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취업외국인의 노동법 적용관계

김 아무개는 불법취업 외국인이다. 당초 합법적인 취업비자로 입국하였으나 막노동 일을 하면서 노임을 많이 떼이고 하다 보니 돈을 모으기는커녕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못 받은 돈을 받아내고 한국에 나오면서 중국에서 진 빚이라도 갚아야 하겠기에 취업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눌러 앉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불법취업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못 받은 노임을 받기 위해 노동부를 찾아가게 된다면 불법취업이라는 사실이 곧 바로 들통 날 것이고, 출입국 관리소에 통보되어 바로 출국 조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불법취업기간동안 임금이 체불되었다면 취업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체불임금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합법취업기간동안의 체불임금뿐만 아니라 불법취업기간동안의 체불임금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명 3D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중 상당수가 중국교포들이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최근의 우리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연장근로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교포들이 자연스럽게 그 틈바구니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중국교포는 약25만 명 정도 된다. 이중 약 5만 명가량이 불법취업근로자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불법취업외국인근로자 자진출국프로그램으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이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불법취업교포들은 노동법상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불법취업이라는 사실을 악 이용 하는 사용자들과 거기에 당당하게 대응을 할 수 없는 교포들의 처지가 어우러져 노동법상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효력은 속지주의의 원칙상 우리나라 영토내의 모든 사업장에 미치므로 국내에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임금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을 차별적으로 설정하여 운영한다면 위법이 된다. 즉, 외국인 근로자라 하여도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상의 권리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불법취업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당초의 노동부 행정해석은 “적법한 체류자격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므로 고용계약 자체가 적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판례(1993)를 기점으로 노동부의 입장은 바뀌어 현재는 “당사자가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견해이다.

불법취업외국인도 근로기준법 제14조에 규정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는 점. 같은 법 제5조가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출입국관리법은 단속법규로서 그 법을 위반하였다 하더라고 해당 외국인이 근로를 제공한 “법률행위”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 적용은 당연하다.

따라서 김 아무개는 합법취업기간동안의 체불임금 뿐만 아니라 불법취업기간동안의 체불임금도 받아 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구체적으로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진정, 고소를 하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사실이 있더라도, 민원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체불임금청상 등 노동관계법상 권리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게 되며, 그 후에 출입국사무소에 출입국위반사실을 통보하게 된다.

그렇지만 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민원처리지침?에서 규정된 ‘불법취업외국인근로자의 출입국사무소 통보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원칙상 노동부는 노동관계법상 침해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찾아주는 역할만 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취업외국인 근로자 중 대부분이 노동부를 찾기 보다는 그 권리를 포기하게 될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사실을 악 이용하는 사업장만 늘어 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노동부가 노동법상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상 인권 침해를 방관 내지는 조장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