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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개발 자폐약 기대 모았던 '스페라젠', 왜 약심 못 넘었나

  • 이탁순 기자
  • 2026-07-11 06:00:44
  • 요약
  • 중앙약심 "품목허가를 위한 과학적 근거자료로 타당하지 않아"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내 최초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핵심증상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아스트로젠의 '스페라젠시럽(개발명 AST-001)'의 국내 품목허가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지난 6월 23일 자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스페라젠 시럽의 품목허가 및 희귀의약품 조건부 허가를 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상정된 안건 전부에 대해 '타당하지 않음'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적으로 자폐증의 핵심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이 전무한 상황에서 환자 가족들의 조속한 허가 염원이 이어졌으나, 규제기관의 '통계적·과학적 유효성'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중앙약심은 사후분석 및 통합분석의 '통계학적 신뢰성'이 부재하다고 판단했다. 

스페라젠 시럽의 가장 큰 발목을 잡은 것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통계 분석' 방식으로 유효성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스페라젠 시럽은 임상 3상 시험의 목적인 일차 유효성 평가(12주 시점, 이중눈가림)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임상 실패 이후 아스트로젠 측은 일부 연령(2~5세) 데이터를 따로 떼어내 사후 통합분석을 진행한 뒤 유효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의약품 허가를 위해서는 사전에 계획된 통계분석에 의한 결과만 확증적 증거로 인정된다"며 "규제적 측면에서는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임상시험"이라고 못 박았다.

중앙약심은 또 평가지표의 객관성 부족과 영유아 '자연 성장' 변수도 지적했다.

아스트로젠은 자폐 핵심증상 개선이 어려워지자 ‘일부 연령(2~5세)의 운동기술 영역 개선’으로 적응증을 축소하여 허가를 시도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 부분에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위원들은 만 2~5세 연령대가 뇌와 신체의 가소성이 매우 높아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아도 외부 자극 등에 의해 운동기술이 크게 발달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짚었다. 약물 효과가 아닌 영유아의 자연스러운 성장 발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위원들은 진정으로 운동기능 개선을 인정받으려면 객관적인 전용 지표를 활용한 '확증 임상시험(추가 임상)을 새로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예외적 '조건부 허가' 대상에서도 제외

국내 약사법에서는 희귀질환이나 팬데믹 등 대체 치료제가 없는 긴급한 상황에 한해 임상 3상 결과를 추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는 '조건부 허가'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표결을 통해 8명 중 7명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스페라젠 시럽이 희귀의약품 조건부 허가 대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일반적인 임상 설계가 불가능한 희귀질환 케이스로 보기 어려운 데다, 데이터 자체의 통계적 타당성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제한적 유효성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회의 현장에는 아스트로젠 관계자들이 의견 진술을 위해 비대면 영상으로 대기 중이었으나, 위원들은 "업체 의견 청취가 불필요하다"며 전원 일치로 청취를 생략한 채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역시 환아 부모들의 간절한 허가 요구와 미충족 의료 수요를 인지해 이번 중앙약심을 개최했으나, 과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해야 하는 규제기관으로서 부적합 성적표를 받아 든 제품을 허가할 명분은 사라지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아스트로젠 측은 "현재 상황은 허가 무산이 아니라, 새로운 허가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약심 결과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근거로 허가 절차가 사실상 끝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스트로젠 측은 "식약처 역시 환자들의 높은 미충족 의료수요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다양한 규제 전략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식약처와의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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