회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준 것은 발언대가 아니었다. 누가 어떤 메시지를 냈는지보다, 누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 누구와 어떤 동선으로 움직였는지가 더 많은 신호를 남겼다. 이번 행사에는 다수의 제약사 회장과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뒤섞인 자리였지만 보이지 않는 기준선은 분명했다. 각 기업 내부에서 이미 정리된 질서가 외부 행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눈에 띈 변화는 오너 2~3세의 등장 방식이었다. 과거처럼 단순 배석이나 동반 참석에 머무르기보다는 일정한 역할과 위치를 가진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장면이라기보다 복수의 제약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흐름에 가까웠다. 대원제약은 사촌 경영을 펼치고 있는 3세 백인환 대표이사와 백인영 상무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행사 전반의 동선과 응대는 백인환 대표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촌 경영이 병렬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위계가 분명한 구조 속에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경영 전면에 서 있는 오너들의 위치도 이번 행사에서 또렷하게 확인됐다. 예컨대 보령의 김정균 대표이사는 행사 시작 전부터 일찍 자리를 잡고 전반적으로 중심부 동선을 유지했다. 이는 오너 2~3세의 기업 내 위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비교 기준으로 읽혔다. 조용한 동선을 유지해온 오너 경영진의 모습도 이번 행사에서 확인됐다. 말수를 아끼고 눈에 띄지 않는 이동을 택해온 인물들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공식적인 자리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전면에 서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뒤에 머물러 있지도 않았다. 같은 오너 2~3세 범주 안에서도 연령과 경영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위계의 층이 형성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과 조용준 동구바이오 회장은 2~3세 가운데서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경영 전면에 서 온 인물들이다. 축적된 시간과 역할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윤석근 일성아이에스 회장 등 원로 경영진도 자리를 지켰다. 오랜 기간 업계를 이끌어온 인물들의 존재는 세대가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질서의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전문경영인의 위치 역시 이번 행사에서 확인됐다. 이제영 부광약품 사장은 행사 내내 업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중심부에 머물렀다. 비상장 제약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규모와 사업 단계가 유사한 인사들 간의 교류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세대 교체를 선언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대신 각 인물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리였다. 세대는 섞였지만 위계는 분명히 드러났다.2026-01-19 06:00:45이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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