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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형 약가제·공동생동 규제 폐지 여파...제네릭 난립업계에서는 2013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갑작스럽게 급증한 원인을 정부 정책의 변화로 지목한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면 당시에 시행한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구심에서다. 2010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제네릭 허가와 보험약가제도에 큰 변화를 가하면서 제네릭 난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복지부,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후발 제네릭 최고가로 진입 2012년 시행한 약가제도 개편이 제네릭 급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특허만료 신약의 가격을 특허만료 전의 80%에서 53.55%로 인하했다. 제네릭은 최초 등재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상한가격이 53.55%로 내려간다. 이때 복지부는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 2012년 이전에 시행한 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다만 첫 번째 제네릭이 동시에 여러 개 등재되면 퍼스트제네릭의 보험약가도 떨어지는데, 13개 이상이 동시에 등재되면 제네릭 최고가는 54.4%로 책정된다. 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뒤늦게 제네릭을 발매할수록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후발주자들이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4년 특허가 만료된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의 사례를 보면, 특허만료 직후인 2014년 총 136개(5mg 29개, 10mg 63개, 20mg 66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이후에도 크레스토 제네릭은 매년 수십개씩 쏟아졌고 현재 제네릭은 292개에 달한다. 특허만료 이듬해부터 156개의 제네릭이 추가로 진입한 셈이다. 만약 계단형 약가제도가 유지됐다면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매달 최고가가 10% 떨어지기 때문에 특허 만료 이후 1년 가량 지난 이후 등장하는 제네릭은 사실상 원가에도 못 미치는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피토, 플라빅스, 디오반 등 대형 제네릭 시장도 특허 만료가 한참 지났는데도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약가제도 개편이 이뤄진 2012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증한 것도 약가제도가 제네릭 난립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최고가 수준의 가격으로 등재되는 제네릭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약가제도 개편 시행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2011년 12월 1일과 2018년 9월 1일 기준 주요 제네릭 제품의 약가 분포를 분석해봤다. 리피토10mg의 경우 2011년 12월 기준 제네릭이 29개에서 현재 118개로 늘었다. 7년 전에는 제네릭의 보험약가가 400원대에서 800원대로 고르게 분포됐다. 600원대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800원대가 9개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 리피토의 제네릭 118개 중 115개는 최고가 수준인 600원대의 약가로 등재된 상태다. 이중 95개의 제네릭은 최고가와 근접한 652~663원으로 보험약가가 책정됐다. 제네릭의 80.5%는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네릭이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 수준은 다소 떨어졌지만 대다수의 제네릭이 최고가격 수준의 가격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플라빅스 제네릭도 비슷하다. 2011년 12월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 34개 중 가장 높은 1700원대에 12개의 제네릭이 포진했고 400원대부터 1600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제네릭의 가격이 형성됐다. 그러나 9월1일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은 105개로 급증했는데 이중 87개가 가장 비싼 1100원대 의 보험약가를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를 철폐한 이후 제약사들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퍼스트제네릭 선점에 실패하더라도 후발 제네릭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생동 규제 철폐·위탁 제네릭 허가용 생산 폐지 등 제네릭 난립 부추겨 제네릭 허가제도에서는 '공동(위탁) 생동 규제'가 제네릭 난립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5개 업체로부터 위탁을 의뢰받고 총 6개의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3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인데도 똑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B업체가 다른 업체에 포장만 바꿔 새롭게 허가를 받는 ‘쌍둥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2개를 두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공동생동 규제 폐지 이후 제네릭의 허가 건수도 급증했다. 위탁생동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은 업체들 입장에선 허가비용과 시간을 단축했는데도 높은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매력이 생겼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물학적동등성 인정 품목은 2010년 437개에서 2011년 90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1112개로 늘었다. 위탁 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허가받는 비중이 커졌다. 공동생동 규제가 폐지된 2012년부터 위탁 생동 건수가 직접 생동실시를 앞질렀다. 2011년 직접실시가 543개로 위탁생동 366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개 업체만 하나의 생동성시험에 참여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위탁생동 건수가 직접실시 건수를 넘을 수 없는 구조였다. 2012년에는 위탁생동으로 생동성을 인정받은 제품이 337개로 직접실시(251개)보다 86건 많았다. 2016년에는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984개로 직접실시 128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6년 기준 생동성인정품목 1112개 중 위탁생동 비율이 88.5%를 차지했다. 허가받은 10개의 제네릭 중 9개 가량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동생동 규제 폐지가 제네릭 개수 증가의 한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셈이다. 허가 제도에서 공동생동규제만이 제네릭 개수 증가를 부추긴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생산시설이 균일한 품질관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인데도 또 다시 허가용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은 3배치를 생산하지 않고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수 있게 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탁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제약사의 경우 1년에 1배치 분량에 해당하는 30만정을 팔기도 벅차다. 3배치를 허가용으로 만들어도 사용기한내 모두 소진할 수 없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위탁 제품에 한해 허가용 생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제네릭 허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으로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었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제네릭 난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시장 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허가와 약가제도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2018-09-11 06:30:47천승현 -
제네릭 100개 이상 속출...2013년부터 폭발적 증가세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엉뚱하게도 제네릭 난립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유독 발암가능물질 검출 발사르탄 의약품이 많은 이유를 제네릭 난립으로 지목하면서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은 총 573개일 정도로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허가받은 제품이 많기 때문에 특정 원료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판매중지나 회수 대상 의약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발사르탄 파동은 원료의약품 생산과정에서 기준규격에 없는 발암가능물질이 우연하게 생성됐을 뿐 제네릭 난립과는 무관하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네릭 난립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식약처와 복지부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데일리팜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 개수의 증가 추세를 살펴봤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제네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등재 의약품 개수는 지난 1일 기준 2만123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2만2074개보다 844개 줄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지난 10년으로 확대하면 급여의약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급여등재 제품 수는 1만5000개 안팎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2009년 3월 기준 1만5136개에서 2012년 6월 1만4075개로 소폭 감소세를 보였고 2013년 3월에는 1만4712개로 큰 변동이 없었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의약품은 2013년 6월 1만5006개를 기록한 이후 갑작스럽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6년 9월에는 2만1683개로 3년 만에 무려 6677개 늘었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보험급여 의약품 개수가 44.5% 증가한 셈이다. 전체 보험급여 의약품 중 제네릭 비중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건강보험 의약품의 급증은 제네릭 개수의 증가와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주성분별 1개 제품이 단독 등재된 약품 수는 2660개다. 전체 급여목록 제품 2만1230개 중 제네릭이 발매되지 않은 제품의 비율이 12.5%라는 얘기다. 제네릭 의약품이 전체 보험급여 의약품의 8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신약 허가가 크게 늘지도 않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허가받은 신약 제품은 360개에 불과하다. 2007년 65개의 신약이 허가받은 이후 단 한번도 1년에 허가받은 신약이 50개를 넘은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제네릭 개수의 급증으로 건강보험 의약품 수도 크게 늘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제네릭 급증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장 기승을 부렸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주요 성분의 제네릭 개수 추이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2013년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가 확연히 눈에 띈다.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2012년 9월 기준 총 62개(10mg 34개, 20mg 16개, 40mg 9개, 80mg 3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2009년(44개), 2010년(50개), 2011년(51개)과 비교해도 큰 상승폭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3년 9월에는 급여등재된 제네릭 제품이 111개로 껑충 뛰었다. 1년 만에 리피토10mg은 34개에서 69개로 2배 이상 늘었고 리피토20mg도 16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 리피토 제네릭의 증가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 9월에는 140개(10mg 85개, 20mg 42개, 40mg 42개, 80mg 3개)로 늘었다. 이후에도 매년 리피토 제네릭은 봇물처럼 등장하면서 현재 234개에 달한다. 리피토10mg 1개 용량만 118개의 제네릭이 쏟아진 상태다. 리피토는 2009년에 특허가 만료됐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집중적으로 제네릭 제품들이 등장해 시장 선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특허 만료된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제네릭 제품이 속속 진입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굵직한 제네릭 시장에서도 리피토와 유사한 패턴이 읽힌다.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시장이 열린 지 한참 지났는데도 뒤늦게 제네릭 개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2009년 특허가 만료된 항혈전제 ‘플라빅스’도 2013년부터 제네릭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2009년 9월 31개, 2010년 9월 30개, 2011년 33개로 변동이 없었다. 2012년 9월 41개로 증가한데 이어 2013년 9월에는 66개로 치솟았다. 2016년 9월에는 총 100개의 제네릭이 등장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존 제네릭보다 2배 이상 많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급여등재목록에 이름을 올린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105개에 달한다. '아스피린프로텍트'의 제네릭도 같은 시기에 큰 폭으로 늘었다. 2012년까지 아스피린프로텍트의 제네릭은 4개에 그쳤다. 2013년에는 17개로 늘었고 2014년 34개, 2015년 40개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은 2013년까지 제네릭이 15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현재 77개까지 늘었다. ‘노바스크’, ‘크레스토’, ‘스티렌’, ‘아리셉트’, ‘디오반’ 등 처방실적 상위권에 포진한 주요 제품들도 제네릭 개수가 2013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경우 2008년 특허가 만료됐는데도 2013년 이후 제네릭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2012년 9월 노바스크의 제네릭은 26개에 불과했다. 2013년 이후 매년 10개 안팎의 제네릭이 추가되면서 현재 98개로 늘었다. 고혈압치료제 ‘디오반’ 역시 2012년부터 제네릭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지난 9월 1일 기준 제네릭 개수는 132개에 이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롭게 의약품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제네릭 수도 덩달아 급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업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의약품 제조업체는 총 635곳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6년 548곳보다 87곳 늘었다. 하지만 2012년 647곳, 2013년 684곳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갑작스럽게 신규 제약사가 많아져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0 지난 몇 년간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제약사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식약처의 식품의약품통계연보를 보면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에 달했다.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는 제약사가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업체가 38곳에서 42곳으로 정체됐고, 생산실적 규모가 100억~1000억원 업체도 큰 변동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영세제약사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생산실적 10억 미만 업체는 2010년 57곳에서 2016년 111곳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한정된 제네릭 시장에 다수의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뛰어들면서 나눠먹기식 경쟁이 펼쳐졌고, 그 결과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는 '하향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갑작스럽게 크게 증가하면서 영세제약사가 급증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시장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2018-09-10 06:30:08천승현 -
'체중감량+안전성'...비만약 후계자의 숙제와 가능성'리덕틸(시부트라민)' 철수 이후 8년간의 공백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교훈을 안겨줬다. 비만치료제의 상업적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체중감량 효과 만큼이나 장기 복용 시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의존성 및 남용 우려로 일찌감치 처방이 중단됐던 '암페타민'부터 심장판막이상 부작용이 확인되며 회수조치가 내려졌던 '펜펜(펜터민/펜플루라민)', 뇌졸중 및 심장발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혐의로 시장에서 퇴출됐던 '리덕틸'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는 안전한 비만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키웠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비만치료제의 허가조건으로 5% 이상의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고, 추가 임상을 통해 약물의 지속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체중조절을 통한 심혈관계 혜택을 증명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보한 '벨빅(로카세린)'과 당뇨병에서 비만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한 '삭센다(리라글루티드 3.0mg)'가 단적인 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반등 여부 역시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한 벨빅과 삭센다의 3분기 성과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벨빅, 대규모 임상으로 심혈관계 안전성 확보…반등 기대 국내 출시 2년만에 부진에 빠진 '벨빅'은 하반기 강화된 심혈관계 안전성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전망이다. 벨빅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에자이는 지난달 유럽심장학회(ESC 2018)에서 CAMELLIA-TIMI 61 연구의 세부 결과를 공개했다. CAMELLIA-TIMI 61 연구는 심혈관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시험이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 세계 8개국 473개 의료기관에서 심혈관질환 이외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위험인자를 추가로 지니고 있는 성인 1만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배정을 통해 피험자들을 시험군(벨빅 10mg 1일 2회 복용)과 위약군으로 1:1 배정한 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지금껏 진행된 비만치료제의 심혈관계 아웃컴 연구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주요 평가변수는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주요심혈관사건(MACE) 발생률이었다. 평균 3.3년(중앙값)의 추적기간 동안 주요심혈관사건은 총 460건으로 집계됐다. 벨빅 복용군의 6.1%, 위약군의 6.2%에서 주요심혈관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위약 대비 비열등성을 확보했다. 벨빅 복용군의 첫해 평균 체중변화량은 4.2kg으로 위약군(1.4kg 감량)의 3배에 가까운 효과를 보였다. 1년간 5% 이상의 체중량에 성공한 환자 비율은 벨빅 복용군이 39%, 위약군이 17%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낸다. 벨빅은 등록 당시 당뇨병 전 단계였던 피험자의 당뇨병 전환율을 낮췄을 뿐 아니라, 중성지방(TG), 혈당, 심박수, 혈압 등 임상지표도 소폭 개선시켰다. 연구기간 중 흔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현기증, 피로감, 두통, 메스꺼움 등으로 FDA 허가라벨에 기재된 사항과 차이가 없었다. 전임상 단계에서 문제가 됐던 종양 발생률과 판막질환, 중증 저혈당증 발생률도 위약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입원치료를 요하는 불안전형 협심증과 심부전, 관상동맥재관류술 등의 발생률은 11.8%로 위약군(12.1%)보다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CAMELLIA-TIMI 61 연구의 주저자로 참여한 하버드의대 에린 보훌라(Erin Bohula) 교수(브링검여성병원)는 "벨빅 복용을 통해 체중을 감량했을 때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중, 혈당, 지질 수치와 같은 심혈관계 위험요인 개선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비만치료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벨빅 복용군의 당뇨병 신규 발생률이 위약군 대비 19%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차이가 체중감량에 따른 부수 효과인지, 벨빅 자체의 대사작용 탓인지 여부를 추가 분석한 뒤 유럽당뇨병학회(EASD 2018)에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삭센다, 당뇨병 치료제 강점 인정…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라 벨빅의 야심찬 행보를 가로막을 유력 경쟁상대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거론된다. '빅토자'와 동일한 성분(리라글루티드)으로 용량만 달라진 삭센다는 주사제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삭센다의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 아이큐비아 기준 삭센다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억8400만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3월에 출시된 데다 공급량 부족으로 품절이 잦았다는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공급부족이 해소된다면 하반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빅토자(리라글루티드 1.8mg)'를 통해 장기 안전성을 입증 받은 데다 체내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낸다는 계열에 대한 신뢰감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용량은 다르지만 삭센다와 동일한 성분의 '빅토자'는 제2형 당뇨병 환자 9000여 명이 참여한 LEADER 연구 결과, 심혈관계 사망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13% 낮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관련 내용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제품 라벨에 반영된 상태다. 북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유럽 지역 25개국에서 판매 중으로 해외 매출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삭센다의 매출성장 전망에 힘을 싣는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2분기 실적보고를 통해 공개한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액은 25억6200만 크로네(DKK, 약 4469억원)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아랍에밀레이트 5개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삭센다를 통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재미를 본 노보노디스크는 주1회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비롯해 글루카곤 유사체(G530L), 아밀린 유사체(AM833), PYY 유사체(PYY1562) 등 비만치료 파이프라인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연내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공통분모가 많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비만할 뿐 아니라, 대다수 비만 환자가 높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안고 있다"며 "당뇨병 치료시장에서 강점을 확보한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시장에 진출한 건 진입장벽이 높은 비만치료시장에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에선 지난해 9월 알보젠코리아가 미국 비버스(Vivus)사와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의 출시시기도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벨빅 출시 이후 경쟁약물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벨빅과 품절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삭센다, 출시가 임박하다고 알려진 큐시미아까지 하반기에는 변수가 많아보인다"며 "시장재편과 함께 전체 시장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2018-09-05 06:30:25안경진 -
"서울은 OK, 부산에선 NO"…약국개설기준 정비 시급약국과 약국, 약국과 병원 간 분쟁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개국 1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약국 한 곳이 개국하면 주변 약국에선 불법 소지가 없는 지부터 살핀다. 병의원과 조금이라도 관계성이 있다 싶으면 바로 분쟁으로 이어진다. 특히 '원내약국' 이슈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약사와 약사회는 물론 보건소, 변호사, 약국체인 등 약국 개설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방법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결국 약사법 개정만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는 공통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약국 개설허가를 두고 실제 가장 애를 먹는 곳은 보건소다. 언제나 약국 개설과 관련된 소송에 노출돼 있는 보건소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구내약국으로 판단된 약국의 개설신청을 반려했다 소송을 겪은 한 보건소 담당자는 약사법에서 말하는 '시설 안', '구내'라는 말의 모호성을 지적한다. 담당자는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면적의 몇% 이상'과 같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말이다. 보건소 뿐 아니라 환자, 약사가 보기에도 약국 입점이 된다, 안된다가 판단이 돼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니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약사회 역시 보건소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올해 발간한 '약사 정책건의서'에 병의원과 담합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제20조의 개정안까지 마련해놓았다.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기능적, 공간적 분리를 통해 약국 개설기준을 강화하는 안이다. 이 개정안에는 약국 개설이 불가한 의료기관 개설자에 관련 임직원 등 종사자의 의료기관 개설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을 포함시키는 등 병원 관계자의 약국 개설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을 넣었다. 반면 '병의원과 약국의 담합' 소지에 초점을 맞춘 대안들도 제기된다. 우리 약사법의 모델이 된 일본 약사법에서는 병의원과 약국의 '담합'을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허가 단계에서 이 모든 인적 관계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을 통한 공간적 담합을 방지함은 물론, 그 안의 의사와 약사의 담합을 막기 위한 인적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보자. 약국체인 휴베이스 관계자는 "일본은 약사법에서 직계가족을 포함 몇 인척 이내의 친인척이 같은 건물에서 병의원-약국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남편이 2층에서 병원을 하고 부인이 1층에서 약국을 하려 한다고 치자. 우리는 허가가 나지만 일본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보건소가 이 모든 내용을 확인해 허가를 반려할 방법이나 의무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약사회 제도개선특위 조양연 단장은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연계된 특정 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처방전을, 특정 약국이 일정 퍼센트 이상 독점하면 급여를 제한한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란 특수 관계인을 따져 병원과 약국 간 독점구조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부동산이란 물적 대상뿐만 아니라 인적 대상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적 대상인 건축물 차원에서 담합, 원내약국을 막을 방안도 거론된다. 경기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사례를 보면, 병원이 관계자의 다른 이름을 건축주로 해서 부속 건물을 세우고 여기에 약국을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사례가 많다. 건축대장을 같이 쓰는 병원 건물 내에는 약국 입점을 금지시켜야 한다. 건축주와 무관하게 하나의 건축대장을 쓰는 병원 건물이라면 약국 허가가 나지 않도록 해야 최소한의 담합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에서 제 3자가 약국 허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 그런가 하면 이미 개설허가가 난 약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안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JKL 법률사무소 이기선 변호사는 "허가에 관한 법률은 기본적으로 허가 신청자를 보호하는 게 원칙이다. 이것이 현재 약국 허가에도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특정 병원과 연관된 걸로 보이는 약국이 개설 신청을 하고 보건소가 거부했다면 신청 약국은 이에 대해 행정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약국, 인근 약국은 원고적격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해도 각하된다. 아예 다툼의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편법약국 문제가 생겨도 해당 약국개설의 불법 여부에 대해 소송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가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아무런 견제 없는 약국 개설권을 가진다는 것"이라며 "제3자도 원고적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약사의 권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행정부(보건소)의 잘못을 사법부(법원)에 따져 물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든 관계 전문가들이 '약사법 개정'을 주장하는 가운데, 복지부는 지자체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약사법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복지부는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라고 지적하는 쪽의 입장이 있고, 또 상대편의 입장이 있다. 쉽게 말해 허가를 내줘도, 허가를 반려해도 각각 상대편에서 민원을 제기한다. 편법적인 약국이라는 시각이 상대적이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어려움은 100% 이해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 말만 듣고 약사법 개정에 나설수는 없다. '약국개설등록 자문협의체'는 그래서 마련했다. 개별 사례부터 공유하고 축적해보자는 뜻이다. 일부에서 기대하듯, 이 협의체가 바로 약사법 개정이나 별도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체를 판례가 쌓이는 것에 비유하며 "자문협의체를 통해 약국 개설을 둘러싼 갈등 사례를 공유하고 축적하다 보면 논의할 여지가 생기고, 여기에서 합의된 기준을 도출할 수 있지 않겠나. 중장기적인 약국개설 기준 협의의 틀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약사법 개정해도 또 틈새 찾는다" 회의론도...약사사회 대책은? 현재 협의체는 각 지자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한 상태로,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되려면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중장기적 협의의 틀'이라고 밝힌 만큼, 당장의 뾰족한 묘수를 찾기엔 적절치 않다. 복지부도 협의체를 제외하면 약국 개설에 관한 별도의 대안이나 정책을 구상하는 바는 없다. 모두가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외치며 복지부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느린 걸음은 당장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병원의 편법적인 약국 개설 시도를 막을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 약국 체인 관계자의 지적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은 법이나 기준이 만든 것이 아니다. 시장 논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병원이 일방적으로 약국을 개설한다? 그런 약국 자리를 원하는 약사가 있다는 것이다. 아니, 원하는 약사가 많다. 병원의 처방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약국을 모두가 원하기에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돈 1억, 2억을 주고 병원 부지 약국으로 들어가려는 약사가 줄을 섰다. 지금처럼 약국의 처방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담합, 병원 부지 약국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도 같은 취지로 약사법 개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관계자는 "약사법을 아무리 개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도, 병원과 의원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또 새로운 틈새를 뚫고 들어와 법망을 피한 조건의 약국을 신청할 것이다. 막을 수 있는 대안?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약사는 '결국 해답은 약국의 자생력'이라고 주장한다. 약국의 처방전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생력이 높아지면 담합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약사는 "병원이 편법을 동원해 약국을 개설한다 했을 때, 모두 병원을 욕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그 약국은 처방전을 얼마나 많이 받을까' 생각한다. 병원 부지라는 판단에 허가가 반려되면, 보건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그 약국에 들어가려는 약사다. 시장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다. 이 상황에서 약사법 개정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약국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약사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약국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유일한 대안은 처방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2018-09-05 05:05:09정혜진 -
신제품 효과 종료?...8년째 '왕좌' 못찾는 비만약 시장비만치료제는 제약사들에게 욕심나는 시장이다. 뇌졸중과 심장발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혐의로 2010년 시장에서 퇴출된 '리덕틸(시부트라민)'은 직전년도 9개월 동안 8000만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1997년 FDA(미국식품의약약국) 허가 직후 전성기보다 한참 떨어진 액수다. 리덕틸은 국내에서도 철수 직전까지 2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로 기억된다. 이후 리덕틸의 공백을 노리는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8년째 그를 대체할 만한 후계자는 탄생하지 못했다. 새로운 후계자 후보로 주목받던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의 개발사 오렉시젠 테라퓨틱스가 올해 초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높은 장벽을 대변하는 사례다.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469억원 집계…벨빅 매출 19% 급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 싶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제자리 걸음이다. 최근 신약출시 이후 가파르게 질주하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곡선은 둔화하기 시작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총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469억원)보다 6.3% 감소했다. 지난 2015년 이후 급성장한 시장 규모가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으로 리덕틸(시부트라민) 퇴출 이전 수준으로 근접했던 시장 규모도 뒷걸음질했다. 식욕억제제 리덕틸이 2010년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2009년 1162억원에 이르던 시장 규모는 5년만에 66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벨빅의 등장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928억원으로 확대됐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 1위 제품인 '벨빅(로카세린)'을 필두로 최근 가파른 성장을 보이던 제품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콘트라브와 같은 경쟁품목이 늘어나면서 처방이 분산된 데다, GLP-1 유사체 등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 등장으로 신약출시 효과가 희석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매출 122억원(아이큐비아 집계)으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던 벨빅이 부진을 보인 여파가 컸다. 벨빅의 올 상반기 매출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63억원)보다 19.0% 줄었다. 벨빅은 2015년 2월 일동제약이 미국 아레나파마슈티컬즈로부터 도입한 제품이다.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만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리덕틸' 퇴출 이후 침체했던 비만치료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역으로 평가된다. '미국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만에 승인받은 비만치료제'란 타이틀에 힘입어 국내 출시 직후부터 시장에서도 상당한 파급력을 나타냈다. 출시 첫 해인 2015년 136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6.6% 증가된 146억원대로 시장큐모를 키웠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효과는 2년 남짓에 불과했다. 출시 2년차를 맞은 2017년 매출이 전년보다 15.9% 감소된 122억원에 그쳤고, 올 상반기에는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4억원으로 출시 이래 최저치였고, 2분기는 비만치료제 성수기였음에도 26억원 규모에 머물렀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도 감소율이 가장 높다. 벨빅·콘트라브 실적 기대 이하…상위 품목 7종 벨빅 매출 부진 물론 실적 부진이 벨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68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기록한 알보젠코리아의 푸링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13.6% 감소했다. 알보젠의 또다른 제품인 푸리민(-7.9%)과 광동제약의 콘트라브(-8.4%), 로슈의 제니칼(-6.7%) 등 기대를 모았던 비만치료제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매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증가한 제품은 휴온스의 휴터민(+8.0%), 광동제약의 아디펙스(+0.9%), 휴온스의 휴터민(+8.5%) 3종 뿐이다. 벨빅, 콘트라브 등 신제품 출시 이후 시장규모가 빠르게 회복됐다지만 리덕틸 퇴출 전 시장매출이 1100억원 규모를 넘나들던 2009년 상황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 규모를 형성하는 단일 제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시부트라민의 퇴출 이후 다른 비만치료제들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팬터민, 펜디펜트라진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은 환각, 우울감과 같은 부작용 발생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지방분해억제제 '제니칼(올리스탯트)' 역시 간손상 위험과 지용성 비타민제를 별도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감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비만치료제에 대한 갈증이 높긴 마찬가지다. 콘트라브와 큐시미아, 벨빅 등 여러 약물들이 차기 '시부트라민'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연매출 1억 달러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비만치료시장은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을 해당할 만큼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2014년 오렉시젠의 콘트라브가 FDA 허가를 받을 때만 해도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며 "벨빅, 콘트라브, 큐시미아 3종 모두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임은 분명하다. 다만 폰디민, 리덕틸 과 같이 체중감소 효과가 뛰어남에도 부작용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은 약물들이 존재하다 보니 약물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제품군보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2018-09-04 06:30:37안경진 -
갑자기 들어선 원내약국…무너지는 토박이 단골약국"지금의 법이라면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환자 편의를 내세운 대자본의 약국 임대 사업은 예견된 수순이고, 평범한 약사들은 희생될 수 밖에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병원의 편법 원내약국 개설, 약국 임대사업 개입에 대해 한마디로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치열해지는 약국자리 경쟁과 처방전 위주 수익사업 확산,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모호한 법령까지. 약국은 환자 건강을 위한 공간이기 이전에 부동산 수익 사업의 먹잇감이 돼버렸다. 약국 자리를 놓고 병원과 특정 약사 간 검은 관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법이 명확지 않다보니 행정기관인 보건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무줄 행정의 주역이 돼 버렸다. 약국 개설 당사자인 약사도 행정기관인 보건소도, 이를 바라보는 약사사회도 모두 납득할 만한 잣대를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기만 한걸까.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되고"…모호함이 부른 촌극 약국 개설에 있어 최초이자 최종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은 보건소의 허가다. 최근들어 약국 개설 허가 여부를 둔 지역 보건소들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 논란을 넘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다반사다. 일각에서는 약국 개설 허가 업무에 대한 지역 보건소들의 업무가 고무줄 행정이라며 비판하지만 보건소 담당자들도 할말은 있다. 관련 법령이 모호하니 판단 기준도 명확할 수 없고, 여기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A보건소 약국 개설 담당자는 "개설 허가 여부에 있어 보건소는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규정돼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복지부 지침에 따르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사례가 워낙 다양해 해당 법 조항만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설 신청 약사, 그와 연관된 의사, 혹은 반대의 약사가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도 대부분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식이다. 그래서 허가 반려를 결정하면 민원인은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로 허가된 경우를 가져와 제시하는 게 최근 추세"라고 덧붙였다. 보건소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이 더 큰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B보건소 약국 개설 담당자는 "법조문의 해석 범위가 넓다보니 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하고, 이것은 결국 지자체와 보건소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현재 보건소는 약사법도, 법원 판례도 명확한 근거로 삼지 못한 채 개별 판단으로 약국 개설 민원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개설 신청자는 '되고' 막는자는 '안되는'…'원고적격' 걸림돌로 현행 약사법 상 병원이 약국 개설, 임대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항은 병원, 약국 간 담합을 막기 위한 조항인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약국을 개설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된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약분업 원칙에 따라 특정 의료기관, 특정 약국 사이 배타적 연관을 짓거나 소비자를 그런 관계로 오인케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약국 개설 허가권자인 보건소도 신청자인 약사도 관련 법령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편법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약사회 제도개선특위 단장을 맡은 조양연 이사는 "현행 약사법 상 병원의 약국 개설 개입을 막는 규제 대상은 병원 시설 내 부지, 즉 물적대상인 부동산에 한정돼 있다"며 "해당 병원, 의료병원이 대표자 혹은 특수관계인이 약국 개설, 임대에 개입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부동산이란 물적대상뿐 아니라 인적대상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일본은 약국이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연루돼 있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을 일정 비율 이상 독점하면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란 특수 관계를 따져 병원과 약국 간 독점구조를 규제하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계속 불거지는 병원의 편법 원내약국 사태와 관련 현행 법률상의 '원고적격'을 문제로 제기했다.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편법 원내약국의 가장 큰 문제는 약국 개설권자인 행정부의 위법 여부를 사법부에 소송으로 따져물을 방법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논란이 제기되도 불법 여부에 대해 소송할 원고적격자가 없다. 이렇게되면 행정청(시군구청, 보건소)은 사실상 아무런 견제 없이 약국 개설 권한을 줄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창원경상대병원, 강서구, 금천구 등 이미 발생한 편법약국 논쟁을 문제삼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려면 원고적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 약사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정부의 잘못을 사법부에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의 약국 임대사업 개입, 국민 건강권 침해한다? 이 시점에 원초적인 질문 하나가 제기된다. 왜 병의원의 약국 개설, 임대사업 개입은 안되는 것일까. 과연 이것이 환자, 나아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최근 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한 병원의 운영 사례만 봐도 그 답은 쉽게 도출된다. 지방의 한 약사는 "병원 시설 내 약국을 개설시키면서 내세운 명분은 환자 불편 해소와 편의였다"며 "하지만 해당 약국이 오픈하고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면서 오히려 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소발디와 같은 고가약 처방은 받지 않고 병원서 500m 떨어진 기존 약국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다. 카드 수수료의 조제료 잠식 문제 때문"이라며 "높은 임대료, 목표 수익을 확보를 위해 약국 운영 기준이 환자 건강이 아닌 수익에 맞춰진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양연 이사도 "병원이 약국 개설, 임대에 관여한단 것은 기본적으로 담합을 통한 특정 약국의 독점적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처방전이 지역 약국으로 분산되고 약국에서 환자 약물에 대한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처방전 독식을 통한 독점 구조가 형성되면 환자가 충분한 약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는 박탈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한 병원, 약국 간 담합구조가 형성되면 불필요한 의약품, 고가 의약품 사용을 통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2018-09-03 18:18:03김지은 -
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약사행세...60년간 계속된 '관행'약사의 가족이 약사 행세를 하는 약국,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에 만연했던 불법행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영향이 크죠. 한 업계 관계자가 '카운터'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 할 정도로, 약사의 가족이든 일반 카운터든 약국 질서를 해치는 사례들은 확실히 감소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약사 세대교체가 있습니다. 제가 이 건으로 많은 약사들의 의견을 들으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약사 행세를 하는 배우자'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60년 간 선배약사들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 중 하나가 바로 가족 카운터입니다." 약국 내 무자격자 척결 의지가 강한 한 약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반 카운터보다 가족 카운터에 약사들이 관대하냐고요? 고령의 약사들만 관대하죠. 월급 받는 카운터나 가족 카운터나 결국 저는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고령층이 가족 카운터에 관대한 이유는 예전에 그 세대가 아주 흔하게, 공공연하게 그렇게 약국을 운영해서에요. 그런 분들이 약사회 임원을 하고, 약사회에서 원로 행세를 하기도 하고요. 그런 임원들 때문에 카운터 척결을 위한 정화 운동이 탄력을 못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 스스로 찔리는데 '카운터 척결하자'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약사도 '가족 카운터'를 논할 때 세대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알려주었습니다. "40대 이상? 50대 이상의 약사들에게 가족 카운터는 아주 흔하고 익숙한 풍경이에요. 난 이런 경우도 봤어요. 돈 많은 집에서 아들을 백수로 두고 약사 며느리를 얻어 약국을 차려준 거예요. 며느리는 약국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남편은 슬슬 나와 약국 한번 돌아보고 일하는 척 하고. 이게 불과 80, 9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약국이었던 거에요. 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옆에서 약을 팔고 약을 짓고...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어떤 약사는 우리 사회가 이런 가족 카운터, 무자격자가 있는 약국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기성세대, 노인세대에게 말이죠. 과거부터 쭉 있어왔던 적폐라, 나이 지긋한 환자들은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60년 간 선배 약사들은 약사의 배우자도 함께 약사 행세를 해왔어요. 정말 뭣같은 문화를 만들어놓은 거죠. 늘 명분은 '도와준다'는 겁니다. 박스 나르고 사입하고 청소만 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상담해서 약을 팔고 조제까지 손을 대게 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은 미약하지만 점점 대담해지다 끝은 창대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런 경험까지 말해줍니다. 어르신 환자들은 약국 전산 직원보고 '부인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요. 어르신들은 60년 간 봐왔던 모습이니 당연히 남자 약사와 여직원을 부부인 줄 안다는 것이죠. 이 정도로, '약국 내 여자는 약사의 와이프'라는 고정관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요.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실소까지 자아냅니다. "와이프 아니라 해도 안 믿어요. 여직원이 바뀌어도 안 믿는다니까." "귀찮고 힘들고 지키기 어렵지만 분명히 모범사례는 있다" 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가 아니라 약사들입니다. 이제는 줄어드는 모습이라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아주 가까운 과거에 현직 약사회장의 부인이 약사도 아니면서 약국에서 약을 판매해 크게 논란이 됐던 경험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약사 모임에서 '왜 가족이 나와서 약을 파느냐'고 비판을 받아 해당 약사가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하고 무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옛날의 일이라고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럼 약사 가족은 일절 약국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만이 대안일까요.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 하기엔 선량한 가족들도 많습니다. 약사 업무에 절대 손 대지 않으면서 약국 내 청소와 직원 관리, 재고와 결제 관리를 깔끔하게 하는 약사의 가족이요. 그 중 성공적인 사례를 보았습니다. 부인이 약사이고, 퇴직한 남편이 일을 돕는 약국인데,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부부 사이에 철저하고 분명한 업무분장이 돼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손님 응대를 일절 하지 않더라고요. 단지 인사하고, 결제하는 것 외에 약은 물론 판매 제품에 관련된 것도 100% 약사가 응대하고 있습니다. 약국이 바쁘고 환자가 몰리면 깨지기 쉬운 룰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약국이야 말로 '약사의 좋은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50대인 서울의 한 약국장도 같은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가족이든 배우자든 약사와 일반인 사이에는 아주 명확하고, 엄격한 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여직원을 자연스레 와이프로 볼 지 몰라도 노인 이하 모든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대다수가 약사를 '조제료를 받고 약을 조제하는, 판매하는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어요. 약사인 우리가 아무리 직원은 보조만 한다, 부인은 청소만 한다고 주장해도, 국민이 보기에 조제실 안에 직원과 약사 부인이 있는 자체에 거부감을 가져요. 약사가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국민이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사이의 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전문가로서의 약사' 인식을 개선하려면 이 약국장은 그래서 이 갭을 극복하기 위해 약사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탓해도 국민들에겐 핑계로 들릴 뿐이며, 이러다 보면 보조원이 조제하면 약사에게 왜 조제료를 주어야 하는가라는 위험한 주장까지 나올 수 있다는 염려입니다. "시럽 따르는 건 괜찮다고 타협하다 보면, 약을 나누는 것, 약포지에 놓는 것까지 괜찮아집니다. 약사의 부인, 남편, 카운터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약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겁니다. 국민 눈에서 보아야 해요. 그래서 우선 약사와 직원 간, 약사와 가족 간 업무 분장부터, 그리고 그 업무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업무를 세분화해야죠. 귀찮고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례를 모으고, 제가 들은 의견을 종합해 나온 대안은 여기까지입니다. 전 편에 이어 이번 편까지 '약사 행세를 하는 약사의 가족' 이야기를 읽어보신 약사라면 이제 스스로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을 어떻게 보십니까?2018-08-24 18:47:10정혜진 -
일반약 팔고 조제까지...가족이라는 이유로 묵인된 불법약국에 태풍 피해는 없으셨나요. 온 국민의 관심이 태풍이 지나갈 길에 쏠려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은 태풍이지만, 우리 약사사회에서 최근 이슈가 된 사건이 있다면 부산에서 일어난 약국 성추행 사건이죠. 사건의 핵심은 성추행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알려지면서 약사 독자들은 성추행 진실 여부 못지 않게 '왜 약사가 아닌 약사의 남편이 약국장으로 불렸냐'는 점에 관심을 가졌어요. 사건을 쫓아 여러 약사들, 경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약사 사회가 특히 '약국 내 무자격자'라는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관여하는 약사의 배우자와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약사들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황당하리만치 심각한 상황, 또 한편으로는 약사 배우자가 약국장 행세를 하기 쉬운 이유, 약사들의 시선 등 많은 얘기를 접했습니다. "그런 약국이 있냐고요? 말도 마세요, 저는 이런 일도 겪었어요." '약사님,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서 일해보신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 지금은 작은 약국을 직접 운영하시는 한 약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그런 약국에서 일한 적 있는데, 말도 마요. 약국장은 나오지도 않고, 약사도 아닌 부인이 약국장처럼 직원 부리고 관리하고 환자 오면 일반약 집어주고, 이것저것 설명까지 해주고요. 제가 이건 아니라고 문제 제기하니까, 그 다음부터 저를 왕따시키는 거예요. 점심시간이면 저만 빼놓고 나머지 직원이랑 근무약사들 데리고 밥 먹으로 가고요.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죠." 얼마 전에는 약사 남편의 부인이 약국 주인행세를 하며 도매 직원들, 제약사 영업사원을 하수인처럼 부리다 갑질로 경찰조사까지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약사 가족'의 어두운 단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죠. 사실 근무약사들 사이에서 이런 경험이 없지 않을 겁니다. 약대 실무실습이 막 시행됐을 때, 약국 실습을 다녀온 약대생들에게 설문을 해보니, '약국에 카운터가 있고, 그 카운터에게 일을 배웠다. 자괴감이 들었다'는 답변이 꽤 있었습니다. 이 중에는 '약사 남편이 약국장인 줄 알았다. 직원, 약사 관리는 물론 약품 사입, 재고 관리 약국 전체 관리 감독을 다 하더라. 일반약 판매도 했다'라고 지적한 약대생도 있었고요. 약사 가족이 자연스럽게 약국 일을 거들게 되는 이유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약국장의 가족, 특히 배우자가 함께 약국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요. 시쳇말로 고소득 전문직 배우자와 살며 편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셔터맨'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만 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 약사는 약국 셔터맨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직업 없는 남자와 결혼할 여약사가 많겠나요. 약사는 1등 신붓감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처음엔 삼성, 현대같은 대기업 다니는 남자와 약사가 만나 결혼을 하죠. 그런데 대기업은 퇴직이 빠르잖아요. 퇴직한 남편이 사업을 한다, 재취업을 한다 하다가 이게 잘 되지 않으면 차차 자기 일을 포기하게 돼요. 그러면서 차라리 약국에서 일손이나 돕자 하는 게 일명 '셔터맨'으로 굳어지더라고요." 너무 개인적인 얘기인가요? 이렇게 공론화하는 게 저 역시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약사 가족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지역의 30대 근무약사는 '약사 남편 관리자'가 생겨나는 과정을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도 그런 약국에 한 번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약국장은 몸이 안 좋아 약국에 안 나오고 관리약사로 일해달라는 약국이었어요. 그런데 관리약사를 뽑는다 해도 일을 100% 맡길 수 없으니 약사 남편분이 매일 약국에 나오는 거예요. 직원 관리는 물론 결제, 금전 관리를 하고요. 개설 약사가 갑자기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약국을 폐업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게 생계인데 쉽게 폐업할 수 없겠죠. 이럴 때 관리약사를 구하면서 실질적인 약국장은 약사의 배우자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왜 약사 가족이 약국에 나와 일을 하게 되는지 말입니다. "믿을 만 한 직원 구하는 게 쉬운가요? 일 가르쳐 놓으면 딴 데로 옮기고, 10만원 더 주는 약국으로 가버리고. 일이 손에 익기도 전에 연락 없이 그만두는 직원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꾸준히 출근하는구나 싶으면 웬걸. 불성실한 사람, 돈이나 약에 손 대는 사람, 게으른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마음 맞고 웬만큼 일 하는 직원을 구하기 힘드니, 차라리 믿을 만한 가족 중에 약국 나와 도와주는 게 좋은 거예요." 약사 가족이 일하는 약국의 장점도 있습니다. 이들은 약국이 '내 일'이기 때문에 약국 업무에 약국장 만큼 열심히, 성의껏 임합니다. 건성건성 일하는 고용된 직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 내 일이고, 우리 가족의 일이니 이들은 우리 약국에 오는 손님에게 훨씬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럼 전반적인 약국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 일조하겠죠. 우리가 '약사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그런 약국 많이 줄지 않았나요?" 다행인 것은, 이런 사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약사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졌고, '무자격자'를 알아보고 이게 불법이라는 걸 인지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탓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동안 약국을 괴롭힌 팜파라치도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근무약사로 3~4년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젊은 약사는 그럽니다. 요즘은 그런 약국 많지 않다고요. "지방은 몰라도, 서울에는 거의 없을 거에요. 젊은 약사가 하는 약국 중엔 더 없고요. 저도 보지 못했고, 제 주변에도 없었어요. 우선 요즘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문직 배우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 나와 같이 일하는 배우자가 없습니다. 나이 드신 약사들이 운영하는 약국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만... 젊은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나 조제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커요. 그런 약국에서 일하느니, 다른 약국에서 일하죠. 근무약사 자리가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찝찝한 약국에서 일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약사 배우자가 '관리'를 하는 약국은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약사 배우자가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간섭하는 경우는 꽤 있어요. 왜냐하면 약국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배우자는 약국 돌아가는 사정을 제일 잘 알고 있거든요. 조제나 의약품 판매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업무 지침이나 이런 건 그 분들께 배운 적 있어요. 약사 배우자, 사실상 약국의 경영자? 오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가족, 다음 편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약사사회의 연령 별 엇갈린 시선과 모범이 될 만한 '약사 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2018-08-24 06:24:03정혜진 -
제약 CEO 84% "협회장, 여권인사보다 업무능력 중요"제약 산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차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직을 수행할 적임자로 여야 당색을 초월한 업무능력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인물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데일리팜이 지난 16·17일 제약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 선임과 관련한 전화·문자 긴급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는 총 50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응답했다. 설문 결과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여권 인사 영입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권 인사 보다는 업권을 위한 업무추진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의견이 전체 응답자 50명 중 42명(84%)에 달했다. '여권인사가 적합하다'고 답한 사람은 8명(16%)에 그쳤다. 제약바이오협회 회무는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 그리고 정부의 제도·정책 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우선 시 되는 만큼 회원사 여론 역시 당색이 배제된 합리적 인물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출신과 경력 적합성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능력과 자질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답한 의견이 응답자 중 42%(21명)를 차지했다. 행정기관(복지부·식약처) 관료 출신과 국회의원은 각각 34(17명)·24%(12명)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CEO들은 국회의원 출신 제약바이오협회장의 장점으로 정치적 영향력 발휘, 리더십을 겸비한 강한 업무 추진력, 대정부 정책·제도 즉각 대응과 해결 등을 꼽았다. 관료출신 장점은 다년간 실무 경험과 전문지식 우수, 정책·제도에 대한 솔루션(해결책) 제시, 체계적 업무 방식을 인정했다.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국회 등 대관협상 능력'이 응답자 중 48%(2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권신장 추진 능력' 34%(17명)과 '대형-중소제약사 간 소통과 화합을 통한 회무 추진 능력'은 18%(9명)로 집계됐다. 한편 제약바이오협회는 1월 30일 사퇴한 원희목 전 회장 이후 7개월째 공석인 상태로 갈원일 회장 직무대행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4명으로 구성된 협회 이사장단은 조만간 적임자를 추천 후 이사회에서 선임, 총회 보고를 거쳐 제22대 회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2018-08-20 06:30:50노병철 -
임상 마무리 임박…첫 NASH 치료제 경쟁 4파전제약사들에게 NASH 치료제 개발은 매력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수가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터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가령 미국에선 2017년 2월 기준 1365만명이 NASH로 진단 받았다. 전체 인구(2억7374만명)의 약 5.2%가 NASH 환자다.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으로 진단된 환자는 전체 인구의 26%에 달하는데,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 영향으로 관련 환자수는 차츰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2016년 NASH 치료시장의 규모를 6억 1800만 달러로 진단하고, "향후 10년간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26년 253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화로 환산할 때 약 28조 5763억원 규모다. 그럼에도 ▲확진을 위해 간 생검(조직검사)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진단율이 낮다는 점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은 지난 10년간 관련 시장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없다보니 진료현장에서는 항산화제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을 NASH 환자들에게 오프라벨로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둘 풀리는 NASH 발생의 비밀…치료제 개발 속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NASH 치료제의 성공요소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단순지방간에서 NASH로 진행되는 순서와 같이 각 단계별로 ▲간 내 지방축적 ▲염증반응을 비롯한 세포손상 ▲섬유화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작용기전이 필요하다. 이처럼 베일에 쌓였던 NASH 발병기전과 병태생리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N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실제 NASH 치료제 개발 성공확률이 높아진 데는 질병 진행에 핵심역할을 하는 타깃이 알려진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지방간 합성에 관여하는 PPAR-γ이나 DGAT2, ASK-1부터 인슐린민감성과 관련된 인자인 PAPR, FGF-19, FGF021, 담즙산 합성에 관여하는 오베티콜릭산(obeticholic acid)부터 염증반응 및 섬유화와 관련된 PPAR α/δ, TGF-beta 등 수많은 표적들이 NASH 치료제 개발사들의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글로벌 NASH 치료시장 분석업체(nashbiotechs)에 따르면 전임상부터 후기임상 단계를 아울러 NASH 치료제를 개발에 뛰어든 회사는 70여 곳에 이른다. 그 중 절반이 2상임상 단계에 도달했다. 이미 3상임상을 진행 중으로 수년 내 상용화가 기대되는 회사도 존재한다.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즈(오칼리바)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셀론설팁), 젠핏(엘라피브라노), 엘러간(세니크리비록) 4개사가 NASH 치료제 첫 개발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인터셉트 '오칼리바', 선두…내년 3상결과 발표= 진행단계상 가장 앞선 후보는 인터셉트파마의 오칼리바(오베티콜릭산)다. 오칼리바는 이미 2년 전 FDA로부터 원발성지방성담관염 치료제로 허가받아 시판 중이다. 간섬유증 진행에 관여하는 FXR(파네소이드 X 수용체) 촉진제로서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 처방된다. 개발사인 인터셉트파마는 각각 섬유증과 간경변증을 동반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3상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섬유증 환자 대상의 REGENERATE 연구는 내년 상반기면 최종 결과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건은 안전성이다. FDA는 작년 9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오칼리바 과다용량을 복용할 경우 중증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비록 적응증은 다르나 원발성지방성담관염 환자에게 처방되는 용량이 5mg과 10mg, NASH 섬유증 환자에 대한 시험용량이 10mg, 25mg으로 고용량이란 점에서 부작용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길리어드, NASH 신약후보 3종 동시가동= 길리어드는 빅파마들 가운데 NASH 치료신약 개발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회사다. ASK-1 억제제로서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셀론설팁(GS-4997) 외에도 2상임상을 진행 중인 FXR 작용제 GS-9674와 ACC 억제제 GS-0976, 후보물질 2종을 2상임상 단계에 올려놨다.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셀론설팁의 경우 각각 간섬유증과 간견병증을 동반한 NASH 환자 대상으로 2건의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두 연구 모두 환자모집을 마친 상태로 내년 초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 서로 다른 계열의 후보물질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셀론설립과 GS-0976, GS-9674의 병용 효과를 평가하는 2상임상도 진행 중이다. ◆젠핏 '엘라피브라노', 3상임상 진행 중= 프랑스 회사로 국내에 다소 생소한 편인 젠핏(Genfit)도 매력적인 NASH 치료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핵수용체의 일종인 PPARα와 PPARδ에 이중으로 관여하는 엘라피브라노다. 젠핏은 성인 및 소아 NASH 환자와 원발성지방성담관염, 2가지 적응증을 목표로 엘라피브라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간섬유증을 동반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엘라피브라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3상임상을 진행 중으로, 주요평가변수는 2021년 말경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2상임상에서는 포도당 항상성과 인슐린민감성, 혈장 내 지질수치를 개선함으로써 간부전 표지자와 조직검사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엘러간, 토비라 인수로 확보한 '세니크리비록' 복합제 개발= 보톡스 판매사로 잘 알려진 엘러간은 2016년 9월 토비라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사례다. 170억 달러를 투자해 토비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 및 간섬유화에 관여하는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을 확보했다. 당시 세니크리비록이 주요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2b임상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인수합병을 감행하는 바람에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후 노바티스의 트로피펙서(LJN452)와 복합제를 공동개발하는 노선을 취했다. 앞서 언급한 4개사 외에도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즈(MGL-3196)와 갈메드 파마슈티컬즈(아람콜)가 긍정적인 2상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3상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상임상 결과 아쉬운 성적을 거뒀던 갈렉틴 테라퓨틱스(GR-MD-02)도 3상임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갈메드사가 개발 중인 아람콜의 경우 삼일제약이 2016년 7월 국내 제조 및 상업화 등에 관한 전권을 확보한 물질로, 국내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다. 그 외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같이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GLP-1 유사체를 NASH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4개 후보군 가운데 긍정적인 3상임상 결과가 확보된다면, FDA 신약허가신청서(NDA) 제출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발병원인이나 병태생리가 복잡한 질환 특성 탓에 특정 제약사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간학회 산하 지방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조용균 교수(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는 "지방간에 동반된 염증과 섬유화, 간경변증을 개선하는 게 NASH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다. 한 가지 기전의 약물만으로는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단 의미"라며 "2~3가지 경로를 동시 타깃하는 복합제나 다양한 표적을 가진 치료제가 의미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5~10년 이내 NASH 치료신약이 시장에 나오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병용전략이 요구되므로 관련 연구개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018-08-17 06:30:12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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