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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핫한' 당뇨병 시장, 전 계열 폭풍성장아이러니하게도 당뇨병치료제 시장은 2인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어마어마하다.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품목들의 약진도 흥미로웠다. 메트포르민부터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TZD)까지 다양한 조합의 복합제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현상도 주목할 만 한데, 복합제 시장의 주도자는 단연 메트포르민 복합제였다. 수년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1차치료제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메트포르민의 저력이 복합제 매출로 흡수된 것으로 평가된다. 레드오션이긴 하지만 신약개발과 복합제 출시 열풍에 힘입어 전체 당뇨병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올해도 기대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DPP-4 억제제 9종 동반상승…'트라젠타' 급부상 DPP-4 억제제는 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뇨병치료제 2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당화혈색소(A1C)≥7.5%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2제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는 상황. 올해 초 발표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내과학회(ACP) 최신 가이드라인 역시 메트포르민 복용만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DPP-4 억제제를 비롯한 타 계열 약제를 병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당뇨병치료제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도 무리는 아닌데,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MSD와 종근당이 공동판매를 맡고 있는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 '자누메트(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 '자누메트엑스알'의 처방액은 1463억원으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자누비아 패밀리 세 품목으로 14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2015년보다 2.5% 성장한 셈이다. 이에 반해 '트라젠타(리나글립틴)'와 '트라젠타듀오(메트포르민)'는 2종을 합친 액수가 1128억원으로 전년(1050억원) 대비 7.4% 증가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자누비아로선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대웅 →종근당으로 프로모션 파트너가 교체된 첫 해 성적임을 감안한다면 나쁘지만도 않다. 특히 누비아 패밀리는 '종근당 글리아티린'과 더불어 종근당이 지난해 원외처방시장 1위 자리에 등극하게 하는 데도 톡톡한 공을 세웠다. 후발주자들도 칭찬받을 만 하다. 파트너사를 바꾼 덕을 본걸까. 판권소송에 휘말리면서까지 파트너사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던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와 '제미메트(메트포르민/제미메트)'는 1년새 몸집이 2배로 커졌다. 유비스트 기준 이들 2개 품목의 2016년 처방액은 557억원으로 연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독의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와 '테넬리아엠(메트포르민/테네글립틴)', JW중외제약의 '가드렛(아나글립틴)'과 '가드메트(메트포르민/아나글립틴)'도 성장률 면에선 뒤지지 않는다. 임상의들 사이에서 "쓰기 편한 약"이라는 인식이 펴진 탓에 안정적인 처방이 유지되는 데다, 당뇨병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품목이 동반상승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국적 제약사 당뇨병치료제 PM은 "전체 당뇨병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DPP-4 억제제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임상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면서 효과는 물론 안전성이 보장된 DPP-4 억제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SGLT-2 억제제·인슐린·GLP-1 유사체 신규라인업 눈길 SGLT-2 억제제와 차세대 인슐린, GLP-1 유사체로 대변되는 새로운 계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DPP-4 억제제 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2인자 후보는 '살 빠지는 당뇨병 약'으로 알려진 SGLT-2 억제제다. SGLT-2 억제제는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내과학회(ACP)의 2017년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DPP-4 억제제와 함께 메트포르민의 병용약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인슐린과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기전 덕분에 혈당뿐 아니라 혈압, 체중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건 DPP-4 억제제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EMPA-REG OUTCOME 연구(NEJM 2015;373:2117-28)를 통해 당뇨병 치료제 중 최초로 심혈관계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췄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향후 변동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기도 하다. 현재 국내 SGLT-2 억제제 시장의 선두자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가 지키고 있다. 포시가는 시장선점 효과에 힘입어 2016년 237억원의 처방실적을 내며 전년(118억원) 대비 100%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안심하긴 이르다. 뒤늦게 진입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 유한양행 연합군을 등에 업고 본격 추격을 시작한 것. 비록 첫 해 매출은 21억원에 그쳤지만 아스텔라스와 대웅제약이 공동판매하고 있는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을 제치고 단숨에 2순위로 오른 것은 놀랍다. 자디앙은 지난해 말 SGLT-2 억제제 중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혈관질환 예방 적응증을 확보하기도 했다. 슈글렛의 경우 2016년 처방액 17억원의 실적을 남겼는데, 국내 출시된 SGLT-2 억제제 3품목의 전체 매출이 276억원대를 형성하며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이 각각 메트포르민에 SGLT-2 억제제를 결합한 형태인 '직듀오'와 '신자디'를 출시한 데다, DPP-4 억제제/SGLT-2 억제제 복합제인 '큐턴'과 '글릭삼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 밖에 '투제오(인슐린 글라진 유전자재조합)'와 '트레시바(인슐린 데글루덱)' 등의 신약등장으로 오랜 기간 침체돼 있던 인슐린 시장도 활력을 얻었다. 사노피의 기저인슐린 '란투스(인슐린 글라진)'의 처방액이 380억원으로 가장 높지만 업그레이드 버전인 '투제오'가 2016년 한해 동안 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노보노디스크의 '트레시바(인슐린데글루덱)'가 71억원대로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제품군이 넓어진 사노피 아벤티스는 인슐린 시장의 강자라는 명성을 공고히 하게 됐다. 사노피의 '릭수미아(릭시세나타이드)'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에타(엑세나타이드)', 릴리의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3종이 포진하고 있는 GLP-1 유사체는 지난 한해 동안 18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급여고시 개정에 따라 메트포르민과 GLP-1 유사체의 급여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새해에는 한층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도 방광암 등 안전성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TZD 시장도 무난한 매출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케다는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복합제를 출시하면서 꾸준하게 매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종근당표 국산신약 듀비에(로베글리타존)는 2016년 매출액 164억을 돌파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최근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 개인의 임상특성에 맞춰 다양한 계열의 약제를 처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면서 "혈당수치 뿐 아니라 다양한 당뇨병의 위험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당분간 당뇨병 치료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2017-01-25 06:14:58안경진 -
고혈압 시장, 복합제 분야 신제품 쏠림 현상 '뚜렷'작년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이 건재한 가운데 복합제가 성장을 주도해나갔다. 신제품도 복합제 분야 쏠림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올해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RB-CCB 복합제는 혈압관리의 이상적인 치료제로 제시되면서 가장 치열한 시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일제 기존 베스트셀러 포지션 확고…카나브 400억원 돌파 단일제 시장 ARB(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계열에서는 국산신약 보령제약 '카나브'가, CCB(칼슘채널차단제) 계열에서는 화이자의 노바스크가 큰 격차로 1위를 유지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카나브는 작년 404억원, 노바스크는 599억원으로 각각 원외처방액이 전년대비 14.3%, 1.0% 상승했다. 단일제 분야는 오랫동안 사용경험이 쌓인 약물들이 큰 변동없이 순위를 지키고 있다. ARB에서는 노바티스 디오반, 아스트라제네카 아타칸, 엠에스디 코자, 대웅제약 올메텍 등 오리지널이 앞순위에 위치했다. 크게 오르고, 떨어진 제품도 없다. 올메텍이 작년 상반기 프랑스발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지만, 작년보다 약간 처방액이 떨어졌을뿐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CCB계열에서도 노바스크를 필두로 한미약품 아모디핀, CJ헬스케어 헤르벤, 안국약품 레보텐션, 바이엘 아달라트오로스 순으로 전년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속적인 혈압조절이 장점인 암로디핀 제제가 시장에서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 완벽한 상호보완 ARB-CCB, 최신 진료지침도 긍정적 평가 ARB와 CCB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ARB-CCB 복합제의 성장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선발약물들이 잇따라 독점권이 끝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성장 열매를 따기 위해 무섭게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십여개 업체가 트윈스타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ARB-CCB 복합제 시장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작년 처방액 수위는 트윈스타로, 전년대비 6.8% 오른 97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는 약가인하와 제네릭 공세로 시장수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미약품 아모잘탄(676억), 노바티스 엑스포지(661억원), 다이이찌산쿄 세비카(454억원)도 독점권 만료에도 흔들리지 않고 높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과 제네릭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종근당 텔미누보는 전년대비 17.5% 오른 282억원을 기록했고, 엑스포지 제네릭인 CJ헬스케어 엑스원(194억원), 대원제약 엑스콤비(99억원), 경동제약 발디핀(95억원)도 전년보다 2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ARB-CCB 복합제 시장에서는 작년 트윈스타 제네릭말고도 칸데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인 CJ헬스케어 '마하칸', 신풍제약 '칸데암로', 피마살탄-암로디핀 복합제인 보령제약의 '듀카브'도 새롭게 선보였다. 듀카브는 작년 8월 출시 후 12월까지 1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며, 9월 출시된 마하칸은 약 6억5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최근 이들 제품은 월처방액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는 상위권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마하칸의 경우 12월 처방액이 5억원으로, 올해 2분기 내 월 16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혈압 치료의 최신 진료지침도 ARB-CCB 복합제의 지속 성장을 예상케 하고 있다. 최근 미국내과학회(ACP)와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60세 이상 노인 고혈압 치료에서 수출기혈압 기준을 기존 140mmHG에서 150mmHG로 완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ARB-CCB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 고혈압치료제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혈압강하효과 뿐만 아니라 가정혈압, 활동혈압 등 혈압변동성 관리에 대한 이슈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반감기가 길고 혈압강하효과도 우수한 CCB에 CCB의 용량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시켜주는 ARB를 결합한 복합제에 대한 니즈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ARB제제 역시 혈압강하효과뿐만 아니라 약효지속시간, 가정혈압, 활동혈압 임상 자료, Beyond BP control benefits를 가진 제재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CP/AAFP의 최신 가이드라인은 목표혈압을 기존 140mmHg에서 120mmHg미만으로 낮춰야한다는 2015년 발표된 SPRINT 연구결과와 상반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언급한 SPRINT 연구도 강력한 효과와 부작용 감소의 상호보완적인 복합성분, ARB+CCB에 대한 수요욕구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수요 꾸준...3제 시장도 경쟁 본격화 ARB-CCB 복합제와 더불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관리하는 고혈압-고지혈증치료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화이자의 카듀엣이 246억원의 처방액으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한미약품 로벨리토(198억원), 유한양행 듀오웰(138억원), 대웅제약 올로스타(129억원)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LG생명과학 로바티탄(50억원), JW중외제약 리바로브이(43억원), 일동제약 텔로스톱(37억원) 등 후발주자도 예열을 끝내고 올해 블록버스터 자리를 노리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보령제약의 '투베로정'이 새롭게 출시됐다. 보령제약은 단일제 카나브로 ARB시장을 장악한데 이어 듀카브, 투베로로 ARB-CCB,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앞서 제약회사 관계자는 "ARB-CCB,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된다는 것 자체가 해당 시장의 인기를 반영한다"면서 "이 시장에 영업력이 집중되고 제품 메시지 노출 비중도 높은 만큼 올해도 ARB-CCB 등 복합제가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HCT가 작년 원외처방액 249억원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같은 3제 복합제에 대한 기대도 크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3제 복합제 개발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2017-01-24 06:15:00이탁순 -
사람들은 왜 다국적사를 '외자사'라 부르나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데일리팜의 '다국적 제약사의 허와 실' 기획기사 1편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처럼 제약회사가 자선사업가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약산업을 여타 산업군과 동일한 잣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 모든 외자사 한국법인은 신약을 들고 오면서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많다. 딜레마 없이 '치료제'보다는 '상품' ?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한국법인장,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에 있고 그 중심에는 CEO가 있다. 한국OOO, XXX코리아 등 제약사를 이끄는 CEO, 한국법인장들은 힘이 없다. 국내사 오너십으로 인해 CEO의 권한이 작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몇몇 수장들은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다. 사실상 한 회사의 'Executive director(이사, 혹은 전무)'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토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들 CEO는 한국 직함으로 모두 '사장'으로 불리우지만 영문 직함은 보통 Vice President, Senior Vice President, Corporate Vice President, Executive Vice President 등 등급이 나뉜다. 문제는 한국법인장 중 외자사의 지역본부(Region, 가령 아시아태평양 본부 등)에 입김이 작용하고 어느 정도 전결권을 부여받은 사장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인 CEO는 더 그렇다. 굳이 언급하자면 이동수 전 화이자 대표, 김진호 전 GSK 대표 등이 비교적 입지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수입원가, 예산, 송금, 약가 등 모든 지침은 본사, 혹은 리젼을 통해 내려온다. 법인장은 이를 수행하고 보고한다. 다음은 한 전직 외자사 CEO의 푸념이다. "대리점주, 바지사장 등 법인장을 비꼬는 얘기들에 기분이 상하면서도 일부분 수긍이 갔던 부분도 있어요. 의약분업 이후 외자사들의 증흥기에 비교하면 현재는 더 권한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단돈 1000만원 결제도 본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회사도 있다고 합디다." 구조가 불러오는 악순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상반응이 적잖다. 무리가 따르니, 버거운 행보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본사가 정한 수입원가를 수용하면서 송금액을 맞추려면 비용절감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다품목을 통해 목표 매출을 당성하기 보다는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 등 이른바 '고가약'에 집중, 고수익 창출을 노리는 요즘 트렌드에 영업부 감원은 이어진다. 나이 많은 영업사원들은 첫번째 타깃이 된다. 무작정 노(勞) 측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외자사 노사갈등 상황이 정점을 찍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마케팅 대상인 국내사, 도매업체가 아무리 저마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도 한국법인에게 방도는 없다. 고맙게도 자청해서 저마진을 제시하고 계약을 원하는 국내사가 꼭 1곳은 나타나 준다. 원하는 약가 산정을 위해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눈이 먼 법인장이 앞장 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본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국법인 명의로 수년에 걸쳐 400억원 가량을 대출을 받은 한국인 사장 얘기는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2015년 기준 바이엘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본사로 송금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노바티스, 한국로슈 등 업체들도 적게는 순익의 30%, 많게는 절반 이상을 해외 본사, 즉 외국 대주주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외자사의 주장처럼 송금액 규모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 역시 '자의'가 내포됐다고 좋게 봐달라는 논리와 같다.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기댈 것은 윤리와 인격, 사명감 등에서 비롯되는 '어필'이다. 한 외자사는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 2종을 모두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국내 공급중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본사에서 제시한 약가는 높았고 한국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었다. 해당 회사 법인장은 몇번이고 리젼을 찾아 약가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함을 제시했다. 두 약은 모두 본사가 책정한 가격보다 인하돼 한국 보험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 외자사 약가 담당자는 "한국법인 입장에서 본사 설득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신약 론칭이 실패하면 사업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표이사가 리스크를 떠 안기 어렵다"고 밝혔다. 글로벌 약가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한국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약가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가능한 선에서 고민하고 읍소하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근 몇년 간 진행된 ERP, 소규모로 진행된 구조조정외 개별적 권고사직으로 인해 300명 가량의 임직원을 내보낸 외자사 한국법인을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화장품도, 자동차도 아닌 '약'이다. 제약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단,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반영한 상태에서 말이다. 불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놓고 싫으면 관두라면서 '환자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용안정을 제공했다고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은 '다국적제약'이라 칭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들을 '외자'라 부르는 이유다.2017-01-20 06:15:00어윤호 -
외자사 한국법인, 정말로 환자편이 맞습니까?한달에 몇 백만원은 우습다는 고가약 시대입니다. 지난해부터 본격 처방되기 시작한 길리어드의 C형간염 신약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사례만 보더라도 한 정당 30만원을 호가하는 탓에 약국가와 유통업계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지요? 한데 약제비를 직접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 입장은 오죽하겠습니까. 암과 희귀질환 분야에서 고가 의약품의 등장이 늘어남에 따라 제약업계와 정부기관의 고민도 깊어져 갑니다. 환자 접근성 및 보장성 강화를 지향하는 정책과 비용-효과 중심의 정책 사이의 니즈가 충돌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거지요.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현 시스템에서 찾습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가 보험자의 관점에 치중돼 있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논린데요, 우리나라 신약 가격이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물론 틀린 얘기, 아닙니다. 그런데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존재합니다. 해당 연구 자체의 한계점은 물론, 제약사들 스스로 공급을 거부한 일도 벌어진 적이 있지요. 일각에선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건보재정을 확충해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데일리팜은 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은 그들의 주장처럼 환자들의 편이 맞습니까? '환자 접근성'이란 명분 뒤에 숨어 기업의 실리만을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그 점에 주목해보기로 했습니다. RSA, 신약접근성 높였지만…"융통성 아쉬워" 대한민국의 의료보장률을 따져보려면 위험분담제도(RSA)를 시작으로 경제성평가 면제제도와 약가협상 생략제도의 도입역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들 제도가 약제 접근성 향상에 일정부분 기여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사과정에는 '위험분담계약제도 도입 전후 국내 고가 의약품 급여 접근성 비교(2016, 성균관대 약대 제약산업학과 김정주)' 논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 자료 기준, RSA 시행 이후 등재된 신약은 총 94개 성분으로 확인됩니다. 그 중 위험분담제도만을 채택해 신약 등재 트랙을 밟은 약제는 총 7개,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는 5개, 약가협상 생략 트랙을 밟은 약제는 36개를 차지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2016년 8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자료를 토대로 RSA 도입 후 급여 등재된 약제들의 소요기간을 집계했는데요, 그 기간은 대략 200~300일로 나타났습니다. 최초 신청일부터 재신청일까지 걸리는 소요기간보다 상당 부분이 단축됐다는 점,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각 제도들이 약제 접근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들은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 입니다. 우리나라 신약가격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보험등재절차도 까다롭다는 건데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인용한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평균 약가 수준 비교 연구(2014,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에 기인하면 신약의 약가가 OECD 회원국 평균가격의 45% 수준에 불과하답니다.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0개국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특허 의약품 가격이 유독 낮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나친 통제가 판매 불가능한 수준까지 약가를 낮추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신약 출시 자체를 포기하거나 환자가 약제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출시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구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인정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개성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본 약가정책 전문가도 일부 인정했습니다.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신약 가격이 낮긴 하다는 거지요. 하지만 협회의 주장처럼 엄청난 차이까진 아니라고도 못 박았습니다. 해당 연구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된 가격을 비교했기 때문에 치명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부분은 연구자 스스로도 인정한 제한점으로 발표 당시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따랐던 부분입니다. A 약학대학 교수는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력에 따른 마진을 계산해서 국가별 신약공급 가격에 차별을 두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면서 "약값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판매량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정부기관도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사례별로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공급과 해외의 약가제도를 소개함으로써 그간 국내 제약산업계에 쌓아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습니다. 환자 위한다는 다국적 제약사…이면에는? 문제는 회사가 말하는 내용이 전부 진실만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벌써 10년 전 일입다만, 로슈가 낮은 보험가격을 이유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엔푸버티드)'의 국내 시판을 거부했다가 여론에서 뭇매를 맞았던 사례가 있었지요. 국내 환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제약사 차원에서 약제 무상공급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약가협상 시 제약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 등으로 인해 거의 실시되지 않는 분위깁니다. 이번에는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 사례를 들어볼까요? 글리벡이 처음 개발됐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달에 300만원이란 약값은 환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이었지요, 이에 보건복지부는 글리벡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2009년 보험약가를 14% 인하하도록 고시합니다. 이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시민단체로부터 독점력을 통해 한국의 약가정책을 무력화 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보다 최근 사례로 넘어와 보겠습니다. 2015년 3월 노바티스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룩소리티닙)'는 허가 후 2년만에 급여 등재되면서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환호를 받았는데요,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습니다. 환자들의 니즈가 높고 정부도 적극적인 급여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제약사가 RSA를 원치 않았던 경우인데요, 급기야는 경제성평가를 위한 추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많은 의혹을 남겼습니다. 이후 골수섬유증환우회 등이 보험적용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속적으로 신속 등재를 요구하면서 3차례 만에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게 됩니다. 약가부담을 전적으로 제약사가 떠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닙니다. 자진 약가인하와 같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다국적사들도 많습니다. 다만 약가 때문에 국내에 신약을 들여올 수 없다는 핑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어 보입니다. A 교수는 "국내 신약 가격이 낮은 것은 맞지만 너무 낮아서 못 들어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케팅 위주의 현재 활동반경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상연구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연구소를 만들고 동정적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가가 전부 오픈된다는 특성상 불협화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약가가 오픈되지 않으면 정부기관과 회사간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일 아침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지사의 속사정들을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2017-01-19 06:15:00안경진 -
집단지성이 폐약품연구서 건저 올린 건 '약사'오늘은 앞서 전해드린 1편부터 4편까지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폐의약품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약사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휴베이스가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 노력을 들여 연구를 진행한 것도 바로 이 점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물론 폐의약품 발생 원인을 어느 하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원인 중 약사와 약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우선 긍정적인 것은 국민들도 폐의약품에 대해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을 가져온 217명 중 182명이 설문에 응했다고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 상당수의 국민들이 폐의약품 설문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응답했다고 해요. 이미 발생한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부터 볼까요. 설문에 응답한 국민 중 '폐의약품을 약국으로 가져오라는 말을 약국에서 들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전체 74%, 121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폐의약품을 약국에서 수거하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67명의 응답자가 '약국에서 수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포스터를 보고)'며 약국 안내를 꼽았습니다. 그 다음 많은 응답이 '인터넷, 신문 캠페인'(65명, 40%)을 꼽았고요. 실제 약을 사러 오는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 홍보'는 위력적이었습니다. 김민영 연구소장은 말합니다. "실험기간 3개월이 끝난 후에 더 많은 폐의약품이 들어와요. 3개월 간 현수막을 걸어둔 것으로 주민들에게 '버릴 약은 약국에'라는 인식이 고정된 거죠. 약국이 나서면 분명한 대국민 홍보효과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다른 폐의약품 수거, 폐기 절차로 폐의약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약국도 있습니다. 데일리팜도 누차 보도했지만, 어떤 곳은 '약국이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버려라'라고 하거나, 지자체나 보건소가 약국에서 수거를 해가지 않아 악취와 공간 차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쓰레기는 여전히 매립되고 있어 폐의약품이 토지에 매립되는 양도 분명 존재하고요. 이렇게, 처리 과정에도 개선할 과제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그럼 원인을 없애 버려지는 의약품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볼까요. 다시 설문조사로 돌아가 환자들이 약을 '왜 먹지 않고 버리는지'를 상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환자 설문을 통해 '약이 남는 이유'가 크게 ▲복약순응도 ▲환자가 약에 가지는 거부감 ▲의사 처방 단계 세가지인 걸 알았습니다. 가장 많았던 응답 기억하시나요? '좀 나아서 임의로 중단'이었습니다. 여기에 약사의 상담과 컨트롤이 개입하면 어떨까요. 약을 조제해 줄 때 약사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다 나으면 그만 먹어도 되나요'라고 하네요. 항생제일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약사 답변이 달라지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항생제 역시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어요. 게다가 항생제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제죠.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균이 다 죽을 때까지 약을 다 먹어야 한다'고 약사들이 한 번 더 안내하면 어떨까요. 환자가 물어오기 전에, 약사가 먼저 증상 여부에 따라 다 먹어야 하는 약인지 아닌지를 먼저 주지시킨다면 다만 항생제 만이라도 버려지는 양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바로 복약상담의 중요성인데, 이는 복약순응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복약상담과 약사의 정확한 정보 전달로 환자가 가지는 '약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수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약이란 많이 먹는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엔 반드시 용법용량을 잘 지켜 먹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막연한 불안과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에게 약사가 편안하게 다가갈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처방 단계에서 나오는 폐의약품은 예민한 부분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만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약사들의 설명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제도를 살펴볼까요. 미국 수지 코헨 약사가 최근 내한 강연에서 '미국에도 십여년 전까지 위장보호제와 소화제를 기본으로 처방하는 관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제약사, 의사 그리고 약사들의 협력으로 '까는 약' 문화가 없어졌다고 하는데요, 약사회에서 주도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일선 의사, 약사들도 환자와 논의해 소화제를 빼거나 약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했다고 합니다. 또 환자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증상이 낫지 않아 다른 약 혹은 다른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은 경우들은 어떤가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처방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답니다. 진료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병원 내원 횟수를 줄이기 위해 생긴 제도라고 하네요. 특히 장기처방일 경우 약사 처방 조정은 필수인데요, 약을 일주일 치 먹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30~360일 등의 장기 조제를 해주는 거죠. 환자는 진료를 여러 차례 받지 않아서 의료 재정도 절감되고 약사는 환자 상황에 맞춤으로 약을 분할 조제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제도만 있어도 상당 부분의 '뜯지도 않고 버리는 약'이 줄어들 거에요. 휴베이스는 말합니다. 실제로 캐나다는 약사들에게 의사의 처방을 상황에 알맞게 수정/조정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요.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투약하는 일, 모두 약사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 약사들의 역할을 중 잊혀지고 있는 영역을 분명히 하면 버려지는 약과 낭비되는 건강보험재정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면 본격적인 이사철, 봄이 옵니다. 휴베이스 연구소가 폐의약품을 수거한 건 8월부터 10월, 여름이었고요. 일선 약국가에서는 많은 집들이 대청소를 하고 이사를 하는 봄, 가을철에 폐의약품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계측한 폐의약품 1400만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을 반영하기엔 아직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겨울입니다.2017-01-13 06:15:00정혜진 -
처방에 깔아주는 소염진통·위장약, 폐약품 양산오늘은 여기 표부터 먼저 보시죠. 폐의약품 2391가지 중 품목 별 가장 많은 양이 버려진 건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죠. 왜 이렇게 많은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 버려지는 걸까요? 지난 편에서 수백 품목의 소염진통제가 버려지고 있고, 이를 전문약과 일반약 시각에서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그 원인을 묻고자 합니다. 단순하게, 우리가 전문약과 일반약의 폐의약품 비율에서 얘기했듯, 많이 쓰니,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는 것이겠죠. 생산량도 많고, 처방량과 조제량이 많으니까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생산, 처방, 조제하는 건지' 말입니다. 소염진통제는 진통 완화라는 효능이 있지만 위장약은 어떤가요. 한국인이 그만큼 위장이 약한걸까요? 위장 질환에 직접적인 치료적응증이 있는 PPI 제제는 전체 534개 품목 중 단 41개 품목. 나머지는 '위장보호제 또는 증상조절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의사, 약사들은 말합니다. '약을 드실 땐 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위장보호제를 함께 넣었습니다'라고요. 이겁니다. 처방단계에서 어떤 증상에서든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 기본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생산, 처방, 조제되는 거겠죠. 일선 약사들은 이런 약을 소위 '깔아주는 약'이라고 부릅니다. 많이 쓰이는 만큼, 수많은 제약사들이 수많은 제품을 위수탁하거나 자체적으로 많은 양을 생산해냅니다. 재밌는 건 휴베이스 약사들의 설명이었어요. 위장관 질환과 관련 없는 진환에도 예방차원에서 추가되고 있고 대다수 조제약에 포함될 정도로 일반화된 게 위장약인데도, 유행이 있고 변천사가 있다는 겁니다. 한 때는 'H2 수용체 차단제'와 '알리벤돌'이 많이 처방되다 '애엽'으로 변하고, 후에 '레바미피드', '모사프리드'로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부작용 확인이나 비급여 전환, 생산 중단되며 다른 제제로 대체됐고요. 6세 미만 아이에게는 유산균을 기본으로 처방하는 것도 유행이라 하네요. 자료 분석 결과, 단일 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이 버려진 '스트렙토키나제', '레바미피드'였어요. '현재 가장 트렌디한 기본 옵션'인 처방약인 셈이죠. 휴베이스의 한 약사는 말합니다. "이런 약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급여가 돼 가격이 저렴하다. 특별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만큼 특별한 효능효과도 담보하지 못하는 제제도 있다. 급여에서 제외돼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면 또 다른 성분으로 대체된다. 이들은 생소한 이름의 제약사들이 하나 이상 보유한, 한 달에도 몇 개씩 새로 생겨나는 품목들이다." 위장약과 소염진통제에 이어 항생제 얘기를 또 안할 수 없습니다. 폐의약품을 매립 처리했을 때 가장 염려되는 게 항생제이기도 하고요. 앞에 나온 표를 다시 보실까요, 버려진 성분 중 금액으로 봤을 때 두번째로 많이 버려진 약이 항생제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버려지고 있는 항생제가 버려진 현황을 따로 분석해보니, 항생제만 253가지 품목이 버려졌어요. 항생제가 들어있는 일반의약품 안연고나 안약 15개 품목을 제외한 238 품목이 전문의약품입니다. 금액으로 치면 이번에 버려진 항생제만 221만원어치입니다. 단일 성분으로 치면 금액으로 두번째로 많네요. 마찬가지로 전국 약국에 1년동안 버려지는 양을 추산하면 176억원이 나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휴베이스 한 약사는 "비싼 항생제를 버리는 걸 보면 국민들은 항생제를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할 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며 "아이 엄마들이 특히 항생제에 민감하지 않나. 항생제인 걸 미리 식별하고 되도록 빼고 먹이거나 먹는 수가 꽤 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증상이 완화됐다고 그만 먹어도 되는 약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증상이 없어져도 균은 남아있을 수 있으니 항생제는 처방, 조제받은 양을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약사가 항생제를 상담할 때 이부분을 더 강조했다면, 이렇게 많은 항생제가 버려졌을까요. 또 다른 약사는 그래요. "환자들은 항생제가 내성이 생기므로 적게 먹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매스컴에서 항생제를 너무 '공포의 대상'으로 몰아간 탓도 있다. 내성을 걱정한다면, 균이 죽을 때까지 다 복용해야 맞는건데 말이다." 정부는 항생제 남용을 줄이겠다고 최근에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처방 받은 약을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약사가 더 강조해 전달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편에서는 역시 자료를 토대로, 폐의약품 조사를 하며 들어본 소비자 의견을 토대로, 폐의약품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도 분명 있을 겁니다.2017-01-12 06:15:00정혜진 -
버려진 약 90%는 처방받은 의약품…그 이유는?휴베이스 연구소가 버려진 의약품 낱알을 일일이 식별하고 약가를 계산한 연구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버려진 약 90% 이상이 조제의약품, 다시말해 처방받아 조제된 약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총 6만1014정 중 일반의약품은 10%가 채 되지 않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 처방을 통한 조제의약품을 더 많이 복용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의 80% 이상이 전문의약품이니, 버려진 약 역시 전문의약품이 많을 수 밖에요. 하지만 휴베이스 약사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일반의약품은 유효기간과 약의 종류, 효능효과가 적혀있는 포장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필요시 언제든 남은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가정에서 '필요한 때마다' 일반약을 소진할 수 있죠. 반면 조제의약품은 낱알단위로 약포지에 포장해 나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유효기간도 알 수 없고요, 요즘이야 의약품 정보를 약봉투에 인쇄해주지만, 예전에는 이마저도 없어 조금만 오래돼도 이게 언제적, 왜, 어떤 목적으로 조제받은 약인지 알 수 없어지죠. 또 여러 약이 한 봉지에 섞여 오랜 시간 있다보니,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고요. 의사와 약사들이 처방, 조제받은 약은 그때그때 다 먹되, 남은 건 다시 복용하지 말라고 강조할 수 밖에 없어요. 남으면 버릴 수 밖에 없는거죠. 조사를 진행한 10개 약국 중 문전약국에 해당하는 우리대학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을 보시죠. 수거된 조제의약품 수가 358가지, 일반의약품 수는 10가지였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각각 566만9505원, 1만4763원. 엄청난 차이가 나네요. 동네약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조사에 참가한 모약국은 조제약 수와 일반약 수가 각각 164가지, 15가지. 금액으로 치면 68만5497원, 7만3066원으로 격차가 큽니다. 전체 10개 약국을 보면 조제약은 2137가지, 일반약은 218가지가 수거됐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1277만8060원 대 91만8547원. 약 14배 차이가 납니다. 이들 중 진통제 효능 의약품만 따로 골랐습니다. 골라서 일반의약품과 조제된 의약품으로 또 나눠보았죠. 소염진통제는 총 381가지 제품으로 식별됐고요, 이중 조제된 의약품이 331가지, 일반약으로 판매된 것은 50가지였습니다. 조제된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이 172가지 6만1398정, 전문의약품이 159가지 3만1676정으로 나왔습니다. 자, 그럼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도 보시죠. 소염진통제 전체 분량은 125만원, 이 중 조제로 나간 진통제는 114만원어치였습니다. 조제로 나간 진통제가 전체 진통제 폐의약품 중 86.9%에 달하네요. 정리하면, 버려진 조제된 소염진통제 331개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이 172가지가 됩니다. 보이시나요? 52%(일반약으로 살 수 있는 제품)가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들이라는 점이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같은 것들이죠. 캐나다 약국에서 일했던 한 약사는 미국과 캐나다는 진통제 처방을 이렇게 한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처방을 낼 때 '진통제는 일반약 ㅇㅇㅇ를 사서 통증이 있을 때만 드세요'라고 안내하는 거죠. 그럼 환자는 진통제를 조제약과 분리해 따로 관리하고, 조제약을 다 복용한 이후에도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복용할 수 있을 거에요. 한꺼번에 조제받아 다른 약들과 함께 버리지 않게요." 이렇게 소염진통제만이라도 같은 성분이면 일반약으로 대체하면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겁니다. 단점은 한 약포지에 포장하지 않으면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포장과 별도로 판매되니 분실할 위험도 생기는 거죠. 반면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반약은 개별 포장으로 식별이 쉬워 '덜 버려진다'고요. 진통제 성분 만이라도 일반약으로 판매된다면 폐의약품 수는 많이 줄어들 겁니다. 물론 미국과 캐나다 방식을 우리가 무조건 따라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의약품이 사보험 영역이니, 의사도 병원도 가능한 처방을 적게 내려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건보재정 절감을 생각하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제도 아닐까요?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2400가지 버려진 약 중 가장 많이 버려진 약이 무엇인지, 항생제가 얼마만큼 버려지는지 분석해보죠. 보다 진지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2017-01-11 06:15:05정혜진 -
약 복용 중단 환자들 약 남긴 이유 "좀 나아서"어제에 이어 오늘은 우선 소비자가 '약을 왜 버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휴베이스 소속 약사 10명이 폐의약품을 가져온 환자를 설문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설문은 3가지 문항으로 ▲약을 다 복용하지 않고 남긴 이유 ▲폐의약품을 가져오라는 안내를 약국에서 받았는지 여부 ▲폐의약품을 약국이 수거하는 것에 대한 의견 등 질문들로 이뤄졌습니다. 약을 가져온 217명 중 182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약사가 조제하는 시간도 못 기다려 안절부절하고 약사를 호통 치는 환자가 많은데, 이렇게 수분이 걸리는 설문에 응답한 환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주목할 점인 것 같습니다. 답변 중에 가장 많은 22%(97명)의 응답자가 꼽은 원인은 '좀 나아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입니다. 2위는 '일반약을 사두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다'(17%, 73명), 공동 3위는 '의사가 필요할 때만 약을 먹으라고 해서 약이 남았다'와 '잘 안 나아서 의사가 다른 약으로 바꿔주었다'가 각각 11%(47명)으로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5위 '안 나아서 약을 중단하고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8%, 35명), 6위 '먹는 걸 잊어버렸다'(8%, 34명), 7위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도 약이 남았다'(8%, 33명), 8위 '(여행이나 상비감기약으로) 미리 처방받았는데 남았다'(6%, 27명), 9위 '약이 독한 것 같아서 줄여서 먹었다'(4%, 17명), 10위 '부작용 때문에 중단했다'(3%, 13명) 등이 나왔네요. 기타 의견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1명), '먹는 법을 잊어버려서'(1명), '보관 중 변질'(1명), '사망'(2명), '선물받았다'(1명), '입원 기간 중 처방 변경'(1명), '치과 시술', '선물(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라서)'(1명) 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약이 남은 이유는 크게 ▲환자의 복약 순응도 ▲약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 ▲의사 처방 단계의 원인 등 세가지로 꼽힙니다. 답변 비율과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보면 재밌는 사실이 몇 가지 보이는데요. '증상이 나아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나 '약이 독한 것 같아 줄여서 먹었다'는 의견을 보세요. 의사 처방, 약사 복약지도와는 별개로 환자들이 자신이 먹을 약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비율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증상이 나았거나 독한 약을 기피한다는 점에서 국민들도 '약은 되도록 안(적게) 먹는 게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버릇처럼 말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요. 의사 처방 패턴과 관련 있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의사가 필요할 때만 먹으라고 해서 남았다', '안나아서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다시 받았다', '여행을 위해 미리 처방받았다가 남았다'는 걸 보면 처방 단계부터 약이 남을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죠. 어느 정도 처방 단계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약사는 "해외여행을 대비해 남편이 감기약을 15일치 미리 받아왔는데, 보니 정제는 물론 외용제, 시럽까지 약제비 7만원, 본인부담금 2만원 정도의 약을 한보따리 받아온 경우도 있었다"며 "사용될 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약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조제약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밌는 건 이 부분이에요, 보세요.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고 응답한 환자가 33명이나 됩니다.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무슨 말일까요? 애초에 약이 잘못 나간걸까요? 휴베이스 약사는 "환자들은 의사나 약사 앞에서 '약을 잘 챙겨 먹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사들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집에 남은 약은 없는지, 잊지 말고 잘 복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분석해볼 수도 있어요. 만성질환약(먹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약)과 증상 치료제(일시적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줄여주는 약)을 묶어 둘을 비교하니, 버려지는 약 중 만성질환약은 우리나라 치료제 시장 크기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적은 약이 버려지고 있더군요. 고혈압, 고지혈, 당뇨 치료제를 합한 수가 134인데, 진통제(381), 항히스타민제(180), 항생제(253)를 합하면 814개나 돼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휴베이스 연구소는 '국민들이 반드시 먹어야 할 약과, 덜 먹어도 될 약을 잘 구분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구소의 한 약사는 이렇게 설명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성질환제에 대해서는 복약 순응도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요. 만성질환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비싼 탓도 있지만, 꼭 먹어야 하는 약은 버리는 게 없을 정도로 대부분 잘 복용하고 있다는 거죠. 반면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는 환자들이 되도록 안 먹으려하고요. 약사는 "의사와 약사는 자신이 처방·조제한 약은 환자들이 모두 복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약사 예상과 실제 사이엔 치료제별로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데이터만 봐도, 앞으로의 복약상담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약사가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렇게 달라져 있으니까요. 다음 편은 버려진 의약품을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한 자료를 가지고 '버려진 의약품'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2017-01-10 06:15:00정혜진 -
한해 1000억원대 약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대한민국 건강보험에 예산 1000억원이 추가로 생긴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휴베이스가 작년 8월부터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회원 약국 10 곳이 '가정 내 남은 약은 모두 약국으로 가져오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3개월간 환자들이 가져온 약을 수거해 분석한 프로젝트입니다. 약사들은 수거한 폐의약품의 낱알을 식별해 어떤 약인지를 판별하고, 약가를 따져 버려진 약을 금액으로 환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을 가져온 환자에게 '왜' 이 약을 버리게 된 건지도 꼼꼼히 설문했습니다. 3개월 간 약사들은 약국 문을 닫은 후 저녁 내내 이 약들을 끌어안고 작업하느라 상상 이상의 수고로움을 감수했습니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을까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약이 10개 약국에 모였고요, 이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는 우리에게 분명히 '어떤 무언가'를 말해주게 되었죠. 휴베이스 연구소가 진행한 독특한, 하지만 정작 열 명의 약사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이 연구 결과를 데일리팜이 받아 분석했습니다. 단지 버려진 약에서 우리나라 건보 재정 낭비 현황, 처방과 조제의 허점, 개선할 점들을 우리가 얘기할 수 있다 말하면 과장일까요. 휴베이스와 데일리팜이 함께 준비한 폐의약품 이야기는 총 5편으로 진행됩니다. 10개 약국에 3개월(8월~10월) 동안 모인 폐의약품, 정확히 말해 건강기능식품과 처방약, 일반의약품, 식별이 불가한 시럽과 가루약이 섞인 뭉치들은 몇 자루의 봉지를 채웠습니다. 3개월간 총 217명의 환자가 폐의약품을 가져왔고, 이것들은 총 2391가지로 식별됐습니다. 정제만 따졌을 때 총 6만 정이 넘는 양이었습니다. 이어 등재된 약가로 환산도 해봤습니다. 식별이 되는 약만 모았는데도, 놀라지 마세요. 금액으로 따지니 이 2300여가지 약들은 총 1400여 만원 어치가 됐습니다. 1400만원. 단지 3개월 동안 10개 약국에만 모인 금액이 이 정도라면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10개 약국이 '대한민국 표본 약국'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를 표본 삼아 전국 단위로 확장시켜 봤습니다. 10개 약국을 전국 2만개 약국으로, 3개월 수거기간을 1년으로 환산했죠. 단순화해봐도 우리나라 전국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한다면 1년동안 버려진는 의약품은 1120억원. 매달 100억원의 의약품이 버려지는 거에요. 가져온 환자 한명 당 평균 11개 품목의 의약품을 버렸고요, 가장 큰 금액으로는 22만원어치의 약을 한꺼번에 들고 온 환자도 있었답니다. 왜 이렇게 많이, 비싼 약을 버린 건지 궁금하시죠? 이 점은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고요. 평균을 내보니 10개 약국을 다녀간 환자들은 1인당 평균 6만4961원 어치의 약을 버렸습니다. 약국에 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동네약국일 경우) 본인부담금 1만원 이하를 내고 조제를 받습니다. 물론 건보재정에서 충당하는 약값은 훨씬 비싸고요. 그렇게 조제해 간 약 중 3개월 동안 6만5000원 어치의 약을 다시 버린다니, 이거 건보재정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럼 다시, 앞에서 나왔던 버려지는 약을 전국, 1년 단위로 환산했을 때 도출된 금액 1120억원을 다시 보겠습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5년 1년 간 직장인은 1인당 110만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인당 11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해요. 1년간 버려지는 약값으로 환산한 1120억원은 직장인 10만명, 지역가입자 9만6000명이 낸 건보료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정부가 2017년 지원한 건보료 예산 6조8764억원의 1.6%에 해당하고요. 다시 말하면 직장인 10만명이 낸 건보료가 매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거에요. 한국 제약 R&D의 대명사가 된 한미약품이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 중 가장 처음으로 R&D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한해 투자액은 1156억원이었고요. 개인 개인에게 6만5000원은 별 거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지요. 그럼 왜 이렇게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을까요? 내일은 그 원인부터 알아보겠습니다.2017-01-09 06:15:00정혜진 -
입지 좁아진 영업사원(MR)…구조조정 1순위병신년(丙申年)엔 영업사원 부당해고 논란으로 유난히 다국적제약사들이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계 제약사 사노피는 영업부 소속 직원 2명을 자율준수프로그램 위반 명목으로 해고했다 노조 측 반발을 샀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는 지난해 6월 130억원대 예산절감 시행과 인건비 60억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법인 또한 ERP를 통한 인력조정이 기정사실화되며 노조는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그 전해에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OTC사업부 영업사원 80명 중 40명을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해 정리했다. 실적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명목이었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작으로 제약산업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진출해 공격적으로 영업조직을 구축했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때부터 조직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외자사들은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수익 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정리하고,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의 인력조정을 통해 순이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영업 시스템과 조직에 변화를 꾀했다. 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2010년부터 다국적사들이 조직을 슬림화 하기 시작했다. 이익 없는 제품을 국내사 외 제3기업에 넘기면서 구조조정을 상시화 했는데 이때부터 대량해고가 예고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1순위는 영업사원이었다. 국내 제약사도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약가인하 정책, 청탁금지법 규제, 제약산업 자체 CP규정 강화 등 문제에 부딪히며 인력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영업조직 구축을 위해 CSO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실적악화와 신성장동력을 위한 타계책으로 꺼내든 것이 영업사원 감축이었던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조업체 영업직은 2만5496명으로 전체 구성원 중 28.4%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과 비교하면 영업직 인력비중은 2006년 34.6%에서 2014년 28.4%로 6.2%p 감소했다. 이후에도 3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연구직은 2006년 9.0%에서 2014년 11.8%로 2.8%p 증가했다. 영업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각 제약사의 신규 영업인력 선발 경향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상반기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MR공채를 하지 않았다. 일동제약, 유한양행, 제일약품은 수시 채용 또는 경력직 영업사원을 채용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만 선발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2010년 쌍벌제 시행은 실제 영업관행 형태를 바꾼 가장 큰 영향 중 하나였다"며 "이전에는 영업력 자체가 기업의 성장동력과 같아 영업직 출신 대표가 영향을 발휘했으나, 쌍벌제 이후 키워드는 신약개발 역량강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 이슈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이 외자사를 벤치마킹해 실적이나 CP위반을 문제로 인력을 감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2015년 국내 모 상위사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영업인력 30명을 대기발령했다. 실적 저조와 CP규정 강화 부적응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해당 기업은 이어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정체 등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대기발령 방식의 인력조정을 진행했다. 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조직개편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위탁계약에 의해 잉여인력은 생길 수 밖에 없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권고사직, 대기발령, 영업활동 표적수사 등 부당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위주로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해 온 국내 제약사가 투아웃제, 쌍벌제, 청탁금지법 등 정부 규제 강화로 대면영업에 한계를 드러내자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윤택 대표는 "최근 개발부나 연구소 출신 제약사 사장단이 산업행태와 행동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연적으로 연구인력은 증가하고 영업사원은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조정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 환경변화에 의한 CSO와 온라인몰 같은 영업시스템 변화는 필연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과거와 같이 단순한 리베이트 기반 영업방식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영업조직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대체 인력으로 CSO나 도매그룹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이다. 정 대표는 "영업사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이다"며 "기존 리베이트 영업의 한계로 품질경쟁력과 올바른 정보,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업관행에 변화를 가져야 한다. 신제품은 CSO에 바로 맡길 수 없기에 의약사 대상 전문화 스킬을 가진 정보전달자가 필요하다. 기업내 MR역할이 과거 단순히 몸으로 하는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전문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영업조직 전문화를 강조했다.2017-01-06 06:15:0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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