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이유로 사직을 한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대구에 위치한 모 백화점에 근무하는 A씨(35)는 지난해 6월부터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입사 1년 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낸 뒤 관할 노동사무소에 실업급여을 신청하였다.

늦은 나이에 어렵사리 구한 직장이지만 더 이상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동료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 봤지만 그 결과는 더욱 집요한 조롱과 멸시였다. 그래도 참고 기다리면 좀 나아지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지만, 최근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사직을 결심 한 것이다. 비록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직서를 던졌지만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A씨의 기대와는 달리 관할 노동사무소는 A씨가 개인사정으로 퇴직을 하였다는 이유로 실업급여수급자격을 부정한 것이었다. 혼자서 남매를 키우는 입장에서 당장의 생활조차 어렵게 된 A씨에게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개인사정으로 퇴직을 한 경우는 모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실업급여란 근로자가 이직하여 근로의 의사 및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때 국가가 지급하는 급여이다. 실업급여에는 ‘구직급여’와 ‘취직촉진수당’의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취직촉진수당은 다시 직업능력개발수당, 광역구직활동비, 이주비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실업급여는 실업상태에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요건을 갖출 때만 그 수급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첫째, 실직 전 18개월 동안에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개인사정이나 중대한 자기잘못으로 해고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세 가지 요건 중 두 번째 요건인 개인사정으로 사직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수급자격을 부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형식상으로는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자발적 사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왕따’로 인해 더 이상 근무를 할 수가 없었던 경우에 해당되므로 비자발적 사직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관할 노동사무소는 사직의 형식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수급자격을 부정하였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하여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에 심사위원회는 “스스로 사직서를 냈더라도 집단 따돌림의 경우 퇴직 사유의 비자발성이 인정된다”며 실업급여의 수급자격을 인정하였다.

이처럼 실업급여의 수급자격을 논할 때 그 사직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등장한다. 그런데 종래에는 일반적으로 사직의 형식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였는데 최근의 A씨에 대한 고용보험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실업급여수급자격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