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을 이유로 사직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인천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00회사는 최근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권고사직을 통해 직원들을 상당부분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5년째 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권 아무개는 다행히 권고사직의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사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올해 들어 여러 번 임금이 밀려서 지급받는 등 회사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데다 최근 두 달 동안은 임금을 아예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비자발적인 사직의 경우에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까지는 수입이 전혀 없게 되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금체불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사직을 하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실업급여란 비자발적인 이유로 실업상태에 있는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장을 구하여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러한 실업급여는 실업상태에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출 때만 그 수급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첫째, 실직 전 18개월 동안에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개인사정으로 사직하거나 중대한 자기잘 못으로 해고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사직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의 구분은 실업급여의 요건 판단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종전에는 주로 사직의 형식적인 측면만을 중심으로 판단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사직의 실질적인 내용까지도 함께 고려를 해서 판단을 하고 있다.

임금체불로 불가피하게 사직서를 쓰고 퇴직하는 경우에는 그 형식은 자발적이지만 사직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비자발성이 인정된다. 노동부고시 제2002-1호는 “임금체불의 경우 이직 전 1년 이내에 월 임금액의 3할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달이 연속 2월 이상이 되어 이직하는 경우 또는 이직 전 1년 이내에 임금의 전액이 소정의 지급일 보다 1월 이상 지급이 지연되는 달이 연속 2월 이상이 되어 이직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자기사정에 의한 이직에 해당된다고 보아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권 아무개는 사직의 형식은 자발적이지만 내용상으로 비자발성이 인정되어 실업급여의 수급자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