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질환도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

"또 옥 똑!"하는 힘없는 노크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체구에 초라한 행색을 한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 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하고 물어보자 요양불승인이 나와 그 이유를 듣고 싶어 근로복지공단에 들렀다가 담당자의 절망적인 답변만 듣고 지나는 길에 상담을 하러 들렀다고 한다.

말인 즉, 평생을 속칭 노가다일을 하며 하루 벌어 먹고사는 입장인데 일을 하다 목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아니 일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써 주는 데가 없다고 한다.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 받는 처지에 이르게 된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도움을 거듭 요청 하였다. 산재사고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설업계의 현실에서 그런 몸으로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은 짐작이 가고 도 남았다.

손 떼 묻은 구깃구깃한 서류들을 펼쳐 보이면서 최초요양신청서에 주치의 소견이 퇴행성 목 디스크로 되어 있었기에 공단이 불승인 했다고 하면서 힘없이 말꼬리를 흐린다. 얼마나 그 서류를 밤 새 보고 또 보고 했으면 손때까지 묻어 그 상태까지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니 불승인에 대한 그 남자의 절망과 아쉬움이 어느 정도 인지가 대략 가늠이 갔다.

이처럼 퇴행성 질환은 산재로 인정받기에 정말 어려운 것일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업무상 사고는 그 재해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목격자만 확보를 하면 산재로 승인 받는 데는 큰 무리는 없다. 그렇지만 업무상 질병은 그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 전문가의 조력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업무상 질병 중에서도 최근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추간판탈출증 은 대개 퇴행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특히 퇴행성이란 진단명이 들어가면 대부분 불승인을 내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마도 공단 내 법률전문가의 부재로 법의 개개 조항의 문구에만 집착하여 문리적으로만 해석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만 판례의 경향은 근로복지공단의 입장과는 전혀 상반되는 결정을 많이 내리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퇴행성질환이라도 업무와 전혀 무관한 순수한 퇴행성 질환은 제외되지만, 기존에 퇴행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라도 그 질환이 업무의 수행으로 인해 자연경과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이 되면 업무상질병으로 폭 넓게 인정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위 상담환자와 같이 업무상 사고로 인하여 퇴행성 질환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에는 대부분 산재로 인정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위 상담환자의 경우처럼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공단본부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고, 공단본부에서도 기각결정이 나면 노동부 산재심시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데, 만약, 산재심사위원회에서도 기각결정을 내리면 행정소송을 통해서 다투게 되는 불복절차가 단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단, 행정소송은 심사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제기할 수 있는데,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퇴행성질환에 대한 입장을 감안해 볼 때 퇴행성 질환의 경우는 공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통해서 다투는 것이 비용·효과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