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중 사고도 산재가 될까?

부산의 한 섬유공장에 근무하는 박모씨는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여 허리와 양쪽 다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출근 중 사고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어 산재로 인정해 달라며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내었으나 불승인 결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불복하여 재심사 청구를 내었지만 또 다시 기각되어 행정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이와 같은 출근 중 사고는 전혀 산재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4항에는 출퇴근 중 사고와 관련하여 ‘사업주가 소속근로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의 이용 중에 발생한 사고’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이용권이 근로자 측에 전담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출·퇴근 중 사고와 관련한 근로복지공단의 기존 입장은 위의 두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두 가지 경우도 매우 협소하게 해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출·퇴근 중 사고는 산재로 승인을 받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출·퇴근 중 사고도 업무와 불가분의 관련을 가지고 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도 근로자의 업무상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데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업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다 사고가 난 경우 전적으로 피재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일반근로자와는 달리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에서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사립학교 교원, 군인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어 출·퇴근 중 사고도 산재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점을 비추어 볼 때 동일한 사실행위에 대해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 등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매우 부당한 조치이다.

서구의 경우는 1920년대부터 출·퇴근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ILO는 1964년 업무상 재해급여 협약 및 권고를 통해 출·퇴근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와 동일시하거나 동일하게 처리할 것을 결정했으며, 영미법계는 형평의 원칙에 입각하여 판례를 통해 보호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출·퇴근 중의 재해를 노동기준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서 특별히 보호통근제도로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일반 근로자의 경우만 특별히 예외적 경우에 한정해서 출·퇴근 중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과 취지에도 어긋나며 평등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에도 위배되며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매우 부당하고 위법·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출·퇴근은 업무수행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행위로 출·퇴근시 사고는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일반 근로자의 경우에도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과 마찬가지로 출퇴근 재해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는 최근의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물론 향후 상급심의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기존의 고정된 관념의 틀을 깨는 이러한 판결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보다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