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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약국 개설, 벽 하나로 나눴다고 끝 아니다

  • 데일리팜
  • 2026-06-23 06:00:42
  • 법률사무소 리오 이일형 대표변호사(약사·변리사)

약국 개설에는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다. 특히 병원이나 의원이 밀집한 메디컬빌딩에 약국을 개설할 때는 예상 처방전 수와 환자 동선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가까워 환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오히려 약국 개설등록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국이 의료기관과 충분히 분리되지 않았거나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이어지는 전용통로가 설치돼 있다면 약사법상 개설등록 제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 출신 변호사이자 약국전문변호사로 약국 관련 분쟁을 다뤄온 이일형 변호사는 “약국 출입구가 병원 출입구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개설등록 가능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공간의 구조와 환자 동선,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구내약국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내약국은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에 설치된 약국을 의미한다.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기관과 이를 조제하는 약국을 서로 독립시키는 데 있다. 이에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공간적·기능적 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된 경우 등에 대해 개설등록을 제한한다.

이때 약국이 병원 건물 내부에 있는 전형적인 구내약국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관상 의료기관과 약국이 분리돼 있어도 의료기관 시설을 인위적으로 나눠 약국을 만들었거나 사실상 병원 환자만 이용하는 연결통로가 있다면 개설등록이 거부되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약국 전용통로는 어떻게 판단하나

전용통로 규정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의약분업 원칙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병원 출구에서 시작되는 복도 끝에 약국이 있고, 환자가 외부로 나가려면 사실상 해당 약국 앞을 지나야 하는 구조라면 전용통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 사이에 별도의 문이나 벽이 설치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병원 환자뿐 아니라 일반 보행자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용 복도나 계단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전용통로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통로의 명칭이나 건축도면상의 표시보다 실제 이용 형태가 중요하다.

전용통로 여부를 검토할 때는 다음 사항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약국에 들어가기 위해 의료기관 내부를 통과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해당 복도나 계단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병원 환자만 주로 이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병원 안내표지나 직원의 안내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병원 공간을 가벽으로 나눠 만든 약국도 주의

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사용하던 공간을 분할해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도 문제가 된다.

병원 대기실로 사용하던 1층 공간에 가벽을 설치하고 한쪽은 카페, 다른 쪽은 약국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관상 각각 독립된 점포처럼 보이더라도 과거 의료기관 시설의 일부였던 공간을 분할·변경한 것이라면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건축물대장이나 임대차계약서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해당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의 임차 범위, 건축물 변경 과정과 공사 내용까지 살펴봐야 한다. 계약 전에 관할 보건소에 개설등록 가능성을 문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조와 제출 자료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판례가 보는 핵심은 ‘구조적·기능적 독립성’

구내약국과 전용통로 관련 판례의 핵심은 약국이 의료기관으로부터 구조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2004년 7월 22일 선고 2003두12004 판결과 대법원 2018년 5월 11일 선고 2014두1178 판결 등의 취지를 종합하면, 법원은 단순히 벽이나 출입문이 존재하는지만 보지 않는다.

약국에 접근하는 방법과 환자 이동 경로, 건물의 구조, 해당 공간의 과거 이용 상태, 의료기관과 약국의 운영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판단한다. 출입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도 의료기관 환자가 자연스럽게 특정 약국으로 유도되는 구조라면 기능적 독립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약사가 약국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의료기관과 임대차계약이나 자금 관계가 없다는 사정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공간적·기능적 결합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약국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구내약국 논란을 예방하려면 임대차계약이나 권리금계약 체결 전에 최소한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지 ▲병원을 통하지 않고 외부에서 약국에 접근할 수 있는지 ▲복도·계단·승강기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과거 의료기관이 사용했던 공간인지 ▲의료기관 시설을 분할하거나 개수한 이력이 있는지 ▲건축물대장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는지 ▲병원 안내판이나 직원이 특정 약국 이용을 유도하는지 등이다.

이미 영업 중인 약국을 양수하는 경우에도 기존 약사가 개설등록을 받았다는 사실만 믿어서는 안 된다. 과거 등록 당시와 현재의 건물 구조가 다르거나 행정청이 뒤늦게 위법 사정을 확인하면 등록취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내약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병원과 약국 사이에 벽만 설치하면 개설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벽과 출입문의 존재뿐 아니라 환자 동선과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공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경우도 전용통로인가.
의료기관과 약국만을 위한 승강기인지, 건물의 다른 이용자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용시설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약국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다시 확인해야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존 개설등록이 향후에도 유효하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인수 후 구조 변경이나 새로운 위법 사정이 발견될 수도 있다.

약국 입지는 매출과 직결되지만 개설등록이 불가능한 장소라면 높은 처방전 수와 권리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약금을 지급한 뒤 문제를 발견하면 임대인·양도인과의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메디컬빌딩이나 병원 인접 약국을 계약할 때는 입지 분석과 함께 약사법상 구조적·기능적 독립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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