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6-03-28 14:29:55 기준
  • 약가 인하
  • 동성제약
  • 약국
  • 신약
  • 식약처
  • #영업
  • #MA
  • 의약품
  • 제약
  • 바이오
아로나민

"늘어나는 가루약"…약국·병원, 왜 '분쇄 조제'에 내몰렸나

  • 김지은 기자
  • 2026-03-28 06:00:57
  • 산제 수요 급증에도 제형‧제자리…약사 업무 부담 과중
  • 정제 분쇄 의존 구조…용량 오차·성분 불균일 등 위험 상존
  • “환자 안전 직결…정부 가이드라인·제약사 제형 확대 시급”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고령화와 환자군 변화가 맞물리면서 산제(가루약) 조제가 지역 약국을 넘어 의료현장의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조제 편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지역 약국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산제 조제 부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환자 증가로 정제를 삼키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난 데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산제 처방이 사실상 일상화된 영향이다. 여기에 미숙아, 의식 저하 환자까지 더해지면서 산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병의원에서 발행하는 산제 처방 자체도 늘었지만, 지역 약국에서 처방전과는 무관하게 가루약으로 조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약사들의 말이다. 

소아과·내과·가정의학과 방문 환자 중 정제를 삼키기 힘들어 하는 환자 일부가 가루약 처방을 받지 못하고 약국에서 가루조제를 요구하는 사례들이 다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양원, 요양병원 인근 약사들도 가루약 조제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가루약 조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은 제한적이다 보니 약국에서 일일이 정제를 분쇄해 조제해야 하는 현실인 점이다. 

“약국에서 일일이 갈아”…구조적 한계 드러난 제형 공급

현장에서는 늘어난 산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의약품 제형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약국과 병원 약제부에서는 정제를 직접 분쇄해 산제로 조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순 노동을 넘어 조제 정확성과 안전성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약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약사들은 정제를 수동으로 분쇄할 경우 유효성분의 균일 분포가 보장되지 않고 저용량 약물의 경우 용량 오차 위험이 크며 교차 오염 가능성까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는 산제 조제를 단순한 ‘업무 과중’이 아닌 환자 안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용량 범위가 좁고 환자 상태에 따라 정밀 조절이 필요한 의약품일수록 위험성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정경주 병원약사회장은 “산제가 필요한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제를 빻아 사용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한다”며 “유효성분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 약국에서는 처방과 실제 조제 현장 사이의 간극도 목격된다. 병·의원에서 산제 처방이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루 조제’가 명시되지 않은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약국은 의료기관에 다시 확인을 요청해야 하고 산제 표기가 없으면 가산 수가 적용도 어려워 행정 부담과 수익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산제 제형 확대 본격 추진”…팔 걷어부친 병원약사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약사회는 대응에 나섰다. 병원약사회 산하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는 올해 산제 조제 문제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산제 제형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다.

센터는 산제 조제 비율이 높은 의약품을 분석해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약사에 산제 생산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적 변화 필요성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산하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장은 늘어난 산제 처방 조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올해 제약사와 정부에 산제 제형 추가 생산을 적극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정이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장은 “미숙아, 노인, 의식 저하 환자 증가로 산제 조제 요청은 계속 늘고 있지만 산제나 시럽제 생산은 제한적”이라며 “대부분 정제를 분쇄하는 현재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올해 수요 기반 데이터를 구축해 10~15개 우선 품목을 선정하고, 제약사 간담회를 통해 실질적인 생산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약국가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소아과 인근 약국뿐 아니라 내과·가정의학과, 요양시설 처방을 주로 받는 약국까지 산제 조제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한 분회는 올해 정기총회에서 산제 조제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상급회 건의사항으로 채택했다. 약국들은 산제 조제 기준 안전성 관리 방안, 수가 체계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산제 조제 문제는 제형 공급 부족 처방·수가 체계 미비 안전 가이드라인 부재가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라며 “고령화 속 산제 처방, 조제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제약사의 산제·액제 생산 확대 의지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혼선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0/500
등록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